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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황제가 시즐리에게 약간의 힘을 부여한 일을 계기로 시즐리는 어느샌가 황가에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그리고 그녀가 차지한 자리 중 상당수는 다름 아닌 3황녀의 것이었다.

     

   시그린 에파니아의 불안한 상태는 3황녀파 귀족들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라헬른 아카데미를 대뜸 자퇴하고 돌아온 시그린이 방에 틀어박히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3황녀파 귀족들은 싱숭생숭했을 것이다.

     

   자신이 따르던 3황녀가 황제가 되어야만 그동안 지원해온 것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데.

   그런 그녀가 대뜸 무너져 버렸으니.

     

   그들로서는 굉장히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때.

   시즐리가 개입했다.

     

   시즐리는 시그린의 세력을 아무도 모르게 야금야금 집어삼켰다.

     

   이미 균열이 가버린 시그린의 세력이다.

   1황자에게 붙기에도 미묘한 그들을 시즐리는 여러 방식을 통해 구워삶았다.

     

   어느샌가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시즐리에게 줄을 대고 있었다.

     

   그건 그들이 바보여서가 아니었다.

   시즐리의 술수가 너무나 간악해 알아차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1황자의 세력조차 그러한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은 3황녀의 세력이 결국 무너져 자체적으로 해제하는 것처럼 보았다.

     

   하우란이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과거 라그렌을 오랜 기간 중립 가문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치와 정계 활동에 노련한 경험과 뛰어난 감이 동반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썩어도 준치라는 말답게 그는 제국 정계에서 밀렸다 하더라도 천하십강의 신분이다.

   자체적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일반 귀족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런 그가 겨우 정보를 더듬어 시즐리가 한 짓이란 걸 파악했을 정도다.

   일반 귀족들은 시즐리의 움직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황제 폐하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시즐리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성격이라면 흥미롭게 보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동안 황가에서 일부러 발을 빼고 있었던 그녀가 대뜸 사납게 느껴질 정도로 제국을 삼키고 있으니.

   시즐리를 나쁘지 않게 보던 황제로서는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4황녀님께 어느새 모든 걸 빼앗긴 3황녀님은 끝내 미쳐버리기 딱 좋았겠지.’

     

   자신이 쌓아 놓은 것들이 손쓸 새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미쳐버린 시그린은 반란이라는 최악의 수단에까지 손을 대고 말았다.

     

   과연, 시즐리는 이것까지 생각한 걸까?

   혹은 이번 일은 그녀도 예기치 못한 실수일까?

     

   그 모든 것을 파악한 하우란은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황제는 기껏해야 시즐리에게 창술 명가인 다이아나 가문의 정계 복귀를 도울 수 있는 약간의 힘을 주었다.

     

   그러나 시즐리는 그 약간의 힘 하나만으로 평생을 황가에서 힘을 쌓아온 시그린을 완전히 고립시켰다.

     

   시즐리는 늘 잔망스럽게 웃었다.

   손에 힘을 쥐여 주자 그거 하나로 제국 전체를 뒤흔들어 놓으면서도 그녀는 늘 말괄량이 황녀님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광경은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위험했다.

   4황녀라는 인물은 무척이나 위험한 인물이었다.

     

   「하우란 공, 한 가지 부탁이 있네.」

     

   그런 하우란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때.

   그를 찾아온 시즐리가 대뜸 부탁을 해왔다.

     

   「오늘 내로 내가 호명하는 첩자를 잡아주면 좋겠네.」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첩자를 이제야 잡아 달라는 시즐리의 말.

   그 말에 담긴 의중을 하우란은 바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잡으려면 진작 잡을 수 있었을 텐데도 그녀가 뜸을 들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을 알 수 없어 의문을 보이고 있으니 시즐리가 잔망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첩자를 잡으면 사건이 터질 걸세. 그것도 제국 전체를 뒤흔들만한 사건이.」

   「사건 말입니까?」

     

   하우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 전체를 뒤흔들 사건이라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아마 세계 침식자가 나타나 제국 여기저기에 혼란을 주려 할 걸세. 시그린 언니께서 익시온과 손을 잡았거든.

   첩자는 눈속임용, 진짜는 그들일세. 그들은 제국을 멸망시킬 작정이지.」

     

   그리고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3황녀가 세계 침식자 집단, 익시온과 손을 잡다니.

   제국 전체가 뒤집힐 만한 이야기였다.

     

   「4황녀님, 앞서 하신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익시온을 역으로 함정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번 첩자 건에 맞춰 움직이신 겁니까?」

     

   그런 거라면 하우란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들은 시즐리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틀어 올린 입술과 함께 말을 이었다.

     

   「황가는 이번 일과 관련 없네. 황가도 아마 이제 막 익시온과 시그린 언니가 손을 잡았다는 걸 알아차렸을 테니까.」

     

   다음 말은 하우란을 더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지금 시즐리가 하는 말은 즉, 시즐리 혼자 한 독단적인 판단이라는 소리였다.

     

   「그걸, 왜.」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황가에 알리지 않았느냐고 하우란이 묻고자 했다.

     

   그도 그럴 게 제국의 멸망이 걸린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시즐리는 하우란의 말이 채 이어지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제국은 한 번 크게 흔들릴 필요성이 있네.」

   「그게 무슨.」

   「현재 제국은 나라의 여러 세력이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네. 대표적으로 지방 귀족들이 그러하지.」

     

   중앙 귀족과 지방 귀족의 세력전은 예전부터 유명한 일이었다.

     

   황가에게서도 꾸준히 지방 세력 귀족을 끌어들이려 해왔으나.

   제국이 워낙 크다 보니 아무리 해도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한 여러 세력이 뭉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통된 목표가 없기 때문이지.

   공통된 목표가 없는 이들은 꾸준히 제국을 나눠 먹고, 끝내는 제국을 분열시킬 걸세.」

   「그 공통의 적을 익시온으로 하시겠다는 소립니까? 하지만 너무 큰 리스크입니다.

   그들이 파놓은 함정이 제국을 무너트린다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하다못해 황가에 알려 대비는 해놨어야 한다고 하우란은 소리쳤다.

   하지만 그 소리침에도 시즐리의 얼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국은 무너지지 않을 걸세. 그 정도로 무너질 만큼 지금의 제국은 약하지 않거든.

   애초에 시기에 맞춰 황가에 내 연락이 도착하도록 붙여 놓았으니. 대비는 그리 늦지 않아.」

     

   시즐리는 제국과 황가의 진짜 힘을 알고 있다.

   황제가 멀쩡한 이상 이번 익시온의 제국 멸망 시도는 반드시 막힌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피해는 있을 것이다.

   익시온 쪽에서 눈이 돌아가 더한 짓을 벌인다면 피해는 훨씬 커지겠지.

     

   그러나 피해가 클수록 제국은 더 공통된 적을 향해 적의를 가질 것이다.

     

   「딱 한 번이면 되네.」

     

   모두가 공통된 목표를 가진 그 순간.

   시즐리는 제국을 통합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것도 설령 공통된 목표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우란은 시즐리에게 범상치 않은 광기를 엿보았다.

   그녀가 제국을 위하는 마음은 범인의 것을 한참 넘어 있었다.

     

   그동안 황가에서 손을 떼었던 그녀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리고 이번 일로 벌어질 사건들을 해결해줄 주역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주역 말입니까?」

     

   주역이라는 말에 하우란이 의문을 품은 순간.

     

   「조만간 별칭을 받게 될 텐데. 그 전에 큰 사건 하나 정도는 해결해줘야 이름값도 올라가지 않겠나.」

     

   하우란은 그것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았다.

     

   크라슈 발하임.

   황가가 공인한 시즐리의 약혼자 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그동안 받은 게 있어서 말이지. 그리고 내 쪽에서 황가에 이것저것 막무가내로 우겨 보려면 그가 여기서 더 명성을 떨쳐야 한다네.」

   

   

   

   

     

   그 말을 하는 시즐리는 늘 짓는 잔망스러운 웃음이 아닌 진심이 담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더불어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았다.

     

   시즐리는 이제 제국만을 위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커다란 목표에 또 다른 이가 한 명 들어서 있었다.

     

   에파니아 황가의 백룡의 핏줄에는 못된 버릇이 있었다.

   그건 바로 마음에 드는 것은 반드시 손에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어떤 방식이라 하든.

   황가의 핏줄은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자 절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황가에 태어난 이들은 대부분 그것이 황제의 자리였다.

   그러나 하우란은 시즐리가 쥐고자 하는 것은 다름을 깨달았다.

     

   그녀가 쥐고 싶어 하는 것은 크라슈 발하임.

   그 소년이었다.

     

   그것이 욕망인지 애정인지 사랑인지.

   지금은 시즐리 본인도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그녀의 못된 버릇을 깨운 것은 그가 분명했다.

     

   그러니 시즐리는 제국 전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크라슈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자신의 발아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우란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시즐리 에파니아라는 인물은 상상 이상으로 두려운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른 의미의 두려움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왜 자신에게 알려주는가.

     

   「내가 자네에게 이 얘기를 왜 해주는지 궁금한 게지?」

     

   시즐리는 하우란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

   그녀의 머리 위에 진 음영이 시즐리를 덮었다.

     

   그녀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마녀처럼 비치었다.

     

   「일종의 거래일세. 자네라면 자네의 딸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란 걸 나는 알거든.」

     

   딸이 언급되자 하우란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시즐리가 원하는 것이었다.

     

   「크라슈의 곁에 하링이 함께 있을 수 있게 도와주겠네.」

     

   하우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크라슈를 손에 쥐고 싶어 하는 시즐리가 설마하니 그런 말을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네도 나와 그를 적극적으로 돕게. 당장 이번에 할 일은 그래, 첩자를 잡고, 크라슈가 익시온을 훌륭히 무찌를 수 있게 해주는 거겠군.

   그리고 라그렌의 힘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지.」

     

   라그렌을 위험에 빠트린 익시온을 처치한 것은 크라슈다라고.

     

   「물론 라그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게. 라그렌이 위험해질 상황이라면 이쪽 이야기는 잊어도 좋네.」

     

   시즐리는 그 말을 남기고 하우란의 집무실 문을 열었다.

     

   「어차피 결과는 그리 달라지지는 않을 테니.」

     

   대체 그녀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하우란은 깨어나면 안 될 이가 깨어났음을 깨닫고, 조용히 의자에 주저앉아야 했다.

   딸을 향한 근심 걱정을 가득 채운 채로 말이다.

     

   그렇게 지금.

   시즐리의 예상대로 첩자를 잡아내자 익시온이 나타났다.

     

   그들은 라그렌의 건물에 진한 안개를 쳤다.

     

   하우란은 즉시, 라그렌에게 비상 명령을 내리고 최우선 보호 대상인 시즐리의 방 앞에 대기했다.

     

   앞선 일이 어찌 됐든 그는 시즐리만큼은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

   그녀는 제국의 황녀니까.

     

   뚜벅-

     

   그 순간 복도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곳에는 분명 라그렌의 직속 기사단이 상주하고 있었을 텐데.

   발걸음의 주인은 멈추지 않고,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차례 숨을 내쉰 하우란이 손을 들어 올렸다.

     

   손톱이 솟아난 손에서 보랏빛의 독기가 넘실거리며 흘러나왔다.

   그 독기만으로 주위의 물건들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녹아 내려갔다.

     

   “아주 개나 소나, 나를 우습게 보기라도 하는 모양이군.”

     

   하우란의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선명하게 빛났다.

     

   시즐리는 모든 결과는 정해진 대로 흘러갈 거라 했다.

   그렇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는 자기가 할 일을 하면 됐다.

     

   그가 할 일은 간단하다.

     

   독왕, 하우란 라그렌.

   라그렌 가문의 가주답게 라그렌을 지켜낸다.

     

   “독의 정원에 발을 들인 걸 뼈가 녹도록 후회시켜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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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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