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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1

        – 캬~!

        – 시원하이!

        – 시청각으로 보니까, 장난 아니네

        – 아닠ㅋㅋㅋㅋ 이게 뭐얔ㅋㅋㅋ

        – ㅋㅋㅋㅋ

        – 무슨 변기물 내린 것처럼 쓸려가네

        – ㅋㅋㅋㅋㅋㅋ

        – 심지어 저거, 그냥 물도 아니고 쇳물임

        – 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인간들이 보기엔, 이 ‘액체 금속의 쓰나미’가 상당히 놀라운 광경인 모양이다.

       

        “금속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큰 파도는 너희들도 익숙하지 않더냐?”

       

        – 안 익숙한데요?

        – 옆 나라라면 모를까, 우리는 그런 거 몰?루

        – 영화나 다큐에서는 많이 봤죠

        – 아닠ㅋㅋㅋ 금속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문제라고욬ㅋㅋㅋㅋ

       

        그게 그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차피 인간과 나는 감성이 다르니, 의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그냥 입을 다무는 것이 낫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충분히 떠드는 것을 기다린 후에야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내가 나섰으니, 상황은 쉽게 진압되었단다.”

       

        – 쇳물의 쓰나미 앞에서 쉽게 진압되지 않으면, 그것대로 문제긴 함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라나님의 이야기는 들을수록 질리지 않앜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하찮은 닌겐에게 금속의 파도를 선사하시는 라나님

       

        시끄럽다, 요놈들!

       

       

        *            *            *

       

       

        액체 금속의 거대한 파도가 델프스 컴퍼니 병력을 휩쓸었다.

        그것이 며칠에 걸쳐 계속되었다.

       

        “이것으로, 내 영토 안에 들어온 인간들은 다 잡아들인 것인가?”

       

        “그렇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모히칸? 그런 헤어스타일을 한 인간을 때리고 있던 찰리가 내 말에 답했다.

        그의 대답대로, 나의 손길에 의해 내 영토를 침범했던 침입자들은 전부 처리했다.

        일부는 액체 금속으로 감싸 뭉개버렸고, 일부는 찰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넘겨주었다.

        포로로 잡힌 그들은, 지금쯤 인간들이 말하는 그…… ‘고문’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심문’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것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럼 계속 가자꾸나.”

       

        “……네?”

       

        내 말에 찰리가 의아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딜 가십니까?”

       

        “저들이 나를 적대했으니, 당연히 반격해야 하지 않더냐?”

       

        “????”

       

        찰리를 비롯한 영지민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지?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게…… 무슨…….”

       

        “음? 자기 영역을 침범한 침입자에게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 주지 않으면, 주변에서 나를 우습게 알지 않더냐? 그때마다 내 영역에 침입하는 것들을 처리하느니, 지금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 더 간단하다.”

       

        당연한 이야기지 않던가?

       

        “그건 그런데…….”

       

        “하지만 상대는 10대 기업 중 하나인데…….”

       

        “하지만 영주님이라면?”

       

        영지민들이 혼란스럽다는 듯 서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영지민들을 뒤로한 채 영토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뒤로 몇몇 영지민들이 다급히 따라오기 시작했다.

       

        “영주님!”

       

        “호, 혼자 가시면……!!”

       

        나를 따라오는 영지민들은…… 대략 30명 정도였다.

        나는 나와 그들을 포함하는 형태로 금속을 움직였다.

        그러자 액체 금속이 우리의 발밑에서 형성되며, 우리를 태운 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아악?!”

       

        “맙소사.”

       

        “빠, 빨라!”

       

        촤좌좍!

       

        철퍽!

       

        델프스 컴퍼니의 병력이 사용하던 무장이 주변에 널려 있었기에, 그곳에 사용된 모든 금속을 긁어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든 금속들은, 내 발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액체 금속으로 모여들었다.

        처음 이 금속 지배력을 얻었을 때는 잘 사용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아바타의 몸으로도 이 정도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다니.

        역시 연습만이 답인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내 영토의 경계선 밖으로 나간 순간!

       

        “공격!”

       

        “Fire!!”

       

        투다다다다다다!!

       

        피유유유융~!

       

        내 영토 밖에 진지를 꾸리고 있었던 인간 병사들이 나를 향해 무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총알과 포탄이 우후죽순으로 나를 향해 날아온다.

       

        “허나, 무르군.”

       

        나의 지배력이 펼쳐지며, 우리에게 날아오던 총알과 포탄이 허공에서 다른 궤도로 휘어졌다.

        저것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전부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당황했다지만, 나에게 금속으로 이루어진 무기를 사용할 줄이야.

       

        콰아아앙!

       

        콰광!

       

        “으아악!!”

       

        “살려 줘!”

       

        허공에서 궤도를 바꿔 인간 병사들에게 날아간 총알과 포탄이 저들의 진형을 아수라장으로 바꿔 버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들을 향해, 내가 끌어모은 액체 금속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나아간다.

       

        “으아아아아아악!!”

       

        “갸아아아악!!”

       

        쿠과과과과과광!!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 위로, 거대한 액체 금속의 물결이 모든 것들을 휩쓸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            *            *

       

       

        – 와

        – 이건 게임이 안 되네

        – ㅋㅋㅋㅋ

        – 더 무서운 건, 저게 전력도 아니시라는 것임

        – 애초에 라나님은 독 쓰시지 않던가?

        – 뭐야 저거. 무서워

        – 라나님. 우리,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요

        – ㄹㅇㅋㅋ

        – 보통 저런 썰풀이에서는 과장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라나님은 과장 하나도 안 하시는게 보여서 더 무서움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좀 더 직접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 이런 장면도 좋아하는군.’

       

        이전에 시청자들이 ‘오크 이야기’이라고 부르는 일화를 이야기할 적에, 습격자들과 싸우는 장면을 재미있게 들었던 것이 시청자들이었다.

        그렇기에 그저 ‘파도에 휩쓸릴 뿐인 이야기’는 인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이런 이야기도 좋아한다.

        이쯤 되면, 그냥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지. 도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는 재미없었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도화가 ‘입’을 벌리는 장면을 보고, 그다음 날 방송 아이디가 하루 정지되었었지.

        그 이후로는 인간들의 방송 규정이나 윤리와 같은 부분을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다.

       

        나는 간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셨다.

        도화가 다 먹은 간식과 음료수를 또 가져왔기에, 내 옆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간식이 놓여져 있었다.

       

        “옴뇸뇸.”

       

        – 아…. 방금 밥 먹었는데, 또 배고픔

        – 배가 고파졌다….

        – ㅋㅋㅋㅋ

        – 아니, 먹방도 잘하시는 우리 라나님이 너무 귀여워!

        – 억빠모드 온!

        – 라나님 귀여워!

        – 우윳비깔 라나님!!

       

        또다시 장난을 시도하는 시청자들.

        나는 음료수를 홀짝거린 후 입을 열었다.

       

        “장난은 거기까지 하거라.”

       

        – 넹

        – ㅇㅇㅇ

        – 라나님에겐 까불지도 못하겠다.

        – 보통 여기서 ‘계속 억빠하면 뭘 할 수 있는데?’라고 할 텐데, 라나님은 진짜로 찾아오실 것 같아서 무서움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드래곤님에겐 인터넷 닉네임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욬ㅋㅋㅋ

        – 그나저나, 계속 메-탈 쓰나미로만 나가셨나요?

       

        “그럴 리가.”

       

        액체 금속을 이용한 거대한 파도 공격은 분명 대단했다.

        적어도 인간들의 처지에서는, 이런 거대한 재해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무방비하게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델프스 컴퍼니의 지사가 위치한 곳부터 철저하게 파괴하며 이동했단다.”

       

        그들의 지사를 파괴하는 것은 간단했다.

        왜냐하면, 인간들의 도시에 사용되었던 모든 ‘금속’을 빼앗기만 하면 되니까.

       

        – 아. 북한처럼

        – 북한 사실상 망한 거 아님?

        – 일단 지명은 남아 있긴 함

        – 저번에 보니까, 거기 완전히 조선 시대 되었던데?

        – 그 안쪽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쇠들이 녹아서, 사진도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찍을 수 있다함

        –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한 달에 걸쳐 모든 지사들을 파괴하고, 마침내 나는 델프스 컴퍼니의 본사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단다.”

       

        겨우 지사를 부수는데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만약에 내가 ‘파괴’에만 신경 썼다면, 그때는 한 달이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본체를 꺼내와서 델프스 컴퍼니의 본사와 지사가 있는 곳을 통째로 지워 버리면 됐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와 델프스 컴퍼니라는 무리의 싸움이지 않더냐.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들까지 통째로 지우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

       

        그렇기에 시간과 수고를 좀 더 들이는 것으로, 철저하게 그들의 생활 기반을 파괴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였다.

        인간들의 강함은 그 지혜와 그 지혜로 이룩한 ‘문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당장 돌아다니며 이 행성의 모든 발전소만을 파괴한다고 생각해 보거라. 아니면 모든 석유 자원을 소멸시키거나 말이다.”

       

        – 오우

        – ㅎㄷㄷ

        – 라나님, 뜻밖에 악랄한 구석이 있으셨네.

        – 안 하실 거죠?

       

        “뭐, 인간들이 나에게 적대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나에게 실례하지만 않는다면. 그렇다면 내가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지.”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런 경우가 생겼을 경우에는 그렇게 움직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이라는 사례도 있고 말이다.

       

        – 그야말로 스불쟤네

        – 스스로 불러 온~ 재앙에 짓눌려~

        – ㅋㅋㅋㅋㅋ

        – 탄식은 하늘을 가리우며어우어우어~!

       

        “어쨌든 델프스 컴퍼니의 본사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본사가 위치한 도시로 향할 때였다.”

       

        각 지사가 위치한 도시에서 빼앗아 온 수천만 톤의 액체 금속을 이끌고 이동하던 나의 앞에, 델프스 컴퍼니의 마지막 저력을 담은 병력이 나타났다.

       

       

        *            *            *

       

       

        “흠.”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인간들의 병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힘을 모은, 최후의 결사대가 말이다.

       

        “허나, 무의미하다.”

       

        인간 본연의 힘을 강하게 만드는 ‘이능’과 ‘마법’이 존재하는 차원이라면 모를까.

        기술력의 정점을 무기로 삼는 차원에서는 내 ‘금속 지배력’을 이겨 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들의 문명은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날 가로막은 이들의 무장에도 수많은 금속이 사용되었다.

        몇몇은 플라스틱과 같은 금속 대체품이 사용된 것으로 보였으나, 그 외에는 전부 기존의 물건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마도 저것이 저들의 남은 저력이겠지.

       

        나는 평소처럼 액체 금속을 일으켰다.

        동시에 내 발밑에서 출렁거리는 수천만 톤의 액체 금속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인간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저들의 마지막 저력도 사라지…….

       

        퍼엉!

       

        “음?”

       

        인간들을 휩쓸던 금속의 파도가 흩어졌다.

        내가 의아하게 인간들을 바라보자, 흩어지는 액체 금속 사이로 ‘특이한 인간’들이 보였다.

       

        “호오?”

       

        우우우웅~!

       

        투박하고, 거칠게 날뛰는 힘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힘으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 기계의 도움을 받은 듯, 인간들의 몸에는 기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분명 저 인간들이 사용한 힘은 ‘염동력’이었다.

        즉…….

       

        “초상 능력자인가?”

       

        나는 흥미로운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새끼 손가락 ‘딸깍!’거리던 라나님이, 약지 손가락을 꺼내시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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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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