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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도련님. 셜록 홈즈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뜨겁습니다.”

       “늘 그렇잖아?”

       

       “평소 이상입니다. 몇몇 독자들이 ‘셜록 홈즈’의 다음 편을 찾기 위해 출판사를 습격하려고 시도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좀 심하긴 한데… 셜록 홈즈니까.”

       

       

       작품에 독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연재 소설’에서는 ‘클리프행어’라는 방식이 종종 쓰인다.

       

       간단하게 말해서, 절단마공이다.

       

       갈등이나 새로운 의문이 등장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클리프행어의 끝판왕이 바로 추리소설이었다. 의문편-해답편 구조로 이루어진 추리소설은, 갈등을 극한까지 고조시키며 독자들이 이야기에 한없이 몰입하도록 만든다.

       

       

       “셜록 홈즈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건 사람의 본능이거든.”

       “본능…인 겁니까?”

       

       “그렇지.”

       

       

       그리고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의 마스터피스다.

       

       ‘다음화를 궁금하게 만든다’라는 측면에서 셜록 홈즈를 이길 수 있는 작품은 없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도, 독자들이 작품에 몰입하도록 유도했을 테고.”

       “그러고보니, 화이트렉 탐정사무소의 탐정들이 ‘셜록 홈즈’ 복장으로 경비를 서는 건 도련님께서 제안하신 겁니까?”

       

       “아니. 하프 앤 하프의 사장님이 생각한 거야. 그 사장님이 센스가 좀 있더라고.”

       

       

       ‘셜록 홈즈’는 문학사상 가장 ‘탁월한’ 캐릭터다.

       

       셜록 홈즈는 전생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영화화된 캐릭터이며, 문학사에서 가장 성공한 캐릭터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의 홍보에 집중한 하프 앤 하프 사장님의 전략은 꽤 유효한 것이었다.

       

       

       “뭐, 해답편이 나오면 금방 진정될 테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렇습니까?”

       

       

       첫 번째 장편인 주홍색 연구는 분량의 절반을 ‘이 녀석도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었어’를 설명하기 위해 할애한다. 범죄자가 무조건적인 악마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추리소설의 ‘첫 단추’에 어울리는 내용이기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조금 지루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장편보다 단편을 좋아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탁월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변하는 순간은… 오히려 스스로의 선입견에 패배할 때지.”

       

       

       기록할만한 첫 장편인 ‘주홍색 연구’보다도.

       

       ‘홈즈’라는 인물의 설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네 사람의 서명’보다도.

       

       홈즈라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만든 작품은 따로 있었다.

       

       

       “그 여성분께서 등장하시는 순간을 기대하자고.”

       “그 여성분이라면… 세 번째 작품이군요. 으음, 확실히 굉장히 매력있는 에피소드였지만….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그렇게 재미있는 에피소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하긴.

       

       시온은 내가 표절한 셜록 홈즈를 ‘전부’ 읽었으니까.

       

       연재를 순서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었으니 그 재미를 전부 느끼기는 힘들겠네.

       

       

       “미안. 시온.”

       “예?”

       

       “그런 게 있어.”

       

       .

       .

       .

       

       [셜록 홈즈의 모험]

       [보헤미아 스캔들]

       

       [To Sherlock Holmes she is always the woman.]

       [셜록 홈즈에게 있어 ‘그녀’는 언제나 ‘그 여성분’이었다.]

       

       [“남자가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만큼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네.”]

       

       

       아이린 애들러.

       

       ‘보헤미아 스캔들’이라는 단편에서 한번 등장하는 것이 전부지만,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여성’.

       

       그리고 셜록 홈즈의 팬들에 의해 가장 많이 재창작된 여성 등장인물.

       

       그녀가 등장하는 단편을 계기로, ‘셜록 홈즈’는 제국에서, 그리고 문학사에서 가장 ‘매력있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

       .

       .

       

       사냥 모자와 망토달린 코트. 파이프 담배와 돋보기.

       

       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제국의 탐정이라면 누구나 ‘셜록 홈즈’를 상징하는 복장을 입고다녔다.

       

       사실, 탐정이 아니지만 셜록 홈즈 복장을 입고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멋졌으니 말이다.

       

       

       “셜록 홈즈 덕분에 요즘 일거리가 늘어나서 좋구만! 우리들을 보는 시선도 예전보다 나아졌고 말이야.”

       “그렇다니까! 탐정이라고 하면, 솔직히─, 귀족들 뒷처리 도와주는 개새끼 취급하는 게 보통 아니었나? 아니면 경비대나 치안대 대신 주정뱅이들 족치다가 욕이나 먹고.”

       

       “솔직히, 그게 사실이었지. 푸흐핳!”

       

       

       셜록 홈즈의 등장 이전 ‘사립 탐정’의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다.

       

       사실 ‘셜록 홈즈’ 작중에서도, 홈즈는 스스로를 ‘수사 자문가’라고 칭하며 ‘탐정’을 무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보기에 셜록 홈즈는 탐정이었고.

       

       이는 ‘사립 탐정’이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졌다.

       

       

       “요즘 꽤나 보람 있단 말이지. 나쁜놈들 족치고, 가끔씩은 가난한 사람들도 도와주고, 내가 이러려고 탐정이 되었구나, 싶어.”

       “자네가 웬일인가? 돈에 미친 인간이 실성이라도 했나?”

       

       

       그리고 사립 탐정들 또한 그 이미지를 마음에 들어했다.

       

       오히려 ‘셜록 홈즈’를 계기로 작중 홈즈처럼 행동하는 탐정들이 늘어났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실제 그 직업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왓슨, 불가능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믿을 수 없어도 진실이라네.”

       “푸하핫! 전혀 안 어울리니 그만하게. 그리고 말이야─ 홈즈여도 내가 홈즈지, 왜 내가 왓슨이고 자네가 홈즈인가?”

       

       “입 닥치게. 왓슨.”

       “푸흐핳.”

       

       

       다소 기묘한 현상도 있었는데, 상인이나 귀족들이 비서나 시종을 뽑을 때 ‘왓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는 일들이 생겼다.

       

       그래서 아예 이름을 속이거나 바꾸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셜록 홈즈를 읽은 사람들에게 옆에 서있는 사람을 ‘왓슨’이라고 부르는 취미가 생긴 것 같았다.

       

       

       “사람들은 ‘호메로스’ 작가가 신이니 뭐니 하지만, 우리 탐정들한테는 ‘헤로도토스’ 작가야말로 신이지!”

       “그렇다니까! 헤로도토스는 신이야!”

       

       “사실 호메로스 작가가 쓴 소설들은… 재미도 없지 않나?”

       “그건 조금…. 호메로스 신자들한테 쳐맞기 싫으면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지 말게.”

       

       

       그리고.

       

       셜록 홈즈를 계기로, ‘헤로도토스’의 이름값이 미친듯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

       .

       .

       

       대중적인 영향력과는 별개로,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제시된 ‘연역적 추리’의 수사학은 치안대와 경비대를 비롯한 경찰 기관들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수도의 치안을 관리하는 ‘제국 수도 경찰대’는 셜록 홈즈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은 기관 중 하나였다.

       

       

       “우리가 이렇게 유능하다고…?”

       “어, 지문 검출같은 거 저희는 모르죠…?”

       

       “애초에 시골까지는 아직 경찰대가 설립이 안 되었는데…?”

       “저희 사립 탐정보다 하는 게 적잖아요….”

       

       

       그들은, 셜록 홈즈에 등장하는 경찰들의 수사기법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광역경찰법 자체도 통과된지 10년이 지나지 않았다.

       

       치안대와 경비대, 경찰대가 혼합되어 존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시범 운영 중인 경찰대는 아직 체계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셜록 홈즈’라는 소설은 그 자체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어, 뭔가 이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지 않아…?”

       “그러게요…?”

       

       

       제국의 경찰대가 빠르게 체계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제국 수도 경찰대’와 그 상위 기관인 ‘제국 광역 경찰법 집행을 위한 특수 행정청’이 ‘하프 앤 하프’에 자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작가님!”

       “네. 사장님.”

       

       “제국에서 이런 요청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광역 경찰법 집행을 위한 특수행정 자문…? 어, 대면으로 하기는 조금 그렇고…. 서면으로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곧 ‘헤로도토스’가 제시한 체계를 기반으로 한 ‘제국 광역 경찰청’이 성립되었다.

       

       시민들의 생활안전 보장과 범죄자들의 검거, 치안 유지 등을 위해 설립된 근대적 경찰 기관인 ‘제국 광역 경찰청’은, 정식 운영 첫날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며 제국을 유지하는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시 고문당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당신의 모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범죄자 체포하는데 뭐 그런 말까지 해?”

       

       “몰라요? 하라던데요.”

       “뭔가 느낌 있긴 하네. 나도 해야겠다.”

       

       

       즉, 제국의 치안이 나아지고 있었다.

       

       겨우 소설 하나 덕분에 말이다.

       

       .

       .

       .

       

       “도련님!”

       “어어, 시온. 왜?”

       

       

       평소처럼 집에서 소설을 읽으며 쉬고있는데, 시온이 갑자기 급하게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얼마나 열심히 뛰어온 건지 숨까지 헐떡이고 있었다.

       

       

       “그, 그게, 큰일났습니다!”

       “큰일?”

       

       “예! 도련님의 작품 속 셜록 홈즈를 이용해서, 그, 그게─.”

       “또 표절 문제라도 생겼어?”

       

       

       셜록 홈즈는 수없이 많은 재창작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자체를 표절하는 작품이 생겼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표절은 아니지만, 그, 그보다, 이걸 읽어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으음?”

       

       

       시온이 가져온 것은 잡지였다.

       

       ‘미니 앤 라이프’라는 이름의, ‘하프 앤 하프’처럼 싸구려 펄프로 만든 연재소설 잡지. 나도 가끔씩 읽는 잡지였다.

       

       시온이 건네준 잡지를 받아 가볍게 읽어내렸다.

       

       그리고, 나는 왜 시온이 저렇게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하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괴도 학센 VS 셜록 홈즈]

       

       “이야….”

       

       

       모리스 르블랑이 이세계에도 있었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셜록 홈즈는 추리에 한해서라면 ‘완벽한’ 인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셜록 홈즈도 실수를 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점들이 모여서 셜록 홈즈를 더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셜록 홈즈는 필요없는 기억을 바로 잊어버릴 정도로 냉소적인 인물이지만, 이런 ‘실수’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반성하고 기억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가 완벽하게 헛다리를 짚은 사건도 있습니다. 셜록 홈즈가 헛다리를 짚은 ‘노란 얼굴’이라는 단편에서, 셜록 홈즈는 이런 대사를 합니다.

    [“왓슨. 만일 내가 오만해지거나 사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든, 내 귀에 ‘노베리’라고 속삭여주게. 그렇게 해준다면 자네에게 정말 고마워할 걸세.”]

    시간이 괜찮으실 때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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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as a Plagiarist in Another World

Surviving as a Plagiarist in Another World

Surviving as a Plagiarizing Author in This World 이세계에서 표절 작가로 살아남기
Score 4.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literature of this other world was atrocious.

So, I plagiarized.

Don Quixote, Anna Karenina,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The Metamorphosis… I thought that unraveling the literature of the original world would advance the literature of this other world.

“Those who dream and those who do not, who really is the mad one?”

“To live or to die, that is the question.”

“No matter how fatal the mistake, it is different from a sin.”

But then, people began to immerse themselves too deeply in the novels I plagiarized.

Can’t a novel just be seen as a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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