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연구에 대한 지원이 끊어졌다.
얼마나 연구가 진행되었을까.
기간이 짧았을 수도, 혹은 오래 지났을 수도 있다.
확실한건 그동안 연구해온 자료들은 한 순간에 무쓸모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연구를 얼마나 오래 했을까요?”
“저도 잘…”
오래 연구에 매진했을 수록, 이에 대한 상실감 또한 클 것이다.
성과가 있었을까?
연구에 대한 지원이 끊긴 것을 보면 큰 성과를 보진 못했겠지.
그렇다고 해도, 시간을 들여 매진해온 연구 내용들이 한 순간에 쓸모가 없어진다면.
브라운은 자신이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했다.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석유 증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땐 기뻤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엔진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된다면, 자동차와 비행기 같은 탈것 또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기술들이 점차 발전한다면 전차와 같은 것들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지원이 끊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증기기관.
맥콜슨이 설계한 증기기관 때문에, 석유 증류에 대한 연구가 끊어졌다.
이놈 때문에 자동차와 같은 탈것들을 만들지 못하게 됐다.
물론, 증기기관에 대한 구상을 제시했던 것은 브라운이다.
‘아.’
그 또한 이에대해 책임은 있었다.
“가도 괜찮을까요…?”
카렌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녀 또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 보였다.
연구의 지원을 끊기게 만든 이들을 마주한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깐 생각해 봐도, 좋은 반응을 얻진 못할 것 같았다.
“가야죠.”
그래도 가야 했다.
그들의 반응이 어떻든지 간에 설득 해야 했다.
어떻게든 설득해서, 다시 연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탱크와 전투기. 어떻게 참냐고.’
그의 전생 속 밀리터리 덕후의 본능이 울부짖고 있었다.
문전박대 당하든, 면전에 욕을 먹든 설득해야 된다고.
아직 연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설득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사실, 길 한가운데 서서 고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직접 가서 만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가서 봅시다. 고민은 그 이후에 하죠.”
고민하던 브라운이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가보죠…!”
“훗날에 만들게 될 전차와 전투기를 위해.”
“그게 뭔데요?”
“멋진거요.”
“오…?”
***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지나가는 연구원들.
하지만 복도의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한 명이 눈에 띄자, 말수는 줄어들었다.
“…”
그는 조용히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저분은 볼 때마다 안색이 안 좋으시네.”
“이해는 가. 꽤 오랫동안 연구해오지 않았어?”
복도를 지나던 연금술 연구원들은, 닫힌 연구실의 문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마 8년…정도던가?”
“마도공학 부서도 너무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대체할걸 찾았다고 그렇게 지원을 끊어.”
“내말이. 의뢰도 그쪽이 먼저 했다면서?”
“근데, 솔직히 8년동안 큰 성과도 없었으면…”
“쉿. 혹시나 들으면 어쩌려고.”
“…”
안타깝게도, 방음은 잘 되지 않았다.
“누군진 몰라도 저놈년들을 제가…”
“내버려 둬라.”
옆에서 연구를 보조하던 연구원이 화를 내지만, 그는 그녀를 만류했다.
“틀린말은 아니니까.”
8년 동안의 연구.
마도공학 부서의 의뢰로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지친 보조들이 그의 곁을 떠나고, 새롭게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곁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그의 보조로 들어온 그녀만이 2년동안 그를 보조해줄 뿐이었다.
사실상 6년의 기간 동안 혼자 연구해 왔다.
몸에 기름을 묻혀가며.
독한 기름 냄새를 맡아가며.
때론, 불에 데이기도 하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와 관련해 연구된 것은 아직 없었으니.
그는 어두운 길을 더듬어 나가며 길을 찾듯이 연구를 이어갔다.
이정표로 삼을만한 것도 없었다.
재고가 부족한 마석을 섞어가며 연구를 하느라 동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때로는 연구소를 태워 먹을 뻔하기도 했다.
석유의 독한 냄새를 계속 맡아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다.
때로는 몇 개월간 오지 않는 석유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그는 이 연구를 진행하며 항상 힘들었고, 항상 비웃음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 지원금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계속 연구했다.
마석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석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보안할 방법을 고민해 보기도 했다.
마석 대신 석유로 동력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될 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하지만 석유를 태우면 찌꺼기가 남는다.
그것도 끈적하게.
석유를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도, 이 찌꺼기를 제거할 수 없다면 얼마못가 고장날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오랜 기간동안 이 찌꺼기를 없앨 방법을 연구했다.
수없이 많은 재료들을 섞어가며.
그러나, 찌꺼기는 없어지지 않았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석유의 성질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석유에서 찌꺼기를 분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침 그때, 증기기관이 나타났다.
그것도, 바로 동력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이는 곧 마석을 대체할 동력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그와 함께 석유의 연구에 대한 지원은 끝이 났다.
그와 함께 그의 연구도 끝이 났다.
사비를 들여 연구를 더 해보려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조금만 더 연구를 했다면, 알 것도 같았는데.”
하지만 석유를 연구하는 걸로 끝은 아니었다.
마도공학 부서, 또는 학계에서 이를 활용할 기계를 만들어야 동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원과 관심이 끊어진 상황에서, 석유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해도.
과연 마도공학 부서와 학계가 이에 대해 관심이나 가질까.
“허탈하군.”
그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더이상 이 연구를 진행할 자금도, 이유도 없었다.
8년의 세월은 허무하게 사라진 것이다.
“연구관님. 그래도 저는 그동안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연구관님의 연구를 알아 줄 이들이 곧 나타날 거에요.”
“…말이라도 고맙다. 그래도 넌 아직 젊으니 다른 곳에서도 받아 줄 거야. 관심 있는 곳이 있다면 내가 추천을…”
그는 말을 하다 말았다.
8년의 기간동안,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인맥들 또한 많이 떠나갔으니.
그가 추천해 준다 한들, 별 도움은 되지 못할것이다.
***
어느새 브라운과 카렌은 연금술 연구소에 도착했다.
“후. 긴장되긴 하네요.”
“돌아갈까요?”
“그래도 온 김에 만나는 봐야죠.”
그들이 연구소의 내부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연구원 중 한명이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석유의 연구를 하던 분들이 계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만나 뵐 수 있을까요?”
“그건 왜…”
이상하다는 듯이 브라운을 바라보는 연구원.
“혹시 마도공학 부서에서 오셨나요?”
“아뇨, 저희는 무기 연구소 소속입니다.”
“무기 연구소…요?”
연구원은 의문이 들었다.
무기 연구소에서 왜 석유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지.
거기에, 무기 연구소라면 석유 연구가 중단된 이유를 제공한 곳 아닌가.
잠시 고민하던 연구원.
‘뭐. 나랑은 상관 없으니까.’
“안내는 해 드릴게요. 근데 좋은 반응을 기대하진 마세요.”
이내 연구원은 그들을 안내하며 복도를 걸었다.
한 연구실에 도착한 그녀는 문을 두들겼다.
“저기…손님이 오셨는데요.”
“…들어오시오.”
안내를 마친 연구원은 발걸음을 돌렸다.
브라운과 카렌은 머뭇거리다 연구실의 문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누구…”
연구실 내부에는 한쪽 팔에 화상자국이 있는 중년의 남성과,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이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무기 연구소에서 온 존 브라운입니다.”
“루나 카렌입니다.”
브라운과 카렌은 자기 소개를 하며, 슬쩍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썩 좋진 않아 보였다.
“굳이 왜 여기에 찾아오신 거…”
“잠시 가만히 있게. 클레인.”
그는 그녀를 만류하곤 말을 이어갔다.
“어떤 일로 이곳을 찾아왔는지요.”
“석유를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 연구에 관심이 있고요.”
“…”
연구에 관심이 있단다.
연구의 지원을 끊기게 만든 장본인이.
물론, 존 브라운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애초부터 마도공학 부서가 석유에 대한 관심을 끊은 지는 오래였다.
브라운이 아니었더라도 연구에 대한 지원은 얼마 못갔을 것이다.
그래도 브라운에게 원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지원도 끊긴 연구에, 왜 관심을 가지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