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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318화. 프리즌 브레이크 ( 2 )

       

       

       

       

       

       정말 새삼스럽지만, 그 존재가 무엇이더라도 살아있는 이상 영원한 고통을 견딜 수는 없는 법이다.

       

       연속적이고 꾸준한 고통은 정신을 갉아먹는다. 마치 떨어지는 물방울에 바위가 부서지는 것처럼.

       

       물론 탄탈로스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치밀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거대한 감옥은 죄수들이 미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미치지 않는다.

       미칠 수 없다.

       미치게 두지 않는다.

       

       탄탈로스의 죄수들은 영원한 정신으로 끝없는 고통을 매 순간 음미해야 했다.

       

       그리고, 여기.

       탄탈로스의 탄생에 지대한 공을 세운 두 명의 개국 공신이 있다.

       

       하나는 인간이요, 다른 하나는 대악마였으니.

       위대하신 분께서는 이 둘의 공을 높이 사 탄탈로스의 한가운데에 묶어두고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하셨더라.

       

       덕분에 이들은 탄탈로스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제법 오랜 시간을 탄탈로스와 함께했다. 어떻게 보면 탄탈로스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크하으으으악! 너, 너어어!! 어떻ㅡ 햐아아아아악!! 어떻게에에에!!”

       

       회색 괴물과 눈이 마주친 대악마(였던 존재)가 회색 괴물의 촉수를 보며 외쳤다.

       처음에는 고통에 못 이겨 헛것을 보는 줄 알았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건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탄탈로스, 이 거대한 미치광이 감옥은 죄수가 미치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환상도, 환각도 허락하지 않는다.

       

       오롯하게 멀쩡한 정신으로 한땀 한땀의 고통을 음미하도록 강제한다.

       

       ‘저, 저 녀석! 틀림 없다!’

       

       이제는 스스로의 이름조차 까먹은, 그리하여 자신이 대악마였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는 존재가 어렴풋한 과거를 떠올렸다.

       

       언제였는가.

       

       자신에게 ■를 죽일 수 있는 계획이 있다며 찾아온 녀석이 있었다. 자신이 ■의 힘의 근원인 별빛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미친 녀석이었다.

       

       ‘녀석이, 뭐라고 했었지?’

       

       뱀처럼 몸이 구불구불한 악마였다. 그래. 뱀처럼 생긴 녀석이었어.

       

       녀석이 분명 ■를 죽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대악마인 자신의 살점을 조금 달라고 했었지.

       다른 재료는 모두 준비했으니 살점이 마지막 재료라고 했을 것이다.

       

       핵으로 쓸 영혼까지 확보했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나ㅡ 나는 그때 뭐라고 했지…’

       

       줬나? 살점을 줬나? 아니면, 녀석의 머리를 터뜨렸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프다! 아파아파아파아파!!

       피부를 갉아먹는 벌레가 몸을 파고들어 근육을 끊고 신경을 타고 오르면서 뼈에 구멍을 내고ㅡ

       

       “크가아아아아악!! 아르르으으윽!! 너, 너어어!! 어떻게 여기!! 있는, 크햐아아아악!!”

       

       움찔.

       

       누가 봐도 자신을 지칭하는 말에 회색 괴물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의외로 용암 거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고통에 못 이겨 헛소리를 한다고 여긴 것이다.

       

       잠시 용암 거인의 눈치를 살핀 회색 괴물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고 안심했다.

       

       석탄 같은 녀석이 자신을 보며 알아봤다.

       분명 자신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리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석탄 인간을 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킥, 키헤엑… 어떻, 게?”

       

       용암 거인들이 수시로 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한가운데에 있기에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이다. 탈출시키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잠시 고민하던 회색 괴물이 촉수의 끝을 아주 작게 떼어냈다. 인간의 새끼 손가락 길이 정도 될까.

       이건 아주 작게 만들어낸 분신체였다.

       

       휙! 

       

       용암 거인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용암에 돌을 던졌다. 

       

       풍덩!

       

       “…?”

       

       “…?”

       

       아주 잠깐의 틈.

       

       회색 괴물이 작게 만들어낸 촉수를 석탄 인간에게 휙 던졌다. 완벽하게 착지한 촉수체는 꾸물꾸물 제 몸을 움직여 석탄 인간의 몸을 기어다니더니, 이내 귓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커, 크흡…! 너, 너어…! 에그으윽! 하, 하하하하! 너어어! 후, 회하게 될… 하, 하하… 끄릅.”

       

       파르르 떨던 석탄 인간이 움직임을 멈췄다. 

       죽이거나 기절한 건 아니다. 애초에 죽는 몸도 아니었고.

       

       이건 새롭게 깨달은 기생과 분신체의 응용이다. 귀를 파고 들어간 촉수가 날카로운 입을 만들어 부드러운 뇌를 파먹었다.

       

       한 입, 그리고 또 한 입.

       분홍빛 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축축한 회색의 촉수가 가득 차 올랐다.

       

       계속해서 재생하려는 뇌를 촉수가 끊임없이 먹어 치운다. 그리고 뇌를 대신해서 몸을 조종한다.

       

       이것이 새로운 능력, 기생이다.

       

       뇌 대신 자리 잡은 촉수가 새로운 몸을 꿈틀거렸다. 움직이는 것, 표정을 짓는 것, 말하는 것까지.

       모두 문제 없이 작동한다.

       

       “키힉. 성, 공이다…!”

       

       희열에 찬 회색 괴물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능력으로 기묘하게 불타는 공간을 차츰차츰 먹어 치울 것이다.

       

       “그, 런데… 뭐였, 지… 키헥.”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촉수체에 뇌를 파먹히기 직전, 숙주가 된 석탄 인간은 문득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뇌가 파먹힐 것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웃은 걸까? 왜 그렇게 밝게 웃었지?

       

       “미친 건, 가?”

       

       그렇게 결론 내린 회색 괴물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공간에 있다 보면 미칠 수밖에 없는 거겠지.

       

       “…아… 키륵……”

       

       녀석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것 같았는데, 정보를… 못 들었다.

       

       잠시 침울해하던 회색 괴물이 이내 금방 털고 정신을 차렸다. 중요한 건 자신의 과거 따위가 아니다.

       

       이 공간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먹어 치울 실마리가 보였다는 것이 중요하지.

       

       “끄아아아아아! 흐아, 크르르르릅! 하그으으으윽!!”

       

       촉수가 기생한 몸이 능숙하게 비명을 질렀다. 용암 거인들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키히에에에엑! 멍, 청한…!! 돌멩이,들!”

       

       회색 괴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수하게 작은 촉수들을 만들어 은밀하게 흩뿌렸다. 

       

       이건 시작이다. 이곳의 모든 존재에게 기생한 이후, 일시에 공격할 것이다.

       

       목표는ㅡ

       여기서 가장 강해 보이는 용암 거인.

       

       “포식, 츄르릅…! 하겠다!”

       

       회색 괴물이 군침을 흘리며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머지않아 용암 거인을 먹어 치우고, 별빛의 거인마저 먹어버릴 것이다!

       

       

       

       ***

       

       

       

       탄탈로스의 모든 길이 이어지는 단 하나의 공간에 틀어 앉은 거대한 존재가 있었다.

       

       얼굴은 셋이었으며, 등 뒤로 가지처럼 뻗은 팔은 모두 여덟 개.

       왼쪽 얼굴은 하염 없이 울고, 오른쪽 얼굴은 끝없이 분노하며, 가운데 얼굴은 온화하게 미소 짓는다.

       

       《《《 음? 》》》

       

       세 개의 얼굴이 일제히 돌아가며 탄탈로스의 어딘가를 바라봤다.

       

       《슬프도다. 어찌하여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가. 그 어리석음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구나.》

       

       왼쪽 얼굴이 슬피 울며 한탄했다.

       

       《이 굼벵이 버러지 같은 녀석들! 당장 살점을 찢어서 용암에 던져버릴 것이다!》

       

       오른쪽 얼굴이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저들은 결국 끝없는 고통의 끝에서 독배를 마시기로 했는가. 짧은 시야가 참으로 아쉬울 뿐이구나.》

       

       가운데 얼굴만이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탄탈로스의 유일한 심판자, 죄인의 분류를 맡고 신을 대신하여 처벌하는 ‘심판자 이시디움’.

       

       점잖게 앉은 있는 채로도 탄탈로스의 하늘에 닿을 듯 거대한 기둥처럼 보였다.

       

       스으으윽.

       

       위대하신 분에게 사명을 받은 이래로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난 적 없는 이시디움이 천천히 팔을 뻗었다.

       

       넓은 탄탈로스의 전역까지 닿는 그의 거대한 팔이 까맣게 탄 죄수 여럿을 콱 붙잡았다. 

       

       “크하아아아악!! 자, 잠깐만!! 아파아파아파아파!! 하야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주세요!! 카그르르르릅!! 그아아악!”

       

       손아귀에 잡힌 죄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엄살을 떨었다.

       

       허나, 이시디움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슬프게도 버러지가 숨어 들었구나. 제 죽을 자리인 줄도 모르고.》

       

       왼쪽 얼굴이 흐느꼈다.

       

       팍! 소리를 내며 손에 잡힌 죄수들이 한 줌 핏물로 터져나갔다. 손아귀에 회색빛의 구더기만이 남아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이시디움의 눈썹 여섯 개가 일시에 꿈틀거렸다.

       

       《크아아아아!! 감히 어느 벌레 녀석이 이 땅에 숨어드느냐!!》

       

       오른쪽 얼굴이 격노를 토했다. 회색빛 구더기가 꿈틀거리며 이시디움의 손바닥을 잘근잘근 씹으려 노력했다.

       

       파작!

       

       무용하다.

       

       이시디움의 세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슬픔의 얼굴과 온화의 얼굴이 나찰의 형상으로 바뀌어간다.

       

       《《《나와라, 이 버러지 같은 녀석아ㅡ!!》》》

       

       단언컨데 탄탈로스 최대의 전력.

       위대하신 분에게 직접 심판의 권능을 받은 심판자가 분노를 토하니, 모든 용암이 기둥처럼 솟구치며 함께 소리 질렀다.

       

       “킥, 키헤에에엑…!! 미친…! 키르르릅!!”

       

       탄탈로스의 가장 외진 곳에 숨어있던 회색 괴물이 파르르 몸을 떨었다. 저 멀리서 들려온 외침에 온몸이 쩌릿할 지경이다.

       

       커다란 기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터무니 없는 괴물이었다니.

       

       용암 거인이 가장 강한 줄 알았는데, 도대체 여기는 어떻게 되먹은 곳이란 말인가.

       

       “키릅, 도망…!! 도망쳐야, 한다…!!”

       

       어차피 여기서 목표로 한 것은 이뤘다. 

       

       바닥에 쓰러진 한 체의 용암 거인을 포식하고 있던 회색 괴물이 다급하게 먹는 속도를 올렸다. 극상의 진미였지만 음미할 틈이 없다.

       

       저 커다란 녀석에게 잡히면 곧바로 죽을 것이다.

       

       허겁지겁 용암 거인을 포식한 회색 괴물이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날카로운 발톱이 우수수 자라나 허공을 긁었다. 여기서 빠져나갈 균열을 열어야 했다.

       

       뚜두두둑-….

       

       아주 작은 크기의 균열이 열리며 회색 괴물을 반겼다.

       

       “…키히?”

       

       회색 괴물이 멍청하게 균열을 바라봤다. 어째서?

       왜 이렇게 균열이 작지? 

       

       지금의 자신은 용암 거인의 절반 정도 되는 거체다. 이 몸을 균열에 넣으려면 더 커다란 크기여야 한단 말이다.

       

       “키햐아아아악!! 키게에에에에엑!!”

       

       발작하듯 무수한 발톱을 뽑아낸 회색 괴물이 균열을 마구 긁었다. 발톱 끝에 와닿는 감각이 단단하고 질기다. 다른 차원을 찢을 때보다 훨씬 튼튼한 감촉이다.

       

       《《《거기 있었나!!》》》

       

       오싹.

       

       이시디움의 시선이 회색 괴물에 닿았다. 너무 소란을 피운 까닭이다.

       

       여덟 개의 팔이 일제히 회색 괴물을 향해 다가왔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팔 하나하나가 용암 거인의 거체와 맞먹는 크기다.

       

       “마아아악!! 막아,라!!”

       

       발작하듯 소리친 회색 괴물의 지시에 탄탈로스의 죄수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그동안 몰래몰래 기생체를 뿌려온 것이 성과가 있어, 탄탈로스의 죄수 중 8할 정도가 회색 괴물의 수중에 있다. 잠깐 시간을 끄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회색 괴물의 몸에서 발톱이 우수수 돋아나 미친듯이 균열을 긁었다. 뚜드드득, 소음만 요란하게 울렸지 균열은 좀처럼 커지지 않았다.

       

       어서 빨리 열려라! 더 빨리!

       조급한 마음에 발톱을 더욱 빨리 놀렸다.

       

       콰직! 팍! 뿌지직!

       

       등 뒤에서 무언가가 짓눌리고 터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도대체 저건 무슨 괴물이란 말인가!

       

       사실 이시디움보다는 별의 거인이 더욱 거대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했다. 두려움을 느낀다면 별의 거인에게 더욱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지만ㅡ

       

       “키햐아아아악!! 열여라, 열려,라!!”

       

       회색 괴물은 이시디움보다 강한 별의 거인에게 ‘식탐’을 느꼈다. 이건 그의 존재 자체가 그렇게 설계된 까닭이었다.

       

       “크히이이익, 이래서, 였나!! 나를 비웃, 은 이유가아아!!”

       

       회색 괴물은 그제야 최초의 기생체가 웃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 괴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자신을 향해 비웃었던 거다.

       

       《《《끝없는 너의 죄를 헤아리며 죽어라.》》》

       

       이시디움의 팔이 죄수들을 짓뭉게며 다가온다. 회색 괴물의 몸이 커다랗게 흔들리며 온갖 능력을 쏟아냈다.

       

       독무, 연기, 바람, 참격, 광선, 냉동, 석화, 둔화, 수면…

       

       전력을 다한 공격은 이시디움의 팔을 아주 잠깐 멈추게 할 뿐이었다.

       

       뚜드드드드드득ㅡ…

       

       질기디 질긴 차원의 벽은 도무지 찢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균열을 긁는 발톱이 수십 개인데 이렇게나 균열이 열리지 않는다니.

       

       난생 처음 겪는 사태에 회색 괴물은 돌아버릴 것 같았다.

       

       “키햐아아아악!!”

       

       결국 균열을 포기한 회색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그림자에 스며들었다. 그림자에 사라지기 무섭게 이시디움의 거대한 주먹이 날아든다.

       

       쾅! 

       

       《《《넌 이미 독 안에 든 쥐다!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부리부리한 여섯 개의 눈을 빛내는 이시디움이 탄탈로스의 사방을 매섭게 훑었다. 그의 눈에서 숨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떨어진 그림자에 숨어 도망치는 회색 괴물을 발견했다.

       

       《《《거기냐ㅡ!!》》》

       

       “키샤아아악!!”

       

       여덟 개의 팔이 잔상을 그리며 폭풍처럼 날아든다. 회색 괴물은 온갖 능력을 극한으로 발휘하며 아슬아슬하게 주먹의 폭풍을 넘나들고 있었다.

       

       ㅡ 도망쳐야 한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 

       

       도대체 어디로?

       

       회색 괴물이 이시디움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하며 필사적으로 사방을 훑었다. 여기는 감옥이라고 했으니, 분명 들어오는 곳이 있을 터.

       

       “…키약! 찾았, 다아아아!!”

       

       커다랗게 우뚝 솟은 검은색의 문. 

       이를 발견한 회색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곧장 문을 향해 날아갔다.

       

       《《《이 놈!! 놓치지 않는다!!!》》》

       

       감히 탄탈로스의 간수를 해하고, 질서를 어지럽힌 자가 탈출을 꿈꾸는가.

       

       이시디움이 격노를 토하며 여덟 개의 팔을 휘둘렀다.

       

       주먹의 잔상이 점점 늘어난다.

       여덟 개, 스무 개, 마흔 아홉 개… 최후에는 아흔아홉 개의 주먹이 되어 몰아친다.

       

       무자비한 폭력이 회색 괴물에게 닿기 직전ㅡ

       

       파팟!

       

       《《《…! 이 간악한 녀석!!》》》

       

       커다랗고 얇은 비늘을 뽑아낸 회색 괴물이 하늘로 날아 올랐다. 회색 괴물은 곡예 비행을 하듯 아흔 아홉 개의 주먹 사이를 어지럽게 넘나들었다.

       

       퍼억! 촤악!

       

       “키릅ㅡ!! 키에에엑! 크륵, 아, 프다!”

       

       물론 적지 않은 수의 타격을 허락했지만, 회색 괴물은 질긴 생의 욕망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회색 괴물은 검은색 문에 도착했다.

       

       “끄르르르릅, 키햐아아악!!”

       

       회색 괴물이 악을 쓰듯 커다란 문에 온몸을 부딪혔다. 검은색의 문이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절대 열려서는 안 되는 문을 강제로 열고 있는 것이다. 회색 괴물의 핵이 파르르 떨며 진동했다.

       

       《《《이 무슨…!! 너 이 삿된 녀석아! 지금보니 너는 존재 자체가 이치에서 벗어난 녀석이구나!!》》》

       

       이시디움이 다급하게 팔을 뻗었다. 여기서 녀석을 죽여야 한다. 

       

       슈왁!

       

       여덟 개의 팔이 매섭게 달려든다.

       하지만 늦었다.

       

       “키햐아아아아악!!”

       

       회색 괴물이 억지로 연 문을 통과하기 무섭게 검은색 문이 쾅! 소리를 내며 강하게 닫혔다. 

       

       “키으으, 히이이이….”

       

       가까스로 문을 통과한 회색 괴물이 색색 숨을 골랐다. 난생 처음 겪은 생사의 갈림길에 진이 쭉 빠진다.

       

       그리고, 천천히 실감했다.

       드디어 저 미친 곳에서 빠져나왔구나.

       

       “키샤아아아아아악!! 살, 았다ㅡ!!”

       

       살았음을 만끽한 회색 괴물이 우렁차게 포효했다.

       짧지만 엿같은 곳에서 드디어 빠져나왔다!

       

       《……?》

       

       그런 회색 과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인영이 있었으니.

       지옥문의 수문장인 암석 거인과 그의 동료 사냥개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뒷 부분이 아주 살짝 추가됐습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사람은 항상 누울 자리를 잘 보고 누워야 합니다…!! 이를 잘못 판단한다면… 들어올 때는 맘대로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를 당할수도 있는 법…!! 제법 희귀한 비명 디스펜서가 생길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게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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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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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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