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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1

       

        

        

        

        

        

        

       “…하버 프리웨이 남부를 따라 위치하는 대형 빌딩 전부 마킹 완료했어요. 펄스 스캔 결과 민간인 전무. 요새화된 건물 15기, 여단 단위의 연합군 병력 감지. 도대체 적들이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지….”

        

       “뺏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나보죠. 갑시다.”

        

        

        

        어둠이 짙게 내린 로스앤젤레스.

        

        야음을 틈타 시행하는 작전이 도대체 몇 번인지, 비록 게임 속이긴 하지만 이제는 밤낮이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와중이어도 들킬 걱정이 그닥 없었다는 점일까.

        

        인프라와 전력이 존재하지 않는 대도시는 마치 죽은 듯이 무겁다. 거대한 빌딩은 월광마저 차단했다. 설령 암순응이 되었음에도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이 도로 위에 두텁게 내린 탓에, 광학미채를 활성화하게 되면 대놓고 길을 돌아다녀도 순찰조들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거의 두 블럭에서 세 블럭 가량의 단위마다 보이는 기관총과 유탄발사기, 그리고 터렛이 달린 초소들. 만약 이카루스 오퍼레이터가 아니라 일반적인 특수부대원들이 잠입했더라면 순식간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 만.

        

        우리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다.

        

        

        

       “좌표 마킹만 해두세요. 어차피 폭격이 떨어지면 전부 쓸려나갈 테니까.”

        

        

        

        불과 5미터 옆을 스쳐지나가는데도 모른다.

        

        부서진 차량과 건물 파편, 폭격에 맞아 불타오르는 건물 등을 뒤로 한 채 웨스트 11번가를 가로질러 이스트 11번가로 돌입, 계속해서 나아간다. 인게임에서는 1 : 1 축척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본래라면 3km 가량을 걸어야만 했으나 고작해야 1km도 가지 않아 로스앤젤레스 강 근방에 도착했다.

        

        물론 이름만 거창하지, 실제로는 강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그냥 물줄기 졸졸 흐르는 통로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강이라고 하면 으레 생각하기 마련인 자갈바닥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시멘트 바닥 위를 흐르는 물줄기.

        

        아무튼, 그런 강을 따라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갈 시간이었다.

        

        

        허나 당연하겠지만, 목표 지점까지 눈 뜨고 도보로 이동할 생각은 없었다.

        

        

        

       “저기 우리가 타고 갈 거 있네요.”

        

       “…그럴 거 같았어요.”

        

        

        

        GAZ 티그르.

        

        러시아의 험비라고 할 수 있는 소형전술차량 한 대가 전조등조차 끄지 않은 채 대놓고 길거리에 서있었다. 그 근방에는 대략 다섯 명의 적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담배를 피고 있었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위로 담뱃불 다섯 개를 더 보태다니, 빈 말로는 나름 운치가 있다고도 할 수 있었지만…저렇게 가까이서 모여있으면 우리로서는 그저 먹기 좋게 담겨있는 먹잇감일 뿐이다.

        

        피식 웃은 다이스가 주머니에서 포말 수류탄 두 개를 꺼내들더니, 그것을 휙 하고 던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옹기종기 모여있던 다섯 명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끄윽, 이건 뭔…!”

        

       “숨이, 숨이 안 쉬어져!”

        

        

        

        딱 올바른 모습이 되었다.

        

        광학미채를 해제한 다음 다가가, 총을 잡기는커녕 버둥거리지도 못하고 있는 인원들에게 다가갔다. 별 말은 없었다. 소리를 지르려고 시도하는 듯했지만, 바닥에 흩어진 폴리우레탄 폼 하나를 주워들고 테르밋 토치를 슬쩍 갖다대자 화르륵 불이 붙는다.

        

        그걸 굳이 보여주는 이유는 실로 뻔했다. 이들이 현재진행형으로 폴리우레탄 폼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암묵적인 경고나 다를 바 없었다.

        

        

        

       “여기서 화형당할지, 저 차량의 소유권을 넘길지. 둘 중 하나만 고르세요.”

        

        

        

        물론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먼저 탑승한 하모니와 다이스가 차량의 고유번호와 GPS, 통신망 등등을 리셋시키고 있는 사이, 나는 폴리우레탄 폼에 경화제를 뿌리고는 이들이 소리지를 수 없도록 입에 자그마한 폴리우레탄 폼을 물려주었다.

        

        당연히 뱉어내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내가 악력만으로 바닥에 떨어져있는 AK-101 한 자루의 총열을 구부려버리자 다들 합죽이가 되었다.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하모니가 운전석에 앉았다.

        

        

        

       “…모니가 운전대 앉으면 뭔가 불안한데.”

        

       “선생님은 꼬리 때문에 운전이 불편하니 안 되고, 그럼 다이스 씨가 하실래요?”

        

       “저는 4년째 장롱면허라서….”

        

        

        

        결국 하모니가 운전수로 낙찰되었다. 

        

        개머리판으로 앞뒤양옆에 있는 전조등을 전부 박살낸 다음 시동을 걸었다. 방음이 안 되긴 했지만 별 수 있나. 어차피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다 계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동타격대 중 한 명이 가지고 있었던 로스앤젤레스 지도를 다시금 펼치면서 메모된 것들을 확인했다. 실로 섬세하게 표기되어 있었다. 그닥 직위가 높지는 않았기에 많은 것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적들이 북쪽의 LA 스테이션 인근에 사령부를 세웠단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지점으로 간다.

        

        

        

       ───부우웅!

        

        

        

       “다이스는 드론 운용하면서 예상 기동 루트에 적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네네.”

        

        

        

        차량이 힘차게 움직이며 바닥을 박찼다.

        

        다이스는 문을 살짝 열고는 드론을 띄워보낸 뒤 그대로 조종을 시작했고, 나는 러시아-험비 위쪽에 달린 원격 기관총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장 상태와 탄환 수 등을 확인했다. 이걸 사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었다.

        

        

        

       “전방 400m, 4인으로 된 순찰조 하나. 지도 위에 표시할게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사격은 제가 할 테니, 속도 늦추지 마세요. 못 죽였거나 사격했으면 밀어버려요.”

        

       “물론이죠, 맥시멈 스피드!”

        

        

        

        기이잉!

        

        그런 심상찮은 소리와 함께 원격 기관총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실로 친절하게도 열화상 모드까지 동봉해준 덕에 순찰조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20mm 체인건의 위력을 보여줄 시간이었다.

        

        심상찮은 소리와 함께 발사된 탄환이 로스앤젤레스 위로 시끄러운 소리를 마구 퍼뜨려댔다. 기껏해야 일반적인 탄환을 상정한 장구류들, 그리고 그걸 착용한 적들이 순식간에 찢겨져나간다. 그 중에는 중장갑병도 있긴 했지만, 납탄을 조금 더 많이 맞을 기회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큰 차이는 없었다.

        

        하모니는 사람을 한 번 정도 뻥 하고 쳐보고 싶었는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꼬리로 머리를 툭툭 치면서 너무 과몰입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었다.

        

        얘도 슬슬 이상해져간단 말이지.

        

        

        아무튼, 이렇게 시끄럽게 소음을 퍼뜨리고 다니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주변 감시 중인데, 다들 소리 들어서 그런지 주요 지형지물이나 감제고지에 적들이 바글바글하네요. 대전차 미사일도 준비하고, 바닥에 타이어 펑크용 트랩도 깔고 있고….”

        

       “조금 더 날뛰어봅시다. 주요 지역에 적들이 몰릴수록 다른 부분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상식적으로 보았을 땐 모든 부분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게 맞지만, 애초에 로스앤젤레스 같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에서 그런 짓거리를 한다는 건 솔직히 불가능.

        

        적들이 방위 병력을 10만 명 가량 배치하여 도로 등에 빼곡하게 박아둔다면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소리였다. 다르게 말하면 어딘가는 분명히 경계가 약한 지점이 생긴다는 소리 – 그리고 우리는 적당한 때에 차에서 내려서 해당 지점을 돌파할 것이다.

        

        다이스는 계속해서 드론을 조작하며 로스앤젤레스 지도 상에 적의 위치 및 기관총좌의 사격각 등을 UI에 표시했고, 차량은 적들이 식별 가능한 지점의 밖에서 천천히 멈춰섰다.

        

        강을 타고 올라가던 와중 동쪽으로 빠져서 시가지를 끼고 움직였으니, 적들에게 쉽게 발각될 리는 없겠지.

        

        

        엘 몬테 버스웨이와 샌 베르나디노 프리웨이가 어지럽게 교차하는 지점. 딱히 정해진 길 없이 원하는대로 도시를 가로지른다. 캘리포니아 대학교를 가로질러 산을 타고 내려가 대로를 건너는 와중 차량이 몇 번이나 뒤흔들린다.

        

        길이 하도 복잡하고 난장판으로 꼬여있는 탓에 어디를 가로질러 어디로 향하고 있다고 전부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적들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음에도 대략 30분 정도가 걸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

        

        

        

       “저기로군요.”

        

       “그러네요.”

        

        

        

        대략 1.6km 가량 북서쪽에 위치한 산.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통신탑, 그리고 그 근방을 기준으로 지면을 깎아내어 만들어진 듯한 기지. 실로 바글바글한 사람 숫자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사람만 많았지, 저들 전부가 실제 전투 인력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할 것이다. 참모부와 작전부 같은 곳에 장갑차나 탱크가 돌아다닐 일은 그닥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중요한 건 저들이 어떻게 폭격을 유도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으니, 이제부터 저기를 싹 밀어버리는 건가? 하고 설레발을 치는 시청자들의 기대는 안타깝게도 실로 간단히 무산될 것이었다.

        

        

        

       “…일단, 저 거대한 통신탑에 도청 장치나 설치해봅시다.”

        

        

        

        본격적인 정보 수집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알림 : 속기록 가동 중. 현재까지 모은 인텔을 종합합니다.]

        

        

        

        부스럭.

        

        통신탑과 고작해야 100미터 가량밖에 떨어지지 않은 풀숲 안, 나를 포함한 셋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 다이스가 쌍안경으로 주변을 열심히 훑어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모은 통신들을 종합하여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던 동안 로스앤젤레스에 낙하한 탄도미사일의 숫자는 둘. 다행스럽게도 도청 장치는 해당 폭격 위치를 요청할 때 어떠한 대화가 오갔는지를 실로 상세하게 기록해주었고,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통신탑 근방을 돌아다니는 순찰조들은 통신탑이 털렸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금 유진 씨가 뚫고 다녀온 철조망 부분에 순찰조가 5번이나 왔다갔는데,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거 알아요?”

        

       “관심이 없는 거죠. 아마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라도 철수 준비할 생각이나 하고 있을 걸요. 담배 피는 것도 몇 번이고 봤으니….”

        

        

        

        그 말대로.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법은 실로 간단했다. 그냥 주변을 둘러싼 철조망을 자른 뒤 광학미채를 켜고 슬쩍 들어가, 적들이 보고 있지 않는 틈을 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 그만이었다.

        

        말로는 상당히 어려워보이지만 그닥 어렵지도 않았다. 경계를 서야 할 인력들이 순찰은커녕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않으면서 농담만 해대고, 간식을 먹거나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광경을 본 이상 있던 긴장감도 사라질 판이었으니까.

        

        그리하여 장치를 설치한 뒤 다시 빠져나와 속기록을 가동하고 현실 시간으로 두 시간, 가상현실 기준으로 대략 여섯 시간 정도 숨어있었다 – 사실상 광학미채를 가동한 채 로그아웃하여 잠시 노가리를 까다가 온 것뿐이었지만.

        

        

        

       “…대략 감은 잡히네요.”

        

       “어떤 식으로 하면 될까요?”

        

       “일단 확실한 건, 좌표를 먼저 확보한 뒤 근방의 교전 상황을 파악하고…그 다음 일정 숫자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듯하네요.”

        

        

        

        기초적인 구조는 이러했다.

        

        실제 현장에 투입된 지휘관들이 좌표와 교전 진행에 관한 데이터를 전송하면, 사령부에 있는 참모 및 사령관이 해당 내역을 확인한 뒤 타당성을 평가하고, 이를 산 호세의 미사일기지로 전송한다 – 그러면 발사가 시작되고, 이후 해당 좌표에 착탄.

        

        게다가 듣자 하니, 사령부 내부에는 손바닥을 올려둘 수 있는 다섯 명 분량의 패널이 있어, 그것으로 미사일 투입 여부를 긍정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시스템인 듯했다.

        

        본래라면 러시아 측에서도 UAV 등을 통해 교전 상황을 더 정확히 판단하는 게 상식이지만, 전진배치된 아군 방공세력 등으로 인해서인지 그것까지는 불가한 듯했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단 기지를 돌면서 적들을 전부 쓸어담는 걸 우선하되, 로스앤젤레스의 병력 분포와 관련된 데이터가 있다면 그걸 가져와주세요.”

        

       “아, 아군 측에 알리려고요?”

        

       “그것도 있지만,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에 적이 없는 곳으로 대피해야 하지 않겠어요?”

        

        

        

        에? 하는 표정을 짓는 둘이었지만, 요컨대 간단했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 역시도 탄도탄 착탄 지점이 될 예정이었다.

        

        둘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성능 좋은 차량 하나도 미리 대기시켜놔야겠네요.”

        

       “아주 좋은 선택이에요.”

        

        

        

       -또또 뭘 할라고!!!!!!!!!

       -뭐지? 핵폭발을 피해 도망을 갈 예정임을 의미하는 것인가?

       -로렌티나랑 로건눈나 없어도 여전히 스케일이 미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군의 화력도 적군의 화력도 둘 다 자기 거라니 미치셨읍니까 휴먼??????????

       -하여간 정신나간 사람들 같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부터는 사령부를 헤집고 다닐 시간이었다.

        

        도청 장치의 세팅을 재밍으로 바꾼다. 유선 통신을 제외한다면, 이제부터 이 통신탑을 타고 퍼져나가는 사령부의 절박한 구원의 요청은 외부로 단 하나도 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를 포함한 세 명은 얼마 전에 뚫어두었던 철조망의 구멍을 타고 기지 내부로 들어왔다.

        

        

        

       “무기 사용 자유. 전부 지워버리세요.”

        

       “여부 있겠습니까, 선생님.”

        

        

        

        그리고 일방적인 교전이 시작되었다.

        

        심지어는 방탄복을 벗어놓고 담배를 피며 걷는 순찰조도 있었지만, 그게 생애 마지막 담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검지손가락을 까딱이자마자 다들 로스앤젤레스의 따뜻한 땅바닥에 몸을 철퍼덕 뉘였고, 우리 셋은 모습을 숨길 생각조차 없이 보이는 적들을 모두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작은 초소 안에서 막 유선전화기를 들어올리던 적마저 머리에 구멍을 내준 뒤, UI 위에 사령부 출입을 담당하는 게이트의 위치를 표시했다.

        

        외부로 나가는 길은 총 세 곳, 정확히 북쪽과 서쪽, 남쪽에 하나씩 있었다.

        

        

        

       “서쪽과 남쪽 게이트를 닫아버린 다음 아무도 못 나가게 고장내버리면 다들 좋아 죽겠네요.”

        

       “당장 시행하죠.”

        

        

        

       -얘네들도 뭔가 뒤숭숭한 이야기 하고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두리양식 ON

       -이건 가두리양식이 아니라 가두리학살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을 전부 지워 없애면 사령부의 기능이 마비되는 건 상식이잖아?

       -유진식 상식을 들이대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사령부에서 근무하는 이들 대다수는 변변찮은 무장조차 하지 않았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적들이 그나마의 무장인 권총을 꺼내들기도 전에 머리에 한 발씩 바람구멍을 내주었다.

        

        실로 긴장감 없는 교전이었다. 그나마 게이트로 접근할수록 제대로 된 전투가 있긴 했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방위 병력이었지 이 자리로부터 수십 킬로미터 아래에서 실시간으로 교전 경험을 쌓고 있는 백전노장의 베테랑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몇 번의 총성과 수류탄 소음이 울려퍼진 뒤, 서쪽과 남쪽 게이트는 말 그대로 잠잠해졌다. 각기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여 게이트 차단문을 완전히 올리고는 패널에 마구 총을 쏴재껴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동시에 나갈 수도 없는 차단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내 차례였다.

        

        

        

       “좀 도와드릴까요, 선생님?”

        

       “아뇨, 거의 다 끝나가요.”

        

        

       

        투웅!

        

        1층으로 당당히 돌입하여,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친구들의 머리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구멍을 하나씩 뚫어준다.

        

        의자에 널브러진 채 서서히 사라지는 한 명의 목에 걸려있던 키카드. 그것을 들어올리고는 실로 친절하게도 벽면에 붙어있는 시설 구조도를 확인했다. 4층에 지휘부가 있었다. 감시 카메라 등을 확인해본 결과 지휘관들은 우왕좌왕할 뿐 탈출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떨어지면 최소 다리가 박살날 터였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2층과 3층은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굳건하게 잠긴 4층의 철문에 키카드를 가져다대자, 문은 실로 야속하게도 간단히 열렸다. 한 발짝 들어서자마자 총알이 날아오긴 했지만 이미 펄스 등을 통해 예상한 바였다.

        

        최루 성분이 포함된 연막탄을 두 개 까던진 다음, 방패를 들고 성큼성큼 전진하다가 잠시 벽 뒤에 숨어 방패를 내려놓고 총을 갈긴다. 하모니에게 빌려온 M107CQ 바렛 한 정이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굉음을 터뜨리며 보드마카만한 탄환을 마구 쏘아댔다.

        

        엄폐물이 통째로 뚫리고 터지며 그 뒤에 숨은 그나마의 호위 인력이 전부 박살난다. 10발을 전부 사격한 뒤 탄창을 교환했지만 더 이상의 대응사격은 없었다. 그나마 저 멀리에서 콜록거리며 바닥에 널브러진 고위 간부들 몇 명이 있을 뿐.

       

        이들을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다.

        

        방독면을 쓴 채로 덧붙였다.

        

        

        

       “잠시 손바닥 좀 빌리지요.”

        

        

        

        물론 순순히 협조하지 않는 친구들은 패널 숫자와 동일한 다섯이었기에, 전부 목뼈가 꺾이거나 배에 주먹을 맞아 기절했지만.

        

        지휘 시설은 상당히 현대적이었다.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해당 사령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등을 전부 반출, 아군 HQ로 전송함과 동시에 의자에 다섯 명을 앉혔다.

        

        

        

       “폭격 요청을 한 번에 많이 보내면 오해를 받을 테니….”

        

        

        

        간격은 대략 3시간, 폭격 요청은 네 번.

        

        총합 16발의 탄도미사일 중 섞여있는 몇 발의 핵탄두. 위력은 최소 1kt에서 최대 10kt까지 – 말 그대로 국소적인 파괴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용도였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었다.

        

        채널을 확대하여 해당 정보를 산티아고 산에 위치한 방공군에게도 전송하는 것을 끝으로 – 이들에 의해 미사일이 요격되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 이곳에서의 볼일은 전부 끝난 셈이다.

        

        첫 번째 폭격 위치는 몇 시간 전 우리에게 박격포를 쏘아대었던 리츠칼튼 레지던스, 그리고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바로 이 지점이었다.

        

        

        

       -[알림 : 폭격 요청 전송 완료. 예상 착탄까지 10분.]

        

        

        

       “다 끝났어요. 이제 여기서 멀뚱멀뚱하게 서있다가는 증발해버릴 예정이니, 아직 차량을 못 찾았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거예요.”

        

       “물론 준비해놨습니다.”

        

       “얼른 나와요! 하늘에서 불벼락 맞기는 싫거든요!?”

        

        

        

        자욱한 연기를 헤치고 다시 1층으로 복귀, 방독면을 벗자마자 눈 앞에 지휘관용 차량으로 보이는 차 한 대가 불빛을 번쩍거리며 그 위세를 과시했다.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다이스가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겼다.

        

        차량은 1분도 지나지 않아 따로 닫아놓지 않은 북쪽 게이트를 힘차게 가로질렀고, 110번 국도를 따라 로스앤젤레스 북동쪽에 위치한 패서디나를 향해 대략 15km 가량을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

        

        

        

        “와우.”

        

        

        

        허공에서 비스듬히 떨어져내리는 빛의 기둥.

        

        그것이 지면에 착탄하자마자 섬광이 새벽의 로스앤젤레스를 덮쳤고, 이후 육안으로 충분히 식별 가능한 화구가 피어올랐다.

        

        인류가 만들어낸 화력의 정점.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여전히 핵폭발은 사람의 입에서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걸 보던 하모니가 덧붙였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일출 작전도 얼마 안 남았겠네요.”

        

       “그렇죠.”

        

        

        

        비록 많은 부분이 잿더미가 되었지만, 그리고 내 손으로 그리 만든 것도 대다수였지만 – 다른 세계선의 미국은 이 또한 극복하고 지나가겠지.

        

        부디 필요 이상의 파괴가 아니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일출 작전이 끝나가고 있었다.

        

        

        

        

        

        

        

        

        

        

        

        

        

        

        

       -채리엇은 아군이 날리더니 이번엔 지가 핵폭탄을 LA에 박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

       -이게 진짜 날벼락이지 ㅋㅋㅋ

       -선생님 진짜 미치셨습니까??????????????

       -도대체 이게 왜 가능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채리엇 작전 정도면 끝일 줄 알았던 시청자들은 일제히 기함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걸로 로스앤젤레스는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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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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