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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아니, 미친. 유니버시티 하이 스쿨 침입 대기열이 무슨 수천 명이야. 이러다가 비얌 저격해보기도 전에 날 다 새겠다.”

        

       “그냥 미션이나 밀어. 다들 굳이 코앞까지 가서 얻어터지고 싶어하는 취미라도 있나….”

        

       “솔직히 얼마나 센지 궁금하긴 하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지.”

        

        

        

        한편, 유진이 스트리밍하며 로스앤젤레스를 실시간으로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 – 이른바 유진 저격팟이라고 불리우는 침입 세션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요컨대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독주 세력을 꺾기 위해 폴른 에이전트로서 합법적인 방해가 가능한 바로 그 시스템. 바로 그곳으로 사람이 몰리고 있는 것이었다.

        

        표면적인 이유야 언제나 그렇듯 ‘시청자들이라면 스트리머를 한 번쯤 합법적으로 저격해보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였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이들은 유진이 얼마나 강한지를 스스로의 몸으로 확인하길 원했다.

        

        

        

       -그래서 유진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센가?

        

        

        

        근래 인터넷을 돌아다니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물음.

        

        십중팔구는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우승까지 하고 왔는데 무슨 답변을 바라느냐’라는 댓글만이 달리겠지만, 해당 질문이 떠돌아다니는 위치가 어디 프로게이머 영역이 아니라 모두가 익명으로 의견 공유가 가능한 곳에서 이뤄진다면 의미하는 바는 조금 달랐다.

        

        갤창들은 유진이 얼마나 강한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일반인들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설령 이길 수 있거나 비벼볼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 요컨대 쉽게 말하자면 UFC 헤비급 챔피언과 길거리 싸움꾼이 서로 붙는다면 누가 이기는지와 비슷한 물음이었다.

        

        물론 논쟁하거나 답을 내릴 가치도 없는 개소리였지만, 인간은 본디 벌어지지 않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에 열을 올리며 자신의 의견을 토해내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그러던 와중 이거다.

        

        

        

       “침입 시스템? 이걸 참으면 보살이지.”

        

       “솔직히 계속 들이박으면 한 번 정도는 유효타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침입 시스템.

        

        합법적으로 유진을 저격할 수 있는 방도가 생겨나자, 모두가 당사자가 방송을 켜기만을 기다린 것이었다 – 그 날이 실제로 도래했을 때, 온갖 어중이떠중이 및 일반인 중의 실력자들을 가리지 않고 수천 명 이상이 언제 올지 모르는 자신들의 차례를 위해 대기열에 올랐다.

        

        유진은 이미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고, 스트리머들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매우 낮게 조정되어 있던 폴른 출현 빈도를 기존 유저들과 동일한 수치로 조정하였다.

        

        그리하여 변절 오퍼레이터들의 출현 횟수는 최소한 15분에 한 번으로 세팅되었다.

        

        대신, 유진은 자신과 싸워보고 싶은 이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여러분들이 저와 어떤 교전을 벌이고 싶어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여건과 시간 때문에라도 전혀 봐주지 않을 겁니다. 즉각 아웃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버린 유저들은 해변가에 있는 모래 알갱이만큼이나 많았다.

        

        안타깝게도 대기열에 있는 유저들 모두가 폴른 오퍼레이터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 대기열 초반부의 유저들은 유진과 대면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손에 넣게 되었고-

        

        

        

       ───으직!

        

        

        

       “커흐윽…!”

        

       “와,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들고 있던 방패날에 목을 얻어맞아 목뼈가 통째로 함몰된 폴른 유저 한 명이 그대로 행동 불능에 빠진다.

        

        간신히 목을 부여잡고 컥컥거리나 했지만 고작 1분도 지나지 않아 쇼크와 호흡 불능으로 요단강을 건넜고, 그 사이에도 다른 한 명은 복부에 주먹을 얻어맞고는 다발성 장기 부전 및 늑골 완전 파쇄로 인해 그 자리에서 쇼크사를 하고 말았다. 심지어는 장갑판 위로 얻어맞은 주먹임에도 그러한 것이었다.

        

        총알에 얻어맞아 죽은 이들은 곱게 죽은 것이었고, 실로 재수없게도 유진에게 들이댔다가 신체 한 군데가 수수깡처럼 꺾여 죽은 이들만 절반이 넘었다. 물론 수수깡처럼 꺾인 위치가 대부분 목뼈였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유진에게도 딱히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다. 주변은 안 그래도 중장갑병들로 넘치는 곳이었고, 섣불리 오래 시간을 끌게 되면 증원 아닌 증원이 와 중국-러시아-카르텔 연합군과 폴른 유저, 그리고 이카루스 오퍼레이터 간의 삼파전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일반]와시발 진짜 다시는 유진이랑 안싸운다

        

        

       <대충 적당한 자짤>

        

        

       다시는안깝칠게요진짜잘못했어요살려주세요다시는의심하지않을게요!!!!!!!!!저창문!!!!!!!!!!!비얌꼬리가보여!!!!!!!!!!

        

        

        

       [전체 댓글][등록순]

        

       -얼마나 심하게 처맞았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살벌하게 패긴 하더라 ㅋㅋ

       ㄴㄹㅇ 존나무서움

        

       -자업자득 오졌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게이머들도 입꾹닫하고 아무도 시도하는사람 없는데 기어코 대기열에 이름 올릴때부터 알아봤다 ㅋㅋ

       ㄴ[작성자]아니십1랄 이정도일줄몰랐지

       ㄴ전속력으로 달리는 트럭에 몸대주고 이정도일줄 몰랐다고 헛소리할새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신 ㅋㅋ

        

        

        

        

        

        

        

        

        

        물론 수위만 달랐지, 유진을 만난 이들의 반응은 전부 비슷비슷했다.

        

        그리고 그 꼬라지를 보며 웃는 한 명이 있었다.

        

        

        

       “꼭 저렇게 하지 말라는 건 다 해보는 친구들이 있어요. 나는 2천만원 정도 줘도 저건 안 한다, 진짜로.”

        

        

        

        카토그래퍼.

        

        그는 오늘도 바깥에서 벌어지는 불구경을 보며 마음의 평화에 잠겼다.

        

        

        

        

        

        

        

        

        

        

        

        

        

        

        

        

        

        

        

        

        

        

        

        

       “어으, 무서워라.”

        

       “진짜 유진 씨는…효율은 최상인데, 보는 사람들 고려 좀 해주세요. 무서워 죽겠네.”

        

       “고려해볼게요.”

        

        

        

        유니버시티 하이 스쿨 수영장.

        

        다르게 말하면 그 어디보다도 쉽게 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곳이었다 – 바닥에는 대략 열 명 분량의 장구류가 쌓여있었다. AI와 유저를 가리지 않고 다크 존에서 사망을 맞이하게 되면 시체는 금빛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내부는 텅 비게 된다.

        

        바로 그래서였다.

        

        

        

       -[알림 : 적 순찰조 접근.]

        

        

        

       “또 오네요. 준비하세요.”

        

       “적 너무 많이 와….”

        

       “이 친구들은 지치지도 않나봐요.”

        

        

        

        아무튼, 슬슬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를 몸소 보여줄 시간이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영장으로 들어오는 문이 열리고, 중장갑병 한 명과 두 명의 일반 무장 적들이 들어온다. 핑 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탄이 쏘아져 중장갑병의 뇌를 진탕시키는 사이, 하모니와 다이스는 뒤따라 들어온 적군의 다리에 충격탄을 쏴 기절시켰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중장갑병의 몸 틈새 사이에 충격탄을 한 발 더 박은 다음 물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으면 끝이었다. 근육 전체가 완전히 굳어져버린 탓에 제대로 호흡도 안 될 터였고, 쉽게 말해서 기절한 채 익사하는 것이었다.

        

        섣불리 총알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그 모습이 보기엔 좀…그랬던 모양이다.

        

        

        

       -진짜…선생님…왜이러시는거예요….

       -이젠 대가리에 총알박지도 않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이 사람 방송만 보면 인간의 악의가 두려워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그만해!정신나갈거같애!제발그만해!정신나갈거같애!제발그만해!정신나갈거같애!제발그만해!정신나갈거같애!제발그만해!정신나갈거같애!

        

        

        

       “여러분들이 우려하는 바는 알겠지만, 결론적으로 봤을 땐 여기에 쓸데없이 적이 많은 탓이 아닐까요. 아마 평범한 분량의 탄약을 챙겨왔다면 한참 전에 전부 사용했을 겁니다.”

        

        

        

        하모니와 다이스 역시 이 점에 동의했다.

        

        애시당초 10명, 혹은 그 이상의 연합으로 들이박아야만 했던 곳을 고작해야 세 명만이 와버린 탓에 병력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아마 한 발에 한 명씩 사살하면 얼추 그 숫자가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가능할 수나 있겠는가.

        

        더군다나 폴른 유저들도 시도때도없이 등장하는 터라 총알 소모는 더했다. 변절 오퍼레이터로서 침입한 유저들을 초반에 확실히 기강을 잡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자꾸 멋모르고 달려들면 그것만큼 곤란한 게 없으니, 기세를 좀 꺾어놓을 필요도 있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총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몇 번 정도 폴른을 상대하고 나니 대기열에서 기다리던 유저들이 확 빠져나가버린 듯했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다이스와 하모니는 이게 왜 도대체 효과적인지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미니맵을 열어 주변 건물들을 살폈다.

        

        특별히 다음 목표가 정해지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잡혀있었다. 일단 이렇게 중장갑병이 많은 곳들, 즉 엄중하게 방비되고 있는 지역은 보통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 작전 시작 전 언급된 말에 의하면 이곳은 일종의 다목적 기지로 운용되고 있었다.

        

        북쪽에 있는 야구장, 그리고 축구장이었던 곳들은 적 차량 보관소, 그리고 건물 일부는 작전통제실 같은 느낌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기숙사동은 당연히 주요 병력들의 휴식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되었고.

        

        물론 답은 정해져있었다.

        

        하모니의 등 뒤에 메어진 C4 블록이 가득 든 30kg짜리 폭탄 가방을 힐끔 살펴보며 덧붙였다.

        

        

        

       “저 중 절반은 제게 넘겨주세요.”

        

       “또 뭔가 기막힌 방안을 떠올렸나보네요.”

        

       “아주 기가 막힌 방안이죠.”

        

        

        

       -좋은 생각이 났다 = 학살이 벌어질 것이다

       -이 사람이 하는 기막힌 방안만큼 무서운게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 뭐 알아하십셔 ㅋㅋㅋㅋㅋㅋ

       -몬가…몬가가 일어나고 있음….

       -뭔가 또 ‘유진’해버릴 예정이란 뜻 ㅋㅋㅋㅋㅋ

        

        

        

        그와 동시에 설명이 시작되었다.

        

        나는 C4 15kg 가량을 가지고 적들이 장갑차 및 자주포 등을 세워둔 북쪽의 야구장으로 빠르게 접근할 것이다. 반대로 하모니와 다이스는 이제부터 주변을 돌면서 주요 길목 및 교차로, 적들이 있는 지점에 남은 15kg의 컴포지션을 가지고는 트랩을 설치하고 다닐 예정이었다.

        

        그 후, 그 둘은 중장갑병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관총을 가지고는 야구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 위의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러고는 쾅. 폭발 소리에 의해 시설 곳곳이 망가지면 기숙사동에서 자고 있던 차량 운용 병력들이 황급히 뛰어나올 것이다.

        

        그러면 하모니와 다이스는 옥상에 거치해둔 기관총으로 적들을 전부 사냥하면 되었다.

        

        설령 그 사이에 중장갑병 몇몇이 끼어있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가지고 온 50구경 저격총으로 대가리를 따버리면 그만이었고.

        

        

        

       “간단하죠?”

        

       “간단하네요.”

        

       “선생님이 해주는 작전 설명은 항상 쉬워서 좋긴 하네요. 도대체 이런 식의 작전 분배를 얼마나 많이 해보셨길래.”

        

       “노 코멘트.”

        

        

        

        그리하여, 두 명의 어깨를 두들겨준 뒤 폭탄 가방을 들었다.

        

        이제부터는 나의 시간이다.

        

        

        고지대 곳곳에는 적들이 임시로 만들어둔 초소가 있었다. 기관총을 거치해둔 것을 보니 대비 자체는 잘 된 것 같긴 하지만, 결국 야음과 광학미채의 조합을 두 눈으로 간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슬쩍 보니 야간투시경도 없는 모양이었고.

        

        사주경계가 무색하게 고작해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차량을 세워둔 지점에 도착했다. 20대 가량의 자주포 및 장갑차가 들어설 수 있을 만한 임시 가건물이 떡하니 놓여져 있었다. 불이 꺼져있는 게 유머라면 유머였지만.

        

        그나마 내부에 한두 명 정도가 있긴 했지만, 목을 꺾어준 다음 근처 풀숲에 버려두었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로스앤젤레스는 사시사철 온도가 괜찮은 탓에 큰 문제 없이 시체를 버려둘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불꽃놀이 대비의 시간이었다.

        

        

        

       “어디 보자….”

        

        

        

        2S19 무스타-S 자주포. 아직도 이런 걸 굴리다니 실로 어이가 없긴 했다.

        

        차체 뒷편 중앙에는 포탄을 싣는 컨베이어, 그보다 조금 더 왼쪽으로 가면 장약을 삽입하는 통로가 있었다. 장약 삽입구는 뚜껑 같은 걸로 덮여있었으니, 이를 열어제낀 후 안에 넉넉하게 막대형 폭약 두 개를 깊숙하게 던져넣었다. 도합 1kg 가량의 C4였다.

        

        자주포 숫자는 총 12대. 전부 넉넉하게 1kg씩 폭탄을 안에 던져넣고도 아직 3kg 가량이 남았다. 나머지는 보병전투차의 100mm 강선포 포신 옆에 500g씩 끼워두면 그만이었다. 양이 좀 부족하긴 했지만 나머지는 점착폭탄으로 어떻게든 되었고.

        

        뇌관과 함께 움직임 및 진동감지 센서를 함께 달아놓은 덕분에 시동을 걸자마자 터질 예정이었다.

        

        슬슬 퇴각 루트를 짜던 중, 다이스와 하모니가 헥헥대며 덧붙였다.

        

        

        

       “아으, 옥상 도착…지금부터 총기 거치하고 폭파 명령 대기하겠습니다.”

        

       “30초 후에 폭파하세요. 이쪽도 폭발물 설치 끝났고, 근방의 기관총 초소를 무력화할 테니.”

        

       “확인. 타이머 세팅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달릴 시간이었다.

        

        황급히 가건물에서 빠져나와 신나게 달렸다. 야구장의 좌측에는 미식축구장 및 달리기 전용 필드가 있었고, 양 옆으로는 높게 솟은 관객석이 있다. 위치가 높아서 초소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 바로 그곳을 무력화하러 간다.

        

        건물을 크게 돌아 저 멀리로 보이는 초소를 힐끔 살핀 뒤, 근방에 아직 켜져있는 조명을 껐다. 총알을 쏴서 꺼뜨린 게 아니었기에 픽 하는 소리와 함께 꺼졌다. 어둠이 미식축구장 위로 내리는 사이, 좀 더 멀리 있는 초소가 인컴에 대고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었다.

        

        

        

       -픽!

        

        

        

        전방 십수 미터 앞, 네 명으로 이뤄진 초소. 그러나 그 중 두 명의 중장갑병은 이미 대가리에 진동탄을 맞아 거품을 물며 기절한 상태였고, 나머지 두 명은 왼쪽 홀스터에 있는 아음속탄 장착 권총을 대가리에 맞아 시원하게 바람구멍이 뚫린다.

        

        기절한 두 명의 바이저를 벗긴 다음 마찬가지로 대가리에 납탄 한 발씩을 박아주었다.

        

        그러면….

        

        

        

       “이제부터 운동 좀 해볼까요.”

        

        

        

        그리고 – 콰앙.

        

        학교 곳곳에서 도합 15kg 가량의 컴포지션이 폭발했다. 그야말로 어둠을 찢어내는 듯한 굉음이 실로 인상적이었다. 그 와중 건너편에 있는 적 초소 인원들은 허둥지둥하며 어딘가로 통신을 하기 바빴지만, 나는 이미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그게 무슨 준비냐 하니.

        

        

        

       ───철컥!

        

        

        

        DShK, 덱타료프-슈파긴 대구경 기관총을 들어올리고는 건너편 초소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사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트리거를 당기자마자 무지막지한 반동이 몰아치지만, 왼쪽 다리를 앞으로 뻗고 오른다리로 지면을 지지, 그와 동시에 전완근과 팔 힘만으로 이 모든 반동을 견뎌낸다. 그리하여 12.7mm 탄환을 초당 열 발씩 발사할 수 있는 중기관총은 단순히 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정확성마저 확보한다.

        

        투카카카카캉! 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사격음이 울려퍼진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수십 개의 탄피 역시도 카랑카랑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아니라 마치 맑은 종을 치는 듯한 낮은 울림을 토해내며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 와중 무심코 인컴을 켜놨는지, 하모니와 다이스가 어처구니없단 말투로 덧붙였다.

        

        

        

       “아니, 선생님! 총을 쏘시는 거예요, 포를 쏘시는 거예요!?”

        

       “뭔가 또 하고 계시겠죠.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짓거리라거나 뭐 그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빈 총기의 무게만 37kg, 옆에 50구경 탄환 200발 가량이 든 탄통까지 장착되어 있었으니 무게는 대략 그 두 배. 대략 80kg 가량을 든 채 적에게 탄환을 쏟아붓고 있는 게 쉬운 건 아니지.

        

        물론 그렇게 말하는 와중 100발 정도를 사격했다. 이미 적 초소는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졌고, 적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중장갑병 역시도 마찬가지. 아마 저들의 육편이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경 10m 이상을 쥐잡듯이 뒤져야 하지 않을까.

        

        새빨갛게 달아오른 총열이 인상적인 DShK 기관총을 대충 바닥에 던지자, 그제서야 하모니와 다이스 쪽에서도 사격이 시작되었다.

        

        

        

       “우와, 이거 뭐야. 대략 150명 가량이 야구장을 가로질러서 뛰어가고 있는데요?”

        

       “다들 좀 더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될텐데.”

        

        

        

        당연하겠지만, 그리 말은 해도 두 명은 적을 봐줄 생각은 없었다.

        

        적을 몰살시키기에 가장 최적화된 각도에서 사격한 기관총. 비몽사몽한 채 급하게 평지를 달려가던 150명 중 절반이 15초 안에 갈려나갔다. 나머지 절반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내구도와 과열과 같은 여러 이유로 인해 기관총을 더 이상 써먹지 못했다는 이유로 살아남았을 뿐.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아직 하모니와 다이스는 한 발도 사격하지 않은 대구경 저격총이 남아있었고 – 적들은 맞자마자 폴리곤 덩어리가 되어 공중분해되었지만.

        

        첫 번째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숫자는 156명 중 46명.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그닥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콰아앙!

        

        

        

       “아이구.”

        

       “불타는 관짝이라니. 흉흉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그럴 줄 알았지 ㅋㅋ

       -이게 현대전의 광기인가?

       -영화도 이렇게 찍으면 주인공 편애라고 욕먹어요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 누가 감히 유진을 의심하느냐!!!!!!!!!!!!!!!

        

        

        

        그 말대로.

        

        가건물 내에서 동시에 폭발한 C4 15kg은 실로 거대한 장관을 발생시켰고, 스무 대의 불타는 관짝만이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공 위로 떠오르는 알림창.

        

        

        

       -[알림 : 유니버시티 하이 스쿨 탈환 미션 – 클리어.]

        

       -[알림 : 현 시간부로 어바인 탈환이 완료되었습니다!]

        

        

        

       “간단하네요.”

        

        

        

        물론 도대체 뭐가 간단하냐는 아우성이 울려퍼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직 갈 길은 멀었고, 로스앤젤레스까지는 수십 킬로미터가 남아있었으니까.

        

        캘리포니아 탈환 작전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붉은 화살표는 기숙사동에서 뛰어나오는 적 위치

       

       녹색 화살표는 하모니와 다이스의 사격각

       

       검은 색은 차량을 보관해둔 가건물

       

       남색 화살표는 유진의 기동 루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떻게 고등학교 이름이 대학고등학교…

    지만 여기가 그렇게 명문이라고 하네요

    저도 인터넷 검색하다 알게 되었읍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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