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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왜 이렇게 늦었어요! 저 진짜 무서웠단 말이에요!”

       “그런 것치고는 즐기고 있지 않았느냐?”

       “…어. 바둑이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바보도 믿지 않을 이야기를 지껄이는 엔리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이 녀석은 어디에 내던져 놓더라도 잘 살아남겠구나.

       

       심하게 혼이 난 강아지마냥 눈을 피하는 엔리의 모습에 그녀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 놓은 나는 엔리를 지나쳐 검선에게로 향했다.

       

       “…경지가 올랐군.”

       “머잖아 찾아올 일임을 알고 있지 않았나.”

       “그렇지. 그대는 모든 것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검선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에 가까운 웃음을 흘렸다.

       

       “일류의 몸으로도 본인을 박살내던 녀석이 절정에 이르다니.”

       “두렵나?”

       

       허나 그 웃음은 이내 희열이 담긴 무인의 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니. 즐겁지. 본인이 수련한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렇지. 무인이라는 족속은 위기의 앞에 이렇게 대답을 해야 한다.

       

       그 어떤 시련이 찾아올 지라도 그걸 박살내겠다 마음을 먹고 희열에 찬 웃음을 지어야 한다.

       

       무인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은 족속들만을 보다가 제대로 된 녀석을 만나게 되니 기분이 좋구나.

       

       검선을 만나기 위하여 이 곳에 오길 잘했어.

       

       “그대에게 패한 이후로 본인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어째서 패배했는지를 알기 위해서, 다음번에는 그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든 검선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검이나 마찬가지였다.

       

       다가서는 순간에 그대로 베여버릴 듯 날이 선 기운.

       

       그를 보면서 신공의 기운을 주변에 퍼트렸다.

       

       “그래서 어떤 결론에 도달했느냐. 승리로 향할 방법을 찾아냈느냐?”

       “글쎄.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어. 다만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겠더군.”

       

       그래서 그대에게 본인의 방향을 시험해보고자 한다.

       

       검선은 그리 선언을 하며 자신의 주변에 기운으로 이루어진 무형의 검을 여럿 만들어 냈다.

       

       “스스로를 검수라 칭한다면 검으로 끝을 봐야 하는 법.”

       

       검선이 자세를 취하며 꺼낸 말을 들은 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방금 전 녀석은 스스로 검술이 아닌 다른 것에 의지했음을 자백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것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검만으로 태양을 떨어트리겠노라 이야기했다.

       

       좋구나. 저 의지와 결심에 가벼히 대응하는 것은 무인으로써의 예의가 아닐 터.

       

       “이번에는 사술을 사용하지 않으냐?”

       

       혈도를 누르지 않고 자세를 취하자 검선이 그런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야 금방 끝이 나버릴 테니까.”

       

       혈도를 폭주시키는 것은 단전이라는 그릇에 끊임없이 물을 붓는 일이다.

       

       그릇이 작을 때에는 그 안에 담기는 물의 양이 작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지만 그릇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할 수 있는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단언컨대 지금 본인이 혈도를 폭주시킨다면 검선 그대는 얼마 견디지 못하고 박살이 날 것이다.

       

       그래서야 그대에게도 본인에게도 곤란한 일이 되지 않으냐.

       

       그대는 자신의 성취를 보여주지 못한 채 패하게 되어 억울할 것이고, 본인은 그대라는 무인과의 투쟁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울 테니까.

       

       “자신만만하군.”

       “그럴만한 실력이 있으니까.”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보마.”

       “그래. 본인도 본인의 여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검선이 발을 움직이는 것을 본다. 경지가 상승하게 평범한 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눈은 검선의 움직임을 당연하다는 듯 따라 잡았다.

       

       그의 주변에서 저마다 움직이는 검의 모습 또한.

       

       나는 그를 살피며 주먹의 위에 기를 덧씌웠다.

       

       이전까지 본인이 행한 것은 부족한 경지를 억지로 흉내낸 것에 불과했다.

       

       효율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권기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도 못하는 열화판에 불과했지.

       

       허나 지금은 다르다.

       

       절정의 경지에 이른 본인은 굳이 권기를 흉내낼 이유가 없다.

       

       이제는 제대로 된 녀석을 손에 두를 수 있으니까.

       

       천마신공의 내기를 주먹 위에 두르자 검붉은 색의 기운이 일렁거린다.

       

       여태까지처럼 주먹을 보호할 뿐인 녀석이 아니라 주변의 기운들을 집어삼키며 위압감을 선사하는 권기가.

       

       검선은 그를 보고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 몸으로 그만한 출력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겨우 절정 따위의 몸으로?”

       “감당하지 못하면 네 놈에게 이로운 일 아니더냐?”

       

       그리 생각을 한다면 감사하다 소리치며 내게 달려들 것이지 왜 주절주절 대는 지 이해할 수가 없군.

       

       늙어서 감수성이 풍부해 지기라도 했느냐?

       

       “오냐. 가마.”

       

       검선은 먼저 자신의 기운으로 만들어낸 검을 보냈다.

       

       본인을 시험해보려는 것처럼.

       

       나는 그 검을 막아내거나 피하는 대신 검을 향해 권을 휘둘렀다.

       

       검과 권이 부딪히고 검이 박살이 나며 주변으로 기운이 흩어진다.

       

       천마신공의 내기는 그를 가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탐욕스러운 검붉은 기운은 자신의 먹잇감을 집어 삼키고 자신의 크기를 키우는 데에 사용했다.

       

       다음도. 그 다음도 마찬가지였다.

       

       검선이 자신의 주변에 퍼트린 검은 내게 상처를 입히기는커녕 천마신공의 먹잇감이 될 따름이었다.

       

       “하. 언제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짓거리구나.”

       

       그 광경을 바라보던 검선은 입술을 깨물며 자신이 풀어두었던 검을 모두 다 지워버렸다.

       

       “주변의 기운을 잡아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바로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제어하다니.”

       “그대의 성취는 이것으로 끝이더냐?”

       “그럴 리가.”

       

       검선은 자신이 거두어들인 기운을 검 위에 집약시켰다.

       

       어두운 하늘 아래를 비추는 달빛은 푸른 하늘의 아래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선명히 했으니.

       

       그는 태양의 위치를 대체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잡기로 상대할 수 없다면 정면에서 깨부술 뿐.”

       

       밤하늘에서 떨어진 달을 검에 담았다는 뜻을 담아 명명하기를 낙월의 검.

       

       “가마.”

       “와라.”

       

       검과 권이 부딪히며 충격파를 일으켜 허공에 대나무 잎을 흩날리게 만든다.

       

       흐으. 좋구나. 좋아.

       

       나약한 육신.

       

       부족한 경지.

       

       그를 메우는 본인의 깨달음. 그로써 이루어지는 대등함.

       

       거기에 상대는 무의 극한을 추구하는 검수.

       

       본인이라는 규격 외의 존재를 제한다면 천하제일을 두고 다툴 수 있는 녀석.

       

       새삼 절정에 오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구나.

       

       내가 일류일 적에는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 혈도를 폭주시켜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대치를 이룰 수 없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본인이 지닌 깨달음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게 된 지금은 혈도를 폭주시키지 않고도 저를 상대할 수 있다.

       

       다급할 필요 없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검과 권이 닿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즐길 수 있을 것 같구나.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검선과 아라가 싸우는 것을 저 멀리서 구경하던 엔리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를 이해하는 게 불가능했기에.

       

       – 허접허접개허접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우리한테 물어보지 마. 우리도 몰라.]

       

       그건 엔리의 무재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가 하수인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 이전에 두 사람이 무를 나누는 것을 눈으로 담을 수가 없는데 어찌 이해를 하겠는가.

       

       그는 다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라의 방송으로 보면 그녀가 움직임을 볼 수 있기에 멍하니 감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엔리의 방송에선 그 무엇도 보이지 않으니 물음표를 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전지적 야무치 시점.

       –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일어나고 있긴 해.

       – ㅋㅋㅋㅋ

       – 나 화령 방송 0.5배속으로 보는 중. 그래도 겁나 빨라.

       – 새삼 화령 마이튜브 편집 겁나게 잘한다는 게 느껴지네.

       – ㅇㅇ. 그건 보면서 이해가 되잖아.

       

       “우와. 뭐야. 여러분 방금 봤어요? 화령 씨가 한 거!”

       

       – 뭐 보였어?

       – 난 암것도 못 봤는뎈ㅋㅋ

       – 엔리 구르면서 실력 많이 늘었구나?

       – 실제로 보면 뭐가 다른가?

       

       “농담이에요. 뭐가 보일 리가 없잖아요.”

       

       충격파가 일어나고 커다란 굉음이 들려오고 하늘에서 대나무 잎들이 휘날리고.

       

       대충 엄청난 것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흥미를 잃어버린 엔리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아라의 방송에서만 볼 수 있었던 존재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바루.

       

       아라가 화룡무인을 시작하고부터 언제나 옆에 두고 있는 아이.

       

       여우의 모습을 할 때나 사람의 모습을 할 때나 너무도 귀여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NPC.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아라와 검선이 싸우는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분은 무언가가 보이는 걸까?

       

       “저어기. 바루님?”

       “흠?”

       

       엔리가 목소리를 내자 바루가 귀를 쫑긋거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우와. 귀여워.

       

       화면 너머로 볼 때도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귀여워.

       

       인형 같은 외모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거만한 행동과 어투.

       

       아라 씨가 바루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이런 NPC가 눈앞에서 뻗대고 있는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냐고!

       

       “무어냐.”

       “뭐가 보이세요?”

       “대충은.”

       “진짜요?!”

       

       엔리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서자 바루가 어깨를 폈다.

       

       “물론이지. 본인은 신령이니까.”

       “대단해요! 지금 두 사람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대단해! 저기서 무언가를 보는 게 가능하다니!

       

       역시 평범한 사람과는 격이 다른 신령이라서 그런 걸까?!

       

       생긴 건 자그마하지만 능력은 격이 다르다는 거구나?!

       

       “치열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안 되나요?”

       “치열한 것은 치열한 것이다. 이를 어찌 더 자세히 설명한단 말이냐. 본인은 무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바루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이야기를 하자 엔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표정의 의미는 명확했다. 정말로 보는 게 맞느냐는 의심.

       

       “본인을 의심하는 것이냐?!”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치열하다는 설명은 저도 할 수 있는 거라서…”

       “의심하는 게 맞지 않으냐!”

       

       바루는 무엄하다고 소리치며 자신의 지팡이로 엔리의 이마를 콩하고 때렸다.

       

       엔리는 재빠르게 그를 피하려 했으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지팡이가 그녀의 이마에 닿아있었던 것이다.

       

       “아야…”

       

       이마를 쓸어내리는 엔리의 모습에 바루가 한숨을 내쉰다.

       

       “아해야. 그대가 민가의 지인이라 하였느냐?”

       “네에…”

       “하여간에 끼리끼리 논다더니. 둘 다 신령에 대한 경의가 부족하구나.”

       “그 끼리끼리에 바루님도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화령 씨와 오래한 걸로 따지면…”

       

       뇌를 거치지 않고 생각난 것을 말하던 엔리는 바루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다급히 말을 끊었다.

       

       앗. 이거 또 지팡이에 얻어맞는 그림인데?!

       

       “아. 저기 그게.”

       

       콰아아아앙!

       

       자신의 이마를 지키기 위해 엔리가 변명을 생각하던 순간 거대한 굉음이 대나무 숲을 뒤흔들었다.

       

       평상을 부수고 대나무 숲을 박살내며 무언가가 저 멀리까지 날아간 것이다.

       

       폭탄이라도 터진 듯 초토화 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엔리는 고개를 돌려 그 진원지를 보았다.

       

       그 곳에 서 있는 것은 권을 내지른 채 미소를 짓고 있는 화령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우절 장난으로 천마님 방송 안 하신다. 라는 제목으로 바꾸려고 했는데요.

    문득 이 인간 원래부터 방송 잘 안 하지 않던가라는 생각이 떠올라서…

    오히려 방송하신다가 만우절 농담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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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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