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2

       보금자리로 돌아간 후, 투스와 푸스에게 정신 교육을 실시했다.

         

        너희, 함부로 저기 넘어가면 안 된다.

         

        쟤들이 쳐들어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키에엥!”

         

        그래. 알아들었지?

         

        잘 하자.

         

        이렇게 설교하는 것도 우습다.

         

        보통 멍청한 게 아니라면 저곳으로 가진 않을 테니까.

         

        데이노니쿠스와 바리오닉스는 오랜만에 본 벽과 같았다.

         

        카이만을 쓰러트리고 기고만장해진 날 반성하게 되는 계기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 더 강해지면 된다.

         

        일단 놀란 내 가슴부터 진정시키자.

         

        회 정도면 적당하겠지.

         

        피라냐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구역으로 향했다.

         

        피라냐.

         

        내가 선호하는 먹이 중 하나다. 양도 그리 적지 않았고 맛도 꽤 괜찮았다.

         

        그린 바실리스크였을 땐 날 만만하게 보고 무리 지어 덤비던 놈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덩치가 커지니, 내가 나타난 것만 봐도 호다닥 도망간다.

         

        피라냐의 이름이 울겠다.

         

        질 걸 알더라도 무작정 달려드는 게 피라냐일 텐데.

         

        그래도 괜찮다.

         

        사냥하기 귀찮아질 뿐이었으니까.

         

        첨벙!

         

        물에 몸을 던졌다.

         

        놈들은 물속으로 숨기 때문에, 소룡등천보를 활용하는 것 보다 이렇게 잠수하는 게 맞는 선택지였다.

         

        긴 꼬리를 흐느적거리며 마치 악어와 같이 헤엄을 쳤다.

         

        소리를 내지 않으며 조용하게.

         

        피라냐를 발견했다.

         

        적당하게 살이 오른 녀석.

         

        이제 소리를 줄일 필요가 없다.

         

        촤아아아악!

         

        순간적인 가속도를 활용해 빠르게 놈에게 접근했다.

         

        놈도 대응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왕도마뱀류 특유의 폭발적인 순간 힘에서 뿜어져 나오는 속도는 대처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니까.

         

        푸드득!

         

        그렇게 피라냐를 사냥한 후 곧바로 뭍으로 놈을 던졌다.

         

        적당한 세기로 물어 죽진 않았지만 움직이지도 못할 거다.

         

        보금자리로 가지고 돌아가도 숨은 붙어 있어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거다.

         

        투스와 푸스가 놈을 마무리하면 레벨을 올릴 수도 있을 거고.

         

        내가 이렇게 자기들을 생각한다는 걸 알기나 할까.

         

        육아는 참 어렵구나.

         

        첨벙!

         

        그렇게 피라냐 세 마리를 추가로 잡았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뭍으로 나온 후 몸에 묻은 물을 털어냈다.

         

        투다닷!

         

        역시나 이번에도 늪지 한 곳에 물회오리가 생겨났다.

         

        쿠구우우우.

         

        멀리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거대한 피라냐.

         

        아니, 비단잉어 한 마리.

         

        내가 피라냐를 잡을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저렇게 시위하곤 했다.

         

        경고의 의미일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눈에 거슬려서 몇 번이나 잡아 보려고 했지만 쉽진 않았다.

         

        힘은 그리 강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도망치는 게 보통의 피라냐와 차원이 달랐다.

         

        과장을 좀 보탠다면, 물고기 주제에 하늘을 날았다.

         

        소룡등천보를 보는 다른 벌레들의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

         

        내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잡을 방법도 마땅히 없어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쿠구우우우.

         

        그래, 간다. 가.

         

        그렇게 보금자리로 돌아와 거미들과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샌가 밤이 찾아왔다.

         

        푸스는 내 옆으로 살살 기어와 자기가 오늘 짜낸 거미줄을 슬쩍 보여줬다.

         

        칭찬해달라는 건가?

         

        “겍겍.”

         

        손을 들어 등을 살살 긁어줬다.

         

        이제 덩치 차이가 너무 많이 나, 힘 조절하는 것도 매우 힘들어졌다.

         

        “키에엥!”

         

        너흰 내가 무섭지도 않니.

         

        …그리고 엉덩이 내밀지 마. 뭘 기대하는지 몰라도 절대 안 해줄 거다.

         

        “키엥….”

         

        푸스는 실망한 기색으로 둥지 한구석으로 기어갔다.

         

        이미 곯아떨어진 투스 옆에 눕더니 새근새근 졸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도 별일 없이 끝나는구나.

         

        늪지대 상부를 본 게 별일이라면 별일이지만, 그래도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하루였다.

         

        눈을 붙일 시간이다.

         

        이제 눈을 감을 수 있어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크게 하품을 한 후 잠을 자기 위해 몸을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시끄러운 소음이 들렸다.

         

        “그르르….”

         

        애들 자는데 누가 떠드는 거야.

         

        층간 소음 철폐.

         

        내가 늪지대의 주인이 된 이후 제일 먼저 한 일이다.

         

        시끄러운 거북이와 두꺼비들은 이미 육포가 되었다.

         

        황금빛을 띠는 우두머리 개체와 그 부하들만 입을 다무는 대가로 살아남았다.

         

        하늘을 나는 잉어도 밤에는 조용히 하는데, 어떤 겁 없는 녀석이 시끄럽게 하는 거야.

         

        오랜만에 성격 나오게 하네.

         

        터벅.

         

        늪지를 향해 걸어갔다.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놈의 정체를 확인 하기 위해서.

         

        “…어떻소?”

         

        잠깐만, 이 소리는?

         

        사람이다.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곳에서 사람을 만난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놀랍긴 했다.

         

        어떤 일로 여기까지 온 거지?

         

        뭔진 몰라도 엮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 거 같다.

         

        백연영 같은 괴짜는 몰라도 보통의 인간이라면 날 적대할 테니까.

         

        조용히 빠지자.

         

        살금살금.

         

        그렇게 뒷걸음질 치려는 순간이었다.

         

        “…허, 허억!”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툭.

         

        게다가 덩치가 작은 사람이 나와 부딪쳤다.

         

        저 사람들은 내 존재를 확실히 인지했다.

         

        어쩔 수 없지.

         

        플랜 B로 간다.

         

        일단 최대한 무해하게 웃자.

         

        안녕, 인간들.

         

        몸을 보니까 좀 다쳤구나.

         

        치료를 해줄 방법은 없는데….

         

        침이라도 발라줘야 하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

         

         

        여덟이던 삼류 무인은 다섯으로 줄어들었다.

         

        데이노니쿠스에게 사냥당한 탓이다.

         

        그래도 무인은 무인인지라, 전멸당하는 것은 어떻게 피할 수 있었다.

         

        “영물이 진법을 쓰다니. 이 무슨 해괴한…!”

         

        혈사자는 혀를 내둘렀다.

         

        하나하나만 해도 전투력이 결코 낮지 않은데, 진법을 흉내 내서 사용했다.

         

        서로의 역할이 뒤바뀐 채, 무참히 사냥당했다.

         

        그래도 다섯. 당가의 여식까지 포함하면 여섯이 살아남았다.

         

        “그래도 목숨을 보전한 게 어디요. 안 그렇소, 혈사자?”

        “후, 됐소.”

         

        그들이 영물을 때려눕혀서 생존한 건 아니다.

         

        세 명을 버리고 겨우 살아남은 거다.

         

        그리고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에는 당소영의 공이 컸다.

         

        전투력이 없다고 해도 그녀는 당가의 사람.

         

        품 안에 있던 연막탄을 터트려 그들이 도망칠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럼에도 세 명의 무인이 죽은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망했어…. 달 대협도 잃어버리고…. 흐어헝….”

         

        당소영은 또 우는 소리를 냈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듣기 싫었지만, 그래도 목숨을 빚진 상대다.

         

        성격이 살짝 이상하긴 하지만 조금 잘해주면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낭자. 너무 걱정 마시오. 혈사자 공과 나는 이류를 바라보고 있는 무인이오. 완숙한 삼류라고도 부르지.”

         

        당소영은 고개를 돌려 장봉을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돌렸다.

         

        “흐아앙…. 벼, 별 이상한 사람들이 자, 잔뜩 있어…. 부끄럽지도 않나 봐….”

         

        장봉은 머쓱한지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혈사자가 끼어들었다.

         

        “에잇. 됐소! 뭐든 간에 여기서 살아 남아야 하지 않겠소? 안전한 곳을 찾고 식량을 구해야지.”

        “그 말이 맞소. 그런데 이런 늪지에서 뭘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려.”

         

        늪지.

         

        삼류 무인들에겐 생소한 악지였다.

         

        “뭐든 나오겠지. 물고기라든지, 뭐 기어다니는 사각사라도 찾을 수도 있고.”

         

        일단 몸을 피할 장소와 식량을 찾자.

         

        그 영물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할 약초도 구하면 더 좋고.

         

        그렇게 그들은 늪지대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조용하구려.”

        “밤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소.”

         

        늪지대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마치 누군가 생물들을 통제하는 듯이.

         

        그때, 장봉의 눈에 묘한 생물 하나가 들어왔다.

         

        “…잠깐만. 저, 저것은?”

         

        껍질에 묘한 황금빛이 돌고 있는 거대한 거북이였다.

         

        “흐어억! 그, 금구?”

         

        전설 속의 영물이라고 전해지는 금구였다.

         

        혈사자는 장봉의 말을 믿지 않았다.

         

        “금구는 무슨. 어두워서 잘못 본 거겠지.”

         

        호들갑 좀 떨지 말라고 말하려는 찰나, 그의 시야에도 황금빛 무언가가 들어왔다.

         

        거대한 두꺼비였다.

         

        “허, 허억! 그, 금와!”

         

        거의 동시에 터진 비명소리.

         

        다른 삼류 무인들도 혈사자와 장봉이 있는 장소로 뛰어왔다.

         

        그들의 눈에 보인 건 금빛 광채를 내는 거대한 영물이었다.

         

        “저, 저, 저건!”

         

        구오오오.

         

        작은 물회오리를 만들고 있는 거대한 비단잉어가 그들을 응시했다.

         

        “마, 마, 만년화리!”

         

        늪지대는 난장판이 되었다.

         

        “잡아!”

         

        무인들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이거 놓으시오! 내가 먼저 발견했어!”

        “고, 고작 사, 삼류 무인인 여러분이 먹어도, 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거예요! 차, 차리 제가 연구를….”

         

        울고 있던 당소영도 금와를 보고 흥분해서 끼어들었다.

         

        짐조만큼은 아니지만, 금와 역시 당가에서 높게 쳐주는 영물 중 하나였으니까.

         

        무인들은 앞다투어 영물을 사로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고작 삼류 무인이 영물을 잡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크아악! 거북이가 뭐 저리 빨라!”

        “내, 내 손! 손이 이상해진다!”

        “아무리 영물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잉어가 하늘을 나는 거요!”

         

        높게 떠 있는 달.

         

        그들은 말 그대로 달밤에 체조하는 격이었다.

         

        “허억…. 헉….”

         

        영물들은 그들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친 무인들은 숨을 몰아쉬고 잠시동안 휴식을 취했다.

         

        “크허어억…. 더, 더럽게 빠르구만.”

        “그래도 영물이 이리 많이 있으니, 시간을 들이면 잡을 거 같긴 하오.”

        “아예 여기에 진을 치는 건 어떻소? 한 마리씩 몬다면 제아무리 영물이라고 해도 잡히고 말 거요.”

         

        먹을 걸 구하지 못했지만, 영물들의 존재는 그들에게 강한 동기가 되었다.

         

        십만대산은 그들에게 기회의 땅과 같았다.

         

        “그, 금와만 잡는다면…. 달 대협을 놓친 걸 용서받을지도 몰라요….”

         

        후헤헤.

         

        당소영은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모두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에도 그녀는 쪼그려 앉아서 금와를 찾고 있었다.

         

        “낭자. 그만하고 이리 오시오. 시간이….”

         

        장봉이 그녀에게 다가간 순간이었다.

         

        그의 걸음이 멈췄다.

         

        쨍그랑.

         

        “허, 허억!”

         

        들고 있는 검을 떨어트렸다.

         

        당소영은 장봉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 앞으로 갔다.

         

        툭.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무언가 부딪치고 말았다.

         

        당소영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처연히 떠 있는 보름달.

         

        달을 가리고 있는 청록색의 짐승.

         

        입에서 뚝뚝 떨어지는 맹독성의 침.

         

        “그르르….”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당소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흐, 흐에에엑!”

         

        혈사자와 장봉은 당소영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저 단단한 갑주과 날카로운 발톱.

         

        푸른 눈.

         

        기다란 꼬리.

         

        흉포한 울음소리.

         

        “흐아아아악!”

         

        삼류 무인조차도 느낄 수 있는 강대한 내공.

         

        “요, 용이다! 용이 나타났다!”

         

        그것은 용이라 부르기에 한 치의 모자람 없는 괴수였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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