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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이어 방영된 태양을 숨긴 달 4화.

       3화의 기대감 속에서 이어진 태숨달은 연기파 배우, 강성찬과 하예서의 활약으로 시청률을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3화에서 13%까지 떨어져 죽은 줄 알았던 액션왕이 18%로 부활.

       태양을 숨긴 달의 입장에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생에는 아마…….’

       

       서연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액션왕은 이후 8화쯤에 자멸할 예정이었으니까.

       

       아마 세빈, 이라는 이름이었던가?

       

       출연 중인 아이돌 배우의 학폭 논란이 터지며, 마지막화에 5%라는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무리 지어진다.

       

       당연히 태양을 숨긴 달은 해당 시청자들을 모조리 흡수하며 성장.

       최종적으로는 마지막 화 기준 42%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갱신하며 유종의 미를 맺게 되지.

       

       <기대 속에 시작된 태숨달 4화, 생각보다 슴슴?>

       <아역 배우들의 열연이 독이 됐나? 시청률 31%->26%로 하락한 태숨달>

       

       ……그런 기사들도 보였지만,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단 내 연기가 좋게 평가받았다는 것에, 괜히 뿌듯해졌다.

       

       그래도 내가 그 고생을 한 보람이 있구나.

       

       ‘제대로 연기를 한다는 것.’

       

       이전에는 그런 성취감을 잘 느끼지 못했다.

       CF를 찍을 때도, 그리고 태숨달을 처음 촬영할 때만 해도.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기분이 좋았다.

       

       “아이고, 서연 양. 오느라 힘들었죠?”

       

       그리고 지금 나는, KMB에 마련된 스튜디오에 도착한 상태였다.

       연애생중계의 코너 중 하나인, ‘화제의 스타’.

       

       이번에 내가 출연하게 될, 첫 예능이자 마지막 예능이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연예생중계의 PD.

       신재운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치 보물단지를 보는 듯한 눈이다.

       

       “이번에 태양을 숨긴 달 잘 봤어요. 서연 양 정말 일곱 살 맞죠? 도저히 믿기지 않은 실력이던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그리고 이쪽은…….”

       

       신재운의 시선이 내 옆에 있는 엄마에게 향했다.

       그는 처음 엄마, 수아를 보고는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 그 뭐시냐.”

       

       확실히 프로는 프로였다.

       잠깐 당황했던 눈이 흔들리며 재빠르게 시선을 처리했다.

       

       ‘대단하네.’

       

       서연도 내심 감탄했다.

       처음 엄마를 본 이들은 대부분 눈동자가 잠깐 아래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신재운은 당황했을지라도 눈동자는 정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머님도 정말 예쁘시네요. 배우하셔도 되겠어요.”

       “아,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무리예요…….”

       “그래도 서연 양이 누구 덕에 이렇게 귀여운지는 알겠습니다.”

       

       핫핫, 하고 웃는 신재운의 말에 수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서연이 보기엔 서로가 서로에게 어색한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말이다.

       

       “크, 크흠! 촬영은 오후 2시부터 진행될 테니, 조금 쉬고 계세요. 준비가 마무리되면 바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웃으며 이야기하는 신재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인터뷰 위주로 진행되는 예능이었기에, 나는 따로 준비할 것도 없었다.

       

       “서연아, 그럼 엄마는 밖에서 기다릴 건데…….”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역시, 그거 말할 거니?”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곧 전부 알게 될 일이다.

       

       차라리 이런 곳에서 발표를 하는 게 더 파급력이 쌜 게 분명했다.

       

       ‘거기다 예능이면, 재방송도 있고.’

       

       다시 보기도 있으니, 평범한 인터넷 기사보단 오래 기억에 남겠지.

       마침 난이도도 높지 않기에 첫 예능으로도 적당했다.

       

       ‘인터뷰하는 거 잘 봐둬야겠다.’

       

       그리고, 이번 예능을 받아들인 이유는 또 하나.

       바로 인터뷰 스킬이다.

       

       자고로 스트리머든, 버튜버든 게스트가 방송에 참여하는 경우는 제법 많다.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자연스런 질문 방법.

       시선의 처리나 인터뷰 스킬을 슬쩍 배워볼 생각이었다.

       

       밥만 먹고 인터뷰만 하는 프로.

       분명 배울 점이 많겠지.

       

       벌써부터 인터뷰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의미로.

       

       ***

       

       “이번 인터뷰,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서연을 추천해준, 고맙디 고마운 드라마 PD.

       하태오는 신재운에게 그런 말을 남겼다.

       

       ‘최근 가장 뜨는 아역.’

       

       태양을 숨긴 달이 어디 보통 드라마인가?

       특히 3화에서 보여준 두 아역의 연기는 계속 화자가 되고 있었다.

       

       심지어 이후에 방송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은 탓에,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극에 달해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우리 연예생중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면!’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뛰었다.

       참고로 신재운은 연예생중계를 최근 넘겨받은 상태였다.

       

       기존에 연애생중계를 맡았던 PD는, 태숨달 오디션 이후로 일이 많아져 다른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제 밥줄인데 당연히 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이 연예생중계의 인터뷰 코너, ‘화제의 스타’는 MC인 송영진을 통해 진행된다.

       송영진은 본래 KMB 소속 아나운서였으나, 프리랜서로 전환한 뒤에 승승장구 중인 인물이었다.

       

       ‘주서연이라.’

       

       송영진도 잘 아는 이름이었다.

       단순히 인터뷰 대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최근 아내가 가장 열심히 시청하는 드라마가 태양을 숨긴 달이기 때문이었다.

       

       서연이 연기한 3화를 보았을 때 송영진은 내심 충격받았다.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저런 연기를 펼칠 수 있다고?

       

       아마, 누구라도 ‘천재’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전부터 연기 천재라 불리던 박정우조차, 그 순간은 완벽히 서연에게 먹혔다.

       

       그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아역.

       앞으로 얼마나 많은 드라마를 찍고, CF에 나올까.

       

       그 시작이 이 연예생중계라면 송영진은 더 바랄 게 없었다.

       

       “자, 그럼 연예생중계, ‘화제의 스타’!! 오늘 만나볼 스타는…….”

       

       촬영이 시작되며, 먼저 자리에 앉은 송영진은 큰 소리로 외쳤다.

       

       “바로, 태양을 숨긴 달의 연화공주, 주서연 양입니다!!”

       

       그의 말과 함께, 서연이 꾸벅 인사를 하며 걸어나왔다.

       아마 이 ‘화제의 스타’에 출연한 이들 중, 최연소가 아닐까.

       

       그래서 내심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서연의 나이는 일곱 살이니, 과연 제대로 인터뷰를 할 수있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또 연기랑 인터뷰는 다르지 않은가?

       

       ‘역시 어머니와 함께 했어야 할 것 같은데.’

       

       송영진은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연기를 보인 아역.

       

       거기다, 지금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서연은 묘하게 ‘아이’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다.

       저 고요한 눈동자 때문인지.

       아니면 긴장 따윈 없어 보이는 저 무표정한 얼굴 때문인지 모른다.

       

       “이번 태양을 숨긴 달에 참여하게 되며, 연화공주 역을 훌륭히 수행했잖아요? 서연 양은, 연화공주 역을 자신이 맡게 될 거라 생각했었나요?”

       “아니요.”

       

       송영진의 질문에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경험을 쌓고자 나온 자리였어요. 쟁쟁한 후보들도 많았기에, 당연히 무리라 생각했죠.”

       

       자연스런 대답.

       송영진은 순간 말을 잃고 서연을 보았다.

       

       ‘말 한 번 안 더듬는데?’

       

       아무리 따로 관객이 없는 촬영이라지만 지켜보는 눈은 상당히 많았다.

       이 연예생중계의 스태프들.

       거기에 자신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이토록 완벽히 대답할 줄이야.

       

       ‘일곱 살…… 맞지?’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역들은 다 이런 건가?

       

       박정우도 일곱 살 때에는 보다 어눌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그때는 인터뷰도 아니었었다.

       

       이후, 송영진은 계속해서 서연에게 질문하고 답을 들었다.

       대화를 나눌수록 송영빈은 당혹스러웠다.

       

       마치 일곱 살짜리 아이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취재하는 느낌이었기에.

       

       “2화와 3화의 연기가 대단했는데요. 세간에선 메소드 연기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더군요. 실제로 다른 배우들에게 인터뷰하니, 서연 양은 감정연기가 장점인 배우라 들었습니다.”

       

       세간에 퍼진 소문이다.

       서연의 장기가 감정연기라는 것.

       대신 연기 경험이 적어 여러 동작을 함께 하게 되면 부족한 부분이 바로 드러난다고.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내기 전에 이미 태숨달의 아역파트는 끝낸지 오래였다.

       

       “음, 네. 정확히는 전 아직 그것밖에 못 해요.”

       

       그것밖에 못 한다?

       메소드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꼭 답인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게 메소드 연기다.

       아직 아이인 서연이 메소드 연기를 하고 멀쩡할 수 있을까?

       

       솔직히 송영진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다른 배우들이 맞춰주셨어요. 2화와 3화의 클라이 맥스도 제가 조금 억지를 부렸었죠.”

       

       서연은 그때의 일을 차분히 털어놓았다.

       두 씬을 찍기 위해 촬영 스케쥴까지 변경했다는 것.

       

       그것을 들으면 들을수록 송영진은 황당했다.

       아마, 이 방송이 나가면 시청자들도 송영진과 또 같은 생각일 거다.

       

       “하지만, 그런 연기를 하면 힘들지 않나요? 보통 메소드 연기 같은 건 베테랑 연기자들이 시도하는 편이잖습니까?”

       “그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차피 한번 하고 나면, 한동안은 할 필요가 없으니 과감하게 결정한 거죠.”

       “과연…….”

       

       무심코 고개를 주억거리던 송영진은, 문득 방금 서연의 말에 거슬리는 부분을 떠올렸다.

       

       “근데, 한동안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뭔가요? 이거 감정연기와 관련된 부분 같은데.”

       

       이건 대본에 없던 질문이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지만, 송영진은 실수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정말 묘하게 신경쓰이는 말이었으니까.

       

       “아, 그게.”

       

       서연은 그런 그의 말에 정말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답했다.

       

       “저, 한동안 연예계를 떠날 생각이라서요.”

       

       정말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서연의 말.

       그 탓에, 송영진은 무심코 ‘아, 그렇군요’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뻔했다.

       

       ……

       …

       

       “……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던가.

       지금 영진의 심정이 딱 그랬다.

       

       한창 인기를 구가하는 배우를 초청했더니.

       설마 그 자리에서 은퇴한다는 말을 들을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지금 서연 양이 뭐라고 한 거죠?”

       “한동안 연예계를 떠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맞아요?”

       “저도 그렇게 들었는데…….”

       

       술렁이는 촬영장.

       

       촬영하던 스태프들도.

       그리고 지켜보던 신재운 PD까지 모두 당황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래서…….”

       

       신재운 PD는 그제야 하태오 PD가 했던 의미심장한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래서 ‘인터뷰를 기대해도 좋다.’라고 한 거구나.

       

       확실히 그런 하태오 PD의 말처럼.

       이것이 방영되면, 시청자들이 크게 들썩일 게 분명했다.

       

       ***

       

       아니나 다를까.

       신재운 PD의 예상처럼 연예생중계에서 찍은 ‘화제의 스타’ 코너의 인터뷰가 퍼져나가자 드라마와 관련된 커뮤니티들은 죄다 크게 들썩였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의 아역이.

       그것도,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아역이 돌연 연예계를 떠난다고 선언한 것이다.

       

       – 그 연화공주 역할 맡은애. 정말 은퇴함?

       – 은퇴는 아니고 걍 방송 당분간 접는다는 것 같은데?

       – 그게 은퇴랑 뭐가 다름? 정말 모름

       – 아니 이게 왜 진짜임?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은퇴인지라 온갖 추측이 흘러나왔다.

       태숨달의 촬영이 지나치게 가혹했더거나, 혹은 돈을 엄청나게 벌어 은퇴했다거나.

       

       대부분 루머 뿐이라 이야기는 오래가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죽하면, 그날 방영된 태숨달 5화의 내용이 묻혔을 정도.

       

       그래도 5화는 4화보다 시청률을 회복했기에, 태숨달의 흥행은 이미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이렇게 들썩인 천재 아역은.

       

       “오늘부터 한동안 화양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배우게 될, 주서연이라고 합니다.”

       

       이지연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된 연기 학원.

       

       화양 연기학원.

       환영의 박수를 치는 이지연의 박수 소리 속에서, 강사진을 비롯한 어린 수강생들은 멍청히 그런 서연을 보았다.

       

       ‘……뭐지?’

       

       그들은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마 다음 화를 끝으로, 서연이의 유년기는 끝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화 보기


           


I Want to Be a VTuber

I Want to Be a VTuber

Status: Ongoing Author:
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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