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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9

        

       “7일차 경합을 시작하겠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7일차 경합이 시작되었다.

        

       7번은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하고…목패를 꾸욱 쥐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세게 목패를 쥔 7번의 행동에 시험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안타까운 탄식을 흘렸다.

        

       “허어, 또 원하는 목패가 나오지 않은 모양이군.”

        

       “운이 없었나 보군…”

        

       7번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운, 운이라.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은 이게 마지막이었다. 지난 6일간 문파들에서 치러지는 시험은 모두 파악했고 그중에서 체력적인 면이나 기량적인 면을 따져 보았을 때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시험은 진작에 통과했다.

        

       ‘남은 시간동안 발악한다고 해도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 몇 개나 될까.’

        

       끽해야 한 개, 두 개의 증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서른 개가 넘도록 나오지 않았던 적색과 주황색이 그 사이에 섞여 있을 리가 있겠는가.

        

       “….끝났군.”

        

       7번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천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을 사람이 어찌 극복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7번이 고개를 떨구었을 때였다.

        

       작은 손에 들린 엿조각이 불쑥 눈 앞에 나타났다.

        

       “드시지요.”

        

       7번은 자신에게 엿조각을 내민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군. 7번은 7일간 자신을 따라다니며 자신을 응원해 준 혁기린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감사합..으읍!?”

        

       지난 7일간 열렬하게 응원해 주어서 고맙다.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등등의 말을 꺼내려 했던 7번은 입 속에 들어온 엿조각에 당황했다.

        

       “자자, 더 드세요. 단 것을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기 마련입니다.”

        

       “으읍! 읍?!”

        

       입을 열 때마다 들어오는 엿조각! 혁기린의 손에 마구 엿을 먹은 7번이 혁기린의 팔을 잡고 제지하려 했으나.

        

       ‘무슨 힘이…?!’

        

       혁기린을 힘으로 제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야말로 볼이 미어터질 때까지 강제로 엿을 먹은 7번이 입안 가득 끈적하게 달라붙은 엿조각들을 어떻게 녹이고 있을 때였다.

        

       “단걸 드시니 조금은 힘이 나십니까?”

        

       7번은 뭐라 항변하고 싶었지만 입 안에 끈적한 엿이 가득차 옹알이 같은 말만 나올 뿐이었다.

        

       “마지막 날이고 아직 기회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쟁취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7번은 부정적인 말을 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사실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의도가 그렇다는 뜻이었다.

        

       자신을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응원해주던 혁기린에게 부정적인 말을 건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시간은 남았습니다. 주저앉은 채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지요. 훗날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주저앉은 것을 후회할지 모릅니다.”

        

       ‘후회…’

        

       “그러니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후련하게 도전해 보셔야지요.”

        

       빙그레 웃는 혁기린의 미소에…7번은 그저 입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숙여보일 수밖에 없었다.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주는 혁기린을 보고 있자니 부끄러움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래 도전하자.’

        

       7번은 자리에서 일어나 7일간 만들어낸 시험지도를 펼쳤다. 가벼운 체중과 부족한 완력으로는 헤쳐나가기 힘든 시험들이 대다수였….

        

       “…잠깐.”

        

       7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가벼운 체중? 부족한 완력? 끝끝내 모으지 못한 붉은색과 주황색 패?

        

       7번은 홀린 듯이 지도를 응시했다.

        

       ‘내가…가장 많이 모은 패는 바로 청색 패였다.’

        

       7번은 지도에서 청색패를 얻은 문파의 시험을 확인했다. 던져지는 붉은 공 사이에서 푸른 공 잡기. 제한 시간 내에 장애물 넘기. 기와가 바닥에 닿기 전에 격파하기.

        

       전부 빠른 속도가 필요한 시험들이었다.

        

       ‘다음으로 많이 얻은 녹색 패…!’

        

       전부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험들이었다.

        

       순간적으로 7번의 머릿속에 오늘 아침, 이 경합이 공평하다고 외쳤던 33번의 모습이 떠올랐다.

        

       7번은 홀린 듯이 걷기 시작했다. 목표는 영영문. 체중과 근력 양쪽으로 다른 수련자들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는 7번이 절대 참가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시험을 준비한 문파였다.

        

       “도전하겠소?”

        

       “예.”

        

       영영문이 준비한 바위 앞에 선 7번은 숨이 턱 막혔다. 가볍게 손으로 밀어 보았으나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으아아악!”

        

       “이야아아앗!”

        

       어디 가도 장사 소리 들을 것 같은 몸을 지닌 응시자들이 연신 악을 쓰며 바위를 밀고 있었다. 7번은 그 땀내 나는 광경에 잠시 기가 질렸지만 이내 이를 악물고 바위에 어깨를 붙였다.

        

       지이익.

        

       온 힘을 다해 바위를 밀어 보았지만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밀려나는 발에 7번은 잠시 의지가 꺾일 뻔 했지만.

        

       “힘내세요!”

        

       언제나와 같이 폴짝거리며 응원을 시작한 혁기린의 목소리를 들은 7번은 이를 악물고 더욱더 자세를 낮추며 하체에 힘을 주었다.

        

       “으아아아악!!”

        

       바위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7번은 바위를 밀면서 자신의 부족한 완력을 절감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악을 썼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이곳에서는 분명…주황색이나 붉은색의 패를 줄 것이다!’

        

       7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렇게 생각했다.

        

       뇌검낭인은 시험에 통과하면 패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뇌검낭인은 패를 주는 기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패를 주는 기준이 무작위라고 확신했을까.’

        

       소문.

        

       운에 따라 패의 색이 정해진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1번이 시험을 열다섯 개나 통과했는데 아직도 패를 다 못모았다더라.

        

       그런 소문을 언급하는 자가 과연 1번이 어떤 시험을 치렀는지, 15개의 시험을 모두 나열할까?

        

       어째서 15개의 시험을 통과했는데도 모든 패를 모으지 못했을까.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소문에 녹아있지 않으니 그저 사람들은 ‘운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소문을 그대로 믿었다.

        

       왜 그랬을까.

        

       7번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편이 더 멋있어 보이니까, 더 쉬운 길이니까.’

        

       비슷한 경향성을 지닌 도전에서 같은 색이 나왔다면 도전의 종류에 따라 다른 색의 패를 주는 것이 아닐까, 충분히 의심을 품을 법한 일이었다.

        

       그러나 7번은 무의식적으로 그 가능성을 부정하며 패의 색이 ‘운빨’이라 여기며 자신이 유리한 시험만을 빠른 속도로 돌 궁리에만 몰두했다.

        

       왜냐하면 수많은 군중들의 함성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생 처음 명성이라는 것을 맛봤고, 그걸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악을 쓰고 연신 바닥을 헛디뎌가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보여 주느니, 공중제비를 돌며 날아오는 공을 멋들어지게 피하는 게 나으니까.

        

       문파 앞에 모여 있는 군중들 앞에서, 그리고 자신을 응원하며 따라와주는 응원 인파 앞에서 처참하게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실패하더라도 멋있게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도전이라는 단에 한 마디에 유추할 수 있었던 사실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전을 기피했다.’

       

        

       1번부터 10번, 501번부터 510번까지. 왜 수석이라 부를 수 있는 자들이 수십 개의 시험을 통과하고도 8색을 모으지 못했는지도 이해했다.

        

       그들 역시 관객 앞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는, 자신의 약점이 부각되는 시험을 기피했기 때문이겠지.

        

       ‘알량한 명성을 쥐었다고 눈이 멀었구나.’

        

       사천성에 공인한 100명의 후기지수가 된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예선전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고 벌써 교만해지다니.

        

       “헉, 헉…”

        

       7번은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응원해 주는 이들이 아닐지라도 현재의 7번을 응원해주는 관객은 많았다.

        

       “작은 몸으로 열심히 하는구만!”

        

       “꼭 통과해라!”

        

       진정한 명성이란 무엇이고 후기지수란 무엇인가. 7번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을 지워냈다.

        

       혁기린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저들의 성원에 진정 보답하는 길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으아아아악!!”

        

       바로 합격하는 일이지.

        

       7번이 악다구니를 쓰면서 남은 힘을 죄다 쥐어짜냈다. 마침내 바위가 결승선에 닿았다.

        

       “7번. 통과입니다.”

        

       7번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영영문이 주는 패를 받아들었다.

        

       ‘붉은색…!’

        

       드디어 손에 넣었다!

       “하하…”

        

       그런 희열도 잠시 7번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웃었다. 어느새 붉은 기운이 감도는 하늘. 시험 시간은 앞으로 반 시진쯤 남았을까.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바닥난 체력과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도전할 수 있는 문파는 기껏해야 한 개일까.

        

       ‘붉은색이 근력과 관련된 시험이었으니…주황색은 사람과 직접 몸을 부딪치는 직접적인 경쟁일 텐데…’

        

       과연…지금의 몸 상태로 시험관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까.

        

       또다시 불쑥 엿조각이 앞에 나타났다.

        

       7번은 말없이 엿조각을 받아 입에 집어넣었다. 지금은 아주 조금이라도 체력을 보충해야 할 때였으니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7번이 그리 중얼거리자 혁기린은 그저 말없이 웃었다. 7번은 그런 혁기린에게 포권을 해 보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7번의 목표는 상절문의 투계전.

        

       그야말로 합격을 건 싸움의 시작이었다.

        

       *** ***

        

       7일차 시험이 종료되고.

        

       아침이 밝았다.

        

       “흠.”

        

       나는 단상에 올라와 남은 이들의 숫자를 살폈다. 6일차까지 총 257명의 합격자가 발생했다. 즉 이곳에 모여야 할 인원들은 총 743명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보이는 인원은 600명 남짓이었다.

        

       쯔쯔 근성하고는.

        

       안 나온 이들의 발상이야 뻔하다. 어차피 탈락인데 사후행사에 뭐하러 참가하냐는 생각이겠지.

        

       뭐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아니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굉장히 소비자를 우롱하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패를 제출하실분은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자들의 대이동이 일어났다.

        

       대략 200명. 어제 저녁에 한 집계에 따르면 정확히 214명이었다.

        

       군중들이 웅성거렸다.

        

       “아니, 이 정도로 대량의 합격자가?”

        

       “놀랍군!”

        

       사람들은 웅성거림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502번 합격자가 탈락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자장문의 후기지수가 떨어지다니…!”

        

       “그래도 다른 후기지수들은 많이 합격했군!”

        

       7일차 합격자들은 이 시험에 있던 트릭을 눈치챘을까.

        

       눈치채지 못해도 상관없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해야지. 머리가 고생했건 몸이 고생했건 패만 모아오면 그만이다.

        

       초조함에 휩싸여 이성을 잃고 아무 시험이나 마구 들이박았다가 패를 모은 이들도 있을 테고 아니면 그냥 시험의 숫자빨로 찍어 누른 이들도 있겠지.

        

       자신이 유리하다 판단한 시험을 다 치른 뒤에는 어쩔 수 없이 불리하다 여기는 시험도 치러야 할테니까.

        

       어쩌면 6일차 합격자들의 말에 힌트를 얻은 참가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258위 합격자는 911번이오! 259위 합격자는 83번이오! 260위….”

        

       긴 호명이 이어졌다.

        

       1번과 2번 그리고 501번은 불만 가득한 모습을 보아하니 시험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죄다 몸으로 때려 박은 모양이고 3번이나 503번의 같은 경우 깨달음을 얻은 도인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을 봐서는 시험의 의도를 파악한 모양이다.

        

       아무튼 무슨 상관이랴.

        

       이들은 8개의 패를 모아왔으니 합격이다.

        

       “461위는 7번이오!”

        

       7번도 합격했나. 순위는 시험을 마친 시간순인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아슬아슬할 때까지 도전해서 성공한 모양이다.

       

       어디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군중들 사이에 섞여 있을 혁기린이 펄쩍펄쩍 뛰고 있을 것이 눈에 선하다.

        

       “이번 시험은 참가자들의 많은 부분을 시험했습니다.”

        

       가볍게 이번 시험을 어떤 의도로 구상했는지에 대해 후일담을 풀어냈다. 반응은 그야말로 각양각생이었다. 누군가는 감탄사를 터트렸고 누군가는 왜 이 간단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화를 내기도 했다.

        

       군중들의 소란은 쉬이 가시지 않았지만 나는 이 소란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주점에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떠들어도 쉬지 않을 떡밥일 텐데 잠시 기다린다고 소란이 잦아들겠는가.

        

       그러니 곧바로 두 번째 본선 경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 경합은 일주일 뒤 이 자리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역시 이번에는 본선 진출 인원의 절반이 탈락하는 평가가 될 것입니다. 절반의 시험자가 탈락할 경합 내용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느냐고 시끄러워졌던 비무장이 조용해졌다.

       

       본선 2차 경합의 종목은 바로…

        

       “진법입니다.”

        

       조별 과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진법이라 쓰고 조별과제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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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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