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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32 – 모기퇴치가 중대사항인 이유>

     

    기껏 주연캐릭인 아이린에게 사탕으로 점수를 따려고 했는데 동료들의 방해로 무산됐다.

     

    ‘쳇. 모처럼 좋은 기회였는데.’

     

    이사벨과 손오천 씨에게는 실망했지만 지젤의 설명을 듣고는 납득했다.

     

    “사탕을 먹고 양치질을 못하면 이가 썩지 않습니까. 야외에서는 먹기 곤란하죠.”

    “앗! 저 엄청 먹어댔는데!”

    “안 그래도 언제 한 번 드릴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 나중에 쓰려고 준비해둔 여분의 칫솔입니다.”

     

    치아건강까지 챙겨주다니, 역시 지젤이 최고야!

     

    “겸사겸사 모기퇴치 스프레이도 다시 뿌리죠.”

    “네~”

    “그런데 모기는 왜 그렇게 싫어하십니까? 역시 물리면 간지러워서?”

     

    틈만 나면 모기혐오를 어필해서 그런지 지젤이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금방 알게 될 거예요!”

     

     

    * *

     

     

    모기퇴치의 중요성을 알려줄 시간이 다가왔다.

    정확히는 2차 관문의 도착지점으로 향하는 마지막 세 갈래 길이.

     

    <지름길(유료, 모기 없음, 금방 감)>

    <지름길(무료, 모기 많음, 조금 걸림)>

    <돌아가는 길(무료, 모기 조금, 오래 걸림)>

     

    시험관 미네르바.

    그녀가 여기까지 뒤를 따라온 응시생들에게 말했다.

     

    “먼 길 따라오느라 수고했다!”

    “와! 여기가 골라인인가요?”

    “아니. 그냥 수고했다고.”

    “???”

    “본 교관은 먼저 간다. 가고 싶은 길로 따라와라.”

     

    삑.

    지 혼자 마법진 위에 올라간 미네르바.

    [10점이 차감되었습니다.] 소리와 함께 슈슈슉 하고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교관.

    교관 뒤만 따라가면 골라인에는 도착하겠거니 생각했던 응시생들은 단단히 통수를 맞았다.

     

    “아니 실화야? 진짜? 레알?”

    “그냥 이렇게 가버린다고?”

    “야 이 나쁜 년아! 쓰레기 새끼야!”

    “허. 허허허.”

    “아니 이게 여기서 점수가 필요하다고?”

     

    버림받은 충격에 혼란에 빠지거나, 분노를 터뜨리거나, 그마저도 못하고 실성한 응시생들.

    그때, 갈림길의 중앙에 자리한 나무에서 껍질이 툭 떨어졌다.

     

    “엄마 깜짝이야!”

    “어? 불빛?”

    “저거 나무가 아니잖아?”

     

    나무로 위장한 갈림길상점.

    그 안의 녹색모자 교관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점수가 있으면 모기약을 팔게! 모기약이 있으면 물려도 안 아프다? 양은 적지만 가려워 죽는 것보단 나을 걸?”

    “모기퇴치 스프레이는요?”

    “응? 그런 걸 팔면 모기약을 팔수가 없잖아. 당연히 안 팔지. 너 바보구나? 하하하.”

    “…….”

     

    응시생들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험관과 교관 모두 얄미운 녀석들!

     

    “음? 우린 그냥 저 마법진 타도되지 않냐?”

    “그러네. 다들 60점 이상이니까.”

     

    합격최소점수 50점과 이동비용 10점.

    도합 60점만 넘기면 긴 시간을 들여서 돌아가는 길을 달리는 위험을 감수하거나 모기를 뚫고 지름길을 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깟 모기가 뭐라고! 그냥 지름길로 가자.”

    “맞아요. 우리는 세계제일의 아카데미를 목표로 하는 응시생이라고요.”

     

    자신만만하게 지름길로 향하는 몇몇 응시생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흙투성이가 된 응시생들이 지옥을 본 것처럼 동공의 초점이 사라진 눈을 하며 되돌아왔다.

     

    “지, 지옥이야. 저긴 지옥이라고!”

    “모기가… 수천 마리나 있었어!!”

    “죽을 거야. 저런 곳, 들어갔다간 피가 다 빨려서 죽을 거라고!!”

    “세상에!”

    “어떻게 그런 끔찍한 곳이!”

     

    앞선 4차 보조과제의 모기 늪이 우스울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모기들.

     

    “모기가 많아서 물리길 싫어했군요? 미리 물리면 저길 지나갈 수 없으니까?”

    “아닌데요? 저길 보세요.”

     

    그새 점수사냥을 하고 돌아온 트리거해피 해적녀 지고쿠.

    그녀가 여유 넘치는 얼굴로 마법진에 올라섰다.

     

    “모기가 싫으면 마법진을 쓰면 되잖아. 큭큭. 바보들인가?”

     

    자신감 넘치게 마법진 옆의 마나보드에 티켓시계를 들이미는 지고쿠.

    그를 반기는 것은 공간이동을 알리는 푸른색 이펙트가 아니었다.

     

    [모기독이 감지되었습니다.]

    [공간이동 마법진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어떻게든 응시생들의 점수를 쓰게 만들겠다는 악의가 보이는 이용조건!

     

    “저놈은 전에 그 싸가지 없던 빨간머리잖아? 으하핫, 개망신 당하는 꼴이 봐줄만한데.”

     

    수치를 당한 지고쿠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오천아저씨. 웃는 소리가 너무 커요.”

    “으하핫. 저걸 안 웃고 어떻게 참냐?”

     

    당장이라도 리볼버를 들이밀며 덤벼들 줄 알았던 지고쿠가 손오천 옆의 나를 발견하고는 머리 끝까지 올라오던 화를 꾹 눌러 삼켰다.

     

    “원숭이새끼. 애 없는 곳에서 나중에 한 판 뜨자.”

    “바라던 바다.”

     

    지젤은 황당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검상이나 총상을 입은 환자가 공간이동 마법진을 이용했다가 부상이 악화될까봐 이용을 자제시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모기독 때문에 이용을 못하는 건 처음 듣는 일이군요.”

    “지젤 아저씨도 의외로 모르는 일이 있구나? 독에 걸린 상태면 공간이동 직후에 독이 더 퍼져서 그래요. 모기독이 그렇게까지 위험한 건 아니지만요.”

     

    입시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맛보기 교육이라는 거지.

    그냥 킹받게 하려고 이러는 건 아니다.

     

    “그럼 갈까요?”

    “너희들, 방금 그거 못 봤어? 모기한테 물리면 이동할 수가 없다잖아!”

    “아, 괜찮아요. 저흰 안 물렸으니까.”

     

    그러게 모기한테 안 물리려는 노오력을 했어야지.

     

    [10점이 차감되었습니다.]

    [공간이동 마법진을 이용합니다.]

     

    편리하게 골라인에 도착한 우리들.

    미네르바가 제법이라는 눈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솜씨가 좋구나. 이 숲에서 모기에게 물리지 않기는 힘들었을 텐데.”

    “모기약을 샀을수도 있잖아요.”

    “레인저가 모기약 냄새도 못 맡을 것 같으냐? 너희가 약을 사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대신 모기퇴치 스프레이를 사용했지?”

     

    이사벨이 감탄했다.

     

    “시험관이 맞기는 했네.”

    “본 시험관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무튼 축하한다. 너희는 합격이다.”

    “와아!”

     

    지젤이 티켓시계를 내려다보고는 의아해하였다.

     

    “그런데 왜 점수가 늘어났습니까?”

     

    [티켓시계 점수]

    <오크노디 122점>

    <지젤 112점>

    <손오천 112점>

    <이사벨 112점>

     

    공간이동에 10점을 썼는데도 오히려 50점씩 늘어난 점수들.

    미네르바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완주보상이다. 2차 관문은 제한시간 내에 골인까지 들어오기만 해도 전원 50점을 준다.”

    “그러면 보조과제는 왜 있었던 겁니까?”

    “모기약 사라고?”

    “…….”

    “농담이다. 긴장을 풀어라, 응시생. 팀 벨런스가 좋아서 깨닫지 못했겠지만 이번 2차 관문은 식량이나 식수, 야생생존키트 등 다양한 물건의 수요가 있다.”

     

    중간 중간 나타나던 점수를 쓰는 상점들.

    보통은 그곳에서 보조과제로 번 점수의 일부를 사용하고는 한다.

    물론 태반은 마지막의 마법진을 이용하려고 모기약에서 점수가 싹 털리지만 말이다.

     

    “장기모험에서는 벌레에게 물리는 사소한 데미지를 무시했다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체력이 고갈되거나 질병으로 쓰러지기도 하지.”

    “응시생들도 이번 관문을 통해 벌레퇴치의 중요성을 실감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미네르바의 조언에 지젤과 손오천, 이사벨은 새삼 이 사람도 시험관이 맞긴 했구나, 하는 얼굴로 교훈을 받아들였다.

    나야 뭐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런 태연한 내 모습을 눈치 챘는지 미네르바가 문득 물었다.

     

    “오크노디 응시생은 알고 있었나?”

    “물론이죠. 중독에 대한 대비는 철저한 편이니까요!”

     

    동료들이 세상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실은 영재교육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허참. 저게 저렇게 되나?”

    “독사탕 훈련인가… 어쩌면 모험단에도 도입을…”

     

    반성회를 여는 동료들 사이에서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를 비운 나.

    <색적>으로 주변에 따라온 이가 없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뒤에야 헤헤, 하고 웃으며 품에서 여분의 주머니를 꺼냈다.

    사탕주머니와는 별개로 가지고 다니는 주머니.

    그 안에는 스탯석이 세 개나 들어있었다.

     

    “헤헹.”

     

    굳이 안 해도 됐던 보조과제를 하러 다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탯석은 짬짬이 모아도 부족하다고!

     

    <최하급 스탯석(상승제한20)>

    <하급 스탯석(상승제한40)>

    <중급 스탯석(상승제한60)>

    <상급 스탯섯(상승제한80)>

    <최상급 스탯석(상승제한100)>

     

    모든 스탯석이 복용한다고 무조건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이 아니다.

    어떤 스탯석은 모든 능력치가 20을 넘기면 더 이상 능력이 안 오르기도 하고, 보다 상위등급의 스탯석은 아꼈다가 먹어야 효율이 더 좋기도 하다.

     

    ‘초반에는 먹어서 손해 볼 일은 없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된다 싶으면 슬슬 아껴둬야지!’

     

    그런 이유로 한 입에 삼키기에는 조금 크기가 크다 싶은 스탯석들만 따로 모아두었다.

    언젠가 남 몰래 먹으려고 아껴둔 스탯석 주머니 되시겠다.

     

    “돌 모으기? 조숙하다 싶더니 은근히 애 같은 구석도 있구나.”

    “?!”

     

    기겁하며 주머니를 닫고 타닷 뒤로 물러서니 바로 위 나뭇가지에서 물끄러미 이쪽을 내려다보던 검은모자 교관과 눈을 마주쳤다.

    미네르바가 부리는 소환수가 <시야공유>, <음성전달> 마법을 통해 전달된 목소리였다.

    설마 내 <색적>을 속이면서 완벽하게 추적에 성공할 줄이야.

    간담이 절로 서늘해지는 경험이었다.

     

    “전에도 너 같은 응시생을 본 적이 있었지.”

    “저처럼 돌을 모으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쪽 말고. 독 내성 훈련 말이다.”

     

    시험관 미네르바가 소환수의 몸을 빌려 말했다.

     

    “비슷한 응시생들이 많아서 조사하다가 알았지.”

    “겉으로는 기프트 아카데미에 입학할 인재에게 지원을 하지만 실제로는 훈련받은 요원들을 양성해서 아카데미에 보내는 기관의 존재를.”

    “오크노디 응시생. 귀하도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지원을 받는 장학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떻게 재단 이름이 위험해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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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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