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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1

    <321 – 이사장의 사악한 지혜>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냐? 아카데미에는 널 생각하는 동기들이 잔뜩 있을 텐데.”

     

    상급반에서 손꼽을 수 있는 인원만 족히 열 명이 넘는다.

    하급반을 포함하면 최소 두 배로 수가 늘어난다.

    용사는 오크노디를 싫어할지라도 그녀를 좋아하는 학생은 많다.

     

    ‘이번 크루즈선이나 저택에서 겪은 일 때문에 오크노디를 무서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기는 했겠지.’

     

    대세는 그럴지 몰라도 반대로 그녀를 아끼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우리가 지켜줘야 해.

    이 아이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자.

    오크노디가 우리를 도왔던 것처럼 우리도 오크노디를 도울 거야.

    그런 마음을 싱은 이미 알고 있다.

    모두가 배를 타고 떠나기 전에 싱이 오크노디와 함께 남으리라는 사실을 듣고 그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쥐방울을 부탁한다. 그놈이 영리하기는 해도 아직은 애야. 제대로 된 어른이 곁에 있어야해.

    -밥 때는 놓치지 않게 챙겨주세요. 어디서 이상한 놀이를 한다고 굶고 다닐지도 모르니까.

    -이사장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입니다. 오크노디가 그에게 물들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손오천, 이사벨, 지젤.

     

    -오크노디에게 전해주세요. 집에서 다 놀고 나면 아카데미에서 2학기도 같이 놀자고!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는 잊지 말라고 전해줘. 오크노디 때문에 듣기 시작한 강의인데 나랑 티토만 듣기는 억울하니까.

     

    티토소가, 즈앙.

     

    -은혜도 모르는 것들이 하던 말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해줘. 난 언제나 오크노디의 편이야.

    -다른 학생들의 눈치는 보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저 아카디아는 언제든지 우리 디를 위한 다과회를 열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요.

    -아카데미에서의 실적이 좋았던 덕분에 조직에서 신상비키니아머가 나왔어! 꼭 고맙다고 전해줘!

     

    헤스티아, 아카디아, 뾰이.

     

    -…아카데미에서 다시 볼 때는 북부보급식량을 주겠다고 전해줘.

    -그런데 이 크루즈선 내가 가져도 되나? 갸하핫! 모르겠으니까 일단 가져가야지. 나중에 필요하면 말하라고 해둬. 대포나 쏴주게 해주면 봐주겠지?

     

    아이린, 지고쿠.

     

    -재단의 지령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맺고 끊음은 분명히 하라고 전해줘.

    -남은 방학기간동안도 열심히 수련할 테니까 나중에 꼭 점검해달라고 부탁할게.

     

    자쿠, 모브.

     

    -…멋대로 남을 조각상으로 만드는 함정상품에 걸리게 만들다니. 이 원한은 2학기가 되면 톡톡히 갚아줄 거야. 샌드쿠커가.

    -내가!? 아니, 그건 무서운데… 헉. 오크노디한테 석화주문을 걸지 않으면 내 머리카락을 다 태워버리겠다고!? 아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로지니, 샌드쿠커.

     

    -재단에 눌러 앉아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해. 그러는 와중에도 난 계속 강해질 거야.

    -분하지만 이번 크루즈선에서는 빚을 졌죠. 적에게 은혜를 입은 채로 있기는 찝찝하니 학기가 시작되면 보은할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전해주세요.

     

    심지어는 용사 이슈타르와 성녀 유피까지.

    모두가 오크노디를 위해 남겼던 부탁들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기프트 아카데미는 오크노디가 돌아갈 장소이다.

    그녀를 아끼는 이들이 남아있는 한은.

    그러나 오크노디는 그가 바라보는 것과 같은 시야를 지니지 않았다.

     

    “저런. 친구에게는 아직 들려주지 않았습니까?”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걸음소리.

    평범한 걸음임에도 수면 위에 발을 내딛은 것처럼 힘의 진동이 느껴지는 자.

    이사장이 특유의 웃는 얼굴로 다가온다.

    마치 이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처럼.

    최적의 타이밍에.

    이런 형편좋은 염탐이 이 순간에만 존재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지난 한달 간, 기회를 얻은 건 싱 본인만이 아니다.

    오크노디에게도 시간은 같았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존재한다.

    심지어는 저 이사장에게도 말이다.

     

    “오늘 49층을 돌파하고 50층에 올라가면 알려주려고 했어요!”

    “지금도 나쁘지는 않겠군요. 모처럼 기회가 왔으니 그에게도 들려주는 건 어떻습니까? 소중한 친구인데 소외감을 느끼면 가엾지 않습니까.”

     

    정보의 우위에서 비롯된 확신.

    나는 오크노디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다.

    너는 모를 것이다.

    그것을 전하더라도 상관없다.

    이제 와서 무언가를 뒤집기에는 늦었으니까.

     

    그런 이사장의 목소리가, 여유가 웃음 너머로 또렷이 들린다.

    싱은 깨달았다.

    그의 시야는 이번에도 비좁았다.

    평정심을 얻지 못해 스스로 39층에 속박당했던 시절처럼 이번에는 눈앞의 성장에 얽매여 오크노디의 마음을 등한시하고 말았다.

    그사이에 이사장이 어떤 간계를 부릴지, 오크노디가 어떻게 넘어갈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관심조차도 없었다.

    자신의 성장이 오크노디의 사정보다 중요했으니까.

    그래서는 안 됐다.

    모두에게 전언을 부탁받았다.

    마음을 전달해주기를 부탁받았다.

    노력했다면 오크노디의 마음이 아카데미에 조금 더 붙어있었을까.

    뒤늦은 후회였다.

     

    “그럼 들려줄게요! 파파랑 나눴던 대화를.”

     

    오크노디는 싱이 놓쳤던, 그가 자신의 성장과 맞바꾸어 허용하고 만 이사장의 접근이 무엇을 일으켰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아카데미에는 꼭 돌아가야만 합니까?”

     

    파파의 질문은 꽤 흥미로웠다.

     

    “함께 재단에서 지내며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가방에는 채워야 할 것이 많죠. 아카데미는 채워주지 않을 희귀한 보물들을 재단은 채워줄 수 있답니다.”

    “그건 저 혼자서도 채워 넣을 수 있어요!”

    “재단이 필요없다면 아카데미도 필요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으음~ 그렇기는 한데~”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라도 있습니까?”

    “아카데미 생활을 소홀히 하면 결국 불행한 미래를 맞이하게 되는걸요!”

     

    불행한 미래.

    배드엔딩.

    파파가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이라도 예외는 없다.

    세계는 다양한 지역이벤트가 벌어진다.

    그 뒤에는 어쩌면 월드이벤트가.

    힘없는 소시민의 엔딩에서는 그런 넓은 세계까지 갈 것도 없이 개인의 열악한 비극으로 끝난다.

    그러나 충분한 힘을 지닌 자들에게는 힘이 닿는 만큼 넓은 시야 속에 커다란 비극이 드러난다.

    지금의 세계가 어떤 불안과 공포 속에 존재하는지, 플레이어의 방만했던, 혹은 능력이 닿지 않았던 아카데미 생활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플레이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주요 NPC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저는 친구들이 힘들게 사는 소식을 듣고 싶지 않은걸요!”

    “이런. 생각보다 우정을 중시하고 있군요. 역시 젊음이란 우정을 빼놓을 수 없죠. 하지만 막연한 불안만으로는 들리지 않는군요. 무언가 예상되는 미래가 있나보죠?”

    “넹!”

     

    말해도 될까?

    NPC에게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일을.

    그렇지만 파파는 구하기 극도로 까다로운 음식을 잔뜩 구해주었다.

    덕분에 세이브 된 시간과 앞당겨진 수집품의 보정수치를 생각하면 이 정도 스포일러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잔뜩 ‘거래’를 통해 전해준 이야기도 있지.

    대야에 물을 잔뜩 부었는데 컵 하나만큼의 물을 더 끼얹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1학년 2학기에는 아카데미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사건이 벌어지는데, 주로 아카데미에 잠입한 <범죄조직> 중 하나가 사건을 일으켜요!”

    “호오. 조직입니까?”

    “어떨 때는 <수인부흥회>가 활동해서 견학 도중에 시설을 강제격리 시켜서 1학년들을 떼죽음 시킬 기회를 노리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인조직>이 활동해서 학생을 한 명씩 몰래 죽이기도 해요!”

     

    재잘재잘.

    2학기에 일어날 억까패턴을 하나씩 들려주니 파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죠. 재단의 힘으로 다른 조직의 활동을 억제해주겠습니다.”

    “그래도 일어날 사건은 일어나는걸요! 어설프게 막으려고 하면 더 빨리 사건이 터지거나 더 큰 참사가 일어나기도 해요.”

     

    챕터 1 보스인 헤스티아만 해도 조기폭주 억까패턴이 있지 않았던가.

    챕터 2는 어느 조직이 억까를 터뜨릴지 모르기에 전방위적으로 다 커버하려 들다가 매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허를 찔리게 된다.

    역시 그냥 아카데미로 돌아가서 억까를 막고 친구들이 돌연사 당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까?

     

    “그렇군요. 마냥 누르기만 하는 건 능사가 아니죠. 저지를 작정이라면 어떻게든 일이 터질 겁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아카데미 복귀로 마음이 기울려던 내게 파파는 정말 놀라운 제안을 했다.

     

    “재단에서 대신 사건을 일으키는 겁니다.”

    “네?”

    “다른 조직들이 일을 벌이다가 걸리면 곤란해질 정도로 큰 사건을 일으키거든 자잘한 소동을 신경 쓸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우와…! 그런 공략은 생각도 못 해봤어요! 그런데 무슨 사건을 일으키게요?”

    “흠. 아카데미에서 중대사건으로 여기고 다른 조직이 눈치를 보며 사리도록 만들려면 역시 이 정도는 해야 하겠죠.”

     

    이사장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살인사건.”

    “헉!”

    “친구가 죽는 것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습니까?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지인을 해치는 대신, 통제할 수 있는 의도된 살인이 불필요한 폐기물을 죽인다.”

     

    어떻습니까?

    자상하게 묻는 파파가 이렇게 멋지게 보일 수가 없었다.

     

    “대찬성이에요!”

    “그럼 2학기에 곧바로 아카데미에 돌아가지는 않아도 되겠군요?”

    “넹!”

    “후후. 다행이군요. 저도 우리 딸과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답니다.”

     

    랜덤파파가 유능한 파파라서 다행이야.

    가끔은 이런 파파도 좋을지도!

    파파가 운영하는 재단마저도 조금은 호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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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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