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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9

        

       위화감.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진다.

         

       뭐라고 해야 할까.

       평소 같으면서도 평소 같지 않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도저히 말로는,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기묘함이 다른 사람들에게 느껴졌다.

         

       토키타카는 그 기묘한 느낌에 정신을 집중해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직접적으로 살펴보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무례였으니까.

       심지어 이들은 하나하나가 거물이었으니, 당연히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지양하는 것이 옳았다.

         

       그는 눈치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연예계에서 자신을 우뚝 서게 만든 또 다른 특기, 아닌 척하면서 자세하게 관찰하는 그만의 특기를 사용해서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저택을 둘러보는 척하면서 슬쩍슬쩍 시야에 다른 사람을 담았고, 귀를 쫑긋 세워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이번에 아드님이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하하. 이거, 들으셨습니까? 그냥 주위에 살짝 자랑했을 뿐인데 사장님의 귀까지 들어가다니….”

         

       “저 역시 아들놈 하나를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 때문인지 교육에 관련된 거라면 귀를 쫑긋 세우게 되더군요.”

         

       “아, 사장님의 아드님도 좋은 학교에 들어갔다고 알고 있는데요. 중고일관교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렇기는 하지요. 하지만 중고일관교라고 해도 뭐…. 교토 헤이세이 이능력 특성화 고등학교에 비해서는 빛이 바래지 않겠습니까?”

         

       “이거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아들놈이 뛰어났다기보다는 그냥 재주 하나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요. 진짜 대단한 것은 가쿠슈인 남자 중학교에서도 상위권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사장님의 아드님이 아니겠습니까?”

         

       가장 먼저 들린 것은 계단을 올라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였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식과 교육 이야기로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은근히 서로의 자식들을 칭찬하면서 자신들의 자식을 자랑하는 것에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했다.

         

       물론 단순히 아들 자랑에 지나지 않는 대화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 자체는 꽤 귀중한 것이었다.

         

       게이레츠에 속해 있는 기업의 자회사 사장에, 외국계 기업의 이사.

       빈말로라도 가벼운 위치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그들이 입에 담고 있는 자식들 역시 만만치가 않다.

         

       졸업 후 정부에서 온갖 혜택을 주면서 모셔가려고 난리 친다는 교토 헤이세이 이능력 특성화 고등학교 입학자에, 황족이 다니는 학교인 가쿠슈인 중고일관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뽐내고 있는 아들이라.

         

       아버지의 권력이 없더라도 인맥을 쌓아두어서 손해 볼 일이 없으리라.

         

       ‘한 명은 유명 이능력 학교에, 한 명은 황족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이거 얼굴만 좀 괜찮으면 문무겸비(文武兼備)를 컨셉으로 그룹을 만들어서 아이돌로 데뷔시켜도…?’

         

       토키타카는 자신도 모르게 둘을 데뷔시키면 얼마나 인기를 끌지 생각해버렸다.

         

       당연하게도 그의 ‘견적’을 보건대 아무리 못 해도 중박 이상, 운이 좋으면 일본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을 크게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다. 뭐가 아쉬워서 아이돌을 하겠어.’

         

       그는 이내 마음을 접어버렸다.

         

       하나같이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뭐 하러 힘들고 불확실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아이돌을 하겠는가.

         

       심지어 집안이라도 아쉬우면 모른다.

       집안도 빵빵하고, 돈도 많고, 연줄도 많고, 재능도 있다.

       그의 제안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라고 할지라도, 저 사람들을 설득해서 아이돌로 데뷔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잘 된다면 좋은 일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 둘을 적으로 돌리게 되는 리스크를 짊어지게 될 테니까.

         

       토키타카는 그렇게 단념하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테라스에 나와서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었다.

         

       ‘색을 보니 홍차로 보이고…. 곁들이는 디저트는 스콘?’

         

       보기에는 이상한 것이 없었다.

       테라스에 나와서 티타임 즐기는 게 뭐 특이한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일까?

         

       왜 저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지는 걸까?

         

       ‘뭐지?’

         

       모락모락 김이 나는 홍차.

       홍차에 곁들여서 먹는 스콘.

         

       이상한 것이 없다.

         

       테이블 위에 저 두 개만 단출하게 올라온 것이야 뭐…. 이상한 것이 없고.

         

       남자가 홍차를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고, 잼에 스콘을 바르고, 스콘을 입에 가져다 대고, 다시 찻잔을 들어서 홍차를 마시고, 홍차를 다시 내려놓은 다음 잼을 꺼내서 스콘에 붓고, 잼이 부어진 스콘을 다른 스콘에 비벼서 잼을 바르고 다시 입에 가져다 대고, 그 맛에 감탄한 모양인지 손등으로 박수하고….

         

       ‘그래. 이상한 건 없어.’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토키타카는 위화감과 위화감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는 결국에는 의뭉스러운 얼굴로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갔다.

         

       사람들은 사전에 무슨 이야기라도 들은 모양인지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저벅거리는 소리나 인기척, 묘한 냄새를 풍기면서 문 하나에 도달했다.

         

       멋들어진 붓글씨로 연회의 방(宴会の房)이라고 적혀있는 그곳은 고풍스러운 외견을 자랑하고 있었다.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서양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문 자체만으로도 예술품으로 취급할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사람들은 열린 문 사이로 한 명씩 한 명씩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었다.

         

       토키타카가 보기에 그 모습은, 조금 이상해 보였다.

         

       ‘왜 문을 조금만 열고, 굳이 한 줄로 들어가는 거지?’

         

       신원 확인을 한다거나,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인사를 나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문이 사람 한 명 넉넉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열려있고, 사람들은 그곳을 통해 한 줄로 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인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또 이상한 것이, 안에 들어간 사람이 줄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을 밀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문을 더 열 생각을 하지도 않고, 줄을 선 사람을 밀치거나 남은 틈새에 비집고 들어가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질서정연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무례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더 기이한 것은.

         

       “오츠카레사마데시타(お疲れ様でした).”

         

       문 근처에 있는 무녀 한 명이 나가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츠카레사마데시타.

         

       수고하셨습니다.

         

       얼핏 이상한 점이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지금 이 별장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생각해보자면, 조금 부적절해 보이기는 했다.

         

       예법에 틀린 점은 없으나, 권력자와 부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것도 윗사람이나 동급의 사람이 아닌, 아랫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특히 저 무녀는 ‘축복’을 걸어준 차기 신관도 아니고, 그 차기 신관의 밑에서 일하는 무녀로 보이는…명백한 ‘아랫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수고했다고 인사를 한다…?

         

       그리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단 한 사람이라도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 대접이 성공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차기 신관이 젊던데. 혹시 젊어서 예법 같은 것을 잘 모르나?’

         

       하지만 토키타카는 그 모습에 속으로 쯧, 하고 혀를 차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예법이라는 것은 사소한 것에도 크게 달라지는 법이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도 달라서 정답이라는 것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게다가 세세하게 들어가면 습득하기도 어려운지라, 어린 사람이라면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뭐…. 대단한 실수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냥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무려 ‘축복’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이다.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사람의 아랫사람이 실수했다고 크게 화를 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토키타카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줄이 줄어들수록, 줄어드는 줄에 맞춰 걸어갈수록 그의 몸은 문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줄은 의외로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키타카가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토키타카는 사람들이 앞서 그러했듯, 연회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 얘야. 너는 눈치가 빨랐지. 』

       『 하지만 말이다. 그 눈치만 믿고 부주의하게 다니는 일이 많아. 』

       『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그렇지. 문 열리는 소리만 듣고 거침없이 발을 디디곤 해. 그거 몹시 나쁜 버릇이란다. 』

       『 과하게 주의하라는 말이 아니란다. 다만 적어도 한 번은 가야 하는 곳을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겠니? 』

         

       토키타카의 머릿속에 할머니가 옛날에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가 초등학교를 다닐 적, 부주의하게 이곳저곳 돌아다녔을 때 충고라고 했던 말이었다.

       할머니를 잘 따랐던 당시의 토키타카는 그 말을 잘 지켰고, 엘리베이터나 건널목을 건너기 전에 꼭 한 번은 고개를 들어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그는 그 충고를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를 무시하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차에 치이는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그는 지금까지도 수시로 고개를 똑바로 들어 앞을 확인해보곤 했었다.

         

       그런데….

       왜 지금, 갑자기 그 어릴 적의 일이 떠오른 것인가?

         

       토키타카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문에 들어가는 대신, 가만히 선 채 문 안쪽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것은 없는데….’

         

       이상한 점은 없었다.

       불을 제대로 켜놓지는 않았는지 좀 껌껌하기는 했지만, 여자아이가 웃고 떠드는 소리나 남자와 여자가 떠드는 소리가 뭉개져서 들리기도 했고, 여러 사람이 연회의 방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도 보였다. 얼굴이 조금 창백해 보이기는 했으나 저런 모습이야 뭐 관리가 제대로 안 되거나, 일에 치이거나, 흉가에 대한 소문 때문에 겁을 먹었다면 있을 수 있는 모습이니 큰 이상은 없었다.

       그 외의 것이라면 뭐, 연회를 즐기면서 먹으라고 테이블 위에 음식 같은 것을 놓아둔 것이 보였다. 어두컴컴해서 무슨 음식인지는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양을 보자면 과일이나 간단한 핑거푸드처럼 보였다.

       알코올 냄새도 풍기는 것을 보니 술도 준비한 모양이었는데, 술은 와인에서 풍기는 특유의 냄새와 쌀로 담가서 만든 술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뭐가 문제지?’

         

       연회의 방 안이 어두컴컴하기는 했다.

       하지만 크게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어두컴컴해서 테이블이나 그 위에 올려진 음식들이 윤곽만 보일 정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 얼굴들도 뚜렷하게 보이고, 나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리고.

       아무 문제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머리로는 이상이 없다고 알고 있음에도, 본능이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었다.

         

       들어가지 마라.

       들어가서는 안 된다.

         

       토키타카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한 그 기묘한 느낌에, 할머니가 자기 어깨를 부여잡고 못 가게 막는 듯한 그 느낌에 쩝 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안 들어가십니까?”

         

       그가 계속 들어가기를 망설인 까닭일까?

       뒤에 있던 사람이 그에게 재촉했다.

         

       거칠거칠한 피부, 얼굴 곳곳에 나 있는 검버섯 약간.

       자기관리가 잘 되어있지 않은 듯한 남자였다.

         

       그는 약간 짜증 섞인 얼굴로 토키타카를 바라보고 있었고, 갈 거면 가고 말 거면 말라는 재촉을 담아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토키타카는 남자의 재촉에 화들짝 놀라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남자는 ‘들어가지 않을 거면 진작 비키지.’라는 책망 섞인 눈초리로 그를 한 번 훑어보고는 그대로 안으로 발을 디뎠다.

         

       토키타카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래. 뭔진 모르겠지만 느낌이 안 좋으니….’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등을 돌렸다.

         

       이 묘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서 야외 테라스에서 바람이라도 쐴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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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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