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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1

       “적당히를 좀 알거라. 이 놈아.”

       “네? 저 뭐 했나요?”

       

       갑자기 바루가 허공에다 대고 무어라 하는 바람에 놀란 엔리가 다급히 대답하자 바루가 눈에 띄게 한심하다는 티를 냈다.

       

       “그대에게 말한 것이 아니다. 뒤에 있는 녀석에게 이야기한 게지.”

       “뒤요? 뒤에 누가.”

       

       있나요? 라는 말과 함께 고갤 돌린 엔리는 뒷짐을 지고 있는 아라의 모습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찍었다.

       

       VR임에도 살짝씩 전해지는 통증에 아파하고 있으려니 저 앞에서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가야. 그대의 친우는 무척이나 허술하구나.”

       “부정할 수가 없군. 저 녀석의 허술함은 너무도 명확하니.”

       “사람이 넘어졌는데 도와주기는커녕 비웃기만 하는 게 맞나요?!”

       

       투덜거리면서 일어난 엔리는 미소 짓는 아라의 얼굴을 살폈다.

       

       기이한 일이었다. 달라진 거 하나 없는데 오늘따라 아라가 멋져 보였으니까.

       

       방금 전 절로 경외를 느끼게 되는 압도적인 풍경을 보고 온 탓이려나.

       

       “그래서 어땠느냐. 무공에 대한 흥미가 생겼느냐?”

       “…네.”

       

       그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라와 검선이 보여주었던 풍경은 엔리의 가슴 속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으니까.

       

       서로 간의 의지가 격돌하는 풍경을 보고서 저 사람이 되고 싶다 상상하지 않는 자는 로망을 잃어버린 불쌍할 어른 뿐이리라.

       

       엔리의 대답을 들은 아라는 가만 그녀의 몸을 살펴보고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반응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긍정적인 반응 같지는 않은데.

       

       “그런데 말이다. 엔리. 내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네?”

       “그대는 튜토리얼이라는 걸 수행하던 도중이지 않았나. 그걸 끝내지 않은 채 돌아가도 괜찮은 것인가?”

       “어… 글쎄요?”

       

       아라의 말대로 엔리는 튜토리얼을 수행하던 도중이었다.

       

       본래라면 검선에게 목을 베이며 끝을 맺어야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빠져나갈 수 없어야 할 대나무 숲은 박살이 났고,

       

       엔리의 사형인이 되어야 할 검선은 아라에게 박살이 나버렸으며,

       

       그렇다 하여 무언가 시스템 창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으니.

       

       VR에 익숙한 엔리의 입장에서도 상황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러분은 뭔가 아는 거 있어요?”

       

       그래서 그녀의 방송을 보러 온 이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시청자들의 대답도 같았다.

       

       – 몰라.

       – 우리가 어떻게 알아.

       – 버그난 거 아냐?

       – 제작사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 여기서 진행이 되나?

       

       그들의 입장에서도 이 상황은 초유의 사태였으니까.

       

       화룡무인이 시작되고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동안에 검선에게 무인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아라 하나였다.

       

       대나무 숲의 도술을 푼 것도. 검선을 박살낸 것도. 튜토리얼에 개입한 것도.

       

       그 모든 것이 아라가 최초였으니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 누가 알겠는가.

       

       “좋은 생각이 났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무렵 아라가 갑작스레 목소리를 냈다.

       

       홀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본 순간 엔리는 이유 모를 불안감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라 씨의 입에서 나올 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좋은 말은 아닐 것 같은데에에!

       

       “결국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엔리 그대가 살아있는 것이지 않으냐. 그럼 해결책은 간단하지.”

       “…죽으라고요?”

       “그래. 눈치가 빨라서 좋구나.”

       

       아라는 네가 살아있는 게 문제이니 죽으라는 살벌한 이야기를 웃으며 내뱉었다.

       

       어쩐지 느낌이 안 좋더라니!

       

       “저어! 그! 화령 씨?! 이 사태는 제가 최초인 거잖아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그 확인을 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살아 있어야…”

       

       손을 마구잡이로 휘저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주워섬기던 엔리였지만 아라는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귀신마냥 발소리 하나 없이 엔리의 앞에 도착한 아라가 손을 치켜들었고. 엔리는 자신이 어떻게 죽은 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검은 화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화령 씨이이이이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름 모를 숲에서 되살아난 그녀가 울분에 찬 목소리를 내질렀지만 그 목소리는 방송의 시청자들을 즐겁게 할 뿐이었다.

       

       *

       

       [화령이랑 검선이랑 싸우는 게 미쳤다 진짜]

       

       저 둘은 만나기만 하면 레전드를 찍네. 오늘도 눈 호강 하고 간다.

       

       – 개쩔긴 해.

       

       – 내가 상상하는 무협이 거기에 있어.

       

       – 솔직히 저거 그냥 겜 트레일러로 써도 되지 않을까?

       

       – 몇 배속으로 보고 계심?

       └ 0.7

       └ 와. 개고수. 난 0.5로 봐도 못 따라잡겠는데.

       └ 0.1로 보는 사람은 없냐?

       └ 아재요.

       └ 눈이 많이 침침하시구나.

       └ 서십니까?

       └ …

       └ ㅠㅠ

       └ ㅠㅠㅠㅠ

       

       [저 둘이 사람이 아니긴 하지]

       

       바루 말이 맞아. 저게 어떻게 나랑 같은 사람이야. 장르가 다르잖아. 장르가.

       

       – ㅋㅋㅋㅋ

       

       – 따라할 엄두도 안 나.

       

       – 요즘 화령 방송 보면서 이치 배우고 있긴 한데 갈 길이 너무 멀다.

       └ 난 이미 포기했어. 너무 어려워.

       

       [님들. 화룡무인 오래 하면 다 화령이나 검선처럼 할 수 있는 거임?]

       

       ㅇㅇ?

       

       – 되겠냐.

       

       – 화령말고는 검선한테 인정받은 사람도 없어.

       

       – 저건 규격 외야. 따로 생각해야 해.

       

       – 뉴비인 척 하지마라.

       └ 찐 뉴비인데요.

       └ ㅈㄹ.

       └ <캐릭터 사진> 진짜라니까.

       └ 이왜진?

       

       – 저거 생각하고 겜하면 얼마 안 가서 접는다. 너무 기대 많이 하지 마라.

       

       [확실히 화령 이후로 뉴비 유입이 많아지긴 한 듯]

       

       나도 처음에는 이 똥망겜에 먼 뉴비냐고 생각했거든?

       

       근데 위쪽 구역 말고 뉴비 존 가보니까 진짜로 뉴비들 꽤 많이 늘었더라.

       

       어떤 애가 나한테 와서 신교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데 가버릴 뻔 했음.

       

       – 맞음. 나 뉴비 구역 쪽에서 장사하는데 처음 보는 얼굴들 많더라.

       

       – 화령은 신이야!

       └ 새 컨텐츠 발굴해줘. 썩은 무림 개혁시켜줘. 뉴비 유입시켜줘. 사실상 운영진보다 유능한 게?

       └ ㄹㅇ ㅋㅋㅋ

       

       – 여기 커뮤 쪽도 질문 글 올리는 사람 많아졌음. 사람 이만큼 바글바글 거리는 게 얼마만인지 몰겠다.

       

       [뉴비님들. 무소속 시작하지 마세요]

       

       화령님 방송이나 마이 튜브로 유입되신 분들이 무소속 시작을 하곤 하는데 그럼 게임이 엄청 빡세집니다.

       

       파벌은 여러분을 지켜주고 성장시켜주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제발 무소속으로 시작하지 마세요!

       

       – 공지로.

       

       – 공지로 보내라.

       

       – 나 무소속으로 시작했었는데 진짜 겜 접고 싶은 순간이 한 둘이 아니었어.

       └ 일거리고 무공이고 환단이고 다 알아서 구해야 하니까. 빡세지.

       

       – 이미 무소속으로 시작했으면 어떡해요?

       └ 뉴비임?

       └ ㅇ

       └ 겜 한지 한 달 안 지났으면 새로 만드는 게 빠르긴 해.

       └ 그 정도야?

       └ 소속 있고 없고 차이가 심해서.

       

       [그래서 님들. 무소속으로 시작하고 낭인객잔 튜토 끝내면 뭐 해야 함?]

       

       이 겜 뭘 알려 주는 게 없냐. 뭐 해야 대?

       

       – 무소속 시작? 화령 유입?

       └ ㅇㅇ

       └ 얼마 안 됐으면 파벌 정해서 다시 시작해라. 무소속은 고인물 전용이야.

       └ 그건 이미 들었는데. 애정이 생겨서 일단 해보려고.

       └ 그러면. 어. 일단은 마음에 드는 무공부터 찾아야지. 공지가면 목록있는데 거기서…

       

       [문파는 어디가 좋음?]

       

       정 VS 사.

       

       어디가 지금 더 쎔?

       

       – 사파.

       

       – 사파.

       

       – 사파.

       

       – 다들 똑같이 말하네. 사파가 그렇게 강해?

       └ 그것보다는 정파가 좀 많이 개판이라.

       └ 화령이 박살내고 다니는 중이기도 하고.

       └ 지금 소림 박살난 것도 복구가 안 되잖아 ㅋㅋ

       

       – 근데 결국 사파도 화령 마음에 안 들면 박살나는 게?

       └ 그래도 영향은 덜하지.

       └ 그 쪽은 연합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니까. 한 군데가 박살나도 다른 데는 멀쩡하거든.

       └ 오히려 박살나면 좋아하지 않을까.

       

       [뉴비들이 게임 시작한 후에 해야하는 일들]

       

       안녕하세요. 냥냥권법입니다.

       

       최근 유입 분들이 많아지는 걸 보고 가이드를 제작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엔리님 방송을 보고 유입되시는 분들이 있는 듯 해 글을 올립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하는 건…

       

       – 공략 추

       

       – 최근 본 공략 글 중에 이게 제일 나은 듯?

       

       – 냥냥아. 이거 쓸 시간에 편집해야지.

       └ 편집도 하고 있어요 ㅠㅠ

       

       – 냥냥 예전만큼 겜 열심히 안 하잖아. 왜 열심히 하는 척 함? 중간중간에 이상한 정보도 여러 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 공략 써 온 사람한테 뭔 시비냐.

       └ ㅂㅅ인가 진짜.

       └ 겜 안한 건 너 아니냐. 화령님이 무림맹 습격하고 나서 정파 쪽 퀘 효율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데. 딱 대. 설명해줄게. 봐. 이 반복퀘는…

       └ 나설님. 여기서 뭐 하세요.

       └ 이 인간 지대로 긁혔네 ㅋㅋ

       └ 반박 못 하네?

       └ 반박을 어케 함. 겜창 랭킹 10위권을 항상 지키는 폐인이 따지고 있는데.

       

       [관리자 하실 분?]

       

       없으세요? 최근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 일해주실 분이 필요한데.

       

       – 저기요?

       

       – 왜 아무도 말이 없어요?

       

       – 대답해.

       

       – 대답하라고!

       

       – 자꾸 이러면 강제로 징병한다?!

       

       *

       

       “화령씨.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전 그건 너무했던 것 같아요.”

       “그래. 맞다. 어떻게 친구를 단칼에 죽여버릴 수가 있느냐.”

       “그쵸? 아무리 죽어도 살아나는 몸이라지만 망설임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여간. 민가 저 놈은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맞아요. 너무 차갑다니까요. 베어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아요.”

       “애초에 베이기나 하겠느냐. 그런 녀석이다.”

       

       객잔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바루와 엔리는 서로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만난 지도 얼마 안 되었거늘 왜 이리도 죽이 잘 맞는 것인지.

       

       서로를 바라보며 말을 맞추는 것을 보면 어디 수십 년 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처럼 보이는 구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게 다 공동의 적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공동의 적이 되어야 하는가.”

       

       내 양 쪽 모두에게 어느 정도 은덕을 쌓았다 생각한다마는 왜 적의를 받아야 하는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정말 몰라서 물어보세요?”

       “진짜 몰라서 묻는 게냐?”

       

       진심으로 이해가 되질 않아 투덜거렸더니 바루와 엔리 양 쪽에서 목소리가 돌아왔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만 나의 직감이 그래서는 안 된다 고했기에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최소한 양심은 있구나.”

       “그러게요.”

       

       고갤 주억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괜한 말을 꺼냈다간 한참 동안 포화를 당해야 했겠구나.

       

       하아. 어쩌다 본인이 이런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일까.

       

       과거에는 본인에게 막말을 할 수 있는 자가 하나도 없었거늘.

       

       나의 앞에서 당당하게 내 욕을 하는 두 사람을 보던 꺼낼 말이 마땅치 않아 그냥 곰방대를 입에 물어버렸다.

       

       무어라 하건 간에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자꾸나.

       

       다른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으음. 적당한 것이.

       

       하나 있군.

       

       엔리에게 무얼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아.

       

       생각을 하자마자 한숨이 나오는 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둔재를 가르쳐 보는 천마님!

    ——–

    Nighthaven C님 응원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Q : 아라가 천마데스빔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A : 일단 정면에서 상대해 본 다음에 생각해볼 겁니다.
    아마 흥미로워 할 것 같네요. 자신의 무공과 아예 다른 영역이라 생각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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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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