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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아니, 이건 에바지.”

         

         – 아나스타샤님……. –

         

         거실을 초조하게 왔다갔다. 숫제 난리가 난 나를 따라 제로도 덩달아 안절부절 못하며, 설령 결벽증 환자가 방문한다 하더라도 만족시킬 기세로 이미 깨끗한 집안을 더더욱 쓸고 닦고 하느라 분주해졌지만… 미안한데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만큼 갑자기 연락이 와서 당황한 걸 내가 뭐 어떻게 해.

         

         세상엔 예정에 없던 외출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누군가를 만나는데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 법이거늘, 설마 가정 방문이라는 깜짝 이벤트에 2페이즈는커녕 3페이즈까지 존재할 줄이야.

         

         “진짜 에바지!!”

         

         최초 분류가 장기 의뢰 예정이었던 것치고는 실전 압축형 업무로 비교적 하루만에 짧게 끝났다지만.

         

         그 대신 온종일 밖에서 외근했지~ 뭔 말도 안 되는 물건 때문에 정서적으로 학대당했지~

         게다가 겨우 돌아와서도 헬레나에게 신나게 혼나는 걸로도 모자라 갑자기 진한 애정 표현으로 심장 언저리에 기습까지 공격당하기까지.

         

         온갖 사건사고를 이겨낸 다음, 이제야 겨우 좀 두 발 뻗고 푹 쉬어 볼까 했는데.

         

         ……헬레나는 우째서 갑자기 다시 돌아온다고 선언한 걸까.

         아니, 내가 싫어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설마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지 않은가?

         

         미인은 그저 바라만 봐도 즐거운 법, 거기에 다른 모든 이들에게는 철벽을 치는 그녀가 유달리 나에게만 살갑다는 걸 실감하고 있으면 가슴 한 켠이 계속 근질근질…해지는 게 썩 나쁜 기분은 아니란 말이지.

         

         단지 이제… 헬레나가 살갑다 못해 조금 요염한 기색을 언뜻 보이는 것과.

         대체 무슨 놈의 급한 볼일이 이렇게 금방 해결되었기에, 혹은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기에 묘하게 들뜬 목소리로 ‘지금 얼른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갈게!’라 떠들던 그녀로부터 묘한 느낌이 드는 걸까.

         

         직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이번 건 뭔가 태연하게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 것만으론 무사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야단법석이 난 건데.

         

         “……에이씨!”

         

         다시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지금 와서 내가 어버버 한다고 달라지는 게 전혀 없어서 그냥 마음을 고쳐먹고 소파에 편히 널브러졌다.

         

         부재중 전화에 회신을 걸었을 때 재깍 거절을 못한 시점부터 이미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와 같은 굉장히 전통적으로 답 없는 처지에 놓인 기분?

         

         결국 내린 결론이 뭐냐, 일단은 푹 쉬자는 거지 뭐.

         

         어디 걸친 채로 늘어지게 쉬면서 기다리다 어서 오라고 나무늘보 마냥 손짓하는 게 또 가족의 특권 같은 거 아니겠나? 굳이 호들갑 떨 필요도 없는 노릇이다.

         

         동거하는 사이에 필요한 예의를 지키지 않을 정도로 버릇이 없었다는 건 절대 아닌데, 당장 헬레나의 자취방에서 신세 질 때도 그녀는 너무 불편해하고 격식 차리지 말라며 몇 번이고 내 긴장을 풀어 주었었으니까.

         

         사실은 어디를 봐도 눈 둘 곳이 곤란하고, 죄를 짓는 기분이라 내 이성이 말라죽어가던 모습을 멋대로 착각한 거였지만 아무튼.

         

         다만 지금은 단기간에 돈을 너무 벌어도 너무 번 모습이 좀 어색한 모양이니까 난 그걸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셈이지. 음.

         

         – 허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응, 살살 좀 해 줘.”

         

         우선 그렇게 자기합리화는 완료.

         

         조금 많이 사치스러운 서비스지만. 활동성을 챙기고자 단화를 신었다고는 해도, 당초에 굽(Heel)이 있는 여성용 신발을 하루동안 신어본 게 아무래도 처음인지라 뻐근한 발과 종아리를 제로들에게 맡겨놓고 잠깐 눈을 감았는데요. 예.

         

         ……그대로 처자버렸다.

         

         이게 내가 얼빠진 게 아니라! 0호기 손에 비싼 부품을 달아 놔서 그런지 얘가 엄청 마사지가 능숙하더라고? 그냥 그렇다고.

         

         

         

         

         쏴아아…….

         

         어디서 간지러운 물소리가 들린다. 깜빡 잊고 수도꼭지를 안 잠갔다거나, 새면 안 되는 수도관에서 졸졸 흘러나오는 게 아닌 샤워기 같은 곳에서 쏟아지는 여러 가는 줄기가 부딪히며 방울이 되어 튕기는 아주 청량한 소리가.

         

         하반신은 물론 어깨와 목 주변까지. 전신을 주무르던 딱딱한 감촉은 사라졌지만 몸에서 떨어진 지는 얼마 안 된 듯 피부엔 후끈거리는 감각과 나른한 탈력감이 공존하고 있었고.

         

         게다가 어렴풋하게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것도 같다.

         

         비누 냄새, 세정제의 특유의 아로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달짝지근한 체취까지 살짝 섞인 것 같은 어지러운 향이… 이건 좀 근원지가 가까운 걸.

         

         천근만근, 뒤늦게 찾아와서 더욱 강하게 작용하는 피곤함 탓에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다가 이내 귀찮아져서 포기.

         

         대신 눈을 감은 채 손을 뻗어서 좀 더듬다 보니 소파 등받이 쪽에서 뭔가 부드러운 게 잡혔다. 정체를 확인하고자 잡아 당겼더니만 이게 웬 걸, 물건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겹쳐 있었던 모양인지 얼굴로 뭔가가 잔뜩.

         

         “으무엑.”

         

         후드득 떨어져 내린 건 감촉으로 보나 무게감으로 보나 아마 옷 무더기들. 당연히 아프진 않은데 조금 갑작스러워서 놀랐다.

         

         바보 같이 옷을 여따가 벗어 놨었나? 아닌데? 내 나노 수트랑은 감촉부터가 완전 다른데.

         게다가 난 오늘 출근한 때랑 다른 복장을 입고 퇴근한 터라 수트는 옷장에 -제로가- 제대로 걸어 놨고 망할 정장만 벗어 던지지 않았나? 그것과도 재질에 차이가….

         

         그렇지만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입고 있었던 옷은 분명하다.

         

         왜냐? 살짝 땀을 흘린 듯 농밀한 체취와 더불어, 뺨에 간질거리는 감촉이 전달되어서 보니까 위에 걸치는 걸로 추정되는 재킷 목덜미 부근에 하얗고 윤기나는 은백색 머리카락이.

         

         ….

         …….

         

         어, 이런 개미친 시발.

         

         “응? 아샤, 그새 일어났어? 피곤하면 더 자도 되는데.”

         “아뇨! 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었고 잠들어서 진짜 존나 죄송합니다…!!”

         

         어느새 물소리가 완전히 그쳤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헬레나의 옷가지들을 원상복귀 시킨 후 정자세로 착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초.

         

         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녀에게 이 엄청난 추태를 그대로 들킬 뻔했다.

         

         물론 아직도 가죽 제품 사이에서 유난히 부드럽고 표면적이 작은 천 쪼가리를 비롯해, 밥그릇처럼 생기고 끈이 달린 신축성이 뛰어난 피부 보호구의 감촉과 형태가 눈에 아른거려서 정신이 없기는 한데 옛날에 비하면 다행히 내성이 좀 생겼으니까!

         

         “어, 언제 왔어?? 혹시 오래 기다렸다던가…?”

         

         “아니? 플라자 출입구랑 현관문이야 전에 너한테 받은 코드로 알아서 열었고, 제로한테 사용법만 안내받고 곧장 씻으러 들어간 거니까 시간은 얼마 안 지났지.”

         

         욕실 안에 비치된 급속 물기 제거기로 굳이 기분 좋은 후열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는지, 약간 촉촉한 상태로 김을 모락모락 풍기며 걸어 나온 헬레나.

         

         태연한 그녀에 비해 잠결에 저지른 실수 2연타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던 난 쓸데없이 혼자서 체온이 마구 치솟았다.

         

         오죽하면 가볍게 샤워 가운만 두른 탓에,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갔으며 고혹적인 각선미와 잔근육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헬레나의 매끈한 살결도 눈에 잘 안 들어오기는개뿔세상에마상에이게뭐다야으아아아.

         

         “…….”

         “…푸흡!”

         

         갈 곳 잃은 불쌍한 시선 처리. 지진 난 상태로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이 재밌었는지 피식거린 헬레나가 앉았다.

         

         어디에? 내 옆자리에 찰싹 붙어서.

         

         어럽쇼?

         

         “저기, 좀 가깝지 않아?”

         

         “그러게 소파에 좀 더 부드러운 쿠션을 구비해 놨어야지. 여기 가구가 참 고급스럽긴 한데 부드러운 맛이 부족해서 아샤를 껴안는 것만 한참 못하다니까? …아, 만족감으로 따지면 세상 어느 걸 가져다 대도 비교가 안 되려나.”

         

         뭔가 했더니 마음대로 다룰 심심한 손을 달래 줄 장난감 겸 푹신한 완충재가 필요하셨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간 못 만났던 걸 만회하듯 밀린 스킨십 분량을 채우고자 그녀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놓고 친근하게 들러붙는 거던가.

         

         아무튼 그래서, 집안 여기저기 제로와 전자기기가 작동하는 소리를 제외한다면 우리 사이엔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굳이 티비 같은 걸 볼 기분도 아니었는지 좀 틀어달라거나 뭔가를 찾는 시늉도 하지 않고 그저 내 옆머리에 턱과 뺨을 문지르며 움찔거리는 반응을 즐기고 있는 게… 웹 상에 널린 별의별 오만 즐길 거리보다 반응을 즐기며 날 가지고 노는 게 더 재밌다는 걸까 이게 뭐람.

         

         “저기, 있잖아.”

         

         “응?”

         

         그래도 온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 사실 걱정할 때가 있었냐는 것처럼 오감 대부분은 나른하게 만족하고 있었다. 체온, 향기, 쓰다듬는 듯한 촉감, 거기에 어린 애정까지.

         

         더럽게 간사하기도 하지. 막상 미녀가 이렇게 다가오면 헤실헤실 풀어질 거면서 뭘 그리도 걱정하고 있었나~ 싶었는데.

         

         음, 분명 걱정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긴 있었다. 다만 그게 물이 끓어올라서 냄비 밖으로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는 징조를 내가 제대로 못 보고 있었을 뿐.

         

         “다 지나가고, 한 번 끝났던 얘기를 다시 불 붙이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그 기업 이사인지 뭔지 하는 놈팽이이랑은 아무 관계도 아니고 광고를 찍으면서 무슨 일도 없었다는 거지?”

         

         “일단은 그…렇지? 아무 관계도 아니라 딱 잘라 버리기엔 서로의 개인사에 약간 함부로 발을 디뎠다는 점도 있고. 저쪽이 그나마 좋게 좋게 봐줘서 신분 세탁을 대충 하고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낼 수 있는 거긴 하지만.”

         

         신변 걱정인가? 하긴 나라도 아는 사람이 연구소에서 태어나 실험 당하다 탈출한 걸로도 모자라, 거길 운영하던 기업 본사에 재취직해서 기어이 잠입 액션 활극을 벌이고 정식으로 퇴직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몇 번이나 거듭해서 괜찮냐 물어볼 것 같았다.

         

         …이제 향후의 안전이 확보되었냐, 아니면 너라는 새끼의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혀 있냐는 이중적인 의미로 질문했을 것 같기도 한데 그 부분을 불가항력이었으니 아무튼.

         

         공식적으로는 아나스타샤 마카로비치 연구원이 외상 트라우마로 업무 활동을 포기한 것이지만… 쇼우 본인은 얼추 내막을 다 알고도 눈감아 준 게 보였으니까.

         

         아예 블랙 마켓 같은 지하 조직을 끼고 숨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기왕 이리 된 거 앞으로는 중간에 낀 마사나리를 통해 적당히 눈치 보면서 지내도 꺼릴 건 없으리라 하는 생각으로 지내는 셈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큰 문제도 없고 알아서 잘 처신할 자신도 있다! 라는 식으로 헬레나의 걱정을 불식시키려 했는데.

         

         “그럼 여전히… 서로가 처음이라는 거네?”

         

         “어?”

         

         커다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A에 대한 답변으로 B를 제시한다든가 하는.

         그렇지만 물어본 당사자는 이미 충분한 대답을 얻었다 만족하고 행동에 나서게 만드는 그런 거가.

         

         스르륵.

         은근해진 말투의 진의를 확인하고자 고개를 들어 헬레나의 표정을 미처 보기도 전에, 어깨에 가볍게 얹어져 있던 팔과 손이 등골을 훑으며 내려가 허리를 휘감는다.

         

         나란히 앉은 자세인지라 자연스럽게 맞붙어 있던 허벅지가 서로 비벼지며 오싹한 느낌을 주었고, 다른 쪽 손은 눈치채기도 전에 가슴 윗부분에 차분히 힘을 주어 내 몸을 소파 위로 넘어트렸다.

         

         조명을 전부 켜 놔서 어두운 부분이 전혀 없던 실내에 돌연 음영이 진다.

         드리운 그녀의 얼굴에 서린 건 지독한 흥분감, 열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선을 넘을 것처럼 서린 굳은 결심.

         

         “헬…레나?”

         

         “응, 다행이야. 엄연히 여기가 먼저였고 아나스타샤가 소망한 것도 내 쪽이었는데. 혹시라도 새치기 당할까 봐 계속 전전긍긍하는 건 내키지 않던 참이었거든.”

         

         이전에도 한 번 겪어봤던 일이기에 새삼스러울 수 있는 설명이지만, 우리의 헬레나 발렌타인은 잡식성이다. 게임 시절에도 플레이어 캐릭터가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상관없이 로맨스가 가능했던 것은 물론, 상대의 성별이 남자냐 여자냐를 따지기보단 본인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 취향이냐 아니냐를 더 따지는 성격.

         

         다양한 성적 지향성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도 꽤나 개방된 마인드의 양성애자께서는 내가 한때는 남자였다는 고백을 들으시고도 여전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엄청 있으셨던 모양인데.

         

         그래, 그렇지만 성취향 자체는 잡식성이라 뭉뚱그려 치더라도.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그녀의 연애관은 어떤 쪽일까?

         

         …정답을 궁리할 것도 없이, 불행히도 이 ‘늑대’는 육식성이다. 먹이감을 확 물어서 채간 다음… 구석구석 남김없이 먹어 치우는 타입의 사냥꾼.

         

         “잠깐, 잠깐만…!!”

         

         “또 준비가 안 됐다는 말로 도망가려고? 안 돼. 좋고 싫은 걸 알려면 한 번쯤은 눈 딱 감고 해보는 수밖에 없는 거잖아?”

         

         저항을 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능력을 발동해서 일시적으로 헬레나를 마비시키고 빠져나온다든가, 사방에 있는 제로를 말리는 게 아니라 부추겨서 물리적으로 제동을 건다든가.

         

         왜 나는 공허하게 입으로만 속 빈 거절의 말을 떠든 걸까. 어쩌면 그녀의 말마따나 먼저 해볼 용기나 그래도 된다는 논리적 근거는 없어도 내심 강한 흥미는 있던 게 아닐까? 더군다나 상대가 그녀라면….

         

         망설이는 사이, 목덜미에 뜨거운 숨이 내뿜어진다.

         아니, 공기가 닿은 건 전조에 불과했고 곧바로 달궈진 입술을 물론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미끈거리는 혀가 마치 ‘나’라는 사람을 맛보듯 목과 쇄골에 축축한 흔적을 남기며 기어간다.

         

         츄읍…!

         

         “흐야악?!”

         

         “충분히 알아 들었어. 아샤가 생각보다 보수적이라 처음을 엄청 중요하고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 말이야….”

         

         연인 간에나 있을 법한, 가벼운 마킹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애정 행각을 끝낸 헬레나가 위로 올라와 진득하게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성욕이라는 건 생각보다 포악한 감정이라는 걸 알려주는 눈초리에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린다.

         동공에 비친 헐떡이는 내 모습이, 핼레나의 모든 관심이 오롯이 향하는 대상이 누군인지를 일깨워준다.

         

         “……나로는 부족하다 말하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어때?”

         “….”

         

         거부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도 한사코 미안하다 되풀이하면 놓아주겠다는 투로 그녀가 타협안을 제시해왔다.

         

         ……진짜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호텔 방에서 거사를 치르기 직전까지 갔을 때 실패했던 점을 교훈 삼아, 단순히 밀어붙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은근히 선택권을 주는 척 책임을 미루며 당기기까지 하는 게.

         

         내가 자신한테 무르다는 걸 악용하려는 점이 특히나 괘씸하다. 괘씸하지만… 어쩌겠나? 저렇게 노골적으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연기를 하는데도 고집을 한 번 굽혀주고 싶어 지는 걸.

         

         교육상 차마 제로에게도 못 보여줄 치태라는 생각에, 살짝 입술을 깨물고 소파 안쪽으로 머리를 픽 돌려버리자. 그것마저 기껍다는 듯 작게 웃음을 눌러 참은 헬레나가 천천히 입술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참 쓰다가 깨달았는데. 외전이 두 편이 아니라, 도입부 한 편에 파트A 파트B로 총 3편이 되겠네요….

    제목에 IF가 붙은 건 이제 이번 외전이 엄청 특별해서가 아니고, 저번에 읽다가 엄청 놀라셨던 독자분들이 많으셔서 이번 에피소드 연재가 끝난 다음 모두 정식으로 일괄 수정될 예정이며.
    그리고 아무래도 섬세한(…) 외전이다 보니 내일 완성본의 퀄리티가 영 별로일 경우엔 조금 늦거나 시간을 더 들이겠다는 지연 공지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이틀만에 왔으면서 그게 무슨 망발이냐고요? 그건 예비군 훈련장에 허리와 다리를 모두 두고 온 어느 멍청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맹 님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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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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