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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 ***

         

       쾅쾅쾅쾅!!

         

       본래 진시, 그러니까 오전 7시는 평소에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 아니다.

         

       본디 중원인의 생활패턴은 새벽에 일어나 해가 지면 잠에 드는 것이나 사천성은 번화한 도시인지라 아침이 늦고 밤이 길다. 보통은 현대인들과 비슷하게 사시(오전9시)가 일을 시작하는 시각이다.

         

       나는 진중, 그러니까 오전 8시 전후로 일어나 간단하게 몸을 풀고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준비한다.

         

       그러나 무인들은 새벽의 정기를 받아야 발전할 수 있다는 기이한 민간사상의 신봉자들인지라 경지상승을 노리는 낭인들은 대부분 인시나 묘시 사이에 일어나 한 두 시간 정도 무공을 단련하고 그날의 의뢰를 준비한다.

         

       그러니까 전날 힘을 많이 써 특히 피로한 자들이 아니라면 낭인들은 새벽 4~6시에 일어난다는 소리였다.

         

       낭인들이 뭘 잘못 먹었는지 내가 한창 꿈나라에 빠져 있을 시간부터 문을 두들겼다.

         

       쾅쾅쾅!!

         

       “일어나게! 이미 약속된 시간이 코앞이거늘 무엇을 꾸물거리나!”

         

       “야이 개자식들아! 너희들은 누구편이야!”

         

       “어허, 우리들은 심판일세. 공정한 내기가 이루어지도록 지켜봐야지.”

         

       미친 낭인놈들이 약속시간 1각 전부터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아 내가 낭인이고 당도경이 외인이야.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되어 어기적거리며 내려가자 당도경은 한바탕 땀을 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웬 땀?

         

       내 의아한 시선을 읽었는지 당도경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내 오늘의 겨룸이 기대가 되어 무려 한 시진이나 일찍 도착했지 뭐요.”

         

       방금 좀 소름돋았다. 혹시 내가 도망칠까 염려해서 두 시간이나 일찍 와서 기다렸다는거 아니야. 새벽 다섯 시부터 낭인객잔에 와서 죽치고 있었다는건데 좀 무서웠다.

         

       “그러다보니 수련을 하고 있는 낭인분들이 보이는게 아니겠소?”

         

       낭인 ‘분들’?

         

       “내 여태 사천낭인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만을 들었는데. 이른 새벽부터 연무장에서 피어오르는 열기가 그 어느 문파에 뒤지지 않더군!”

         

       그건 그렇지. 낭인들이 외부인에게 동료를 가져다 바치는 인성터진 친구들이라도 경지상승에 대한 열망은 높은 편이니까.

         

       “이 당모가 염치불고하고 그들을 살피니 하나같이 수련이 범상치 않고 하루이틀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숙련도가 아니더군! 그러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저 외부에서 떠도는 소문만을 믿고 낭인들을 평가했던 이 당모의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

         

       그래 뭐 외부의 소문이야 뻔하다. 낭인들은 수련도 안 하고 밤늦게까지 술이나 먹는다 뭐 이런 이야기겠지. 사천낭인을 둘러싼 괴담이야 뭐 안 좋은 소리만 다 모아 놓았다고 하면 딱 그거다.

         

       “그런 오명 속에서 마음이 꺾일 법도 하건만 그저 객잔 내부에서 묵묵히 무공을 갈고 닦는 모습을 보니 이 당모의 가슴에서 호연지기가 활화산처럼 타오르지 뭐요! 그렇기에 약속 시간 전에 비무를 청하고 잠시 몸을 풀었소이다.”

         

       “….그렇군.”

         

       낭인들이 왜 새벽부터 내 방문을 쾅쾅대며 두드렸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초절정의 무인이란 이 사천성에 있는 수많은 문파들 중에서도 단 3명만 있을 정도로 지고한 경지다.

         

       수천 수만 문파의 정점, 구파일방 오대세가니까 이십대에 초절정이 가능한거지 다른 문파에서는 하늘에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사천낭인의 역사를 뒤져봐도 초절정에 올랐다는 낭인은 셋밖에 없었다. 사천낭인이 이 구주천하에서 재능 있는 낭인들이 모여드는 등용문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감안해보면 초절정이라는 경지가 얼마나 까마득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으려나.

         

       그런 초절정 고수가 막 본인들이랑 비무라는 이름의 지도 대련도 해준다?

         

       그런데 그 지도 대련을 해주는 초절정 고수가 사천낭인들을 막 칭찬하고 인정해준다?

         

       사천낭인들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무공경지를 올릴 법한 곳이 이 사천밖에 없어 모여든 이들이고 본인들이 선택한 결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 중 하나다.

         

       인정도 중요하지만 인정만큼 중요한 것은 인정해주는 사람이다.

         

       하필 그 인정해주는 사람이 우연히도, 평생 가짜 정파인 뒤치다꺼리만 해 주다가 신물이 난 낭인들을 감동시킨 정파 중의 정파, 대협 중의 대협인 당도경이네?

         

       그러니 낭인들이 뽕이 차올라가지고 당도경에게 뭐라도 해주겠다고 내 방에 몰려와서 쾅쾅대며 나를 끄집어와 바친 것이다.

         

       나는 배신감 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개자식들, 아무리 그래도 7년이나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를 이렇게 냅다 가져다 바쳐?

         

       내가 그런 의미를 담아 그들을 노려보았지만 낭인들은 오히려 눈을 부라리며 채근했다.

         

       “뭐 하나? 어서 시작 안 하고.”

         

       “당 대협이 기다리고 있는게 안 보이나!”

         

       “당 대협의 귀한 시간을 가지고 무얼 하는 겐가!”

         

       이것이 인생무상인가. 비록 도박 숙련 겸이었다고는 해도 낭인들에게 은자를 먹였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자식들이 그때 받은 은자에 대한 기억은 홀라당 잊어버리고 이렇게 날 가져다 바치다니.

         

       “하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몸을 풀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어허! 이미 묘중을 지난지 반의반의반각이 지났거늘! 준비도 안 하고 뭐 한 겐가!”

         

       “자네한테 무척 실망이 커!”

         

       쏟아지는 무지성 비난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당도경은 사람 좋게 웃으며 낭인들을 말렸지만 그럴수록 낭인들은 더욱더 날뛰었다.

         

       “….그래…야바위나 합시다.”

         

       낭인들의 입을 닥치게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승부에 돌입하는 것뿐이었다. 아침 7시부터 파김치가 된 나는 목잔 안에 주사위를 넣으며 야바위 판을 준비했다.

         

       일단 판이 펼쳐지자 낭인들의 무지성 비난은 멈추었으나.

         

       “이곳이오.”

         

       당연하게도 당도경이 가리킨 곳에는 주사위가 없었다.

         

       “아..!”

         

       “나도 저 곳이라고 여겼거늘!”

         

       숫제 분위기가 이상했다. 여긴 분명 낭인객잔이고 내가 낭인이고 당도경이 외인인데 당도경은 본진에서 수많은 응원을 받고 있고 내가 원정경기를 온 불한당 도전자가 된 기분이었다.

         

       당도경이 틀릴 때마다 안타까운 탄식이 더욱 커지는데.

         

       당도경이 틀릴 때마다 주먹을 부르르 떨거나 이마를 치며 탄식하는 낭인들의 꼴을 보고 있자니 이젠 그냥 웃음만 나왔다.

         

       과몰입한 낭인들이 이 야바위판에 자기네들이 돈이라도 건 것처럼 흥분해서 날뛰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인생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람의 덕(德)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는 시간.

         

       낭인객잔 호감좌로 등극한 당도경은 이미 사천낭인계를 휘어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약속된 한 시간이 지나고. 당도경은 본인들이 도박에 패배한 것마냥 구시렁거리는 낭인들을 달랬다.

         

       “당 대협, 내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겠소.”

         

       “물론이오, 내 내일도 오늘과 같은 시각에 올 테니 그때 또 무를 논해 봅시다.”

         

       수많은 낭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두 어깨를 당당히 펼친 채 퇴장하는 모습이 이미 낭인왕이라고 불러도 아무 위화감이 없을 지경이었다.

         

       “선배, 아침부터 무슨 난리래요…후아암.”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던 탓인지 잠을 설친 듯 보이는 흑묘가 내 앞에 앉았다.

         

       “그러게 무슨 난리일까…”

         

       흑묘에게 내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침부터 너무 파김치가 되어버려서 분노를 토해낼 기력조차 없다.

         

       시들시들한 젓가락질로 꾸역꾸역 소면을 넘기고 있자니 나만큼이나 시들시들한 모습의 유사연이 착석했다.

         

       당도경이 이 곳을 드나드는 일 자체가 유사연에게는 근심거리었는데 이제는 거기에 더해서 낭인들이랑 죽이 맞아가지고 서로 대협님 낭인님 이러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탈까. 유사연도 나만큼이나 시들해 질 수밖에 없었다.

         

       “너도 아침부터 피곤해 보이니까 긴말 안 할게. 대책 있어?”

         

       “당가에 연락은.”

         

       “넣었는데, 당가의 정예 인력이 여럿 출동해야 저 당도경을 데려갈 텐데 그 정도 고수들이 떼로 파견될지 모르겠네…”

         

       당도경은 당가의 식구다. 그러니 당도경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고 온전히 제압해서 당가로 압송하려면 당도경과 동급의 고수가 3~5명은 필요하다. 어디까지나 서로 상처를 입지 않고 온전히 제압한다는 전제 조건이니까.

         

       초절정 고수가 다섯명이나 투입되어야 하느니만큼 당문이라도 하루아침에 준비해서 사람을 보내기는 어렵겠지.

         

       “흑묘야, 좋은 수가 없을까?”

         

       “하아암? 글쎄요. 호 선배가 뾰족한 수가 없는데 저라고 한들.”

         

       궁하니 흑묘의 도움을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음지의 세력에서 어디 한 자리 해 먹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 세력의 도움을 받으면 무슨 수가 생기지 않으려나?

         

       아니 괜히 흑묘의 세력의 도움을 받았다가는 빚을 갚으라는 명목 하에 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 흑묘의 나이는 모르겠지만 젊은 나이고 현장요원으로 파견되었으니 세력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위치는 아니겠지. 흑묘가 속한 세력이 욕심을 부리면 흑묘도 곤란한 처지가 되고 나와 흑묘의 계약도 흔들리게 된다.

         

       사람들이 낭인객잔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중개인을 통하는 이유는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명성과 인지도에 지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혈옥비를 돌려받기 위함이라는 명분이 있어도 이 사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당도경이 대놓고 사천낭인과 어울린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고 이는 당문에서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치명적인 명예 손상이다.

         

       며칠만 참으면 당가에서 알아서 당도경을 처리해 줄 문제였다.

         

       “객주, 거 미안하게 됐어. 며칠만 좀 참읍시다.”

         

       “에휴우…호천안 이 원수같은 놈..”

         

       그래 며칠만 참자. 어차피 당가에서 사람을 파견해서 처리해 주겠지.

         

       그렇게 3일이 더 지났다.

       

       당가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당도경은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이 사천낭인이 되어 이 객잔에서 숙식해도 괜찮겠소?”

         

       기절해서 뒤로 넘어가는 유사연을 보며 나는 직감했다.

         

       이건 무조건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늦어 죄송합니다.

    비축분 없이 라이브로 달리려니까 잠시 고민하면 연재시각이 그대로 날아가버리는군요.

    흑흑.

    *흑묘에 대한 평가는 5/12일 이루어진

    수정 이전의 댓글이므로 감안해서 읽여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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