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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파랑이 핸드폰을 토독토독.

         

        “사일로 운영진분들, 지금 방송 보고 계시죠.”

         

        답변은 채팅이 아니라 발신인 표시제한 문자로 도착했다.

         

        – 네.

         

        “그럼 방금 보내드린 그림, 3D 모델로 만들어서 ‘사키스’에 적용해주시겠어요?”

         

        그들이라면 분명히 가능할 것이다.

         

        –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답장이 왔다.

         

        – 완료했습니다. 이제 사키스가 카메라에 잡히면 자동으로 인식해서 보내주신 이미지로 바뀔 거예요.

         

        “시험삼아 지금 앞에 띄워주실래요?”

         

        적용이 완료되었는지, 채팅창에서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 오

        – 커여운데?

        – 귀여운데?

        – 말랑ㅋㅋㅋㅋ

        – 탱글ㅋㅋㅋㅋ

         

        파랑이 보내준 그림은, 한 괴어를 그린 그림이었다.

         

       

         

        괴어, 우무.

         

        플랩잭 옥토퍼스, 우리말로는 우무문어라 불리는 문어의 일종이 괴어로 변이한 종.

         

        크고 귀엽다. 좀 단순화되긴 했지만 정말 파랑이 보낸 그림처럼 생겼다.

         

        성격도 우유부단하고 게을러서 하루 종일 멍청하게 물 속에 떠다니기만 한다.

         

        고르곤이 최흉의 괴어 1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듯이, 우무 또한 ‘가장 귀여운 괴어’ 앙케이트에서 항상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밤바스피스는 만년 2등이다.

       

        실제 크기는 20m 정도.

         

        예전에 한강에 띄워졌던 초대형 러버덕 정도의 크기다.

         

        뭐, 아무튼.

       

       중요한 것은, 우무는 귀엽다는 것이다.

         

        파랑의 최애 괴어이기도 하다.

         

        다른 괴어의 이름이 전부 라틴어 학명에서 따온 것과는 달리, 우무 혼자만 한국어 이름을 가진 이유도 거기에 있다.

         

        파랑이 이름을 지어줬기 때문.

         

        파랑이 사키스를 우무로 바꿔치기한 이유다.

       

        하는 짓이 역겨워도 겉모습이 귀여우면 좀 봐줄만한 모습으로 중화되니까.

         

        그리고 파랑 또한 수혜를 볼 수 있다.

       

        툭툭-

         

        배 부분을 두 번 가볍게 두드리자, 무언가가 달칵 빠져나온다.

         

        사이버펑크풍의 고글.

         

        기존에 채팅창을 볼 때 쓰던 기기를 벗고 고글을 쓰니, 파랑의 시야가 바뀐다.

         

        눈앞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우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생각보다도 훨씬 높은 퀄리티.

       

        ‘이걸 대체 어디에 써먹어.’

         

        일전에 사일로에게서 이 고글을 건네받고 파랑이 했던 생각이다.

         

        방송 화면과 시야를 동기화? 미친 짓이나 다름없으니까.

         

        딜레이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방송장비라도 심해에서 진행되는 파랑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장면과 파랑의 시야 사이에는 시간적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유나의 수제 장비보다는 훨씬 형편이 좋아서, 방송화면과 실제 파랑의 시야는 1초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야에 항상 생기는 1초의 딜레이다.

         

        전투에서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물론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엄청 불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파랑은 지금 사키스를 눈으로 보는 것이 시야에 생기는 딜레이보다 싫었다.

       

        지금부터 들어갈 칸에서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승패를 가를 정도로 스피디한 전투가 벌어지지도 않을 테고.

         

        심호흡한 파랑이 다음 칸으로 진입했다.

         

         

        #

         

        – 와

        – 커여운데?

        – 말랑ㅋㅋㅋ

        – 탱글ㅋㅋㅋ

         

        채팅창의 반응이 열광적이다.

         

        두 번째 칸에 진입하자마자 펼쳐진 광경 때문이다.

       

        아까와 같은 구성을 한 객실칸 안에, 수많은 괴어들이 있다.

         

        여기까지는 아까와 같지만,

         

        뽈롱- 뽈롱-

         

        30cm정도 되는 크기의 초록색 젤리들이 열차 안 곳곳을 떠다니고 있었다.

         

        귀여웠다.

         

        약간 화나 보이면서도 어딘가 멍청해보이는 맹한 눈, 조물거리면 기분좋을 것 같은 초록색의 탱글한 몸.

         

        그런 것들이 때로는 가만히, 때로는 뽈뽈거리면서 저들끼리 부딪히고 벽에 박으며 여러 괴어들 사이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이. 거의 물 반 고기 반이다.

         

        실제로는 고래회충이 한가득 드글거리고 있는 장면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애써 잊었다.

         

        파랑도 그 사실을 애써 잊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새 개체수가 불었어.’

       

       

        방송이 종료되면 대대적으로 청소할 필요가 있다.

         

        두우우우-

         

        그녀의 가슴팍에서는 여전히 슬레이어즈의 신호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알리는 지루한 기계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후우….’

         

        정말 싫었지만, 어쨌든 파랑은 이 칸을 다 둘러보아야 했다.

         

        그녀가 빠르게 헤엄쳤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 ‘ㅇㅇ’님이 10000원 후원! –

        [ 아니 쟤네 왜저럼? 뭔가 많이 이상한데 ]

         

        – ㄹㅇ

        – 뭐임?

        – 소름끼치는데 뭔가

         

        시청자들이 위화감을 감지했다.

         

        파랑 또한 예상한 일이고, 또한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다.

         

        시청자들이 이 칸에 생긴 이변을 눈치채는 것.

         

        – 쟤네 왜 저럼 진짜

        – 아니 개무서운데

        – 선생님 빨리 설명해주세요 무서워 뒤지겠음

         

        이 넓은 칸 안의 셀 수 없이 많은 괴어 중 단 한 마리도,

         

        헤엄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시체처럼 멍한 눈으로 둥둥. 개중에는 정말 시체가 된 것인지 배를 까뒤집고 정지한 것들도 있었다.

         

        “알아채신 것 같으니 말씀드릴게요.”

       

        파랑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 칸 안에서 살아있는 건 사키스뿐이예요. 나머지는 전부 시체죠.”

         

        그녀가 가까이에 있던 복어 괴어에게로 다가갔다.

       

        온몸이 빵빵 부풀어있었는데,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 피부가 쉴새없이 꿀렁거렸다.

         

        파랑이 작살을 들고 그것을 반으로 갈랐다. 그러자,

         

        퐁퐁퐁퐁퐁퐁퐁퐁…

         

        안쪽에서 쏟아져나오는 우무들.

         

        수를 보니 안쪽을 가득, 꽉꽉 채우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 보이는 모든 괴어들이 이런 상태예요.”

         

        아, 저길 한 번 보시겠어요? 라는 말과 함께 파랑이 칸의 입구로 돌아갔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자, 입구로 헤엄쳐 들어오는 괴어 하나가 보였다.

         

        “아마 길을 잃었거나 도망친 녀석일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들어오자마자 초록색 젤리 하나가 뽈뽈뽈뽈 헤엄쳐 접근하더니,

         

        푸욱-

         

        그것의 피부에 머리를 박아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뽈뽈뽈뽈.

         

        피부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녀석.

         

        귀여운 광경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30초도 안 되는 시간만에, 그 괴어가 주변의 다른 녀석들과 같은 상태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멍한 눈으로 죽은 듯 둥둥.

         

        “죽었어요.”

         

        – ?

        – 뭔

        – 예?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파랑이 주변에 있던 우무 하나를 잡아챘다.

         

        실제 촉감과 눈으로 보이는 그래픽이 괴리되니 기분이 묘했다.

         

        크기기익….

         

        놈이 꿈틀거리며 파랑의 팔에 대가리를 박으려고 했다.

         

        살갗 안으로 뚫고 들어가려는 것이다.

       

        물론 통할 리가 없지만. 파랑은 그걸 쥐고 첫 칸으로 돌아갔다. 아까 눈여겨봤던 괴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얼마 흐른 후, 파랑이 한 괴어 앞에 멈춰섰다.

       

        “이놈 안에 넣을 거예요.”

       

        파랑의 앞에 있는 건 투명한 괴어였다.

         

        심해어들은 빛이 결핍된 공간에 서식하느라 멜라닌 색소를 만들 여유가 되지 않아 투명한 경우가 왕왕 있다.

         

        파랑의 앞에 있는 괴어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크기는 10m정도에, 평범한 물고기 모양.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정석적인 생선의 모습.

         

        다만 피부가 투명하여 안쪽의 장기가 매우 잘 보였다. 뼈, 내장, 뇌 등등.

         

        파랑이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보세요. 심해가 얼마나 위험한지.”

         

        파랑이 들고 온 우무를 투명 괴어 안에 박아넣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괴어 주변에 놓았다.

         

        그러니 우무가 잠시 주변을 파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툭.

         

        투명 괴어에게 그것이 닿았다.

         

        그와 동시에 우무가 재빨리 투명 괴어에게 몸을 비비적댔다.

         

        그래픽이 지워지면 회충이 대가리를 피부에 처박고 살갗을 파고들려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파랑은 그 사실을 애써 부정했다.

         

        그리고 우무가 완전히 투명 괴어의 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왁!

         

        움뭄뭄뭄….

         

        우무가 투명 괴어의 살점을 한 입 크게 베어무는 것이 보였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로 먹어치우는 모습.

       

        그리곤 꿀꺽- 하고 그것을 삼킨 우무가 입을 벌렸다.

         

        뽈롱-

         

        입 안에서 또다른 우무가 튀어나왔다.

         

        뽈롱뽈롱뽈롱뽈롱-

       

        셀 수 없이 많은 우무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온 우무 역시 투명 괴어의 살점을 먹고는 저마다 우무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뽈롱뽈롱-

       

        와앙-

       

        움뭄뭄뭄….

         

        그리고 약 15초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괴어의 안이 온통 우무로 가득 찼다.

       

       

        뼈를 포함해 모든 장기가 처참히 뜯어먹혔다. 안쪽은 이미 우무로 가득 차, 마치 우무를 가득 담은 주머니처럼 보였다.

         

       당연히 뇌도 해당되는 얘기다. 모든 장기를 파먹힌 투명 괴어는 시체처럼 물속을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사람들은 방금 본 우무의 이미지가 뇌 속에서 고래회충으로 치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파랑이 투명 괴어를 가르고, 안쪽의 우무를 남김없이 죽여버린 뒤 말했다.

         

        “이렇게 되고 싶으세요?”

         

        그 말에 ‘예’라고 답하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었다.

         

         

        #

         

        파랑이 2번째 칸의 수색을 끝마쳤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끝마쳤다.

         

        남은 장소는 마지막 하나.

         

        또다시 열차의 객석 밑이다.

         

        “후우…들어갈게요.”

         

        여지껏 봐온 것이 있기에 시청자들도 긴장한 채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파랑이 객석 아래에 진입하자마자 발견한 것은, 시청자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 아니 뭐 저따위로 생김 ㅅㅂ

        – 저거 뭐임 대체

        – 뭐 저런 게 있음?

         

        붉은 몸, 커다란 눈, 어색한 생김새.

         

        ㅜ자 괴어가 파랑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건….”

       

        파랑이 말을 절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이건 ㅜ자 괴어에요.’ 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녀가 고민에 빠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디에고를 제외한 오케아노스 5인과 신유나 헌터의 ai 일러스트를 공지에 추가하였습니다. 덤으로 표지도 한 번 바꿔보았어요.

    전 편에서 ‘고래회충이 연어를 제외한 어류에서 발견된다.’ 는 서술에 문제를 제기해주신 독자님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의 찐빠입니다. 나무위키에 분명 ‘민물고기에서는 연어를 제외하고 발견되지 않는다.’ 고 서술되어 있던 것을 잘못 읽었던 모양입니다. 후다닥 수정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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