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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하. 이 새끼. 이상하네.”

       

        채수현은 스마트폰을 쥔 채로 부들대고 있었다.

       

        “뭐야? 왜 연락을 안해?”

       

        상당한 수의 메세지를 백지훈에게 보내놨다.

       

        [ 오빠. 나랑 좀 만나. ]

        [ 아니 오빠. 거기에 온 적 없었다는데? 갔던 거 맞아? ]

        [ 내가 좀 늦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연락을 안받아주면 안되지. ]

        [ 백지훈 오빠. 우리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 제발 다시 연락 좀 받아줘 ]

        [ 나 거의 30분 맞춰서 도착했어. 그 정도면 연락은 좀 받아줘야 되는거 아냐? ]

        [ 분명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나랑 다시 잘 해보자. 응? ]

        [ 오빠. 제발 답장 좀 해줘. ]

       

        자신의 자존심을 좀 꺽어가며 꽤 많은 양의 메세지를 보내놨는데.

        전혀 답장이 없었다.

        아니, 아예 읽지도 않았다.

       

        ‘이 새끼 또 이러네?’

        ‘아니 나를 그렇게 개 쪽팔리게 만들어 놓고.’

       

        김포에서 울부짖던 것을 떠올렸다.

        게다가 경찰에서도 연락이 왔으니.

       

        ‘저 채수현 씨 맞으시죠? 아. 영광입니다. 하하. 티비에서 봤어요.’

        ‘아 다름이 아니라 저희 CCTV에 채수현 씨의 차량이 찍혔는데 범죄 혐의점이 좀 있어서 협조를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아하. 헌터 업무 때문에 그러셨다고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뭐.’

        ‘다행히 사람을 치거나 누군가 다친 것은 아니라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넵 수고하십시오!!’

       

        “젠장”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살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 그 시작이었는데.

        백지훈 때문에 첫 단추가 엉망이 되어버렸으니까.

       

        익명으로 보도되기는 했지만 매스컴에 고속 질주녀로 등장했으니까.

        이런 불명예로 시작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응 그래. 내 연락을 안받는다 이거지?’

        ‘그럼 직접 찾아가면 되지 뭐.’

        ‘너 어차피 블루 길드에 있잖아? 그치? 그 사람 너 맞지?’

       

        채수현은 옷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리고는 빠르게 문을 열고 나섰다.

       

        ***

       

        “하. 진짜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해?“

       

        행여나 누군가 알아볼까봐 선글라스와 캡모자를 쓴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뜩 찌푸린 듯한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태창에는 벌써 3%가 회수 되었다는 메세지가 떠있었다.

       

        ‘아직 체감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멈춰야 해.’

        ‘이 시발놈. 도대체 어떻게 된 게. 여자한테 그럴 수 있어?’

       

        동시에 가까스로 화를 참아내었다.

       

        목적만 달성하면 되니까.

        그 이후의 앞길은 창창할 것이 확실했으니까.

       

        “안녕하세요. 저 혹시 여기 직원이랑 좀 연락을 하고 싶은 데요.”

       

        채수현은 아주 순수하고 여린 표정으로 블루길드 빌딩의 로비로 향했다.

       

        “네? 무슨 말씀이시죠?”

        “제가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어. 혹시 방문 예약을 하신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닌데 좀 연락이 잘 안되어서 직접 찾아왔어요.”

        “방문 예약이 되신 게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완전 단호한 칼대답이 돌아왔다.

       

        ‘아 씨. 블루 길드 의외로 이런 거에선 깐깐하네.’

       

        “방문이 아니라 연락만이라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요?”

       

        채수현은 애가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애가 타기는 했다.

       

        “죄송합니다만 안됩니다. 하도 이상한 외부인들이 많아서요.”

       

        ‘아 씨.’

        ‘그냥 백호 길드의 힘을 빌려야 하나?’

        ‘안돼. 그럼 괜히 의심을 사게 될 거야.’

       

        채수현은 이진혁에게 처녀인 척을 해야했다.

        과거가 깔끔한 척을 해야했는데 웬 E급 헌터를 찾아다닌다는 소문을 들으면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하… 서큐버스 능력이라도 써야하나.’

       

        살짝 고민도 되었다.

       

        ‘여기 블루 길드야. 함부로 능력을 썼다간 분명 누군가가 알아챌 거야.’

        ‘하… 참자…’

       

        그러던 채수현의 눈에 누군가 낯익은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

       

        ‘어? 쟤… 누구더라… 아 그 모쏠 아다 새끼?’

       

        박형석이었다.

       

        ‘기회다.’

       

        채수현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박형석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저기… 안녕하세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 새낀 여전히 아다네.’

       

        그녀는 서큐버스답게 상태창으로 상대방의 야스 횟수를 볼 수 있었다.

       

        0

       

        ‘뭐 대충 립서비스만 해줘도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줄 놈이네.’

        ‘다행이야. 휴. 너무 쉽잖아?’

        ‘백지훈 그 자식이랑 아는 사이잖아? 뭐랬더라. 군대 동기랬나?’

       

        “음? 누구시죠?”

       

        박형석은 살짝 경계하는 표정을 했다.

        선글라스와 캡모자를 쓴, 몸매만 봐도 분명 아름다울 것이 분명한 여인이 말을 걸었다.

       

        ‘피싱같은 건가? 이런 여자가 나한테 왜?’

       

        살면서 이런 일은 없었으니까.

        무척 의심스러웠다.

       

        “저 혹시 박형석 군 맞으시죠?”

       

        그녀는 선글라스를 슬쩍 내렸다.

       

        ‘엥? 채수현?’

       

        박형석은 표정이 찡그려질 수 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미친듯이 홀렸지만 지금은 얼마나 미친 년인지는 어렴풋이 아니까.

       

        ‘나한테도 뭘 뽑아먹을게 있나? 나는 헌터도 아닌데 왜?’

       

        당연히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새끼 왜 이래? 예전엔 나만 보면 헤벌쭉 했던 것 같은데.’

       

        채수현은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쭉 밀고 나가기로 했다.

       

        “저. 여기 백지훈 헌터 있죠? 맞죠? 그렇죠?”

        “아뇨? 없는데요. 무슨 일이신데요?”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박형석은 아주 단호했다.

       

        ‘와. 아니 우리 길드에 직접 찾아왔어? 뭐 얼마나 급한 일이기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주 다급해보이는 느낌이었다.

        저렇게 자신을 감추면서까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이지만.

       

        ‘캬. 근데 확실히 서큐버스는 서큐버스구만.’

       

        그는 알 수 없는 음기를 느끼는 중이었다.

        예전엔 그냥 헤벌레 하며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최대한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에? 없어요? 없다고요? 백지훈 헌터가 없어요?”

        “네. 없습니다. 이만 가보세요. 저는 바빠서요.”

       

        박형석은 채수현을 다급히 물리치고는 도망치듯이 자리를 떠났다.

       

        ‘뭐야? 왜 없어? 여기 아냐? 블루 길드? 분명 맞는데? 백지훈?’

       

        그녀는 신문 기사를 다시 되돌려보며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그리고 말이야. 이 아다 새끼 뭐야? 왜 태도가 저래?’

       

        멀어져가는 박형석을 바라보며 채수현은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한테 안 꼴려?’

       

        ***

       

        [ 형.형.형.형 ]

       

        다급한 메세지였다.

        막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일과가 시작되려는 찰나 메세지가 온 것.

       

        ‘뭐야. 왜 이렇게 다급해?’

       

        이 녀석이 이런 식으로 메세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 왜? 무슨 일이야? ]

        [ 형 지금 절대로 로비로 내려오지 마세요. 채수현 헌터가 형 찾으러 왔어요. ]

        [ 엥? 걔가 여기 왔다고? ]

        [ 네. 저랑 살짝 대화 나눴는데 형 찾는 중이더라고요. 일단 제가 그런 사람 없다고 했습니다. ]

       

        살짝 소름이 돋았다.

       

        ‘아니. 직장에 찾아온다고?’

        ‘아주 단단히 똥줄타고 있구만.’

       

        나는 피식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내 생각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느끼는 중이었기 때문에.

       

        “어이. 백지훈 씨.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 아뇨.”

       

        과장님이 불쑥 끼어들며 내 메세지 창을 흘깃 보려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 기분 좋게 웃었나보다.

        나는 재빠르게 피했다.

       

        “어휴. 좋은 일 있으면 우리한테도 좀 알려줘~”

        “네. 좋은 일 생기면 그러겠습니다아~”

       

        얼렁뚱땅 대답을 하고는 내 상태창을 열었다.

        회수 진행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

       

        ‘음. 3%라. 좀 느린 거 같은데. 이거 더 빠르게 회수 안되나?’

       

        뭐 사실 가만히 있으면 자동으로 채수현의 포인트가 감소가 되는 것이라 나는 크게 신경 쓸 것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 감질맛 나기도 했으니까.

       

        그러던 도중 내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 회수 가속 ]

       

        ‘어? 이런 버튼도 있었나? 분명 못봤는데?’

       

        상당히 군침이 도는 버튼이었다.

       

        [ 포인트 회수 가속을 할 수 있습니다. 회수 가속에는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5%당 50pt ]

       

        ‘쓰읍…’

       

        회수를 가속하는데에는 포인트가 든단다.

        살짝 계륵의 느낌.

       

        50pt면 중급 스킬 하나 정도는 찍을 수 있는 정도.

        물론 나는 워낙 포인트가 많기 때문에 별 것도 아닌 수준이지만.

       

        ‘일단 그냥 해보자.’

       

        원래 남자는 이런 걸 보면 참을 수 없지 않는가?

       

        가볍게 두번 터치했다.

       

        [ 10% 가속하시겠습니까? 100pt가 소모됩니다. ]

       

        ‘오케이!’

       

        힘차게 예 버튼을 눌렀다.

       

        이제 13%

       

        갑자기 훅 올라버린 것이다.

       

        ‘과연 채수현이 언제 발견하려나.’

        ‘내 직장까지 찾아온 값이야. 또 이러면 그땐 그냥 포인트를 갈아 넣어서라도 100%로 만들어 버리겠어.’

       

        일종의 경고의 의미.

        그 썅년은 눈치가 빠르니까 쉽게 알아 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너가 그렇게 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니까.’

       

        나는 싱글벙글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팀원들은 뭔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왜? 뭔 데? 뭘 생각 하는 건데?’

       

        ***

       

        “끼이이이이이이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블루 길드의 1층 로비를 가득 채우는 익룡소리가 들렸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건물이라 그런지 소리가 엄청나게 울려퍼지는 중이었다.

       

        로비를 채우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귀를 막고는 가던 길을 멈춰서서 발원지를 바라보았다.

       

        채수현.

       

        그녀는 방금 자신의 상태창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다가 완전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어?? 왜??? 왜?? 뭐… 뭐야??? 왜? 13%인데? 왜? 분명 3% 였잖아? 왜?왜?왜???’

       

        그녀의 표정은 완전히 혼란과 공포였다.

       

        ‘이거 하루에 1% 씩 아냐? 아까 분명 3% 였잖아? 왜 갑자기 10%가 오른 건데? 어째서? 내가 잘못 본건가?’

       

        상태창을 아무리 껐다가 켜보아도 여전했다.

        그녀는 완전히 영혼이 나가버린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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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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