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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석유 연구에 대한 지원이 끊어졌다.

       얼마나 연구가 진행되었을까.

       기간이 짧았을 수도, 혹은 오래 지났을 수도 있다.

       확실한건 그동안 연구해온 자료들은 한 순간에 무쓸모가 되었을 것이다.

       ​

       “그들이…연구를 얼마나 오래 했을까요?”

       “저도 잘…”

       ​

       오래 연구에 매진했을 수록, 이에 대한 상실감 또한 클 것이다.

       성과가 있었을까?

       연구에 대한 지원이 끊긴 것을 보면 큰 성과를 보진 못했겠지.

       그렇다고 해도, 시간을 들여 매진해온 연구 내용들이 한 순간에 쓸모가 없어진다면.

       브라운은 자신이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했다.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

       석유 증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땐 기뻤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엔진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된다면, 자동차와 비행기 같은 탈것 또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기술들이 점차 발전한다면 전차와 같은 것들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

       하지만 연구에 대한 지원이 끊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증기기관.

       ​

       맥콜슨이 설계한 증기기관 때문에, 석유 증류에 대한 연구가 끊어졌다.

       이놈 때문에 자동차와 같은 탈것들을 만들지 못하게 됐다.

       ​

       물론, 증기기관에 대한 구상을 제시했던 것은 브라운이다.

       ​

       ‘아.’

       ​

       그 또한 이에대해 책임은 있었다.

       ​

       “가도 괜찮을까요…?”

       ​

       카렌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녀 또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 보였다.

       ​

       연구의 지원을 끊기게 만든 이들을 마주한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깐 생각해 봐도, 좋은 반응을 얻진 못할 것 같았다.

       ​

       “가야죠.”

       ​

       그래도 가야 했다.

       그들의 반응이 어떻든지 간에 설득 해야 했다.

       어떻게든 설득해서, 다시 연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

       ‘탱크와 전투기. 어떻게 참냐고.’

       ​

       그의 전생 속 밀리터리 덕후의 본능이 울부짖고 있었다.

       문전박대 당하든, 면전에 욕을 먹든 설득해야 된다고.

       ​

       아직 연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설득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

       사실, 길 한가운데 서서 고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직접 가서 만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일단 가서 봅시다. 고민은 그 이후에 하죠.”

       ​

       고민하던 브라운이 마음을 다잡았다.

       ​

       “…그럼…가보죠…!”

       “훗날에 만들게 될 전차와 전투기를 위해.”

       “그게 뭔데요?”

       “멋진거요.”

       “오…?”

       ​

       ***

       ​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지나가는 연구원들.

       하지만 복도의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한 명이 눈에 띄자, 말수는 줄어들었다.

       ​

       “…”

       ​

       그는 조용히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

       “저분은 볼 때마다 안색이 안 좋으시네.”

       “이해는 가. 꽤 오랫동안 연구해오지 않았어?”

       ​

       복도를 지나던 연금술 연구원들은, 닫힌 연구실의 문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아마 8년…정도던가?”

       “마도공학 부서도 너무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대체할걸 찾았다고 그렇게 지원을 끊어.”

       “내말이. 의뢰도 그쪽이 먼저 했다면서?”

       “근데, 솔직히 8년동안 큰 성과도 없었으면…”

       “쉿. 혹시나 들으면 어쩌려고.”

       ​

       “…”

       ​

       안타깝게도, 방음은 잘 되지 않았다.

       ​

       “누군진 몰라도 저놈년들을 제가…”

       “내버려 둬라.”

       ​

       옆에서 연구를 보조하던 연구원이 화를 내지만, 그는 그녀를 만류했다.

       ​

       “틀린말은 아니니까.”

       ​

       8년 동안의 연구.

       마도공학 부서의 의뢰로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

       지친 보조들이 그의 곁을 떠나고, 새롭게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곁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그의 보조로 들어온 그녀만이 2년동안 그를 보조해줄 뿐이었다.

       ​

       사실상 6년의 기간 동안 혼자 연구해 왔다.

       몸에 기름을 묻혀가며.

       독한 기름 냄새를 맡아가며.

       때론, 불에 데이기도 하며.

       ​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와 관련해 연구된 것은 아직 없었으니.

       그는 어두운 길을 더듬어 나가며 길을 찾듯이 연구를 이어갔다.

       이정표로 삼을만한 것도 없었다.

       ​

       재고가 부족한 마석을 섞어가며 연구를 하느라 동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때로는 연구소를 태워 먹을 뻔하기도 했다.

       석유의 독한 냄새를 계속 맡아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다.

       때로는 몇 개월간 오지 않는 석유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그는 이 연구를 진행하며 항상 힘들었고, 항상 비웃음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 지원금은 줄어들었다.

       ​

       그래도 계속 연구했다.

       마석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석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보안할 방법을 고민해 보기도 했다.

       마석 대신 석유로 동력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될 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하지만 석유를 태우면 찌꺼기가 남는다.

       그것도 끈적하게.

       석유를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도, 이 찌꺼기를 제거할 수 없다면 얼마못가 고장날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오랜 기간동안 이 찌꺼기를 없앨 방법을 연구했다.

       수없이 많은 재료들을 섞어가며.

       그러나, 찌꺼기는 없어지지 않았다.

       ​

       이는 어쩔 수 없는 석유의 성질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

       석유에서 찌꺼기를 분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침 그때, 증기기관이 나타났다.

       그것도, 바로 동력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이는 곧 마석을 대체할 동력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그와 함께 석유의 연구에 대한 지원은 끝이 났다.

       그와 함께 그의 연구도 끝이 났다.

       ​

       사비를 들여 연구를 더 해보려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

       “조금만 더 연구를 했다면, 알 것도 같았는데.”

       ​

       하지만 석유를 연구하는 걸로 끝은 아니었다.

       마도공학 부서, 또는 학계에서 이를 활용할 기계를 만들어야 동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원과 관심이 끊어진 상황에서, 석유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해도.

       과연 마도공학 부서와 학계가 이에 대해 관심이나 가질까.

       ​

       “허탈하군.”

       ​

       그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더이상 이 연구를 진행할 자금도, 이유도 없었다.

       8년의 세월은 허무하게 사라진 것이다.

       ​

       “연구관님. 그래도 저는 그동안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연구관님의 연구를 알아 줄 이들이 곧 나타날 거에요.”

       “…말이라도 고맙다. 그래도 넌 아직 젊으니 다른 곳에서도 받아 줄 거야. 관심 있는 곳이 있다면 내가 추천을…”

       ​

       그는 말을 하다 말았다.

       8년의 기간동안,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인맥들 또한 많이 떠나갔으니.

       ​

       그가 추천해 준다 한들, 별 도움은 되지 못할것이다.

       ​

       ***

       ​

       어느새 브라운과 카렌은 연금술 연구소에 도착했다.

       ​

       “후. 긴장되긴 하네요.”

       “돌아갈까요?”

       “그래도 온 김에 만나는 봐야죠.”

       ​

       그들이 연구소의 내부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연구원 중 한명이 말을 걸어왔다.

       ​

       “무슨 일로 오셨어요?”

       “석유의 연구를 하던 분들이 계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만나 뵐 수 있을까요?”

       “그건 왜…”

       ​

       이상하다는 듯이 브라운을 바라보는 연구원.

       ​

       “혹시 마도공학 부서에서 오셨나요?”

       “아뇨, 저희는 무기 연구소 소속입니다.”

       “무기 연구소…요?”

       ​

       연구원은 의문이 들었다.

       무기 연구소에서 왜 석유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지.

       거기에, 무기 연구소라면 석유 연구가 중단된 이유를 제공한 곳 아닌가.

       ​

       잠시 고민하던 연구원.

       ​

       ‘뭐. 나랑은 상관 없으니까.’

       ​

       “안내는 해 드릴게요. 근데 좋은 반응을 기대하진 마세요.”

       ​

       이내 연구원은 그들을 안내하며 복도를 걸었다.

       한 연구실에 도착한 그녀는 문을 두들겼다.

       ​

       “저기…손님이 오셨는데요.”

       “…들어오시오.”

       ​

       안내를 마친 연구원은 발걸음을 돌렸다.

       브라운과 카렌은 머뭇거리다 연구실의 문을 열었다.

       ​

       “실례합니다.”

       “누구…”

       ​

       연구실 내부에는 한쪽 팔에 화상자국이 있는 중년의 남성과,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이 있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무기 연구소에서 온 존 브라운입니다.”

       “루나 카렌입니다.”

       ​

       브라운과 카렌은 자기 소개를 하며, 슬쩍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썩 좋진 않아 보였다.

       ​

       “굳이 왜 여기에 찾아오신 거…”

       “잠시 가만히 있게. 클레인.”

       ​

       그는 그녀를 만류하곤 말을 이어갔다.

       ​

       “어떤 일로 이곳을 찾아왔는지요.”

       “석유를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 연구에 관심이 있고요.”

       “…”

       ​

       연구에 관심이 있단다.

       연구의 지원을 끊기게 만든 장본인이.

       ​

       물론, 존 브라운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애초부터 마도공학 부서가 석유에 대한 관심을 끊은 지는 오래였다.

       브라운이 아니었더라도 연구에 대한 지원은 얼마 못갔을 것이다.

       ​

       그래도 브라운에게 원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

       “지원도 끊긴 연구에, 왜 관심을 가지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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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Weapons Developer in Another World

I Became a Weapons Develop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무기개발자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wanted to prevent the abolition of the the Cushion Honey filled Department.

I made a weapon using memories from my past life.

I didn’t expect things to escalate lik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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