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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318 – 아카데미의 감시자>

     

    지금은 재단에 의해 엄중히 출입자가 통제되는 훈련의 탑이지만 먼 과거에는 수많은 모험가들이 용사가 되겠다는 꿈과 희망을 품고 탑을 찾아갔다.

    재해급 몬스터들이 날뛰며 지형이 바뀌고, 한 때 대륙이었던 지형이 열도가 된 지금.

    그 많던 모험가들의 행렬은 뚝 끊기고 세간에는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훈련의 탑의 존재를 고문서를 통해 해독하고 방문한 이사장은 탑의 진가를 이용해왔다.

    +7강까지의 확정적인 강화.

    이 또한 이사장이 현재의 부를 쌓아올리는데 큰 공헌을 한 요소였다.

     

    ‘탑의 진가는 이미 전부 파악했다. 그것이 어리석은 오만이었다니.’

     

    실로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탑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유지보수에 불필요한 ‘불순물’은 어떻게 되는가.

    모두 마법이라는 편리한 존재와 엮어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무시했던 개념이었다.

    오크노디는 그 허를 찔러서 훈련의 탑을 방문했던 역대 모험가들의 배낭을 모조리 강화재료로 써먹었다.

    심지어 모험가들도 보통 모험가들이 아니다.

    용사파티 전용 훈련의 탑을 노릴 정도로 충분한 실력을 지닌 모험가들이니 그들이 지닌 배낭도 기본적으로 +3강에서 심지어는 +5강 배낭도 있었다.

    고강배낭의 전리품 수용효과를 눈여겨본 한 용사에 의해 탄생한 용사파티의 ‘짐꾼’이라는 새로운 포지션이 모험가들에게도 전해지고 유행을 탄 결과다.

     

    “힝. 아깝당. 스티커 한 장만 남길걸.”

     

    확정강화에 쓰느라 스티커를 다 쓰고도 강화할 배낭이 워낙 많았던 탓에 몇 번은 강화실패로 재료를 터뜨리기도 했던 오크노디.

    그런데도 기어이 목표로 했던 강화를 끝마친 그녀의 배낭배낭은 수많은 10강 배낭을 보관했다.

     

    “괜찮다면 그 배낭배낭의 상세제원을 감정주문서로 열람해도 되겠습니까?”

    “엣. 싫어요. 이런 귀한 건 정보가 새어나가면 안 된다고요!”

    “유니크등급의 요리와 교환하죠.”

    “음… 세 개!”

    “좋습니다.”

    “대신 혼자 봐야 해요?”

    “약속하죠.”

     

    모든 마법배낭을 담은 가장 특별한 배낭.

    그 상세제원이 감정스크롤 위로 떠올랐다.

     

    ━━━

    <배낭배낭2호(유물(+12강), 귀속)>

    등급 – 레어 3급

    설명 – 훈련의 탑에서 쌓이고 쌓인 배낭을 강화하여 만들어낸 배낭. 이 배낭에는 배낭만 넣을 수 있다. 착용 도중에는 배낭의 저주로 인해 성장이 정지된다.

    효과1 – 수용량 확장(100칸)

    효과2 – 최대보관중량 확장(10톤)

    효과3 – 4위계 이하 물리파손보호

    효과4 – 4위계 이하 마법파손보호

    효과5 – 침수, 부식 등의 상태이상보호

    효과6 – 배낭 내 물품 중량 완전경감

    효과7 – 서치 기능으로 내용물을 검색해서 반입할 수 있다.

    효과8 – 이 배낭에는 배낭만 넣을 수 있다.

    효과9 – 이 배낭을 착용하는 동안은 키가 자라거나 체중이 늘어나지 않는다.

    감정가 – 금화 1만매, 1백만 포인트

    ━━━

    현재 보관중인 배낭목록(32)

    배낭배낭1호, 무기배낭, 방어구배낭…

    ━━━

     

    …엄청나다.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스펙이었다.

    한 종류의 물건만 보관할 수 있는 <전문화> 페널티를 우회하고자 배낭만 넣을 수 있는 배낭을 만들어 다른 전문화 배낭들을 보관한다.

    내용물을 일일이 번거롭게 찾아 헤맬 필요도 없이 서치기능도 제대로 집어넣었다.

    그에 수반되는 강력한 페널티는 <신체성장동결> 이라는 특수한 페널티로 상쇄!

     

    ‘용사파티의 짐꾼이 부활한다면 이런 가방을 가지고 다니겠군요.’

     

    이 배낭 하나만 있어도 짐꾼에게도 금패를 들려줘야 할 수준이다.

    물론 페널티는 가볍지 않다.

    키가 자라지 않는다.

    체중이 늘지 않는다.

    성장이 끝난 사람에게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페널티다운 페널티도 아닌 요소다.

    어린 나이부터 높은 잠재력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용사파티로서는 절대로 착용해서는 안 될 배낭!

    그렇기에 페널티를 대신 짊어질 사람을 둔다.

    성장을 포기하고 짐꾼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사람이 있다면 이 배낭은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그런 우회법을 오크노디는 <귀속>이라는 요소로 차단하였다.

    배낭을 강화하면서 하나씩 개방할 수 있는 상승효과에 어찌보면 페널티로 여길 수 있는 귀속을 추가해서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높였다.

    그렇기에 각 배낭들이 지니는 효과는 더욱 커졌다.

    위험이 클수록 보상도 커진다.

    강화의 교환조건을 제대로 고려한 결과물이다.

     

    “이 배낭을 짊어지며 감수해야 할 대가가 두렵지도 않습니까? 당신은 아직 어립니다. 당장은 가볍게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대가가 체감될 겁니다.”

     

    이사장도 바보라서 자신의 컬렉션을 배낭배낭 속에 종류별로 컬렉션배낭을 만들어서 채워넣고 다니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성장이 끝난 그조차도 이 배낭이 지닌 위험성이 한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성장의 문제는 차라리 사소한 축에 속한다.

     

    “만일 힘겹게 모은 수집품들이 고위계 공격에 당해 파손되면 그때는 어떡할 겁니까?”

     

    하루아침에 모든 컬렉션을 잃어버리게 된다.

    물론 컬렉션의 판정은 두 가지가 있다.

    소지판정과 기록판정.

    소지판정은 그저 자신의 소유물로 가지는 것만으로 적용되지만 컬렉션에 포함되는 기록판정은 해당 물건을 24시간 품에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입수된다.

    이 배낭은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기록판정을 얻기에 수월하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컬렉션 효과는 얻을 수 있을지라도 얻은 물건을 한 방에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파산을 뜻하는 것과 다름없다.

    가령 음식만 해도 그렇다.

    아이템이야 모으면 수집효과가 뜨더라도 식품도감은 1인분을 완식하지 않으면 수집판정이 뜨지 않는다.

    소지도 기록도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 식품도감처럼 까다로운 판정을 지닌 도감도 적지 않다.

    긴 시간을 들여 다 채우려고 모아둔 수집품을 판정을 얻기도 전에 날려버리면 그때 입을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 고위계에 당해도 파괴되지 않을 정도로 계속 강화하면 되죠! 이건 엔딩까지 가져가면서 계속 강화할 종결템이라고요?”

     

    흥미롭다.

    이 아이가 바라보는 세계는 다른 이의 세계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본인의 지혜인가.

    아니면 이 아이의 스승이 된 디스트로이어의 지혜인가.

    어느 쪽이든 이 지혜는 날카롭다.

    연마하면 어디까지 날이 설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쩌면 그 드래곤교장에게도 한칼 정도는 먹일 따끔한 한 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파파는 강화소를 두고 왜 강화사를 따로 고용했어요? 70층도 못 올라가서 고용한 줄 알았더니 엘리베이터로 올라왔잖아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저는 강화사를 고용한 적이 없답니다.”

    “응…? 그럼 배에서 티토소가의 조명대를 강화해줬다던 강화사 대장장이는 누구에요?”

    “퍼거슨이라는 이름의 대장장이입니다. 신원은 이미 확인 중입니다.”

    “아앗.”

     

    아이의 표정이 처음으로 겁에 질렸다.

    비탄의 스테이크를 먹을 때에도, 재단의 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때에도 겁에 질린 적 없던 아이의 약한 모습은 흥미를 일으켰다.

    퍼거슨이라는 대장장이에게 뭐가 있나?

     

    “생산학부의 <강화강화땅땅> 강의를 가르치는 교수님이잖아요!”

     

    아카데미 교수면 놀랄 만도 했군.

    하지만 성가시게 되었다.

    이번에야말로 드래곤교장을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크루즈선에만 교수가 둘이나 파고들었다.

    레이브는 죽였다.

    이건 이득이다.

    하지만 대장장이 교수의 접근은 오크노디가 아니라면 눈치 채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교수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새로운 교수가 등장했다는 뜻이다.

    그걸 오크노디는 어떻게 알았을까.

     

    “요리사들이 바빠지겠군요.”

     

    묻고 싶은 것이 점점 늘어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궁금증을 전부 해소하려면 유니크요리가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 *

     

     

    퍼거슨은 교장의 부름을 떠올렸다.

     

    -크루즈선에 탑승해서 아이들의 뒤를 봐주게. 교수 중에 재단에 포섭된 이가 나타났어.

     

    교장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레이브 교수의 밀항을 그는 진즉 눈치 챘다.

    몰래 배에 탑승한 레이브와 달리, 배에서 근무하던 대장장이 한 명을 포섭해서 신분을 위조하고 정식으로 탑승했으니까.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돌아다닐 수 있는 범위가 달랐다.

    이는 곧 정보량의 차이로 이어졌다.

     

    “쯧쯧. 청년치매가 요즘 그리도 극성이라더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퍼거슨은 금단의 강화기술을 꺼내어 배를 빠르게 혼란에 빠뜨렸다.

    목적지인 무인도에 특수화물선이 먼저 들렀으며 블루메탈쥐들이 살포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하는 순간, 퍼거슨은 함정을 깨달았다.

    저 무인도는 금속술사에게 유리하다.

    바다라는 환경으로 빙결술사인 레이브를 꿰어내기에 최적화된 함정이었다.

    혼란을 돕고자 조명대를 강화시키며 선상반란으로 학생들이 실컷 날뛰도록 도왔다.

    레이브는 혼란을 틈타 무인도로 건너갔고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조차도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

    안라게의 사도의 폭주.

    오크노디의 안배 덕분에 제 진가를 다 발휘하지 못하고 쓰러졌지만 퍼거슨은 자칫 학생들의 영혼이 안라게의 신자들의 영혼과 바꿔치기 당할지도 몰랐다는 사실에 상당한 섬뜩함을 느꼈다.

    그는 생산학부 교수.

    고강장비를 다 꺼내면 상당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는 있을지라도 안라게의 사도를 막을 자신은 없었다.

    영혼을 바꿔치기 하는 계약의 순간에 신체를 강화해버리자.

    의도적으로 <강화실패>에 동반되는 파괴현상을 이용해 영혼을 터뜨리는 것만이 그가 지닌 승산이었으나 희생은 필연적이다.

    역류현상을 통해 몇몇 학생들은 제 영혼의 그릇으로 되돌아가겠지만 일부는 혼수상태가 되어 그대로 식물인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그때는 사령학과 영혼을 다루는 기술에 능숙한 교수라도 불러와야겠지.

    늦으면 학생 몇 명이 죽는 것이고.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큼은 했다.

    그런 퍼거슨의 계획을 오크노디는 성큼 뛰어넘어서 학생들 전원을 구출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오크노디 한 명이라도 구하게.

     

    용사가 아닌 오크노디를 우선시 한 이유를 이제는 그도 알아차렸다.

    힘이 아닌 지혜의 깊이가 다르다.

    그런 아이가 지금 재단의 이사장과 만나 이사장의 저택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탑에서 벌써 며칠째 무언가를 하고 있다.

     

    ‘폭격이라도 요청해야 하나?’

     

    한시라도 빨리 오크노디를 저택에서 꺼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던 그에게 재단에서 사람이 나왔다.

     

    “퍼거슨 교수.”

    “으잉? 사람 잘못 보셨어. 난 대장장이야.”

    “당신이 생산학부 교수내정자임은 이미 확인되었습니다. 아카데미 측의 감시자로서의 신분은 발각되었으니 시치미 뗄 필요는 없습니다.”

    “…재단대리인 조나. 시치미 뗄 필요가 없다면 대놓고 말하지. 우리 애들은 언제 풀어줄 거지?”

    “걱정 마십시오. 학생들은 오늘 배를 통해 돌아갈 예정입니다. 오늘은 그것을 전달하고자 왔습니다.”

     

    잠시 후, 조나의 말대로 저택에서 학생들이 나왔다.

    하나같이 손에 +5강 장비를 들고 나오는 것은 꺼림칙했지만 재단에서 아카데미 학생을 포섭하려 드는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다.

    강화사인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재단에서는 아카데미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따라할 수 있다며 과시라도 하는 거겠지.

    적지 않은 보상이다.

    몇몇은 +10강 장비마저 지니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아카데미에서도 입 싹 닫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한 학기 빠르게 보물고를 개방해서 애들 손에 뭐라도 들려주고 몸에 좋은 것도 입에 물려주고 재단으로 마음이 향하기 전에 달래줘야겠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귀찮고 성가신 일은 교장이나 다른 교직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의 역할은 학생들을 데리고 오는 선에서 끝난다.

    최악의 경우라도 오크노디 한 명의 안전만 확보하면 충분했다.

     

    “단, 학생 두 명은 따로 복귀 할 예정이오니 이 점은 양해 바랍니다.”

     

    물론 재단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아카데미 좋을 짓을 하지는 않았다.

    크루즈선으로 돌아온 학생들 사이에는 오크노디가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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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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