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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9

       검선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대나무 숲의 너머로 태양을 바라봤다.

       

       본인이 싸울 적에 태양이 떠있었던 게 얼마만이지?

       

       낙일검을 만들어내고 난 후 검선이 진심을 낼 적엔 항상 태양을 떨어트렸다.

       

       단순히 기세를 잡기 위함은 아니었다.

       

       낙일검이란 것은 태양을 떨어트리는 검임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유리한 거점을 만들어내는 기술.

       

       낙일의 풍광은 곧 검선이 전력을 낼 수 있는 모습일 지어니. 검선이 검을 뽑아들었을 때 태양이 떠 있는 경우는 흔치 아니했다.

       

       허나 지금은 달랐다.

       

       지난 번 민가에게 패한 후 검선은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고민했다.

       

       그를 찾아내기 위해 죽어라 검을 휘두르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고뇌의 끝에 검선이 낸 답은 자신의 허술함이었다.

       

       그는 검수이지만 동시에 도술가이기도 했다.

       

       처음 검선이 도술을 익힌 까닭은 우화등선을 하고서 얻은 긴 세월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그저 잡기를 배운다 생각했더랬지.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도술의 가능성을 깨달은 그은 검술과 도술을 뒤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그 끝에 결과를 내기까지 했다.

       

       그의 검은 검술이되 도술이었으며 도술이되 검술이었던 것이다.

       

       검선은 그것이 잘못이라 여겼다.

       

       단순히 검으로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눈을 돌린 죄라 생각했다.

       

       무인이라는 녀석이 무슨 도술이더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극복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무로 이루어 내야 할 터.

       

       그리 결론을 내린 검선은 자신의 검에서 도술의 영향을 하나 둘 빼내기 시작했다.

       

       검의 자리를 검술만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서 오늘. 그 결론이 옳은지 틀린지를 시험하기 위해 검선은 자신을 꺾었던 이에게 싸움을 청했고.

       

       박살났다.

       

       “어렵구만. 어려워.”

       

       그는 지금 검술이 아닌 다른 것에 눈을 돌린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검선이 검술과 도술을 결합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겨우 수십의 세월이 아니다.

       

       오래 전 낙일검을 만든 후 검선은 이것이 옳다 믿으며 이 길만을 걸었다.

       

       그 동안 단 한 번도 걸림돌에 넘어진 일이 없었으니 자신이 걷는 길을 의심할 이유도 재고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허나 오늘에 이르러 처참한 패배를 한 후 뒤를 돌아보니 자신이 본래 바라던 것과 전혀 다른 곳을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지.

       

       머나먼 과거의 자신이나, 지금의 자신이나 검술적인 성취를 따지고 보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검선이 얼마나 길게 웃었던가.

       

       멍청했던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한심했던가.

       

       그리고 또 다시 걸어갈 길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즐거웠던가.

       

       검선은 민가에게 얻어맞은 곳을 부여잡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반으로 쪼개진 대나무들 너머로 뒷짐을 진 민가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이라도 도술을 사용한다면, 이전의 검을 쓴다면 저 자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자가 지닌 깨달음이 아무리 드높다 하여도 경지와 육신은 그를 따라잡지 못하였으니.

       

       내 쪽에서 억지를 부린다면 민가도 남은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으리라.

       

       허나 그 후에는?

       

       패하겠지.

       

       이전에 그랬던 것보다도 처참하게.

       

       그 광경을 상상하던 검선은 품위조차 내버린 채 키득거리며 웃었다.

       

       절정. 겨우 절정이다. 일류였던 무인이 겨우 절정에 올랐을 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찌 이리 커다란 차이가 생긴단 말이더냐.

       

       본인의 앞에서는 삼류고 이류고 일류고 절정이고 간에 똑같은 하수일 뿐이거늘 왜 저 자만이 예외인 것이냐!

       

       대체 저 자가 어디에 서있기에!

       

       무엇을 보았기에!

       

       아아. 부럽구나. 민가여. 지금이라도 본인이 무의 길을 걷고 걷는다면 그대의 곁에 설 수 있을까?

       

       심호흡을 끝마친 검선이 다시 검을 쥔다.

       

       “낙일검은 사용하지 않는가?”

       “…검만을 보기로 하였거든.”

       “그건 안다. 본인이 그대의 변화를 짐작하지 못하리라 생각하더냐?”

       “알면서 어째서 묻는 것이냐.”

       

       무어냐. 그거라도 쓰지 않으면 시시하다 그것이야?

       

       오만하구나. 근거가 있는 오만함이어서 영 짜증이 나.

       

       “우둔하구나. 검선이여. 나는 지금 이렇게 묻는 것이다. 네놈은 도술이 없다면 낙일의 이치를 실현하지 못하더냐?”

       

       …아? 그게 무슨.

       

       “그대가 걸어왔던 그 길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이더냐?”

       

       그 이야기를 들은 검선은 눈이 번뜩하고 떠지는 느낌을 받았다.

       

       검선이 여태 낙일검을 사용하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검선의 우둔함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검술을 저버리고 도술을 추구한 끝에 내놓은 결과라 생각했기에 검선은 의도적으로 낙일검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검을 다시 사용했다간 잘못된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 모든 것을 잘못이라 단정 지었으니까.

       

       허나 민가는 다르게 말을 했다.

       

       그보다 저만치 먼 곳에 서 있는 자는 다른 말을 꺼냈다.

       

       “그대도 고수라 불릴 사람이니 알잖느냐. 직선으로 무의 길을 걷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무인이 걷는 길은 저마다의 모양을 그리기 마련.

       

       어느 방향으로 가던 간에 정답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답으로 향하는 길이다.

       

       “경지가 올랐다 하여서 그 근간이 달라지겠느냐?”

       

       그런가.

       

       그렇구나.

       

       낙일검은 검술과 도술을 섞어서 만들어낸 본인의 검이다.

       

       거기에서 도술을 지운다 하여도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지어니.

       

       본인이 갈고 닦은 검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야.

       

       깨달음을 얻은 검선은 자신의 심상을 보았다.

       

       그 곳에서 자신이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을 보았다.

       

       무의 길은 구불구불하기는 하여도 분명 앞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검선이 걸어온 모든 것이 잘못되지는 아니했다.

       

       “쯧. 나이를 먹을대로 먹은 노친네에게 왜 이를 하나하나 설명해줘야 하는 것인지.”

       

       투덜거리는 민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검선이 자신의 검을 다잡았다.

       

       낙일의 검에서 도술이 차지하던 부분을 지운다.

       

       그러고 나니 알 수 있다.

       

       도술이 차지하던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저 모든 빈자리를 나의 무로 채우는 것이 가능할까?

       

       문득 그런 의심이 떠올랐으나 검선은 그를 베어버렸다.

       

       무인이라는 놈이 무얼 의심을 품는단 말이더냐.

       

       고민하지 마라.

       

       행할 수 있는 지 없는 지를 왜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쌓아온 것을 믿고.

       

       내 검에 담긴 것을 믿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을 믿고.

       

       검을 위로 치켜들면 되는 것이야.

       

       자. 태양을 떨어트려 보자꾸나.

       

       *

       

       검을 붙잡는 검선의 손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샜다.

       

       몇 마디의 조언으로 깨우침을 얻었느냐?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돌이키다 생긴 의심을 거두어 냈느냐?

       

       자신의 검만으로 태양을 떨어트려 보고자 마음을 먹은 게야?

       

       “바루야.”

       “물러나 있으라고?”

       “그래. 위험해질 것이야.”

       

       바루는 그 이상 묻지 않고 지팡이를 움직여 도술을 펼쳤다.

       

       나는 그를 확인하고서 심호흡을 하는 검선의 모습을 살핀다.

       

       저것은 검선의 절기다.

       

       한 검사가 가장 드높은 곳에 있는 태양을 떨어트리기 위해 만들어낸 필살의 일격이다.

       

       도술로 그를 흉내낸 것이 아닌 무로써 하늘을 가르기 위한 일격이다.

       

       무인된 도리로써 절기에는 절기로 대응을 해야 하겠지.

       

       몇 군데의 혈도를 누른다.

       

       육신의 능력을 증가시켜 주는 것. 불안정한 몸을 다잡아 주는 것.

       

       그리고 혈도를 폭주시키는 것.

       

       경지가 상승함에 따라 넓어지고 많아진 혈도에서 폭발적으로 내기가 쏟아져 나와 단전을 부수려 든다.

       

       절정의 경지인데도 이 정도인가.

       

       오래 견디지는 못하겠군.

       

       제어를 해보긴 하겠다만 오래 견디는 것은 불가능.

       

       상관은 없다. 오래 견딜 이유가 없으니까.

       

       무작정 쏟아지는 기운을 주변으로 흩뿌렸다가 그 모든 것을 한 군데로 끌어 모은다.

       

       집약하고 압축시켜 자그마한 구체로 만들어 발끝에 싣는다.

       

       그리고 그 힘을 담아 땅을 짓밟는다.

       

       콰아앙!

       

       진각을 밟음에 따라 바닥에 금이 가고 대지가 진동하고

       

       돌멩이가 튀어 오르고 대나무 잎이 흩날린다.

       

       모래 알맹이마냥 작게 집약되었던 힘은 다리를 타고서 커지고,

       

       허리를 타고서 또 다시 커진 후에,

       

       어깨와 팔을 거쳐 또 다시 커졌으니.

       

       본인의 주먹에 담겼을 무렵에는 하늘을 깨부수기에 충분한 위력을 담게 되었다.

       

       본인을 태양이라 규정하고 그를 베어 가르기 위해 떨어지는 검을 향하여 하늘을 부수기 위한 주먹이 쏘아진다.

       

       하아. 좋구나. 의지와 의지가 부딪히는 광경은.

       

       서로가 갈고 닦는 필살의 무위가 싸우는 풍경은.

       

       이래서 본인이 실력 있는 무인과의 전투를 사랑하는 것이야.

       

       이성이 없으나 강한 힘을 지닌 짐승과의 대결도 본인의 피를 끓게 하지만 한 무인이 자신의 인생을 바쳐 만들어낸 것을 상대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본인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지.

       

       이 감정을 도대체 얼마만에 느끼는 것인지.

       

       즐거워.

       

       너무도 즐겁지만.

       

       이 순간이 영원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니까.

       

       치열하게 대치하던 검과 주먹 중에서 먼저 밀려난 쪽은 검이었다.

       

       검선이 얻은 깨달음은 분명 클 터이나 아직 완벽하지는 못하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를 점검하고 보충할 시간이 모자랐으니까.

       

       혹여 저 검이 단순히 무재만으로 태양을 가를 수준에 도달했다면 지금 본인의 주먹을 깨부수었겠지.

       

       근본적으로 본인이 지닌 육신과 경지와 내공이 모자랐으니 말이다.

       

       허나 검선은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를 박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

       

       검선은 밀려나는 검을 억지로 부여잡으려 노력한다.

       

       이 대치를 이어나가며 본인의 한계가 도달하게 만들기 위해 이를 악문다.

       

       허나 거기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뒤로.

       

       뒤로.

       

       또 다시 뒤로 밀려나던 검은 어느 순간 중심을 잃어버렸고,

       

       그 순간이 검선의 검이 무너지는 때였다.

       

       태양을 가르고자 하는 검을 뛰어 넘어 주먹이 하늘에 닿는다.

       

       구름이 갈라지며 푸르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태양이 대나무 숲을 비춘다.

       

       태양은 베이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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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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