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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1

        

         

       딱.

       따닥.

         

       그 지경이 되자 토키타카는 도저히 공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는 공포에 젖은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채 이를 딱딱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턱이 그의 통제를 벗어나서 미친 듯이 떨려왔으며, 손발 역시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후들거렸다.

         

       따닥.

       딱.

         

       그는 그 공포 속에서 덜덜 떨리는 입술을 움직여 간신히 말을 짜냈다.

         

       “마, 마마, 마카한냐하라미츠타신쿄(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오래전 할머니가 그에게 기억하라고 했던 진언(眞言).

       반야심경이었다.

         

       『 얘야. 이 일본은 신님이 가득한 나라란다. 』

       『 하지만 신님들은 사람을 좋아하지만은 않아서, 네가 잘못하면 언제든 끔찍한 벌을 내릴 수도 있겠지. 』

       『 네가 이곳저곳 쏘다니다가 감히 신님의 심기를 건드릴까 무섭구나. 그러니 너에게 진언 하나를 알려줄 테니, 잘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

       『 아무리 신님이라고 하더라도 부처님 휘광은 무서워할 테니 말이다….』

         

       그의 할머니는 그를 걱정하며 진언을 꼭 기억하고 있으라고 했다.

       카미카쿠시(神隠)를 당하거나, 재앙신을 건드려서 벌을 받는다거나, 신님이 노해서 천벌을 내린다거나, 갑자기 사악한 귀신이나 요괴가 튀어나와서 위협을 할 때 이 진언만 외우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어렸을 적 그는 학교의 귀신들을 주문을 외워서 퇴치하는 만화를 감명 깊게 보았던 터라, 할머니가 말해주는 진언을 잘 외우고 다녔다.

         

       지금까지 잊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잘 말이다.

         

       “칸지자이호사쯔 쿄진한냐하라미쯔타지(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그렇기에 공포에 젖은 그의 입에서 반야심경이 흘러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이 두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망이며, 그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었으니까.

         

       하지만.

         

       “….”

       “….”

       “….”

         

       반야심경을 ‘읊는다’라는 것은 그것이 곧 소리로 흘러나온다는 이야기이며.

         

       “….”

       “….”

       “….”

         

       소리로 흘러나온다는 것은 곧, 모두가 그것을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반.”

       “야.”

       “심경?”

         

       그가 반야심경을 입에 담는 그 순간.

         

       모든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토키타카를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보았다는 표현보다는 노려보았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반야심경?”

       “반야심경?”

       “지금.”

       “뭘 외운 겁니까?”

         

       그들은 눈알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토키타카를 노려보았다. 그리곤 그들은 기이한 움직임과 함께 천천히 토키타카를 향해 다가왔다.

         

       뻣뻣한 꼭두각시 인형처럼 다리를 움직이며 다가오기도 하였고, 쥐라도 난 것처럼 이리저리 이상하게 움직이는 다리를 한 발 한 발 움직이며 다가오기도 하였다.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도 않은 채 바닥에 미끄러지는 기괴한 움직임으로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고, 목을 한껏 비틀어 토키타카를 노려보면서 몸을 뒤로 돌려서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허, 허어억.”

         

       그 모습은 그야말로 기괴하고, 두렵고, 끔찍한 것이었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

         

       토키타카는 자신이 악몽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고, 저도 모르게 꿈에서 깨기 위해 볼을 있는 힘껏 꼬집었다.

         

       “아프지 않아…?”

         

       하지만 볼을 힘껏 꼬집었어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토키타카는 순간 자신이 꿈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찰했으나, 이내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이건 지금 내가 홀려서 그런 거다.’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멀뚱히 있으면, 정말로 죽는다.

         

       토키타카는 온몸에서 위기감을 끌어올려서 굳어버린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마치 가위를 푸는 것처럼 엄지발가락에 힘을 팍 주었고, 그러고도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자 주먹을 휘둘러서 다리를 세게 후려쳤다.

         

       퍼억!

         

       샌드백을 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다리에 격렬한 고통이 퍼졌고, 그 고통과 함께 다리가 꿈틀거렸다.

         

       ‘움직인다!’

         

       충격요법 덕분이었을까?

       한 번 꿈틀거린 다리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의 뜻대로 움직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토키타카는 기괴한 움직임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려 하는 사람들에게 등을 돌려서 있는 힘껏 뛰어갔다.

         

       평상시처럼 행동하는 것?

       가장하는 것?

         

       그런 건 다 의미가 없었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최대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타다다닥.

         

       달렸다.

       그는 달렸다.

         

       하얗게 변해가는 머리, 기괴한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의 인기척, 그리고 끈적한 거미줄처럼 자신을 옭아매는 듯한 시선들을 이끌고 그는 미친 듯이 달렸다.

         

       하지만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도 인기척은 쉽사리 멀어지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잡힌다.

         

       이러면 결국 잡힌다.

         

       토키타카의 마음속에서 위기감이 풀풀 피어올랐다.

         

       어떻게든 저 녀석들을 따돌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메웠고, 저것들이 가장 싫어하던 것이 무엇일지를 떠올렸다.

         

       ‘그래. 반야심경에 반응했었어.’

         

       토키타카가 절박한 상황에서 떠올린 것은 바로 반야심경.

         

       자신이 입에 담자마자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렸던 바로 그 진언이었다.

         

       “쇼켄고운카이쿠우 토이쯔사이쿠야쿠(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토키타카는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서 반야심경의 다음 구절을 입에 담았다.

         

       “샤리자시키후이쿠우 쿠우후이시키(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그는 진언이 자기 몸을 지켜줄 것이라고, 저 알 수 없는 존재들에게서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며 끊임없이 외웠다. 그리고 입으로는 진언을 외웠고, 팔다리는 본능을 따라서 미친 듯이 휘저으면서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토키타카는 반쯤 정신을 놓은 채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렸고….

       마침내 그를 따라오는 인기척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그제야 다리를 멈췄다.

         

       “허억, 허억-!”

         

       뛰는 것을 멈춘 토키타카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렸다.

         

       시야는 무너지고 일그러져서 뭐가 뭔지 제대로 볼 수도 없었고, 온 세상이 누렇게만 보였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찢어지기라도 할 듯이 고통이 엄습해왔고, 숨을 아무리 몰아쉬어도 공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를 않았다.

       미친 듯이 움직였던 팔다리는 경련하듯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고통은 없었다.

       도리어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서 더 불안할 지경이었다.

         

       입에서는 단내가 났고, 침은 제대로 통제조차 하지 못한 채 질질 흘러내려 그의 옷을 적셨다. 땀은 비 오듯이 쏟아져서 그의 온몸을 흠뻑 적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연못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의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풀풀 풍기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시원한 선풍기 바람만 쐴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흐으억, 흐억.”

         

       토키타카는 코와 입으로 숨을 계속해서 몰아쉬며 그 자리를 기어갔다.

       그리곤 잘 보이지 않는 시야로 어떻게든 등을 기댈만한 벽 같은 것을 찾아 그대로 몸을 기댔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해서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얼마나 숨을 고른 것일까?

         

       시간이 지나서 토키타카는 점차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과한 뜀박질 때문인지 머리가 약간 멍하기는 했으나 이제 슬슬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시야 역시 약간 어질어질한 것을 빼면은 제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몸에 피어오르는 열기도 조금 식었다.

         

       “여긴, 어디지?”

         

       그렇게 숨을 고른 토키타카는 자신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가 있는 곳은 숲속이었다.

         

       그가 등을 기대고 있는 것은 편백나무였고, 그가 앉아있는 곳은 땅바닥이었다.

       나무들은 이곳은 안전하다는 듯 나뭇잎을 살랑살랑 흔들며 고요하게 존재했으며, 나뭇잎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는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 살았다.”

         

       토키타카는 콧속으로 들어오는 숲의 냄새를 맡고서야 실감했다.

         

       자신이 살아남았음을.

       그 저주받을 저택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음을 말이다.

         

       자신의 뒤를 쫓아오던 그 기묘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별장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호숫가에서 나던 물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그를 쫓아오던 그 이상한 사람들은 이제 더는 없다.

         

       이제 그는, 안전했다.

         

       토키타카는 뛰는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 괜찮다는 듯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심장은 계속해서 뛰었다.

       아직은 위험이 다 가시지 않았다는 듯이.

       어서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토키타카는 이러한 심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으면 조금 더 안심되지 않을까 싶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본 곳에서는, 명백히 이질적인 것이 있었다.

         

       “어, 어어….”

         

       사람.

       사람이 있었다.

         

       30대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나무에 몸을 기대어 선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둥근 눈썹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못마땅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양복이 거슬리는 듯 넥타이를 거칠게 잡고 흔들었다. 그리곤 뛰기라도 한 것인지 뜨거운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사, 사, 사, 사, 사람.”

         

       토키타카는 남자의 모습에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사람이 보인다면 분명 ‘액살의 집’에서 나온 사람임이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도망치는 데 온 힘을 써버린 몸은 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일어나려고 했던 그의 다리는 힘이 확 풀리면서 그를 바닥에 주저앉혀버렸고, 힘이 빠져서 제대로 중심조차 잡지 못한 토키타카는 그대로 바닥에 굴러서 흙투성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토키타카는 몸이 바닥에 굴렀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도망쳐야 한다.’

         

       그는 덜덜 떨리는 팔을 바닥에 지탱하고 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썼다.

         

       어떻게든 일어서서 도망치기 위해서.

         

       “어이.”

         

       그러한 모습이 추해 보인 것일까?

         

       나무에 기대고 있던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진정하라고.”

         

       그리곤 천천히 그의 앞까지 다가오더니, 양복 주머니에서 수첩 하나를 꺼내서 펼쳤다.

         

       둥근 원에 그려진 오망성, 그 안에 있는 종이 인형의 그림.

         

       “음양청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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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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