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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펠레이와 크라슈의 전투가 한창인 와중.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경관에 앉은 제 2황자, 시폰 에파니아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하핫, 정말 잘 준비했구나! 과연, 저 정도는 돼야 밤 까마귀지!”

     

   크라슈를 완전히 밤까마귀로 알고 있는 시폰은 이번 대회가 즐거운 듯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그가 강제로 데려온 에벨아스크가 있었다.

     

   제 2황자 탓에 끌려 나온 에벨아스크는 입술을 우물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사람 많은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기껏 칭찬했거늘. 대답도 안하고 무슨 버릇이냐?”

     

   그 순간 시폰은 출렁이는 배와 함께 에벨아스크를 못마땅하게 노려보았다.

     

   “아, 그, 시, 시체를 움직이는 데 집중하느라 그랬사옵니다! 2황자님을 기쁘게 해드려 정말 기쁘옵니다!”

   “하하, 그렇지. 황가의 개는 그게 딱 알맞지.”

     

   시그린의 계획상 에벨아스크의 심장은 2황자에게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그녀가 쩔쩔매며 대답하자 2황자는 기분이 좋아졌다.

     

   “후후, 샴페인이라도 하나 챙겨 올 걸 그랬어. 이런 즐거운 구경거리에 술이 빠지면 쓰나.”

     

   시폰은 탐욕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이 일로 밤 까마귀의 힘을 여실히 드러내어 귀족들을 포섭한다면 황제가 될 수 있겠지.

     

   그가 그렇게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순간.

   그가 있는 개인실과 연결된 복도 쪽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엇, 무, 무슨 짓입니까! 여기는!”

   “흑룡 기사단이다. 비켜라. 사건이다.”

   “흑, 흑룡?!”

     

   밖에서 시녀와 하인들이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지?”

     

   소란에 시폰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거기에 서있는 것은 검은색 일색의 제복을 입은 기사들이었다.

     

   제국의 흑룡 기사단.

   그들은 제국의 주력 세 기사단 백룡, 천룡, 황룡과 달리 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주로 관리하는 기사단이다.

     

   그들의 악명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범죄자를 절대로 살려두지 않는다는 것.

     

   그들이 나타난 시점에서 이곳에 범죄자가 있다는 소리였다.

     

   “지금 무슨 짓거리냐? 이곳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느냐?”

     

   2황자가 화가 난 기색으로 의자를 박차며 일어났다.

   감히 황족인 자신이 있는 방문을 저리차며 들어 오다니 간이 부어도 너무 부었다.

     

   “2황자 시폰 에파니아.”

     

   그 순간 그를 호명한 인물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유일하게 검은색 제복과는 다른 옷을 걸친 그녀는 육감적인 몸매가 눈에 띄는 이였다.

     

   오죽하면 아주 잠시 시폰의 인중이 슬쩍 내려앉을 정도였다.

     

   그녀는 다름 아닌 메리 다이아나였다.

     

   한순간 여식의 몸에 홀린 그였지만, 시폰은 서둘러 정신 차리곤 노기를 뿌렸다.

     

   “감히, 나 2황자의 이름을 존칭도 없이 멋대로 불러! 제정신이냐!”

   “당신을 제 4황녀 시즐리 에파니아 살해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뭐, 뭐? 시즐리?”

     

   메리의 선언에 시폰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왜 시즐리를?

   말괄량이 짓밖에 못 하는 그 바보를 뭣 하러 살해한단 말인가.

     

   하지만 흑룡 기사단은 메리의 명령을 따라 그를 잡고자 다가오고 있었다.

   저들의 표정을 보고 시폰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것들이 미쳤느냐! 내가 시즐리를 죽이긴 뭘 죽여!”

   “밤 까마귀에 직접 4황녀 님을 죽이라는 명령문이 발견되었습니다.”

   “미친,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그딴 명령문 쓴 적 없다!”

     

   그러나 흑룡 기사단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이, 에벨아스크! 당장 이놈들을 죽여라! 감히,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황족을 체포하려 해?!”

   “어, 어어, 그, 그게요.”

     

   에벨아스크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인가 하는 생각이 여럿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살해돼?”

     

   그 순간 코웃음 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룡 기사단과 메리가 멈칫 한 사이.

     

   또각또각-

     

   울려 퍼지는 구두 굽 소리와 함께 흑룡 기사단이 들어온 문에서 누군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푸르른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입가에 고혹적인 미소를 그렸다.

     

   수행원 세라 베텔라와 함께 등장한 그녀는 다름 아닌 시즐리 에파니아였다.

   굳은 표정을 짓는 메리와 흑룡 기사단과 마주한 그녀는 기막힌 반응을 보였다.

     

   “지금 내가 살해당했다고 했느냐?”

     

   시즐리는 자기 팔과 몸을 더듬거렸다.

   그러고는 흑룡 기사단을 본 채 고개를 기울였다.

     

   “이상하구나. 세라, 내가 살해당했느냐?”

   “아뇨. 멀쩡하십니다. 살해는커녕 암살자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흐음, 세라는 그렇다는데. 세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죽었다라. 뭔가 이상하구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웃다가 웃음을 뚝 그쳤다.

     

   “흑룡 기사단 부단장 젠칼.”

     

   그리고 흑룡 기사단 중 그녀가 한 명을 바로 지목한 순간 세라가 옆에서 사라졌다.

     

   “잡아 오거라.”

     

   퍼걱!

     

   “크학!?”

     

   거칠게 울려 퍼진 주먹질 소리와 함께 부단장이 풀썩 쓰러졌다.

   세라는 본래 황룡 기사단 소속, 부단장이었다.

     

   실력 면에서는 그녀가 우위였으니 죽었다고 생각한 시즐리가 나타난 탓에 당황한 그로서는 반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는 다름 아닌 메리와 시그린이 흑룡에 심어둔 자신들의 패였다.

     

   ‘어떻게!?’

     

   메리가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속으로 경악을 보였다.

     

   메리는 지금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세라는 자기 손으로 직접 죽였다.

     

   그리고 그녀는 에벨아스크가 시체로 만들어 시즐리의 목을 베었어야 했는데.

   시즐리는 물론 세라까지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연속이었다.

     

   그 순간 시즐리의 눈과 메리가 마주쳤다.

     

   피식-

     

   아주 짧게 시즐리가 비웃음을 흘렸다.

   메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4황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다는 그녀다.

   시그린도 그 사실을 알기에 사전에 시즐리를 처리해두려 했던 것이다.

     

   만약, 그녀가 이 계획을 모두 알고 움직인 거라면 앞으로 큰 걸림돌이 될 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이대로라면 시그린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게 되어 버린다.

   시그린을 보좌하는 기사로서 주군의 명령은 절대 수행해야만 한다.

     

   ‘죽여야 해.’

     

   메리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러나 자기 손으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배신자.’

     

   무슨 수작으로 세라가 살아났는지 몰라도 에벨아스크 짓이 분명했다.

   감히, 시그린을 배신한 에벨아스크를 이용한다.

     

   그녀는 그 즉시 주머니 속 에벨아스크의 심장을 꽈득 쥐었다.

     

   “으욱, 윽?!”

     

   그 순간 에벨아스크가 자신의 심장 가를 감싸 쥔 채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심장에 메리가 명령을 심어 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안돼.”

     

   에벨아스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옥죄어 오는 통증과 함께 그녀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쏟아졌고, 몸에 통제권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당시에 블랙 후드가 작동되도록 조치만 해놨을 뿐 사용하지는 않았다.

   심장이 없어진다면 메리나 시즐리가 분명히 이상함을 느낄 테니까.

     

   그러니 그녀의 심장은 아직도 여전히 메리에게 있었다.

     

   분명 메리는 자신을 이용해 여기서 시즐리를 죽이고, 그녀의 손으로 자신 또한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

     

   “하악, 학! 크, 크라!”

     

   그녀는 명령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다.

     

   하지만 심장에 각인 되는 명령을 그녀는 말릴 수 없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쿠구구구구궁!

     

   그 순간 그녀의 비명을 시작으로 지진이 나듯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흑룡 기사단이 뒤늦게 검을 뽑고, 시폰이 당황했을 때 그녀의 발아래에서 시체들이 솟아나 왔다.

     

   메리의 두 눈이 번뜩였다.

   이걸로 끝이다.

     

   “뭐, 뭐냐! 에벨아스크! 무슨 짓이냐!”

   “괴물이다! 죽여라! 황자님과 황녀님을 지켜라!”

     

   흑룡 기사들이 그리 외치며 시체와 부딪치려는 순간이었다.

     

   우뚝!

     

   갑자기 쏟아져 나가던 시체들이 그 자리에서 굳은 듯 멈췄다.

   검을 막 휘두르려던 흑룡 기사단도 그에 따라 멈췄다.

     

   “뭐?”

     

   메리의 입에서 순간 당황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풀썩 주저앉은 에벨아스크가 있었다.

     

   얼굴에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녀는 통증이 없어졌음을 깨닫고 풀린 얼굴이 되었다.

     

   분명 심장에 시즐리를 죽이란 명령을 새겨 넣었다.

   그런데 멈추다니?

     

   메리가 급히 다시금 심장을 쥐려던 순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가 텅 비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시, 심장이 없어졌어?!’

     

   분명 손에 쥐고 있었던 심장이 갑자기 없어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메리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고 그녀의 사고가 가속화되었다.

     

   시즐리 살해 실패.

   시폰의 실각 실패.

   에벨아스크의 심장 잃음.

     

   그 세 가지가 맞물린 순간 그녀의 머리가 한순간 뒤흔들렸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안 좋은 버릇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수틀렸을 때는 우선 행동으로 옮기고 보는 버릇.

   그 버릇이 이어진 것은 다름 아닌 첫 번째 우선순위인 시즐리를 죽이는 것이었다.

     

   때마침 세라가 흑룡 부단장을 쓰러트리느라 시즐리는 지금 혼자다.

   세라 조차도 막지 못한 자신이다.

     

   연약한 시즐리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쿵!

     

   내지른 발과 함께 그녀의 인영이 흐트러졌다.

   동시에 폭발적인 오러가 그녀에게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최강의 창이라고 불리기까지 한 그녀의 각력이 바닥을 박살 내고, 순식간에 도약했다.

     

   ‘엑셀.’

     

   동시에 그녀의 몸이 또 한 번 가속했다.

   각력에 더해진 세계 최고의 속력.

     

   일순간 그녀는 세상이 정지한듯 느릿하게 보였다.

   시즐리도 뒤늦게 눈치채고, 몸을 빼려고 하고 있었지만, 그 반응은 메리에게 지렁이가 기는 것보다 느리게 보였다.

     

   신창(神槍)

     

   과거 그녀가 불렸던 이명을 증명하듯.

     

   ‘죽어라. 시즐리 에파니아.’

   

   

   

   

     

   

   

   

   그녀의 창에서 모여든 섬광과 함께 시즐리의 목을 향해 창이 쇄도했다.

   

   

   

   

   타닥!

   

   

   

   

   

   

   

   

   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뒤따른 소리와 함께 폭풍과 같은 일격 속 거센 흙 먼지가 휘날렸다.

   그런 흙 먼지 사이, 휘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아래 메리의 두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창에서 느껴진 것이 살을 가르는 감촉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게 울려 퍼진 것은 철과 철이 맞부딪친 소리였으니까.

   

   메리의 두 눈이 한차례 흔들렸다.

     

   비록, 과거보다 경지가 낮다고는 하나 마스터조차 죽인 자신의 창이다.

   그 창을 코앞에서 막은 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까만 불길을 검에서 토해내고 있는 한 소년.

   실눈을 지닌 그 소년은 다름 아닌 에벨아스크가 조종하던 시체였다.

     

   그 순간 소년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아주 예나 지금이나.”

     

   그는 눈앞에 메리를 보며 비웃음을 입안 가득 머금었다.

     

   “단순한 그 대가리는 다를 바가 없어요.”

   

   

    

   

   하지만 여유 있는 소년의 모습과 달리 그의 몸은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창을 무리해서 막았다는 증거였다.

     

   순간적으로 굳었던 메리가 바로 창을 회수하며 다음 격을 지르려던 순간이었다.

     

   “뭣하느냐! 이 여자를 빨리 잡아라!”

     

   시즐리의 호통이 거세게 이어졌다.

   그 사이 이미 폭주화를 발동시킨 세라가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 흑룡 기사단들도 같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수세에 몰린 메리가 입술을 까득 깨물었다.

     

   실수했다.

   여기서는 계획이 들통났더라도 한 발 뺏어야 했는데.

     

   당황한 나머지 사고가 좁혀지고 말았다.

     

   다 죽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만큼 미친 짓은 없었다.

   이들을 다 죽여도 제국의 검들이 자신을 쫓아 올 것이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지금 실력이라면 그들의 손에 죽는다.

     

   ‘도망치는 건.’

     

   그것도 안 된다.

   그랬다간 아카데미조차 입학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번 일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면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도망쳤다간 정말 영영 제국과 아카데미에는 발도 못들이게 될 것이다.

     

   결국 그녀는 전투를 포기하고, 창을 툭하니 내려두었다.

   그러자 흑룡 기사단이 재빨리 그녀를 포박했다.

     

   ‘시그린 님, 아서 님.’

     

   고개를 축 늘어트린 채 메리는 그렇게 흑룡 기사단에게 끌려갔다.

   그와 함께 분노하듯 그녀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에벨아스크, 시즐리 에파니아.’

     

   자신의 계획을 방해한 저 두 년을 기필코 죽이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멍청한 년.’

     

   크라슈는 끌려가는 메리를 보며 혀를 찼다.

   분명 저 여자는 자신의 정체도 눈치 못 채고, 에벨아스크에게만 원한 쌓고 있겠지.

     

   ‘당연하겠지.’

     

   그녀는 크라슈가 아서 대신 회귀했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 못했을 테니까.

   애초에 머릿속에서 이미 애저녁에 자신의 존재를 지워 버렸으리라.

     

   그녀의 기억 속 자신은 저주나 훔치는 도구일 뿐이니까.

     

   “괜찮느냐!”

     

   그 순간 시즐리가 크라슈에게 외쳤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크라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존나 아파.”

     

   크라슈의 양팔은 지금 엉망이었다.

   저 무식한 여자는 극혈침독의 힘까지 끌어 올렸음에도 팔을 작살내놓았다.

     

   고작 막는 걸로 말이다.

   게다가 애용하던 검도 구부러져 버렸다.

     

   그야말로 신창.

   딱 어울리는 별칭이었다.

     

   만약 노려진 대상이 시즐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이었다면 필히 죽었겠지.

   아직은 그녀와 닿기에는 한참 남았다는 소리였다.

     

   “그러게, 왜 그런 미친 짓을 했느냐!”

     

   시즐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크라슈를 혼냈다.

     

   “나는 어차피 황가에 내려오는 방호 목걸이를 차고 있었거늘!”

     

   크라슈는 뒤늦게 시즐리의 목에 채워진 목걸이를 발견했다.

   몰래 뭘 하고 있나 했더니 저걸 찾았던 모양이었다.

     

   ‘하여튼 준비성하고는.’

     

   괜히 나섰다고 생각하면서도 크라슈는 팔을 내렸다.

     

   “살았으면 됐다.”

     

   그러자 시즐리의 눈이 아주 잠시 커졌다.

     

   “에벨아스크!”

     

   그 순간 크라슈가 에벨아스크의 이름을 호명한 순간이었다.

   그러자 에벨아스크와 그의 발아래 검은색 액체가 올라왔다.

     

   그것이 그가 떠나려는 것임을 눈치챈 시즐리가 급히 외쳤다.

     

   “잠깐, 최소한 치료라도!”

     

   그녀도 안다.

   지금 여기서 머뭇거렸다간 에벨아스크는 물론 크라슈까지 함께 잡혀 사정 청취를 당할 거란걸.

     

   그렇지만 그녀의 입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걱정 마라. 아픈 건 익숙하거든.”

     

   하지만 크라슈는 어느새 어깨에 도착한 까마귀와 함께 검은 액체와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진 에벨아스크와 그를 보고, 그녀는 순간 얼빵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더냐…….”

     

   그녀의 좋은 머리라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가버린 그였다.

   최소한 이별에 어울리는 말이라도 할 것이지.

     

   기다랗게 한숨 쉰 시즐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옆에는 죄스러운 표정인 세라가 있었다.

     

   수행원인 그녀가 메리의 창에서 그녀를 지키지 못했으니 나온 반응이었다.

     

   “세라야.”

     

   그런 그녀를 보며 시즐리는 창문 밖을 보았다.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을 해봐야 할 것 같구나.”

   “준비하겠습니다.”

     

   크라슈가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라헬른 아카데미로 가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오랜만에 천천히 그녀다운 웃음을 지었다.

     

   “나원, 아프다는데 치료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

     

   그녀는 그리 말하며 크라슈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한 채 걸음을 돌렸다.

     

   “에, 에벨아스크? 이, 이게 뭔 상황이야!?”

     

   유일하게 이 상황을 전혀 모르는 시폰의 비명만이 홀로 울려 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분량이 이상해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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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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