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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네르는 편안하고 포근한 베개에 얼굴을 비볐다.

     

    얼마나 쉰걸까. 반쯤 깨어난 정신으로, 네르는 개운함을 느꼈다.

     

     

    불어오는 바람도 향기롭고, 얼굴에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지 따스하다.

     

    이대로 계속 늘어지게 잠들고 싶었다.

     

    그녀는 보다 편안한 자세를 찾아, 고개를 돌려가며 얼굴을 베개에 비볐다.

     

     

    “네르, 일어나.”

     

     

    그 순간, 베개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도 안되는 현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네르가 화들짝 놀라 눈을 뜨자, 눈 앞에 베르그의 목이 보였다.

     

    어느새 그의 몸에 완전히 밀착한 채, 그에게 온 몸을 맡기고 있었다.

     

     

    네르가 놀라 몸을 떼려던 순간, 베르그가 그녀의 허리를 꽉 부여잡았다.

     

    “아…! 자,잠까-”

     

    동시에 얼굴에 열이 오르고, 심장이 튀어오른다.

     

    하지만 베르그는 차분히 설명했다.

     

    “-떨어진다. 진정해.”

     

     

    네르는 그제야 눈동자를 돌려가며 주변을 확인했다.

     

    아직도 비몽사몽해 인식의 속도가 느리다.

     

     

    그녀는 말에 올라타 있었다.

     

    양다리를 마체의 오른편으로 내린채, 베르그에게 기대고 있다.

     

    지금은 안정적이었지만, 베르그가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분명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스윽.

     

    이내 베르그가 조용히 네르의 허리를 놓았다.

     

    네르는 누군가가 제 허리를 만지는 어색한 감촉을 소화하며, 눈을 깜빡였다.

     

     

    “…고마워요.”

     

    그리고 부끄럽지만, 그에게 감사를 전한다.

     

    얼마나 그에게 기대어서 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숨겼다.

     

     

    침이라도 흘린건 아닐까. 입을 한번 훔쳐본다.

     

     

    하지만 베르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저 앞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몰았다.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러는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가 차분한 모습을 보이니, 네르는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자신만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그녀도 그를 따라 감정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가 기억하던 주위 풍경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그녀의 고향과도 같은 숲.

     

    대신에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평야.

     

    내려앉고 있는 노을.

     

     

    “…와…”

     

    그녀는 자신도 몰래 감탄을 흘렸다.

     

    노을이 내려앉으며 평야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니, 아름답지 않다고 느낄수가 없다.

     

    바람이 불어올때마다 풀들이 인사를 하듯 고개를 숙이며 파도를 만든다.

     

     

    이런 풍경은 그녀로서 처음보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토록 멀리 고향을 떠난적이 없었다.

     

    그제야 고향을 떠났다는 실감이 조금씩 나는 듯 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기도, 어째서인지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동안 베르그가 말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버텨.”

     

    “…네.”

     

    “근육통은?”

     

    “이렇게 있으니까 버틸만해요.”

     

    지속적으로 몸에 대해 걱정해주는 베르그.

     

    그가 이렇게 안부를 물어올때마다 마음이 따스해지긴 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게, 든든한 기분이 든다.

     

     

    이내 저 멀리서부터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베르그가 그 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왔네. 저기 보여?”

     

    네르는 연기 따라 밑을 바라보았다.

     

    작은 마을이 하나 보인다.

     

    블랙우드 영지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초라한 곳이었다.

     

    네르는 그 마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여요.”

     

    그 초라한 마을을 보며, 걱정이 보다 생겨났음은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

     

    “돌아왔다!”

     

    오랜만에 마을에 들어선다.

     

    스탁핀.

     

    홍염단의 고향이었다.

     

     

    우리를 반기러 온 마을이 뛰쳐나온다.

     

    규모가 거대했던 원정이었던만큼, 마을 전체가 환희에 물든다.

     

     

    아담 형과 나를 맨 앞에서 말을 몰았다.

     

    스탁핀의 많은 주민들이 나와 같이 앉아있는 네르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부단장님이 혼인이라니…’

     

    ‘예쁘긴 하시네.’

     

    ‘저 분을 데려오기 위해 다들 싸운거라는거지?’

     

    ‘바보야! 미래를 위해서였다잖아…!’

     

     

    네르는 환호사이로 들리는 수군거림에 몸을 움츠린다.

     

    시선을 내리깔고, 내 가슴팍을 바라본다.

     

    “…자, 허리펴.”

     

    동시에,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눌렀다.

     

    네르는 움찔하고 놀라며 나를 바라본다.

     

    나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바랬던 연기를 부탁한다.

     

    나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한다.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

     

    이내, 네르는 다짐한 듯 입술을 꾹 닫더니, 허리를 폈다.

     

    고개도 들며, 자신을 마주하는 주민들과 눈을 마주한다.

     

    보다 당당하게, 보다 귀족처럼 자신을 소개한다.

     

     

    그렇게하자, 사람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아까전에는 없었던 고결한 귀족을 바라보는 눈빛이 담긴다.

     

    환호는 보다 커지고, 우리를 축복하는 목소리도 많아진다.

     

     

    “부단장!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셔야해요!”

     

    “아이는 세명!”

     

    네르는 터져나오는 분위기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잠시 근엄한 표정을 깨트릴것처럼 불안히 눈을 깜빡이다, 이내 긴 숨을 내쉬고, 다시 연기를 이어나갔다.

     

     

     

    ****

     

     

    도착하자마자 형은 사상자를 발표하고, 그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장례에 대한 일정도 이야기한 뒤, 우리는 해산한다.

     

    마을사람들에게 못다한 이야기들은, 어차피 대원들이 각자의 사람들에게 말을 전달할 것이었다.

     

     

    그보다, 우리는 비통함이 마을에 내려앉지 않도록 잔치를 준비한다.

     

    힘든 원정이 끝이났고, 육포와 딱딱한 빵으로 배를 불리는것도 질렸다.

     

     

    다른 용병단들처럼, 우리의 단원들도 그 동안 쌓였던 정신적인 부담감을 해소할 창구가 필요했다.

     

    듣자하니 옆마을에서 창녀들도 넘어온다 했다.

     

    아마 각자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보수대로 능력껏 정욕을 해소하지 않을까.

     

     

    그렇게 잔치를 준비하는 동안, 나와 네르는 나의 집으로 향했다.

     

    “…”

     

    네르는 어떠한 사용인 없이, 단 둘이 한 집으로 들어서는게 불안한지, 계속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디까지 가는거에요?”

     

    그녀가 묻는다.

     

    그렇게 물을 법도 했다. 내 집은 워낙에 마을 구석에 위치해 있어서.

     

    이 좁은 마을에서, 나는 이웃도 없는 집에 살고 있었다.

     

     

    “저기.”

     

    나는 보이기 시작한 집을 가리키며 네르의 불안함을 달랬다.

     

    아담 형의 집이 그랬듯, 내 집도 평민이 살기에는 크지만…용병단의 부단장이 살기에는 작은 집이었다.

     

    2층으로 지어진, 방 여섯 개의 집이다.

     

     

    네르는 자신이 앞으로 생활하게 될 집을 바라보며, 얕고 길게 숨을 내쉰다.

     

    마음의 다짐을 하는것만 같다.

     

    하기야, 그런 휘황찬란한 곳에서 살다, 이런곳으로 들어오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긴 할거다.

     

    .

    .

    .

     

    -끼이이익…

     

    귀신의 비명처럼, 끼익대고 소리치며 열리는 나무문.

     

    오랫동안 비웠던 집이 나를 반긴다.

     

    얕게 깔린 먼지가 피어오른다.

     

     

    “…들어와.”

     

    나는 네르를 집안으로 들였다.

     

     

    “…”

     

    네르는 집 안을 바라보며 천천히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집 안을 바라보며 한동안 멈춰서서, 말 없이 굳어있었다.

     

    이해할 수 있다.

     

    그냥 내가 보더라도, 네르는 이 집과 분위기부터가 맞지 않다.

     

     

    그녀에게는 감출 수 없는 고결한 분위기가 있었고, 나의 집은 남들의 집보다는 살짝 클지는 몰라도…평민의 집이라는 건 변함 없었으니 말이다.

     

    귀족을 이런 집에 들일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 술병들은 대체 뭐에요?”

     

    하지만, 네르는 내가 예상했던것과 다른걸 지적한다.

     

    “…”

     

    나는 집 내부를 둘러보았다.

     

    혼자 살때는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아 몰랐던 것.

     

    그녀가 지적하고 나니 확실히 굴러다니는 술병들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나 술을 많이 드세요?”

     

    “그런건 아니고…어느새 이렇게 쌓였네.”

     

    그녀는 그것만 지적하는게 아니었다.

     

     

    “여기는 왜 이렇게 먼지가 많아요?”

     

    “거길 왜 청소해.”

     

    “천장에 거미줄이 왜 이렇게 많아요…”

     

    “…그러게.”

     

    “여기는 바닥이 부서졌잖아요. 왜 안고치셨어요?”

     

    “….피해서 걸으면 되지…않나?”

     

    나는 어느새 그녀의 눈치를 보며 변명하고 있었다.

     

    이럴줄 알았다면 청소를 하고 원정을 갔어야했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

     

    결국에 난 코를 긁적이며 네르를 바라보기밖에 더 할 수 없었다.

     

    같이 살 집을 이런식으로 소개해서야, 거부감만 생겨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네르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그녀가 웃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아, 그저 가만히 멈춰있었다.

     

     

    그녀가 말한다.

     

    “…처음으로 맹한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다 하실 줄 아는 것 같아보였는데.”

     

    예상외로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가 말했다.

     

    “내일 다 고치고 치울게.”

     

    네르가 답한다.

     

    “…도와드릴게요.”

     

    나는 그녀가 내뱉는 예상외의 답에 놀란다.

     

    귀족 영애인만큼, 이런것들은 하고 싶어하지 않을줄로만 알았다.

     

     

    네르가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친구…잖아요.”

     

    “…”

     

    그말에 천천히 미소가 지어진다.

     

    귀향길에서 그녀와 보다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숀을 살린 것, 그때 나눴던 포옹. 좁은 침대에서 함께한 것. 같은 말에 올라탔던 것. 그녀가 내게 기대어 잠든 것까지.

     

    확실히 단계적으로 친해져가는 느낌이 든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나를 거부하고 두려워했던 그녀다.

     

    벌써부터 이렇게 될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씻고, 광장으로 가자. 잔치 재밌을거야.”

     

     

    ****

     

     

    몸을 씻은 뒤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짐도 내려놓고, 장구도 정리한다.

     

    네르는 제 의료도구를 우리의 침실에 고이 간직해두었다.

     

     

    집에 방들은 많았지만, 결국 우리가 써야하는 방은 하나였다.

     

    괜히 각방을 사용했다가 마을 아이들에게 그 모습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소문은 빠르게 타고 퍼질거다.

     

    그리고 솔직한 말로 나의 억지도 있었다.

     

    몸이라도 가까워야 마음이 가까워진다.

     

    여기서 네르를 배려한다고 각방을 사용했다간, 평생토록 서먹서먹한 사이로 지내게 되는 모습을 그리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네르 또한 같이 방을 쓴다는걸 예상하고는 있었는지, 별다른 불만을 보이지 않았다.

     

    전날 가까이서 붙어잤음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걸 보며 안심한걸지도 모르겠다.

     

     

    이내 우리는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울려온다.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최소한 이날만큼은 즐겨야하는 날이다.

     

    애도의 과정이기도 했다.

     

    다 같이 놀고 웃으며 배불리 먹고 놀아야, 떠나간 동료들을 보다 쉽게 놓아줄 수 있다.

     

     

    나와 아담 형이 이전 용병단에서 알아낸 주요한 것들 중 하나였다.

     

     

    마을 광장에는 거대한 화톳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등장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뱉는다.

     

    네르는 그 소리에 내 뒤에 딱 달라붙었다.

     

    꼬리가 말려들어가있는게, 긴장했다는 것이 보인다.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이방인이었으니.

     

    나조차도 홀로 리자드맨이 모여있는 마을로 들어가라고 한다면 긴장하게 될 것이다.

     

     

    나는 모두의 환호성에 손을 들어 화답하며, 네르를 이끌었다.

     

    우리가 앉을 자리를 서성이며 탐색한다.

     

     

    저 멀리서, 숀이 손을 흔들었다.

     

    “숀…!”

     

    나는 멀쩡해보이는 숀을 보곤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접으며 네르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르님, 감사합니다.”

     

    네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감사를 전하는 숀을 바라보았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네르는 나를 올려다보곤, 내 소매를 조심스럽게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높여 답한다.

     

    “…네.”

     

     

    우리는 이내 숀의 곁에 착석했다.

     

    잔치의 분위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었다.

     

    악기를 만질줄 아는 단원들이 연주를 시작했고, 몇은 그 연주에 맞춰 합창을 시작했다.

     

     

    바란이 단원들과 함께 술을 가져와 풀었고, 시어도어가 구운 고기와 함께 등장한다.

     

    네르의 눈이 그 고기를 향해있다.

     

    그녀의 꼬리도 조심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먹고 싶어한다는걸 곧장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다 말했다.

     

    “가져올게. 기다리고 있어.”

     

    “아. 그…네. 감사해요.”

     

     

    ****

     

     

    네르는 처음 참여해보는 잔치에 놀라고 있었다.

     

    비슷한 경험이라고는, 귀족들의 무도회에 참여해본게 다였다.

     

    보다 훨씬 조용하고, 화려하고…동시에 형제들이 따돌려, 외로웠던 무도회.

     

     

    지금 그녀 눈 앞에 보이는 잔치는 그런것과 결을 달리했다.

     

    보다 야만스럽지만, 사람들이 보다 기뻐보인다.

     

    배를 부여잡고 웃는 사람들이 터져나오고, 모두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가식 하나 없는 이 잔치가, 어째서인지 그녀는 더 좋아보였다.

     

    저 멀리서 베르그가 단원들에게 둘러싸여 웃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지 않아도, 그가 혼인으로 인해 농담들을 건네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네르는 이제는 미소가 지어지는 그 모습을 보며, 베르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동시에, 그녀는 마을을 둘러보다 묘한 광경을 포착했다.

     

    몇몇 여인들이 그녀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

     

    네르는 결국 그 적의를 느끼다, 옆에 앉은 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네. 무엇이든지요.”

     

    “….저기…저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늑인족은 인족에게 미움을 받나요?”

     

     

    숀은 네르의 의문에 따라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네르의 말대로,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는 숀을 보며 네르는 의아해했다.

     

    이내, 웃음을 진정시킨 그가 말한다.

     

    “저 사람들이요?”

     

    “…네.”

     

    “…다 부단장 좋아하던 분들이에요.”

     

     

    “……네?”

     

    네르는 그 놀랄법한 말에 눈을 깜빡인다.

     

    적의를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전부 다요? 그러기에는 너무 많지 않나요? 차라리 늑인족을 미워-”

     

    “-전부 다요. 네르님. 부단장이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요.”

     

    “…”

     

    네르가 침묵할 동안 숀이 말을 이었다.

     

    “늑인족의 미의 기준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인족 기준으로 부단장은 잘생겼고, 재산도 많고, 몸도 좋고…무뚝뚝하지만 착하고, 상냥하니까요. 말 조금 섞어봤으면 빠지지 않는게 이상하죠.”

     

    네르는 자신의 남편이 된 베르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사람이랑 혼인을 하게 된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숀이 옆에서 키득대며 한가지 사실을 더 알린다.

     

    “근데 저분들 중, 부단장한테 손하나 올려본 사람이 없어요.”

     

    “….네?”

     

    “네르님이 처음이에요. 부단장 몸에 닿는 여성을 본게. 오늘 마차에서 누워있다가, 부단장 품에서 기대 주무시는 네르님을 봤는데 처음에는 꿈인줄 알았네요.”

     

    “….”

     

    네르는 열이 점차 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어째서인지 더워지고 있다. 눈만을 돌려 베르그를 바라보자, 그는 한손에는 접시를, 다른손에는 술을 든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 여성이 그에게 다가간다. 짙은 화장과 노출많은 옷. 화류계 여성 같아보인다.

     

    숀은 재미난걸 보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네르에게 말했다.

     

    “보세요. 저기 간다. 어어…”

     

    네르는 어째서인지 자신도 긴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내, 베르그 앞을 막아서는 여성.

     

    거리가 보다 가까웠기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오빠, 잘생겼다. 오늘 나랑…”

     

    그 여성은, 자연스럽게 베르그의 가슴에 손을 얹으려 했다.

     

     

    그러자 베르그는 그 어느때보다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만지지마.”

     

    “…”

     

    여성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다.

     

    베르그는 이내 그녀를 지나쳤다.

     

     

    숀이 옆에서 빵 터져 웃었다.

     

     

    하지만 네르는 싸늘한 베르그의 표정을 보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렇게 차가운 표정을 지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가 여성을 미워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것만 같았다.

     

     

    하지만 베르그는 네르에게 다가갈수록, 표정을 풀었다.

     

    이내 완전히 다가왔을때에는 미소까지 지어보이고 있었다.

     

    “자.”

     

    그가 고기가 담긴 접시를 네르에게 건넸다.

     

    네르는 그 접시를 받아들며, 왜인지 따스한 감정을 느낀다.

     

    그가 자신에게만 이렇게 해준다는게 다시금 특별한 느낌이 든다.

     

    “…고마워요.”

     

    네르가 말했다.

     

    베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숀이 옆에서 중얼거리며 놀린다.

     

    “자기 여자한테만 따뜻하네.”

     

    “…”

     

    이내, 네르는 용기를 낸다.

     

    그는 사이좋은 부부연기를 해달라 했다.

     

    베르그는 어쩌면 그녀조차 몸에 손을 올리는 걸 싫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단원들을 위해 감정을 참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물론, 여태의 모습이 연기같지는 않아보였지만.

     

     

    어찌됐든 이 잔치에 애도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걸 아는 지금, 그녀는 그 어느때보다 연기를 이어나가야함을 알았다.

     

    네르는 조심스럽게 고기를 한점 들어올려, 베르그에게 건넸다.

     

    베르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 고기를 손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네르는 눈을 꾹 감으며, 고기를 그의 입 근처로 밀어붙였다.

     

    다가오던 베르그의 손이 멈춘다.

     

    이내 그는 피식 웃으며, 그녀가 건네는 고기를 입으로 받아먹었다.

     

    네르는 이후 황급히 손을 거둬들였다.

     

     

    베르그가 말했다.

     

    “고마워.”

     

    복합적인 의미가 담긴 감사의 말.

     

    네르는 머리를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vesta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재밌게 보고 계셨으면 좋겠네요.ㅎㅎ 항상 응원감사드려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말씀을 드리자면, 프롤로그의 상황은 작품 중반쯤에 나올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 길게 쓸걸 예상하고 있기에 그조차도 조금은 기다리셔야 할 듯 싶네요.

    PLUS를 달았습니다. 앞으로도 화이팅.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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