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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당장 치료사를 불러와라!”

       

       멜리나는 올리비아를 안고 달렸다. 추욱 늘어진 팔이 발걸음에 맞춰 힘없이 흔들거렸다.

       

       “타, 탑주님!?”

       

       마법사들의 시선이 멜리나에게 안긴 올리비아에게서 뚝 멈춘다. 

       

       “뭐하고 있는거냐! 당장 치료사를 불러오라 했잖느냐!”

       “지,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마법사들의 신형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멜리나는 입술을 악물었다. 말년에 얻은 귀한 제자를 이렇게 잃을 수는 없었다.

       

       혼자 유난 떠는 것일 수 있다. 사람이 한 번 쓰러진다고 죽지 않는다는 걸 멜리나도 잘 알았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눈은 정상이 아니다. 생기가 없는 수준을 넘어 공허했다.

       

       그게 멜리나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멜리나는 집무실 소파에 올리비아를 눕혔다. 

       

       “안된다. 안 돼…….”

       

       멜리나는 올리비아의 양 손을 꽉 잡았다. 이 손을 놓으면 어디로 사라져버릴까 전전긍긍하며.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올리비아의 손에 천천히 온기가 돌아왔다. 정신을 차린 올리비아가 몸을 일으켰다.

       

       “……스승님? 무슨 일이세요?”

       

       올리비아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멜리나는 올리비아를 끌어당겨 그대로 부둥켜안았다.

       

       “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

       

       올리비아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멜리나와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처럼 활짝 웃었다.

       

       “저는 괜찮아요. 스승님.”

       “혹시 어디 다친 곳이 있을지도 모른단다. 적어도 사흘은 푹 쉬어야 해.”

       “…….”

       

       올리비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네. 스승님 말대로 할게요.”

       

       제 스승이 원하는 답을 도출해냈다.

       

       “혹시 제가 쓰러졌었나요?”

       “……기억이 안나니?”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혹시 스승님은 아세요?”

       “……나도 정확히는 모른단다.”

       

       멜리나는 그 때 상황을 되짚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힘없이 쓰러지는 올리비아의 모습만 각인될 뿐이다.

       

       멜리나가 으르렁거렸다.

       

       “아마 키엘 그놈이 널 해코지했겠지.”

       “키엘 공작님이요?”

       “그래.”

       

       올리비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뇨. 그분이 그러셨을리 없어요. 공작님은 제 ‘친구’인걸요.”

       

       멜리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멜리나는 키엘이 순진한 제 제자를 구워삶았다고 지레짐작했다. 아무리 똑부러지는 아이인들, 멜리나의 눈에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올리비아. 너는…….”

       “스승님. 저는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속마음을 들킨 멜리나가 움찔거렸다.

       

       “키엘 공작님이 절 해코지하려 하셨다면, 적어도 스승님이 계시는 마탑에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거에요.”

       

       올리비아가 싱긋,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은밀하게 하셨겠죠.”

       “…….”

       “스승님이 저를 볼 때마다 어떤 걱정을 하시는지도 알아요. 하지만, 키엘 공작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에요.”

       

       올리비아가 손바닥을 맞댄 다음 손가락끼리 톡톡 두드렸다.

       

       “사실, 키엘 공작님을 만난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에요.”

       

       멜리나의 미간이 좁혀졌다.

       

       ‘둘이 만났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둘 사이에 접점이 있을 수가 없었다.

       

       “공작님과는 이번 수행 중에 만났어요. 목의 마경 에우란에서요. 어쩌다보니 제가 공작님의 목숨을 구해드렸고, 그 후로 반년 동안 계속 같이 다녔어요.”

       “바, 반년씩이나?”

       “네. 제국 최강의 기사와 합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있겠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죠. 만약 해코지를 하려고 했으면, 그때 하시지 않았을까요?”

       

       정론이었다. 

       

       하지만 멜리나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아무리 키엘이 범인이 아니라고 한들, 최소한 겁박은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책상을 박살낼 이유가 없다.

       

       “올리비아. 사람의 속내는 알 수 없는 법이란다.”

       “아니요. 키엘 공작님은 저를 절대로 해코지하지 못해요. 절대로요.”

       “세상에 절대라는 말은…….”

       “있어요.”

       

       올리비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스승님은 저를 절대로 상처입히지 못해요.”

       

       멜리나는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절대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그건 오직 진리에게만 허락되는 단어였다.

       

       하지만, 멜리나의 삶에서 올리비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버렸다.

       

       어쩌면 진리보다도 더.

       

       올리비아가 제 말이 맞지 않냐는 듯 방긋 웃었다.

       

       “제 말이 맞죠?”

       “…….”

       

       그 얼굴에는 절대적인 확신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던, 멜리나는 막지 않으리라는 확신.

       

       “그러니까 제가 쓰러진건 키엘 공작님 탓이 아닐거에요.”

       

       올리비아가 제 턱을 쓰다듬었다.

       

       그 이유가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스승님은 제가 앞으로 키엘 공작을 만나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셨겠죠. 하지만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올리비아. 그 일은 이미…….”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에요. 저는 그냥 그 분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 뿐이니까요. 다른 감정은 없어요.”

       

       사태가 감당할 수 없이 커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도 너무 늦어버렸다.

       

       멜리나가 저항했다.

       

       “안된다. 설령 네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나는 네가 키엘과 다시 만나는걸 허락해줄 수 없다.”

       “정말로 허락 안해주실거에요?”

       “……그래.”

       “그럼 저는 더 이상 스승님을 스승님이라고 부르지 않을거에요.”

       

       같잖은 협박이다. 다섯 살짜리 애들에게나 통할 법한, 아주 유치하기 짝이 없는 협박이었다.

       

       하지만…….

       

       “금탑주님, 이라고 부르겠죠.”

       

       도무지 저항할 수가 없다.

       

       “키엘 공작님과 못 만나게 하시면 저는 정말 슬퍼질거에요. 매일 밤마다 울지도 모르죠. 그리고 저를 그렇게 만든 누군가를 매우 원망할거에요.”

       

       올리비아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

       

       그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멜리나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영원히 이 아이의 뜻을 거스를 수 없겠다고.

       

       노을이 아득하니 가라앉고 있었다. 방 안이 점점 어둠에 잠겨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올리비아의 눈동자만 파랗게 빛난다.

       

       “허락, 해주실거죠?”

       

       *****

       

       [단서의 이용이 강제 종료됩니다.]

       

       올리비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커헉! 그녀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내장이 한 번 뒤집힌 것 같다.

       

       “빌어먹을.”

       

       올리비아는 퉤 하고 핏물을 뱉어냈다.

       

       “이렇게 중요한건 좀 미리 알려달라고. 이 개자식들아.”

       

       중간에 의식이 꺼져버려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의 정체는 아마 멜리나였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 말고는 문을 열 사람이 없다.

       

       “후우…….”

       

       힐끗.

       

       올리비아는 눈 앞에 떠오른 메세지 창들을 확인했다.

       

       [주의!]

       – 단서 속에서는 반드시 한 명의 회귀자와만 접촉할 수 있습니다.

       – 만약 둘 이상과 접촉하게 될 시 연결이 강제 종료되며, 그 후폭풍은 모두 당사자가 감당하게 됩니다.

       

       참 빨리도 말해준다 이것들아.

       

       올리비아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젠장, 이 짓을 앞으로 백 번도 넘게 해야된다고?”

       

       키엘 한 명의 기억을 덮어씌우는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열 다섯은 많아도 너무 많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

       

       [키엘 로트실드]

       – 레벨 : 83

       – 직업 : 검성

       – 호감도 : -100(+23)

       

       호감도 하나만큼은 정말 기깔나게 올라간다.

       

       ‘그렇게 싸웠는데도 이렇게 오르네.’

       

       사실 싸웠다기보다는 키엘이 일방적으로 화낸 것에 가까웠지만, 아무튼.

       

       확실히 키엘도 정상은 아니다. 도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박혀있길래 피를 철철 흘리고도 호감도가 올라간단 말인가.

       

       ‘……역시 패야되나?’

       

       그럼 확실히 피는 철철 흘릴텐데.

       

       *****

       

       언제나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까지 제자들을 가르쳤다. 반항하는 글레이시아를 팼고, 기억 속에 들어가기 위해 키엘을 찾아왔다. 

       

       [제국력 992년 12월의 기억을 열람하시겠습니까?]

       

       키엘은 24일 전에 갑자기 기절했던 올리비아의 안부부터 물었다.

       

       “……저번의 그건 괜찮나?”

       “저번에 뭔일 있었어?”

       “기절했었지 않느냐.”

       “그랬어?”

       “…….”

       

       올리비아의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키엘은 그걸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바라봤지만, 그 이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화 안내네.”

       “네가 저번에 말했잖느냐. 그냥……. 내버려두라고.”

       

       키엘은 여전히 올리비아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존중해주기로 했다. 올리비아가 그 선택을 내리기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심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뭐 좋아하는 거라도 있나?”

       “좋아하는거라니?”

       “먹고 싶은 음식이라던지, 가고 싶은 장소라던지 말이다. 없나?”

       

       그 대신 키엘은 올리비아의 마지막을 조금이나마 의미있게 만들어주기로 했다.

       

       [제한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 누적 호감도 : (+32)

       

       다시 하루가 지났다.

       

       [제국력 993년 1월의 기억을 열람하시겠습니까?]

       

       “……여긴 또 어디야?”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몇 달 동안 대륙을 돌아다니며 알아냈지.”

       

       [제한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 누적 호감도 : (+43)

       

       또 다시 하루가 지나갔다.

       

       [제국력 993년 6월의 기억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나는 3살 때부터 검술을 배웠다.”

       “3살 때 기억이 난다고?”

       “……그럼 안 나나?”

       

       해변가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했다.

       

       [제한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 누적 호감도 : (+56)

       

       또 다시.

       

       [제국력 994년 6월의 기억을 열람하시겠습니까?]

       

       이제 올리비아의 하루는, 키엘의 1년이었다.

       

       “1년 만이군.”

       “나는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그래?”

       “어제 일처럼 생생하지. 그때 네가 3살 때부터 검술 배웠다고 구라쳤었잖아.”

       “구라라니. 말이 심하군. 각색이라고 해다오.”

       

       키엘은 조금 더 유머러스해졌다.

       

       [제한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 누적 호감도 : (+68)

       

       그리고.

       

       [제국력 996년 6월의 기억을 열람하시겠습니까?]

       [주의! 위 기억은 열람할 수 있는 마지막 기억입니다.]

       

       끝내 마지막 시간이 찾아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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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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