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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매국의 끝은 분명 좋지 못했다.

     

     어머니는 자살했고, 아버지는 황제에게 처형되었다.

     누아르는 매독으로 죽었다.

     나는-

     ‘그걸 죽음이라고 한다면, 내가 더 잔인하게 죽은 건가?’

     

     지브롤터 협곡의 중앙에서 황제가 이끈 제국군의 마도 포격으로, 무너지는 협곡의 바윗덩어리에 깔려 사망.

     죽는 순간에 내 옆에 있던 사람은 나리아 공주.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죽음이기는 한데, 레타르만큼은 아닌 것 같기도 해.’

     사람에 따라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레타르는 가장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녀의 사인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기르던 개에게 살해당했다’라고 할 수 있겠지.

     레타르는 성정이 잔인했다.

     주변 환경도 그런 성정을 잘 억누르는 게 아니라 폭발하도록 자극했다.

     매국노의 딸.

     나라를 팔아먹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

     제국의 2등 신민들은 만만해 보였던 어린 레타르를 모욕했고, 레타르는 자신을 모욕한 이들을 가차 없이 고문했다.

     

     -오라버니. 이것 좀 사줘.

     -…뭘 하려고?

     -노, 노예를 마음대로 하는 것도 안 돼?

     

     나는 알고 있었다.

     레타르가 2등 신민이 아닌 ‘노예’, 그러니까 제국에 저항하여 신분을 강등당한 이들을 어떻게 다룰지.

     ‘채찍이랑 고문 기구를 사달라고 하는데 그럼 모를 리가 있나.’

     그걸로 무슨 박물관을 만들 것도 아니고.

     -적당히 해라.

     허락해줬다.

     말릴 이유가 없었고, 말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매국노가 되었지만, 지브롤터는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그런 지브롤터를 향해 손가락을 겨누는 이들은 그대로 손과 혀를 잘라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때때로, 오히려 고마울 때가 있었다.

     혁명군이라면서 백작 저택을 습격하거나 테러를 일으킨 놈들이 있었다.

     -이 녀석은 레타르한테 던져줘. 아니다. 본인이 와서 데리고 가라고 할까?

     그중 제법 얼굴이 반반한 놈들은 내가 굳이 신형 머스킷의 살상력 실험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몇 년이 지난 뒤.

     레타르가 죽기 한 일 년 정도 전이었을까.

     -레타르에게….

     -차, 차라리 저를 쏴 죽여주십시오! 백작님, 마지막 자비를!!

     -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참수하여주십시오! 제발, 제발요!

     레타르의 악명은 식민지뿐만 아니라, 제국 전역으로 퍼질 정도로 커졌다.

     사로잡힌 혁명군이 레타르 대신 내 손에 죽기를 원하기도 했으며.

     오죽하면 모르가니아 총통이 직접 내게 서신을 보내 ‘적당히 해라’라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는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생각했다.

     제국법에 따라 사형 판결을 받은 자들에 대한 처리를 분업으로 처리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욕망을 조금 채우게 해줬을 뿐인데.

     -그레이 변경백.

     -예, 황제 폐하.

     -황녀가 그러더군. 여동생이 상당히 무서웠다고 말이야.

     -……폐하의 명령이시라면.

     여러모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여러 곳에서의 압박에 결국 레타르를 자중시키기로 했다.

     -마구 죽이지 말고 튼튼한 개 한 마리를 길러라. 그거 죽으면 교체하고.

     여러 명을 잔인하게 죽여서 논란이라면, 한 명을 길게 데리고 고문하면 소란이 잠잠해지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레타르를 죽이게 만든 간접적 원인이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레타르의 가학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데려왔던 녀석이 바로 눈앞의 이 소년-

     “이름은?”

     “…에단 세자르.”

     바로 이 은발자안의 늑대 같은 고아, 에단 세자르니까.

     “세자르.”

     잘 알고 있다.

     “분명 서부의 남작가로 기억하는데.”

     “…….”

     “아. 몰락했지.”

     세자르 남작가.

     “할아버지가 아마 군함 5척을 해적들에게 빼앗긴 걸로 재판에 회부되었다고 책에서 읽었다.”

     마지막 세자르 남작은 해군의 요직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이끌던 함’대’를 다름 아닌 해적들에게 나포당한 걸로 작위를 박탈당했다.

     “그런데 지금은 귀족이 아닌데도 귀족의 성을 쓰고 있는 건가?”

     

     까드득.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문다. 

     누가 봐도 분노를 억누르려는 행동이었다.

     “너, 너…! 어딜 감히 도련님께 그따위로 눈을 뜨는 것이냐!”

     

     모욕은 내가 했으나, 주변인들은 곧장 에단을 향해 언성을 높인다.

     “사, 사죄드려…! 에단, 네가 잘못한 거야…!”

     “그, 그래!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에단이 잘 몰라서…!”

     함께 보육원에 들어오기로 한 기수의 아이들은 행여나 에단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봐 호들갑을 떤다.

     “사과라. 나는 그냥 물어본 건데?”

     예전이라면 몰랐겠지만, 이제는 저들의 불안과 공포를 이해할 수 있다.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이 중에 혹시 에단과 같이 귀족 혈통인 이가 있나?”

     내가 다른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자, 다른 아이들은 쭈뼛거리며 서로 눈치를 봤다.

     “그런가. 그러면 너뿐이군.”

     “어….”

     에단의 눈에 독기가 서서히 풀린다.

     “안심해라. 지브롤터는 몰락 귀족이든 평민이든 구별하지 않는다. 이곳, [천사의 협곡]은 너희가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질 것이다.”

     보육원 이름이 왜 천사의 협곡이냐면, 샤를로트 지브롤터 부인에게 가서 따지라고 할 것이다.

     “오히려 반갑군. 귀족의 예법은 알고 있나?”

     “아, 그, 예.”

     “그렇다면 그대가 다른 아이들에게 좀 알려주도록. 왕실 예법 교사를 부르는 것도 제법 예산이 들어가서 말이야.”

     “…….”

     에단의 얼굴이 시뻘게지며, 곧 고개를 푹 숙이며 작게 끄덕인다.

     ‘귀찮은 녀석.’

     미래의 마스터이자 블러디 화이트를 죽인 혁명군의 영웅?

     일단 지금 당장은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몰락 귀족인 고아다.

     조금만 자기 약점을 건드려도 금방 울컥하는 게 꼬마들 아닌가.

     신분 차이.

     ‘깨달았겠지.’

     

     내가 자기 처지 같은 건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걸.

     오로지 순수한 의문으로 물었다는 걸.

     과연 알고는 있을까?

     ‘이번 기수의 리더는 에단이 되겠군. 벌써 다들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니.’

     내가 작위를 박탈당한 귀족 출신의 인간을 평민과 다르게 대우해주는 정치적 부담감을 두면서까지 자신을 두둔해줬다는 걸.

     “원래는 어머니가 오셔서 너희들을 보육원으로 인솔하셨지만, 오늘은 내가 하지.”

     “히, 히익…?”

     보육원에서 직접 나온 인솔 메이드가 사색이 된다.

     “왜. 뭐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니어요! 도, 도련님의 뜻대로 하셔요…!”

     나이가 30은 훌쩍 넘어 보이는 여자가 나한테 겁을 먹다니.

     ‘애들 다 겁먹었잖아.’

     이래서야 보육원에 들어올 아이들에게 좋은 시선을 받는 건 그른 모양이다.

     “저기, 오빠.”

     그나마 유일하게 내게 호의적인-편견 없는 시선을 보내는 이가 있다면 레타르뿐이다.

     “쟤, 귀족이야?”

     “귀족은 아니야. 지금은.”

     “왜?”

     “저 아이의 할아버지가 나라에 큰 죄를 지었거든.”

     “그러면 쟤 할아버지가 잘못한 거지, 쟤는 잘못 없지 않아?”

     레타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음, 그러게.”

     이어지는 대답으로는 ‘레타르 너는 지금 노스트럼 왕국의 지엄한 국령과 패전 군인에 대한 처벌, 그리고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연좌제 관습법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어’라는 말이 옳겠지만-.

     “쟤 잘못은 없지.”

     

     나는 그 말을 꾹 참고, 레타르의 등을 토닥였다.

     “들어가서 일찍 자렴.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어, 응!”

     “왜. 신경 쓰여?”

     “어, 그게….”

     레타르가 얼굴을 붉힌다.

     아무래도 운명의 장난인 모양인지,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둘은 한참 서로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거, 이거.’

     딱 봐도 알 수 있다.

     더욱이 미래를 보고 온 나이기에 더 잘 느낄 수 있다.

     ‘어려서 만나서 그런지, 이렇게 서로 반하게 되는구만.’

     레타르도 슬슬 이성에 관심을 가질 시기.

     보육원의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재능과 외모가 비례하는 건지 지금까지 들어온 아이들 중에는 에단이 제일 가능성 있게 생겼다.

     “…….”

     “저, 오빠?”

     “역시, 어머니께 가렴. 내가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천사의 협곡으로 간다고 말해주고. 할 수 있지?”

     “어, 응…!”

     레타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리더니-

     “하, 함부로 쫓아내거나 그러면 안 돼…!”

     그 말을 내 귀에 속삭이고는 조신하게 자리를 떠났다.

     ‘녀석.’

     미래에서도 저 녀석을 개처럼 질질 끌고 다니더니, 이번에는 아예 어린 시절부터 주인으로 행세를 하고 다니려는 걸까.

     “일단 가지. 그리고, 에단 세자르?”

     “예, 도련님…?”

     “그 호칭으로 충분하다. 가면서 잠깐 이야기를 하나 하지. 음,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나는 에단 세자르의 옆으로 슬쩍 다가가,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히익?!”

     뒤에서 다른 이들이 헛바람을 들이켜며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에단에게만 몰래 속삭였다.

     “첫눈에 반했다거나, 첫사랑이라거나. 그런 게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나?”

     “……!!”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걸 응원하는 편이다.”

     “예…?”

     “왜냐하면.”

     대부분은.

     “이루어지기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말이지.”

     첫사랑은 원래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 * *

     노스트럼에는 대대적으로 미신이 하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너를 아무런 안면도 근거도 없이 등용하려고 한다면, 그를 위해 충성을 바쳐라.

     노스트럼 왕가의 일대기에서 흘러나온 재미있는 야사와 관련된 미신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언제나 영웅은 나타났다.

     그리고 노스트럼 왕가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 귀신같이 그 어려움을 해결할 영웅들을 찾아냈다.

     노스트럼의 태조는 이런 능력을 ‘신안(神眼)’이라고 묘사했다.

     왼쪽 눈에 안대를 낀 그는 누군가를 볼 때 안대를 벗고 사람을 훑었다고 하며, 그렇게 간택을 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고 하더라.

     검술이든, 지휘든, 마법이든, 정치든.

     왕국 전역에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지며, 이런 격언도 생겨났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본 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법이다.

     어느 순간, 왕국에는 그런 분위기가 강해졌다.

     아카데미 시절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지만 왕의 친우가 되어 왕국의 마법을 발전시킨 궁정 마법사도.

     

     빈민가에서 굶어 죽어가던 걸 왕세자가 빈민가까지 직접 찾아와 직접 등용하여 키웠던 해상전왕도.

     마물이 즐비하게 늘어진 오염지대를 쓸어버리고 당대의 국왕과 결혼했던 소드 마스터 왕비도.

     전부 노스트럼 왕국 대대로, 신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왕가의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발탁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메릴리’라는 한 명의 평범한 신입 하녀가 3년 만에 지브롤터 보육원의 원장이 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홍차 한번 잘 내리고 스테이크 잘 구워와서 승진한 것.

     이라고 자신을 깎아내리는 이들이 아직 많지만, ‘그분’은 자신을 믿고 이 보육원의 책임자를 맡겼다.

     그러니 잘해야 한다.

     지브롤터의 내부에서, 그것도 가장 깊은 곳에서 봐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지브롤터의 ‘실세’에게.

     “후. 새로 들어올 아이들 방은 정리가 다 끝났고….”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분은 가만히 차만 마시고 연무장에서 땀을 줄줄 흘리는 누아르 도련님을 내려다보고만 계시지만, 저택 내부에서 돌아가는 모든 일을 알고 계시니까.

     “아이들 인솔은…아차. 부인께서는 지금 거동이 어려우신데. 말콤 집사장님이 인솔해오려고 하시려나…?”

     “보, 보육원장님ㅡㅡ!!”

     안경을 낀 양갈래머리 젊은 메이드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하아. 세실. 복도에서 함부로-”

     “도련님 오십니다ㅡㅡ!!”

     “……!!”

     메릴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 모든 보육 메이드 집하아아압ㅡㅡㅡㅡ!!”

     5분 뒤.

     보육원의 정문 앞에, 보육원장을 비롯한 메릴리가 다른 보육직원들과 함께 일제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저벅, 저벅.

     너무나도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회색 머리칼의 소년.

     “흐으음.”

     이제는 어지간한 여자 성인의 키와 비슷한 체격이라, 어쩌면 청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

     “매번 느끼는 거지만, 바람은 잘 드는 곳에 지어서 참 좋네.”

     하지만 메릴리나 말콤 집사장을 비롯하여, 아는 극소수의 인원만이 알고 있다.

     보육원을 산책 나온 것처럼 뒷짐을 지고 걸어오며, 뒤에 보육직원과 새 보육원의 아이들 10명을 데리고 오는 저 소년이야말로 진짜 이 가문에서 위험한 존재라고.

     “음.”

     보라.

     “뭘 이렇게 다 마중을 나와 있어.”

     자신이 왔는데, 모든 하인이 나와 있는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저 태도만 봐도 그렇다.

     -메릴리 양. 나는 말이야, 크림슨 백작님께서 둘을 각각 따로 키우려고 하시는 것 같아.

     칼침을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말콤 집사장이 몰래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누아르 도련님에게는 무력이라는 칼을. 그리고 그레이 도련님에게는 ‘정치’라는 칼을 맡긴 거지.

     지브롤터 변경백의 정치적 후계자.

     -그, 그럼 누아르 도련님한테 줄 댄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몰라. 젠장.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 진짜. 어른도 아닌 분들의 눈치를 보면서 일해야 한다니….

     가문에서 일하는 하인들에게 있어, 이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없지만.

     “메릴리.”

     “네!”

     “‘화원’을 잠깐 확인하려고 하는데.”

     “…….”

     “왜 그러지? 혹시, 지금 상태가 안 좋나?”

     능력 있는 하인은 주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주인이 언제든지 원하는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말끔히 청소되어 있으며, 현재 아이 중 일부가 ‘그 꽃’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도 부를까요?”

     “아니. 응접실을 비워둬. 화초 상태를 좀 본 다음, 바로 올라갈 테니까.”

     “네…! 아, 도련님.”

     “뭐.”

     혹시 선을 넘은 게 아닐까?

     메릴리는 잠시 침을 꼴깍 삼켰으나.

     “뒤에 따라온 보육원의 마지막 기수 아이들, 바로 수속시켜도 되겠습니까?”

     “…아.”

     다행히, 선을 넘은 건 아니었다.

     “그래. 꽃부터 본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네. 수속 밟아.”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고생해, 메릴리.”

     “네!”

     메릴리는 힘차게 허리를 숙였다.

     이 소년, 그레이 지브롤터에게 있어 ‘이름을 기억 받는다’라는 건 그에게 선택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그럼, 여러분?”

     메릴리는 어딘가 잔뜩 긴장한 아이들을 향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천사의 협곡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해요.”

     자신이 따르기로 한 주인의 미소를 최대한 따라 하며.

     * * *

     ‘역시 눈치가 빨라.’

     하인이든 직원이든 일머리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눈치라도 빠르던가.

     ‘승진 욕구도 있는 녀석이라, 주변에서 질투해도 능력으로 증명하겠지.’

     메릴리는 그런 의미에서 합격이다.

     비록 미래의 나나 지브롤터 가문에서 고용했던 적은 없지만-

     ‘그런 정보보다는 내 눈을 믿는 게 더 빠른걸.’

     변경백으로서 지냈던 내 경험과 안목으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낫다.

     보라.

     “도련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지하실은 여기입니다.”

     “네 이름은?”

     “세, 세실입니다!”

     “그래, 세실.”

     메릴리는 어느새 자기 오른팔처럼 보이는 메이드를 내게 붙여놓았지 않은가.

     “이 지하실에서 재배하고 있는 꽃,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나?”

     

     나는 지하실의 입구에 놓인 하얀색 꽃을 한 송이 집었다.

     “솜누스(Somnus)라고 하는 꽃입니다!”

     “맞아. 정답이야.”

     관리하는 메이드라서 알고 있는 건 아니고, 제법 흔한 꽃이다.

     어린 아이들의 동화책에도 삽화로 쓰일 법한 예쁜 꽃.

     “…….”

     다섯 갈래로 갈라진 흰 꽃잎과 가운데 은은하게 자리잡은 연보라색이 정말이지 아름답다.

     “그. 도련님. 정말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건 왜 지하에서 따로 재배하시는 건가요?”

     “왜? 그야.”

     나는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는 꽃을 메이드에게 건넸다.

     “예쁘니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지하에서 재배한 이 흔하디흔한 흰 꽃에서 짜낸 즙이 어느 물질과 만나는 순간, 만들어내는 연금술의 결과를.

     백은(白銀).

     그 중 ‘백’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이 솜누스 꽃이다.

     “나는 이 꽃을 이용해서.”

     3년.

     “수도에 꽃집을 차릴 거거든. 그리고 팔 거야.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겠지.”

     “…….”

     “마치, 저기 제도에서 유행한 튤립처럼 말이지.”

     나는 지하실에서 솜누스 꽃의 대량 재배에 성공했다.

     “이건, 돈이 된다. 분명히.”

     파는 건 꽃이 아니라 하얀 꽃가루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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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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