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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2

    다이튼의 호들갑스런 반응에 루크는 자신의 이마에서 다이튼의 손길을 치워내며 말했다.

     

    “아픈 데는 없다. 나는 지극히 정상이니까. 그나저나, 내게 물어볼 게 있다면서?”

    “아, 그래.”

     

    루크의 이상행동(?)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잠시 잊어버렸다.

    자신은 분명히 루크에게 무언가를 묻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었지.

     

    “그게 말이지, 이따가 너도 쇼핑하러 갈래?”

    “쇼핑? 갑자기 무슨 일로? 정령절 준비는 이미 다 끝난 게 아니었나?”

    “그게 말이지…….”

     

    다이튼은 뒤늦게 자신이 루크를 찾은 이유를 다시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디아나가 그러던데, 자기가 받고 싶은 선물은 이미 네가 정령한테 말해주기로 했다면서.”

    “으음, 그랬던가……. 그러기는 했지.”

     

    말은 했다.

    그게 선물을 주는 정령은 아니었을 뿐이지.

    루크의 대답에 다이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그랬나. 근데 그게 대체 뭐야? 걔가 올해는 나한테는 말을 하려고 하질 않아서.”

     

    디아나는 꽤 영악한 녀석이었다.

    옛날에는 정말로 정령이 선물을 주는 줄 철썩같이 믿고 그냥 좋아하던 녀석이, 최근에는 슬슬 ‘선물을 주는 정령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거다.

    어쩌면 대놓고 정령(아니면, 정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영체화 능력자)인 파이리스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디아나는 ‘정말로 그동안 정령절마다 자신에게 선물을 주던 존재가 정령이 맞는가?’하는 의문을 품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디아나는 선물을 주는 정령이 실존하는 지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생각한 방법이라는 것은, ‘정령한테만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말하면,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선물이 오는가?’였다.

     

    정령은 원래 눈에 보이지 않아서 입증할 방법도 딱히 없고, 잠을 안자고 기다렸다가 오빠가 선물을 세계수장식 나무 아래에 놓는 장면을 급습해도 ‘그냥 선물이 뭔지 궁금해서 잠깐 봤지.’라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버리면 ‘정말 그런가?’하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이것은 자신에게 정령에게’만’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마침 ‘정령소녀’인 언니도 있으니까 딱 좋은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올해의 디아나는 정령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쓰는 ‘정령에게 보내는 편지’조차 쓰지 않았다.

    만약 선물을 주는 게 정령이 아니라 오빠라면, 편지를 훔쳐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디아나는 사실 이미 파이리스에게도, 루크에게도, ‘오빠한테 알려주지 마!’하고 단단히 입조심을 시킨 상태였다.

     

    당시 루크도 그건 별 일 아닌 약속이라 생각해 당장 디아나가 칭얼거리는 것이 귀찮아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 약속을 받아들였다.

     

    “근데 그걸 왜 나에게 묻지? 난 정령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디아나와 이미 약속을 했는데.”

     

    하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약속은 약속.

    때문에 지금 루크는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디아나 이녀석, 이제 곧 9살이 된다고 오빠를 정말 귀찮게 하는구나 싶다.

    루크의 대답을 들은 다이튼이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그야, 당연히 내가 선물을 준비해야 되니까 그렇지. 너도 알겠지만, 선물을 주는 정령 같은 건 없으니까.”

     

    선물을 주는 정령이라,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뭐, 정령이란 것이 ‘아예’ 없다는 이야기까지는 아니어도 말이다.

    사리분별을 잘 하는 이성적인 루크라면, 아마 당연히 그런 정령이 없다는 것을 알거다.

     

    하지만 다이튼의 이야기를 들은 루크의 반응은 굉장히 의외였다.

     

    -멈칫.

     

    “정령절에 선물을 주는 정령이 없다고?”

     

    다이튼은 그 반응에 굉장히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럼 매년 선물을 주는 건 그대였고?”

    “그, 그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이야?”

     

    그렇게 다이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루크에게 얼마 안 남은 일말의 동심마저도 짓밟고 만 것인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루크는 잠시 멈춰서서 다이튼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그 말은 즉, 정령절에 아이들의 행실을 감시해 선과 악을 구분지어 선물을 주며 영향력을 끼치는 대 정령, 또는 정령의 군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지 부모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한 날이라고 한다면, 그런 공포스러운 가정을 할 필요도 없다.

     

    “그건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로군.”

     

    루크는 크게 안심한 듯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동안 자신은 전혀 알 수 없었던, 남몰래 세계를 장악한 거대한 위협이 완전히 망상으로 치부되며 없어진 셈이니 어찌 안심하지 않을 수 있으랴.

     

    “……거기서 다행일 건 또 뭔데?”

     

    정령이 없다는 말에 실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안심하다니?

     

    다이튼은 그런 루크의 반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잠시 후.

    다이튼과 루크는 치마에 담아온 꽃들을 옮겨 놓은 뒤, 집 근처의 그루터기에 앉아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디아나가 받고 싶다고 했던 선물이 뭔지는 말해줄 수가 없다는 얘기야?”

     

    다이튼의 말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어 버리는 것은 마법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중죄.

    그것도 본질이 서클 그 자체인 자신은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였다.

    “그럼 어쩌냐, 큰일났네. 사실 너한테 몰래 물어보려고 미리 사둔 것도 없는데. 대충 이상한 선물로 주면 난리 날거고.”

     

    그렇게 걱정하는 다이튼에게, 루크는 뭐가 그리 큰 문제냐며 조언했다.

     

    “어쩌긴, 그냥 털어놓거라. 지금까지 선물을 준 것은 바로 그대였다고.”

     

    다이튼은 그런 조언을 하면서 평온한 루크의 표정을 바라보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

    “뭐가?”

    “정령절에 정령이 없다는 걸 알게 된 디아나가 무슨 난리를 피울 지, 정말 감당 돼?”

    “……!”

     

    ‘감당 돼?’라는 다이튼의 한마디에 루크는 곧장 얼어붙고 말았다.

    하긴, 디아나는 정령의 존재를 자신을 만나기 이전부터 굉장히 확신하고 있던 순진한 아이였다.

    그런데 정령절에 선물을 주는 정령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게 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

    한동안 삐쳐서 방에 틀어박힌다면 차라리 나았다.

    하지만 디아나는 누가 다이튼의 동생이 아니랄까봐 막무가내인 면이 크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울까? 울면 대체 얼마나? 하루 안에는 끝날까?

    디아나의 울음소리는 본래부터 활발한 아이인 만큼 굉장히 우렁차다.

    그 난장판을, 과연 자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루크는 자신이 없었다.

    그 상황을 온전히 감내할 자신이…….

     

    “…….”

     

    선물을 주는 정령이 사실은 없다는 것.

    그건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알아야 할 진실이기는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리라.

     

    평안한 날이 되어야 할 휴일에, 그런 결과가 도래하는 것은 얼마든지 물질계에서 떨어져 관전자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파이리스를 제외하고는 이 집안의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 상황이 도래하는 날을 하루만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아니, 가능하면 디아나가 울고불고 난리를 피울 나이만 넘길 수 있게 된다면.

    정말로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가 완성된다.

     

    평안한 가정환경을 위하여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준비가 되어있는 루크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 한가지 방법을 바로 떠올렸다.

     

    “그, 그래. 내가 디아나가 무슨 선물을 원하는지 알려줄 수는 없지만, 내가 그걸 ‘준비할’ 수는 있지 않나!”

     

    그렇다.

    받고 싶은 선물을 알려주는 것이 안된다면, 처음부터 자신이 선물을 고르면 되는 것이다!

     

    루크는 보다 자세한 계획의 설명을 원하는 다이튼에게 자신의 계획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쇼핑에 가서 그대에게 알리지 않고 구매한 뒤에 잘 포장해서 건네주지. 그럼 난 그대에게 ‘디아나가 바라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려준’적은 한번도 없게 되고, 그대는 디아나에게 원하는 선물도 줄 수 있고, 디아나 또한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꽤나 훌륭한 우회가 아닌가 생각하며 다이튼을 바라보니, 다이튼도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뭐,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한데?”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해 놓고 그런 잔머리나 굴리는 게, 너도 되게 영악하다고 생각 안해?”

    “…….”

     

    다이튼의 말에 루크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럼 뭐, 어쩌겠는가.

    마법사란 존재가 원래 이런 것을.

     

     

    아무튼 이제 남은 문제는 단 하나.

    디아나가 원하는 선물은 과연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런데 메루루 한정판 인형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 거지.’

     

    루크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검색을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찾아라, 한정판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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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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