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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

       

       

       

       

       

       32화. 저주와 성지 ( 6 )

       

       

       

       

       

       ㅡ타캉!! ㅡ타캉!! ㅡ타캉!!

       

       

       커다란 불 앞에 있는 드워프는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금속을 두들겼다.

       

       규칙적인 속도와 강도를 유지하며, 금속을 정확하게 내려치는 망치. 대장간일에 무지한 일행들도 저 드워프가 상당한 실력의 장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ㅡ카캉! ㅡ카앙! ㅡ카앙!

       

       

       쉴 새 없이 내려치는 망치질에 빨갛게 달은 금속의 형태가 점차 바뀌기 시작한다. 금속이 숨기고 있던, 검의 형태가 서서히 드러난다.

       

       

       드워프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금속을 맨손으로 잡아 물에 담갔다.

       

       

       치이이익ㅡ

       

       “꺄아앗!”

       

       “저,저런!!”

       

       

       모두가 깜짝 놀라자 세듀스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 “아하하하ㅡ!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아니, 세듀스! 저 뜨거운 걸 맨손으로 잡았는데 어떻게 웃음이 나옵니까?”

       

       – “이 굳은살은 장식이 아니야.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세듀스가 펼친 손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가득했다. 과연, 데모닉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터운 장갑처럼 손바닥을 뒤덮은 굳은살. 저렇다면 아무리 뜨거운 금속을 잡아도 끄떡없을 것이다.

       

       

       – “음? 둘째 형님?”

       

       

       시끄러운 소란에 막내 드워프가 뒤를 돌아봤다. 

       

       

       – “둘째 형님, 여긴 어쩐일이요? 이 분들은 누구고?”

       

       – “이쪽은 위대하신 분이 인도한 손님들이다. 대장간 일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잠깐 들렸지.”

       

       – “아ㅡ 그렇구먼.”

       

       

       고개를 끄덕인 막내 드워프가 다시금 망치질을 시작했다. 단단한 팔근육이 꿈틀거리며 굵은 핏줄이 도드라졌다.

       

       

       ㅡ카캉! ㅡ카캉! ㅡ카캉!

       

       

       망치로 두들기고 식힐수록 점점 검의 형태가 뚜렷해졌다. 미완성임에도 서늘하게 빛나는 검의 모습에 데모닉과 안토니오가 작게 감탄했다. 

       

       

       “과연 굉장한 장인이시군요.”

       

       “신의 일꾼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습니다.”

       

       – “하하ㅡ! 뭘 저런 거 가지고! 위대하신 분께서 직접 만든 걸 보면 아주 까무러치겠구만!”

       

       “혹시 신께서 직접 만드신 것도 여기 있습니까?”

       

       – “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있기는 하지. 당연하지만 우리가 만든 것들이랑은 비교도 할 수 없고.”

       

       “굉장하군요…”

       

       

       데모닉과 안토니오가 연신 감탄사를 뱉으며 드워프의 망치질에 홀려들어갔다.

       

       

       슥ㅡ스슥ㅡ

       

       

       루엘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발로 낙서를 그렸다.

       

       

       “천사님…”

       

       

       머리 위에 고리가 있고, 등에 날개가 달린 무언가가 하늘을 나는 그림. 그걸 본 세듀스가 물었다.

       

       

       – “아가씨, 하늘을 나는 스파게티를 그린 건가?”

       

       “…천사에요.”

       

       

       루엘이 볼멘소리를 했다. 자기 그림이 스파게티 취급 받으니 언짢은 모양. 세듀스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 “아하하! 그랬구만? 내가 실수를 했네! 아하하ㅡ!”

       

       “우씨…”

       

       

       루엘이 눈을 부라리며 세듀스를 노려봤지만, 세듀스는 꿈쩍도 하지 않고 신명 나게 웃었다.

       

       그렇게 떠드는 사이, 검의 제조는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ㅡ촤아아악!

       

       

       “오오!!”

       

       “굉장한 명검입니다…”

       

       

       연마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날이 죽어 있음에도, 검의 자태가 또렷하게 빛나며 심상치 않은 예기를 자랑했다.

       

       검사로서 많은 검을 접한 데모닉은 저 검이 굉장한 명검임을 직감했다. 신께서 직접 만들었다는 케니스의 신검보다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인간들 기준에서는 내로라하는 명장 중의 명장이나 간신히 만들 수준의 검.

       

       

       – “하하ㅡ! 이거 손님들이 얼굴에 금칠을 너무 하니까 우리 막내가 부끄러워하는군!”

       

       – “형님, 조용히 하쇼…”

       

       

       막내 드워프가 세듀스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세듀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막내 드워프의 등을 팡ㅡ팡ㅡ하고 두드렸다.

       

       

       – “아하하ㅡ!”

       

       

       그때, 해와 달이 같이 떠 있던 하늘의 저 끝에서 한 무리의 은하수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징조.

       

       

       – “아, 오시는군.”

       

       

       대장간의 창문을 통해 은하수를 본 세듀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세듀스, 저 은하수는 뭐지요? 누가 온다는 거죠?”

       

       – “누구긴! 이 땅의 주인께서 오고 계시지! 막내야, 넌 어서 신전에 검을 봉헌하고 와라! 난 손님들과 술집에 가 있으마!”

       

       – “음, 서두르쇼 형님. 금방 오실 것 같은데.”

       

       

       세듀스와 막내 드워프는 익숙한 듯,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낯선 이방인들만이 허둥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 이 땅의 주인이요? 신께서 오신다는 말입니까?!”

       

       – “당연한 거 아니요? 자, 어서 가지! 당신들은 그분의 초대로 온 손님들이니깐! 어서어서 가자고!”

       

       

       세듀스는 일행의 뒤를 떠밀며 술집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짧은 다리로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 저 앞까지 일행을 앞서갔다.

       

       

       “헥,에헥… 으헤ㅡ”

       

       “루엘 사제, 조금만 참아라!”

       

       “욱,넵… 으엑ㅡ”

       

       

       루엘은 데모닉에게 덜렁덜렁 들려서 초원을 가로질렀다. 목덜미를 물린 아기고양이 같은 모습의 루엘은 안색이 푸르죽하게 죽어 갔다.

       

       

       끼익ㅡ

       

       

       다행히 은하수가 하늘을 모두 덮기전에 가까스로 술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오, 늦지 않게 왔구먼. 어서 여기 앉으쇼.”

       

       

       오푸스 팔락이 일행을 술집 안쪽의 빈 자리로 안내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헥헥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안토니오와 루엘. 

       

       데모닉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 “자ㅡ 맥주 한 잔 하자고!”

       

       – “으하하! 먹고 죽어보자!”

       

       

       어느새, 술집은 드워프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술을 마시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ㅡ 화아아악

       

       

       강렬한 존재감이 술집을 넘어서, 초원 전체를 뒤덮었다. 오감을 넘어선 육감, 혹은 본능에서 느껴지는 경외감.

       

       모두 머리를 낮추고 경배하고, 숭배하고, 예찬하라ㅡ

       

       신의 땅에 그 주인이 임했음이니.

       

       

       “으음…”

       

       

       데모닉과 일행들은 술집 지붕 너머의 은하수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온몸이 딱딱하게 얼었다. 차원이 다른 포식자를 마주한 피식자의 심정이 이러할까?

       

       압도적인 경외감과 알 수 없는 송골함이 함께 느껴졌다.

       

       

       – “으하하ㅡ! 술 더 가져와!”

       

       – “마시고 죽어보자고!”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얼어붙은 일행들과 달리, 드워프들은 여전히 시끄럽게 술을 마시면서 소리를 질렀다.

       

       오히려 더 시끄럽고 흥이 오른 모습. 

       

       은하수 너머에서 강렬한 시선이 느껴짐에도 드워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사아아ㅡ

       

       

       – “…”

       

       – “…”

       

       

       한순간, 술집 안에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갔다고 느꼈고. 시끄럽게 떠들던 드워프들은 동시에 소리를 뚝 그쳤다.

       

       

       “왜, 왜 저러시는거예요?”

       

       “모르겠구나…”

       

       ㅡ우르르

       

       

       곧 드워프들은 일제히 술잔을 내려놓고 우르르ㅡ 밖으로 달려 나갔다. 

       

       

       – “이거 미안하구먼! 일이 생겨서 말이야! 다음에 볼 수 있으면 좋겠네!”

       

       

       오푸스 팔락이 술집을 뛰쳐나가며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바람처럼 달려 나간 드워프들. 순식간에 텅 빈 술집이 적막해졌다.

       

       아니, 텅 비어 있지 않았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지만. 거대한 존재감과 시선이 이 술집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의 영혼을 뒤흔드는 강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 명이 오리라.》

       

       《지혜로운 노인아. 세월이 빚어낸 지혜로 나의 사도를 보좌할 노인아.》

       

       《역경이 파도처럼 덮쳐오고, 궁지에 몰렸을 때 그대의 지혜가 빛을 발하리라.》

       

       《지혜롭게 늙은 노인아. 그대는 무엇을 원하느냐?》

       

       

       안토니온 대사제는 벅차오르는 환호를 이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크게 웃었다.

       

       

       “하하! 하하하! 신이시여! 위대한 분이시여!!”

       

       

       그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고된 신앙의 나날들. 불신자들의 모욕, 흔들렸던 신앙심과 자신을 의심한 순간들. 

       

       불꽃 같았던 젊음을 신앙에 몸소 불태웠다.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던 젊은 날의 혈기는 사그라지고, 손의 주름은 자글자글해졌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의 신앙은 눈가의 주름처럼 더욱 깊어져만 갔으니.

       

       지금 이 순간은, 그에게 구원의 순간이요 믿음의 보답이었다.

       

       

       안토니오는 눈가에서 굵은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행여나 추레한 늙은이의 못난 모습이 보일까, 황급히 바닥에 엎드려 얼굴을 가렸다.

       

       터져 나오는 오열을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신이시여… 행여나 이 늙은이를 중히 쓰시려거든… 부디, 젊은이들의 앞길을 막지 않도록…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안토니오는 바라는 것이 없었다. 평생을 바친 신앙도 보답받았다. 늙은 몸을 이끌고 신의 땅에 왔고, 신이 빚은 일꾼들도 만났으니.

       

       허나 두려운 것은 있었다. 신이 늙은이에게 주신 무거운 사명.

       

       ‘사도를 도와라’

       

       그 사명을 완수하기 전에, 자기 정신이 흐릿해질 것이 두려웠다.

       

       하여 정신이 온전하기를 소망하였다.

       

       

       《…》

       

       《노인아.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ㅡ샤아아

       

       

       아름다운 별빛이 내려와 안토니오의 주변을 감쌌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들이 안토니오를 축복하고ㅡ

       

       

       “아아… 감사합니다. 자비롭고 전능한 신이시여…”

       

       

       안토니오는 별 무리에 휩싸여 술집에서 사라졌다.

       

       

       ㅡ꿀꺽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루엘은 마른침을 삼켰다. 하늘에서 시선이 그녀를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순수한 아이야.》

       

       《사악한 어둠에도 물들지 않고, 샛별처럼 반짝이는 아이야.》

       

       《내 사도가 사악한 악의에 고통받을 때, 네가 이정표처럼 빛날것이니.》

       

       《너는 무엇을 소망하느냐?》

       

       

       루엘은 다시 한번 마른침을 삼켰다. 

       

       

       “저,저는ㅡ 케니스를 도울 수 있는 힘을 원해요!”

       

       

       루엘은 그녀의 친구, 케니스가 용사 임명식에서 보였던 모습을 떠올렸다.

       

       만인의 환호성을 받으며 당당하게 신검을 들어 올린 그녀의 친구. 

       

       누군가의 눈에는 든든한 용사였겠지만, 루엘의 눈에는 홀로 힘든 길을 걸어가야 하는 친구가 보였다.

       

       그 옆을 지켜줄 수 있다면. 뒤에서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하여 루엘은 친구를 도울 수 있는 힘을 원했다.

       

       

       《…》

       

       

       《순수한 아이야.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ㅡ샤아아

       

       

       허공에 별빛이 나타나 이리저리 뭉치며 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눈부신 오색 빛으로 빛나는 하나의 지팡이가 되었다.

       

       나뭇가지처럼 생긴 지팡이의 끝에는, 루엘의 머리만한 삐쭉삐쭉한 샛별이 굵은 빛으로 연결되어 매달려 있었다.

       

       루엘은 조심스럽게 큰 지팡이를 받아들었다.

       

       

       “이건…”

       

       《아이야. ‘샛별의 지팡이’와 함께 어둠을 물리치고, 악의를 헤쳐 나갈지어다.》

       

       

       ㅡ화아악

       

       

       이윽고 루엘은, 그녀를 감싸는 별 무리에 감싸이며 사라졌다.

       

       술집에 홀로 남은 데모닉. 묵묵하게 무릎을 꿇고 보이지 않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상처 많은 자야.》

       

       《과거에 얽매이고 자신을 묶어서 가라앉는 자야.》

       

       《그대를 무엇을 소망하느냐?》

       

       

       

       데모닉의 눈이 잘게 떨려왔다. 목가에 걸린 로켓 브로치의 무게가 묵직하게 그의 목을 졸라오는 듯했다.

       

       죽은 그녀의 부활을 소망할까? 다시 한번 그녀의 모습을 보게 해 달라고 할까?

       

       …

       

       데모닉은 얕게 입술을 깨물었다.

       

       죽은 그녀가 과연 그것을 원할까?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는… 그저 신성한 한 자루의 검을 원합니다. 신이시여, 저는 낡은 검이면 족합니다.”

       

       

       소박한 소원을 말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진심을 숨기기 위한 거짓이였고, 기만이였다.

       

       

       《…》

       

       

       그의 이중성을 알아차리셨는지, 유독 침묵이 길었다. 아니, 분명 알았을 것이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앞선 루엘처럼, 찬란한 별빛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데모닉의 손에 잡힌 것은, 은으로 만들어진 작고 화려한 단도.

       

       

       《훗날 그대가 선택해야 할 날이 오리라.》

       

       

       데모닉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알량한 기만을 넘어가 주신 신의 자비에 감사할 뿐.

       

       이윽고ㅡ

       

       별빛이 데모닉의 주변을 감싸고, 별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소설은 피자 1판, 캔맥주 2캔을 연료로 만들어졌습니다….

    연참…해냈다고!!!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PIA1616642332439’ 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빈 내용이군요! 아마 저를 사랑한다는 내용이겠지요!! 저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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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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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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