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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0

   안개 연기가 자욱한 공간 안.

     

   세계 침식자들이 라그렌 가문의 일원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곳에 침입한 세계 침식자는 다섯과 세계 침식자의 종 스물.

   그들은 대부분 이번에 익시온으로 영입된 자들이었다.

     

   ‘거의 다 전력 외 일원이라 봐도 무방하겠지만요.’

     

   그러한 안개 연기를 라그렌 가문 전체에 펼친 연마가 자신의 지팡이를 쿵쿵 찍었다.

     

   세계 침식자들 사이에도 급이라는 것은 명백히 존재한다.

   그중에는 정말 그저 운 좋게 멸망하는 자기 세계에서 도망친 자들도 있다.

     

   그들의 무력은 연마의 기준으로 말해 형편없는 지경이다.

   그러니 흑마녀도 구태여 그들을 사전에 익시온의 장에 소집하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

     

   ‘광도제가 전력으로서 상당히 괜찮았는데 말이죠.’

     

   연마는 아쉬운 듯이 반응했다.

   광도제는 경박한 행동에 비해 실력 하나는 출중했다.

     

   ‘이번에 그가 정상적인 전력으로 작용했다면 라그렌을 꽤 크게 흔들 수 있었을 텐데.’

     

   라그렌 가문에게 광도제는 악몽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혼란을 가중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흑마녀는 그가 네크로맨서에게 넘어갔다고 했었죠.’

     

   지팡이를 쥔 회색 정장의 노신사, 연마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익시온의 초기 구성원으로서 실력이 출중한 자들이 자꾸만 당하고 있다.

     

   그리고 연마는 그들이 주로 누구에게 당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익시온의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는 인물.

     

   ‘크라슈 발하임.’

     

   얼마 전 익시온의 주요 전력인 흑조마저 그에게 당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린 뒤로 멍하니 침만 주르륵 흘린 채 움직이지를 않고 있었다.

     

   육체는 어떻게든 회복시켰다고는 하던데 기억 포식자로 인해 중요한 기억이 날아 가버린 대가라고 한다.

     

   이번 일은 그런 크라슈 발하임을 납치할 수 있다면 좋고, 주목적은 그를 묶어 두는 거였다.

     

   익시온에서는 그를 확실한 위험인물로 정했고,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마지막 전력을 총동원해 잡기로 하였다.

   흑마녀는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지만, 어째선가 오히려 지금 상태로 그가 성장하는 게 앞으로 더 이로울 거라 하였다.

     

   ‘나원, 우리까지 믿어 주지를 않는단 말이죠.’

     

   연마는 흑마녀의 선택에 아쉬움을 보였다.

   그녀는 자기 세계에 있던 일 이후로 협력자로 볼뿐 어느 사람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익시온은 내부에서부터 조금씩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걸 모르지 않는 연마는 지팡이를 두 번 정도 바닥에 더 찍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잡념을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연마.”

     

   그 순간 연마의 귀에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연마는 그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개가 착용하는 마개를 풀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입은 무척이나 기묘했다.

   개의 입을 사람의 얼굴에 이어 붙인 것 같은 모습의 그는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러한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붉은 개의 눈동자는 보는 것만으로 섬찟한 기분을 들게 했다.

     

   목에 채워진 개의 목걸이까지 눈에 띄는 그의 정체는 광견(狂犬).

   자기 세계에서 키메라로 개조당한 뒤, 전투 괴물로서 키워진 괴물이었다.

     

   “킁, 독왕은 묶어 뒀다.”

     

   침을 뚝뚝 흘린 광견의 말을 들은 연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세계 침식자 중 가장 강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다루는 환상술은 독왕마저 속을 정도로 지독한 것이었다.

   특히, 연마의 연기가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만큼 환상을 분간하기는 더 쉽지 않았으리라.

     

   “고생하셨군요.”

   “킁, 그리고 특이한 냄새가 난다.”

     

   연마는 그 말을 듣고는 미묘한 눈빛을 하였다.

     

   “특이한 냄새라 함은?”

   “기분 나쁜 냄새다. 어딘가 거슬리는 킁, 나를 밀어내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들은 연마는 고개를 기울이다 우뚝 멈췄다.

   왜냐하면 그가 떠오른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슈 발하임, 그가 들어왔군요.”

     

   지금 말하는 광견의 느낌은 연마가 크라슈 발하임과 마주칠 때와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다루는 아우라는 세계 침식자에게 생리적인 혐오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분명 이쪽 세계의 인간들이 세계 침식자에게 느끼는 감각이 이런 느낌이었으리라.

     

   ‘그런 걸 느끼면서도 네크로맨서와 불사자는 잘도 붙어 있군요.’

     

   크라슈에게 협조하고 있는 두 사람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제 안개 연기를 피해 몰래 잘도 들어왔군요.”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하다 보니 외부에서 들어 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내부에 있는 모든 걸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로 가죠. 혹시 어떤 상태인지 파악할 수 있으십니까?”

     

   흑마녀는 최대한 교전을 피해두라고 일러두었지만, 연마도 그에게 당한 경력이 있다.

   당연히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후욱!

     

   그 순간 연마는 오싹한 기분을 느끼고 광견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진한 분노가 담긴 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광견?”

   “킁, 크라슈 발하임, 이런 냄새였나. 드디어 찾았군.”

   “그와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내 종이 그에게 죽었다.”

     

   연마는 광견이 자신의 무리에 속한 이들을 이상하게 아낀다는 것을 떠올렸다.

   단, 그의 무리에 속하려면 그와 비슷하게 키메라가 되어야만 했다.

     

   얼굴이 쥐어뜯기고, 개의 얼굴을 붙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른 이들만이 광견의 종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된 이들을 광견은 자신의 무리로서 인정하고, 아낀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냐면 만약 자신의 무리 일원을 친 이들은 끝까지 기억해둔 뒤 복수한다는 것이었다.

     

   “물어 죽이겠다.”

     

   광견의 눈에 번들거리는 적의를 엿본 연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는 그의 육체가 필요합니다. 죽이지는 말아주세요. 대신.”

     

   연마는 자애로운 웃음을 띄워 보였다.

     

   “죽이지만 않는다면 뭐든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의 육체와 능력이 필요할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니까.

     

   “쉬운 이야기군.”

     

   어느새인가 광견이 짐승과 같은 모습으로 뛰쳐나갔다.

   연마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크라슈는 광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

   그러니 그 또한 전력을 다할 속셈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크라슈의 기척이 느껴지는 공방실의 복도로 나아 온 순간이었다.

     

   쿠궁! 쿵!

     

   그 순간 그들의 앞에 갑자기 웬 뼈로 된 벽이 치솟아 올랐다.

   광견은 치솟은 뼈의 벽을 보고는 어느새 손에 붉은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파각!

     

   휘둘러진 붉은 도끼가 순식간에 뼈의 벽을 부쉈다.

   연마 또한 연기로 만들어낸 주먹으로 뼈의 벽을 부수고 있었다.

     

   동시에 연마의 눈이 확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게 이런 식으로 뼈의 벽을 다루는 이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크로맨서.”

     

   연마가 입을 뗀 순간 그들의 앞에 백골로 된 시체들이 쏟아져 내렸다.

     

   “킁!”

     

   광견이 콧김을 내쉼과 동시에 도끼를 회전하며 백골 시체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백골의 시체는 광견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광견은 정말 한 마리의 짐승 같았다.

   순식간에 백골의 시체를 박살을 낸 그가 나아간 그 순간.

     

   쿠웅!

     

   백골의 시체의 사이로 튀어나온 랜스 한 자루가 광견을 튕겨내었다.

   도끼로 자기 앞을 막았던 광견이 순식간에 회전하며 천장 위에 거꾸로 착지했다.

     

   백골의 시체 사이로 랜스를 든 거대한 체격의 기사가 나타났다.

   기사의 머리 위에서 기묘하기 짝이 없는 검은색 왕관이 빛났다.

     

   그러한 검은색 왕관은 평소와는 다르게 가시가 돋아나고 있었다.

     

   에벨아스크의 정예 시체 군단, 1호였다.

     

   1호의 투구 안쪽에서 붉은색 기운이 넘실거렸다.

     

   동시에 연마의 앞에도 노집사 3호가 건틀릿을 낀 채로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연마가 내지른 연기 주먹을 건틀렛으로 파훼하곤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를 마주한 연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크로맨서, 설마 혼자서 우리 상대가 될 거로 생각합니까?”

     

   에벨아스크의 전력은 분명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전력은 다인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에 반해 연마는 몰라도 광견만큼은 대인전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콰앙!

     

   그 증거로 아니나 다를까, 1호가 광견의 양손 도끼에 몰아넣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3호도 마찬가지였다.

   연마를 상대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긴 하지만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기에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새로운 시체들이 나타나며 두 사람의 시선을 빼앗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에벨아스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체들을 보내왔다.

     

   끝없이 몰려오는 시체를 보며 연마의 눈이 팍 일그러졌다.

   그녀가 뭘 원하는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벌려는 거군요.”

     

   시체들이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척하고 있긴 하나 실질적으로 그들은 방어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이건 명백히 시간을 벌려는 행동이 분명했다.

     

   “광견! 지금 크라슈는 도망치고 있습니까?”

     

   1호를 또 한 번 날려버린 광견이 코끝을 벌렁거렸다.

     

   “아직 그대로 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연마가 등 뒤에서 연기 거인을 수십 마리를 만들었다.

   연기 거인은 일제히 하늘을 날아 에벨아스크의 시체들과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연마의 지팡이가 바닥을 끊임없이 찍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연기 거인들이 몸집을 부풀어 오르며 에벨아스크의 시체를 더더욱 압박했다.

     

   “광견! 길은 제가 뚫습니다!”

     

   연마는 에벨아스크의 목적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그녀는 지금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크라슈와 관련된 것임은 확실했다.

     

   “크라슈에게 가세요!”

     

   연마의 연기 거인들이 시체들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광견이 나아가는 길을 악착같이 뚫기 시작했다.

     

   시체들도 어떻게든 연기 거인을 뚫어냈지만, 광견까지 붙잡을 수는 없었다.

     

   광견이 기어코, 복도를 뚫고 공방실의 문을 깨부쉈다.

   그것을 본 연마가 입에 승기를 잡은 웃음을 지은 순간.

     

   푸욱!

     

   연마는 자기 옆구리에 깊숙하게 박힌 비수를 보곤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어느새인가 박힌 비수에는 극독이 묻어져 있었다.

     

   ‘이건.’

     

   연마는 라그렌을 공격하기 전에 들었던 정보를 들었다.

   라그렌 가문의 여식, 하링 라그렌이 분명 이와 같은 투명 스킬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큭!”

     

   시체들을 물러 내기 위해 집중한 틈을 노렸을 줄이야.

   영악하기 짝이 없었다.

     

   ‘목을 노렸다면 알아챘을 텐데.’

     

   연마는 급소와 관련된 부분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연기를 두르고 있다.

     

   그걸 감으로 알아차린 건지 아닌 건지.

   텅 비어 있던 옆구리를 노리고 공격을 해 온 것이었다.

     

   연마는 순식간에 몸속으로 퍼져 가는 독을 느꼈다.

   이건 진심으로 죽일 작정으로 박아 넣은 독이었다.

     

   게다가 퍼져 나가는 독은 일반적인 독이 아니었다.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저주를 때려 박은 저주독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링이 만들어낸 오리지널 독이었다.

     

   “그윽, 윽.”

     

   연마는 자신에게 연기를 집중시켜 방어 상태에 돌입한 채 주저앉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한 탓에 시간을 들여 갈무리해야 했다.

     

   당분간은 이걸 해결할 때까지 연마는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그 덕분에 에벨아스크의 시체들의 손이 풀렸다.

     

   광견이 공방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곳은 이미 에벨아스크의 전장이 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뼈로 된 구조물들이 가득 채워짐은 물론 수많은 시체 병사들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광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겁이 없는 똥개네.”

     

   그 순간 공방실 전체에서 에벨아스크의 목소리가 고혹적으로 들려왔다.

     

   “네크로맨서의 완성된 전장에 발을 들이는 건 죽음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온 거란 걸 알려 줄게.”

     

   네크로맨서가 가장 더럽게 싸우는 법이 뭔지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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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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