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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32. 채소 팔아요

       

       

       협회에서 호출이 들어왔다.

       협회 근처에 차원문이 열렸다고 한다.

       등급은 C.

       협회 직원들은 소문으로 도는 내 능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나와 함께 차원문의 내부로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직원들과 함께 차원문의 내부를 탐색했다.

       

       “흠, 평범한 숲이잖아.”

       “낮은 등급의 차원문은 원래 특별할 게 없습니다. 공기 중에 떠도는 마력이 적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광고나 찍으러 간 사수를 대신해서 설명까지 해주시네요.”

       

       한지수는 오늘 광고 촬영이 있어 따라오지 않았다.

       솔직히 부럽다.

       광고 찍으면 돈 많이 벌 텐데.

       나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직원들에게 물었다.

       

       “저도 광고 찍고 싶은데. 뭐 얘기 나온 거 없어요?”

       

       협회 직원들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없습니다.”

       “진짜요?”

       “예.”

       “단 하나도요?”

       “인상이 날카로운 편이기도 하고, 성격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서. 기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

       

       슬프네.

       듣자 하니 협회 소속 영웅들은 국가 소속이라 성과급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광고와 마수 전리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채우기도 하고, 기간을 다 채우고 나서는 기업 또는 헌터로 활동하는 편이 돈을 더 잘 번다고 한다.

       

       ‘내가 돈을 더 벌려면 마수 전리품을 판매하는 방법밖에 없으려나.’

       

       저번에 판매한 코카트리스의 알이 짭짤하긴 했다.

       좋다.

       이번 목표는 차원의 핵을 부수면서, 각종 마수의 전리품을 얻는 거다.

       나는 곧바로 계획을 행동으로 옮겼다.

       

       ‘보이기만 해. 잇몸 빼고 이빨을 다 뽑아주겠어.’

       

       울프독 당장 나와!

       나는 마음을 호기롭게 먹고 차원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마땅한 성과를 낼 수 없었다.

       

       “도망치지 말라고 이 새끼들아! 나랑 싸우자!”

       

       끼잉- 끼잉-

       

       “아오, 저거 왜 저렇게 빨라!?”

       

       마수들을 통해 전리품을 얻어야 하는데.

       녀석들이 나와 싸워주지 않고, 꼬리를 말아 도망친다.

       심지어 빠른 녀석들이라 쫓아갈 수 없다.

       협회 직원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태블릿 PC에 무언가를 기록했다.

       

       “이하준. 23세. 마수들이 겁을 먹고 도망치는 능력은 사실. 전투 능력을 판단 불가능. 차원문 해결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

       “광고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으나, 다른 사람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

       

       차원문 따개에 대한 평가만이 고고히 올라가고 있었다.

       원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

       

       

       오늘도 열심히 차원문을 산책하는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드래곤 녀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마수가 자꾸 나를 보면 도망쳐. 이거 어떻게 해?”

       

       나는 마수들을 사냥해야 한다.

       녀석들의 몸에서 나오는 전리품을 얻기 위해서.

       그런데, 마수들이 나와 싸워줄 생각이 없다.

       

       “나는 마수랑 싸우고 싶은데! 싸울 수가 없어!”

       

       흑흑.

       나는 이 답답함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수련이는 공감을 못 하는 눈치였다.

       수련이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내게 말했다.

       

       “아빠도 레드 드래곤이야? 왜 싸우려고 해? 화련이랑 같이 있다 보니 변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빠, 그거 욕심이야.”

       “…”

       

       맞는 말이기는 하다.

       원래는 마수들과 싸울 힘도 없었으니, 마수들이 도망치기만 해도 감사해야 한다.

       수련이의 말대로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에 차가운 물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흥, 뭐가 욕심이야! 힘을 얻었으면 당연히 싸우는 게 맞는데!”

       

       가만히 듣고있던 화련이가 끼어들며 소리쳤다.

       

       “이길 수 있으면 이겨야지! 왜 가만히 있어! 싸우는 게 제일 좋은데!”

       “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화련이의 말에 머리가 다시 뜨거워졌다.

       나는 나와 의견이 같은 화련이에게 물었다.

       

       “화련아. 마수들이 도망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어?”

       “당연하지! 드래곤이 유희를 즐기는 기본 중에 기본! 드래곤의 마력을 숨기면 돼!”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건 말이지-”

       

       화련이가 설명하려던 순간.

       수련이가 화련이의 말을 재빨리 끊으며 들어왔다.

       

       “불가능이야. 아빠는 드래곤이 아니니까. 드래곤의 마력을 숨길 수 없어.”

       “진짜로?”

       “아빠,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아, 아니. 우리 딸이 하는 말인데 믿어야지.”

       

       그냥 말했을 뿐인데.

       반응이 무섭네.

       아무튼, 수련이의 말대로라면 나는 이 몸에 흐르는 드래곤의 마력을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용언을 배운다면 모르지만.”

       “용언이라…”

       “그건 아직 아빠에게 일러. 무리해서 사용하면 마력이 내부에서 터지고 말 거야.”

       “그건 좀 무섭네.”

       

       어쩔 수 없나.

       내 몸에 흐르는 패왕색 패기를 조절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모양이다.

       나는 내 앞에 가만히 있던 초련이의 찹쌀 볼따구 주물렀다.

       

       “당분간 마수 사냥은 포기해야겠다.”

       “헤헤-“

       “이게 맞아. 원래대로 천천히 해야겠어.”

       

       09 구역의 중심부를 다녀오고,이 구역을 빠르게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구역은 어린애가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으니까.

       나랑 같이 가지 않는 이상.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릴 게 분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얘들아, 같이 밖에 나가볼래?”

       “옥상이요? 저는 조아요!”

       “아니, 옥상 말고.”

       

       조금 더 나아가서.

       녀석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잠깐 옥상에서 채소들만 수확하고 가자.”

       

       돈을 벌기도 하면서 말이다.

       

       

       ***

       

       

       나는 드래곤 녀석들을 데리고, 거리를 걸었다.

       초련이가 뿌린 친구들이 열심히 나무를 기르고 있는 걸까.

       주변에 있던 새싹들이 볼 때마다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나무가 생긴 것뿐인데, 거리가 많이 변한 기분이네.’

       

       나는 조금 더 걸어서 안전한 구역인 지하철 앞에 앉았다.

       그리고, 각종 채소를 넣은 검은 봉투를 앞에 두었다.

       

       “가격은 대충 이 정도면 되려나.”

       

       박스에 대충 가격을 적어놓고 앞에 세워놨다.

       그러자, 녀석들이 가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처음에 봤을 때처럼 도마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샤아악-!”

       “샤아-“

       “샤아아-!“

       

       오랜만에 듣네.

       나는 녀석들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른 곳 가지 말고. 거기서 구경하고 있어. 할 말 있으면 그 뭐냐. 머리로 직접 말 전달하고.”

       

       끄덕-

       녀석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싱싱한 채소 사세요! 직접 키운 거라 맛있어요!”

       

       상추가 너무 빨리 자라서, 초련이가 먹고도 많이 남았다.

       이런 시간에 상추라도 팔아서 돈을 모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영웅의 가오가 떨어지긴 해도 어쩔 수 없지.’

       

       나는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채소를 전시했다.

       그러던 도중,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명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다들 숨어있어.”

       “샤아악-!”

       

       그러자 화련이가 재빨리 동생들을 가방으로 집어넣었다.

       내게 다가온 할머니는 꽤 익숙한 사람이었다.

       

       “뭐야, 할매. 하나 살래?”

       “내 옥상에서 키운 건데 내가 사겠냐, 이놈아.”

       “그렇긴 하네. 할매는 특별히 첫 손님이니까. 하나 받아가.”

       

       첫 손님 기념이다.

       나는 할매에게 상추가 담긴 봉투를 건넸다.

       할매는 혀를 쯧- 차고는 상추를 받아 갔다.

       

       “영웅이 무슨 할머니처럼 상추나 팔고 있어… 월세나 빨리 갚아.”

       “이거 다 팔고 빨리 갚을게. 조심히 들어가고.”

       

       나는 떠나가는 할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할매는 느린 걸음으로 저 멀리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수련이가 내게 물었다.

       

       -아빠, 저 사람은 누구야?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지? 우리 빌라 주인이야. 말투는 저래도 착해.”

       -흠, 착한 인간이구나. 기억했어.

       

       수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바깥을 뚫어져라 구경하며, 모르는 것을 질문하며, 우리는 그렇게 손님이 오기까지 시간을 때웠다.

       

       “이거 싱싱해 보이네. 이거 하나 줘.”

       “그래, 받아.”

       

       유동 인구가 꽤 있기 때문일까.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슬슬 날이 어두워지네.”

       -돌아갈 거에요, 아버지?

       “그럴까 생각중이야.”

       

       다 팔고서 돌아가고 싶었는데.

       아직 많이 남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입소문을 타야 좀 팔리거나 할 텐데.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장사 접자.’

       

       나는 장사를 접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러던 도중, 익숙한 얼굴이 지하철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타이밍 좋네.’

       

       녀석들은 내 얼굴을 보고는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영웅님!”

       “저번에는 감사했습니다!”

       

       퉁퉁이와 비실이.

       마침 녀석들이 좋은 타이밍에 나타났다.

       나는 90도로 허리를 숙인 녀석들을 향해 물었다.

       

       “반가워. 운 좋게 잘 살아있네.”

       “하하, 영웅님 덕분이죠!”

       “근데, 너희 상추 필요하지 않냐?”

       “상추요?”

       

       녀석들은 내 손에 들린 검은 봉투를 발견했다.

       퉁퉁이는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채소 안 먹습니다, 영웅님!”

       

       그러자, 비실이가 곧바로 퉁퉁이의 허리를 찔렀다.

       

       “아, 아닙니다! 저희 채소 좋아합니다! 전부 사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어어, 그래. 잘 먹고. 정상적인 사람한테 얘기 좀 해줘. 여기서 가끔 품질 좋은 상추 판다고.”

       “예, 영웅님! 알겠습니다!”

       

       비실이는 눈치가 빠르네.

       그래도 오늘 장사를 다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주머니에 돈을 쑤셔넣고, 환한 얼굴로 드래곤을 챙겨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화련이가 내게 물었다.

       

       -아빠, 쟤네 누구야?!

       “퉁퉁이랑 비실이.”

       -아빠 부하야?

       “부하는 아니고. 그냥 동네 주민이야.”

       

       동네 주민.

       녀석들과는 꽤 자주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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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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