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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파란 휘장을 두른 채 검과 방패를 든 성기사의 시선은, 눈 앞의 적보다도 하늘을 더 경계하고 있었다.

        

       견고한 첨탑을 점거한 채, 어떤 견제도 받지 않고 치명적인 화살을 날려대는 2 명의 궁수들이 그야말로 전장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박격포에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보병이 된 심정이었다.

        

       한 순간이라도 위험 신호를 놓치면, 화살 한 방에 절명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화살에 신경을 갉아먹히며 싸움을 이어나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눈 앞의 광전사는 그런 기사의 괴로움을 십분 알고 있다는 듯이, 페인트 섞인 모션을 끝없이 던져대며 집중을 방해했다.

        

       또다시 양손도끼를 크게 휘두르는 척했다가, 농락하듯 회수하며 뒷걸음질치는 광전사를 보는 기사의 이가 갈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리라.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사정거리 밖에서 도끼를 역수로 땅에 찍어놓고, 한 손가락으로 흔들흔들 균형을 잡는 도발까지 하고 있었다.

        

       울컥 솟아오르는 분노에, 도발 모션이 끝나기 직전 타이밍에 맞춰 광전사의 품으로 파고 들려던 순간-

        

       삐이-하는 효과음과 함께 기사의 시야가 짧게 적색으로 점멸했다.

        

       왼쪽으로 넘어지듯이 빠르게 회피기동을 한 그의 시야 한 켠으로, 조금 전까지 서있던 자리에 생겨난 거대한 화살이 보였다.

        

       원거리 예지 특성이 벌써 소모당했다는 사실보다도, 벌써 궁수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절망스러웠다.

        

       더러운 궁수놈들의 우선순위는 항상, 궁수-법사-전사-기사 순이다.

        

       그렇기에 방패를 든 기사인 자신을 노린다는 건, 이미 아군 법사가 후방으로 쫓겨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균형추를 다시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디딤발을 힘껏 내딛으며 광전사의 품으로 파고 들었지만-

        

       -쿠웅

        

       궁수의 손끝을 떠난 화살이 굉음과 함께 성기사의 방패에 내리 꽂히며, 혼신의 힘을 다했던 돌격은 우스우리만치 쉽게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마지막 순간에나마 화살을 확인하였기에, 가까스로 타이밍 맞게 들어올린 방패로 막아냈다. 그럼에도, 균형을 충분히 잡지 못했던 뒤쪽 다리가 살짝 풀릴 정도의 위력.

        

       2미터가 넘는 길이의 장궁을 장비한 궁수는 걸어다니는 발리스타나 다름없었다.

        

       도적이나 법사 따위가 맞는다면, 팔다리를 제외한 어디에 맞아도 일격에 치명상을 입을 화살을 뿜어내는 인간병기.

        

       조급했던 공격에 대한 후회와 함께, 성기사는 잘 움직이지 않는 팔을 다시 앞으로 당겨 뒤늦게 자세를 정비하려 했지만-

        

       이미, 그 한 발의 화살로 인해 2초 이상을 허비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었다.

        

       그리고 그 2초는, 그의 앞에서 거대한 양손도끼를 장비한 채 살기 어린 눈으로 기회를 노리며 대치하고 있던 광전사가 결코 놓칠 리가 없는 틈새였다.

        

       -콰앙!

        

       치켜올려진 양손도끼를 보자마자 급히 몸을 웅크리며 다시 방패 뒤로 숨은 성기사는,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온 몸의 호흡이 몸에서 터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미 아군은 중앙에서 밀려나고 있다.

        

       자신마저 여기서 죽으면, 이 전투는 끝장이다.

        

       상대가 다시 공격하는 모션을 준비하는 동안 어떻게든 뒤로 물러나 공간을 확보하고 역습을 준비해야 했지만-

        

       -쿠웅

        

       다시 날아오는 화살 탓에, 기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애써 방패를 움직여 당장 직면한 치명타를 피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에 고정되어버린 허수아비를, 광전사가 내버려 둘 이유가 없었다.

        

       -콰앙!

        

       방패째로 쪼개버리겠다는 듯이 하늘로부터 내려 찍히는 일격.

        

       기어이 성기사의 한 쪽 무릎이 꺾이며, 들고 있던 방패의 하단이 진흙에 박혔다.

        

       이를 악물고 두 눈을 치켜 뜬 성기사에게 보이는 광전사는, 마치 야구공을 쳐내기 위해 몸을 힘껏 당긴 타자와도 같았다. 방패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졌다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시작된, 온 몸의 힘을 끌어모은 횡공격.

        

       한 자리에 멈춰서서 무방비한 자세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만 빼면, 흠잡을 곳 없는 일격이다.

        

       방패로 막아낼 수만 있다면, 팔 하나야 부러지겠지만 한 번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패를 든 왼팔은 더 이상 주인의 말을 듣기를 거부했다. 어쩌면, 두 번째 일격에서 이미 부러진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직감한 성기사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묵직한 한손검이 흙바닥으로 볼품없이 떨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광전사의 거대한 도끼가 기사의 몸을 갑옷째 찢어발기며 양단했다

        

       전투가 시작한지 고작 5분.

        

       기사의 2번째 죽음이자, 중앙 거점 싸움의 패배를 알리는 죽음이었다.

        

       .

       .

       .

       .

       .

        

       [겉바속촉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발렌타인(광전사) → 겉바속촉(성기사)]

        

       아군이 점령한 블루 첨탑에서 정신없이 마법을 시전하던 아크는, 짙어져오는 패색에도 아직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판을 지면 다음판은 정말로 강등전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느새, 그녀의 마음 한 켠에 ‘아따먹이 어떻게든 해줄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전황은 너무나 안 좋았다.

        

       상대, 레드팀은 2기사 2광전사 2궁수라는 극단적인 초반 조합을 들고 나왔다.

        

       두 명의 성기사가 공격적인 특성을 들고 라인을 밀어붙이고, 궁수는 둘 다 최대 화력의 장궁을 장비하여 포격을 퍼붓는다. 그리고 광전사들은 지하에서 중립몹 4~5무리를 함께 사냥하여 최소한의 경험치만 수급한 후, 중앙 힘싸움에 뛰어든다.

        

       게임 시작 3분만에 시작되는 중앙 힘싸움에서, 최소한 첫 교전만큼은 그 어떤 조합도 화력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전략이다.

        

       상대가 전열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2법사2기사 1사제 1도적같은 안일한 조합을 가져왔다면 더할 나위 없다.

        

       마법사의 강력한 스펠들은 아직 사전 쿨타임이 돌고 있을 때.

       도적은 지하를 헤매며 ‘님들 버텨봐요’ 따위 소리나 하고 있을 때.

        

       궁수의 포격 지원을 받으며, 고작 둘이서 전열이랍시고 서있는 블루팀의 성기사 따위를 종이짝처럼 찢어발기고, 헐레벌떡 도망가는 사제를 비웃으며 중앙을 장악한다.

        

       그렇게 장악한 중앙 첨탑으로 2궁수가 이동하고 나면, 끝이다.

        

       2장궁 궁수 조합은, 안전하게 중앙에 자리를 잡으면 사실상 약점이 없다.

        

       장궁은 무거워서 이속을 상당히 낮추고, 회피기동 특성을 못 드는 단점으로 인해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리스크가 매우 높지만-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중앙 거점에서 상대 거점 근처까지 화살을 퍼붓는 사정거리와, 말도 안 되게 높은 데미지, 그리고 최강의 저지력을 자랑한다.

        

       =레드팀이 중앙 거점을 점령하였습니다!=

        

       ‘지금이라도 뛰어야 돼.’

        

       중앙 거점이 장악당한 직후.

        

       분명, 두 궁수는 이제 막 레드 거점을 떠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중앙 거점으로 이동중일 것이다.

        

       “탑기사 같이 지하로. 궁수 못 자르면 끝나.”

       [아크으읏죽여라(성기사): 가는 중]

        

       “도적 합류?”

       [아따먹(도적): 잠시]

        

       아크의 머릿속에서 타이머가 돌기 시작했다. 장궁을 든 궁수들이 중앙 장악 직후 바로 출발했다면, 이들이 중앙 첨탑에 들어갈 때까지 남은 시간은 약 1분.

        

       아슬아슬하게 레드 거점과 중앙 거점 사이의 지하통로에서 기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안전한 첨탑을 떠나 팔자에 없는 암살자 노릇을 하러 달려가기 시작한 아크와, 유일하게 합류할 수 있던 성기사는 빠르게 지하를 주파하고 상대의 배후에서 등장하는데 성공했지만-

        

       “아니, 이게 무슨.”

        

       지하통로에서 튀어나온 마법사와 성기사를 맞아주는 건, 무력한 궁수가 아닌 두 명의 광전사였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가속 특성까지 발동시키고 도끼를 휘두르며 마법사를 자르기 위해 덤벼드는 광전사들.

        

       빠르게 반응한 성기사가 마법사의 앞에 자리를 잡고, 방패를 들어올리며 진영을 잡는데는 성공했지만-

        

       -쿠웅

       -쿠웅

        

       [아크으읏죽여라(성기사): $@*& 궁수]

        

       정작 목표로 삼았던 궁수들은, 어딘가에서 여유롭게 지원사격까지 퍼붓고 있었다.

        

       욕을 할 시간조차 아까운 상황.

        

       “다음 화살 빠지면 긴급탈출로 뺄게요.”

       [아크으읏죽여라(성기사): ㅇㅋ]

        

       바쁘게 손을 움직여 주문을 위한 수인을 맺고, 광전사들을 견제하며 씨씨기를 넣으면서도,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무의미한 저항임을 깨닫고 있었다.

        

       화살을 의식해야하는 상황에서, 양쪽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달라붙는 광전사들을 2:1로 상대하던 성기사는 이미 체력도 스태미너도 너덜너덜해진 상황.

        

       긴급탈출을 써서 뒤로 빠진다고 해봤자 구할 수 있는 건 아크 본인의 목숨일 뿐이다. 궁수의 전진배치를 막을 시간이 없는 이상, 승산은 1할 미만으로 폭락한다.

        

       슬슬 다시 화살이 날아올 시간.

        

       이를 악물고 하늘을 계속 확인하며 긴급탈출의 타이밍을 재던 아크의 시야에,

        

       [밴드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도적) → 밴드(궁수)]

        

       [도적대가리뚝딱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도적) → 도적대가리뚝딱(궁수)]

        

       두 차례의 전혀 예상치 못한 승전보에 이어서,

        

       [아따먹: 중앙 뚫어요]

        

       

       담담한 오더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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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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