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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2

        

       남자는 이것 보라는 듯 수첩을 내밀었다.

       마치 경찰이 경찰수첩을 보이면서 사람을 위압하듯 말이다.

         

       “으, 으, 음양청이요?”

         

       토키타카는 고압적인 태도로 자신에게 말하는 남자에게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어, 음양청에서 나왔다.”

         

       “으, 음양청에서는 무슨 일로…?”

         

       “무슨 일로?”

         

       남자는 토키타카의 질문에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비웃음에 가까운 것이었다.

         

       “너 지금 무슨 일로 왔냐고 물은 거야?”

         

       “예? 예, 예….”

         

       “지금 네 꼴을 보면 내가 무슨 일로 왔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아, 아!”

         

       남자는 수첩을 접어서 품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 빌어먹을.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기도 힘들겠군.”

         

       토키타카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 같았다.

         

       실혼인(失魂人)이라고 하던가?

         

       토키타카는 그야말로 영혼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텅 비어버린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멍청해 보이는 얼굴로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게다가 보라.

       누군가 쫓아온다고 여기자마자 짐승같이 바닥을 구르면서 흙투성이가 되는 꼬락서니라니.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군.’

         

       저렇게 정신이 나간 사람에게 특효는 뺨을 후려치고, 뒤지게 패서 공포로 정신이 들게 하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행위는 불가능했다.

         

       제국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 그런 짓을 거리낌 없이 할 수는 없었다.

       하다못해 대체할 수 없을 정도의 위치가 된다면 모를까, 출세가도(出世街道)를 막 시작하고 있는 남자 입장에서는 바로 경력에 먹칠하게 되리라. 그렇게 된다면 행정 고시 출신의 엘리트, 캐리어(キャリア)로서의 찬란한 미래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사고를 치는 놈을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 줄 인간이 몇이나 되겠는가?

         

       장담컨대 거의 없으리라.

         

       그것도 제대로 라인을 잡지도 못한 상태라면 더더욱.

         

       “쯧.”

         

       남자는 토키타카를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가지고 온 서류 가방에서 자그마한 통 하나를 꺼냈다. 그리곤 그 통을 열고 막대기 같은 것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 막대기는 향처럼 얇고 길쭉했는데, 일반적인 향과는 다르게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을 띠고 있었다.

         

       남자는 그 막대기를 오른손에 들고, 남은 왼손으로는 수인을 맺었다.

       수인은 순식간에 여러 모양으로 바뀌며 주술적 의미를 띄었고, 거기에 소매에 붙어있는 부적이 수인에 반응하여 에너지를 공급했다.

         

       화르륵.

         

       그렇게 나타난 것은 바로 불꽃.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불을 피워내는 기적이었다.

         

       남자는 허공에 피어난 불에 향의 끄트머리를 가져가서 불을 피웠고, 하얀 연기가 실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그것을 토키타카의 코 아래에 가져다 댔다.

         

       “최대한 향을 들이마시도록 해.”

       “예, 예.”

         

       토키타카는 한껏 숨을 들이쉬라는 남자의 말에 군말 없이 따랐다.

         

       후-우.

       후우-.

         

       그렇게 두어 번쯤 숨을 쉬었을까?

         

       토키타카는 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거 혹시 회혼향(回魂香)입니까?”

         

       회혼향(回魂香).

       일본 제국 시절 중국에서 얻어온 반혼향(反魂香)의 비전을 연구해서 만들어낸 향.

       정신을 각성시키는 강한 효과가 있어 회혼(回魂), 즉 몸 밖으로 나가버린 혼도 다시 돌려보낸다는 뜻의 이름을 붙인 향이었다.

         

       소량밖에 생산되지 않아 수많은 사람이 앞다투어 구매하는 물건이었으며, 정신을 각성시킨다는 효과 덕분에 양지에서부터 음지까지 많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가장 유명한 방법은 바로 센터 시험 보조용.

         

       센터캠프라고 불리는 캠프에서 수십, 수백 명의 학생을 한 방에다가 몰아넣고 향을 피운 뒤 공부시키는 방법이 가장 유명했다.

         

       듣기로는 향의 효과가 남아있는 동안은 하루 내내 잤다가 일어난 것처럼 개운하고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하던가.

         

       물론 이러한 놀라운 효과만큼이나 만만찮은 가격을 하고 있었다.

         

       어지간히 부자가 아니라면 쓰는 걸 망설일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음양청에서 나왔다고 하는 저 남자는, 그것을 토키타카에게 사용한 것이다.

         

       고작 사정 청취를 위해서 말이다.

         

       “회혼향을 떠올릴 정도면 제정신이 돌아왔겠군.”

         

       남자는 향의 효과에 놀란 토키타카를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리곤 서류 가방에서 가위 하나를 꺼내서 불이 붙은 부분만을 잘라낸 뒤, 남은 회혼향을 다시 통 속으로 넣었다.

         

       그리곤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토키타카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 비싼 회혼향까지 썼는데, 당연히 잘 협조하겠지?”

         

       남자의 시선은 사나웠다.

       비싼 회혼향까지 썼는데 뻗대거나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듯했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은 분명히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예. 협조하겠습니다.”

         

       그렇기에 토키타카는 남자에게 얌전히 협조를 약속했다.

         

       “그래. 그러면 흠. 일단 이름부터 말해.”

         

       “야사키 토키타카(矢崎敏高) 입니다.”

         

       “야사키 토키타카? 흠. 어디서 들어봤는데.”

         

       남자는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름에 잠시 고민하다가,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토키타카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리곤 허, 하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이봐, 당신 TV에 자주 나오지 않아?”

         

       “예.”

         

       “하, 이런 곳에서 유명인을 다 보는구먼.”

         

       남자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토키타카를 바라보았다.

         

       다만, 그것은 토키타카가 평소에 자주 보는 ‘유명인을 보았을 때’의 신기함이 아닌, 다른 의미의 신기함이 담겨있는 눈이었다.

         

       “당신같이 유명한 사람도 이런 짓거리를 하나 봐?”

         

       “예?”

         

       “예는 무슨. 들었잖아. 당신 같은 유명인도 이런 짓거리 하냐고.”

         

       그것은 선망의 대상이나 유명한 사람을 보았을 때의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비웃음이 잔뜩 들어가 있는 부정적인 의미의 신기함이었다.

         

       “내가 음양청에서 일하기 시작한 게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그 짧은 시간 내에 편견이 생기게 만드는 족속들이 있어.”

         

       바로 너 같은 인간이야.

         

       남자는 경멸어린 어조로 토키타카에게 말했다.

         

       “꼭 문제가 생기면 말이야, 그 장소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더라고.”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심령 체험이니 하는 이유로 병신같은 짓거리를 벌이고, 그 덕분에 없어도 되는 문제를 일으키는, 당신 같은 인간 말이야.”

         

       남자는 이것 보라는 듯 그에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 최신형 스마트폰에서는 지도가 떠 있었는데, 그 지도의 어느 한 부분에서는 붉은색, 노란색으로 뒤섞인 이상한 파형 같은 것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여기 어딘지 알지?”

         

       “여기는…. 설마.”

         

       “그래. 당신이 도망쳐 나온 그 집이야, 액살의 집이니 뭐니 하는 거기.”

         

       남자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나는 당신 같은 인간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어. 꼭 잡혀 온 인간들은 스릴을 느끼고 싶었다, 심령 체험해보고 싶었다, 귀신에게 선택받고 싶었다, 만화에서처럼 귀신과 계약해서 능력자가 되고 싶었다…. 뭐 온갖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만 하지.”

         

       “….”

         

       “그래, 생각만 하는 건 좋다 그거야. 그런데 왜 문제를 일으켜서 우리를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어.”

         

       “….”

       

       “딱 봐도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봉인을 풀어서 근처 마을에 난리가 일어나게 하지를 않나, 가만히 잠들어 있던 악령이나 악귀를 깨워서 공포영화를 찍지를 않나…. 그렇게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벌여놓고는 신고하고, 신고받고 구해줬더니 왜 더 빨리 오지 않았느냐는 둥, 너희가 늦게 와서 내 친구가 죽었다는 둥, 세금을 받아먹으면서 제대로 일하지도 않는다는 둥 온갖 개 같은 소리를 늘어놓곤 해.”

         

       남자는 하, 하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그나마 당신은 그 멍청이들보다는 낫군. 그런 더러운 소리는 안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래봤자 당신이 멍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남자는 그렇게 말을 토해내곤 토키타카를 바라보았다.

         

       “딱 봐도 소문 이상한 집에 쫄래쫄래 걸어 들어간 인간이 어떻게 멍청이가 아니겠어? 안 그래?”

         

       “….”

         

       “그리고 당신이랑 같이 들어간 인간들도 멍청이겠지.”

         

       남자는 정말 마지못해서 한다는 듯,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 멍청이들을 구조해야 하는 사람이고.”

         

       “….”

         

       “그러니까 빨리 말해. 누구와 심령 체험하러 저 빌어먹을 흉가에 갔고, 지금 저 흉가에 누구누구가 있는지 말이야.”

         

       남자는 토키타카를 심령 체험을 온 멍청한 인간이라고 단정 지었고, 흉가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심령 체험을 온 멍청이라고 비꼬았다. 그리곤 어서 말하라는 듯 토키타카를 재촉했다.

         

       하지만 토키타카는 이러한 남자의 질문에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빨리 말하라니까?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

         

       이러한 모습은 남자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이었다.

         

       값비싼 회혼향까지 써가며 정신을 되돌렸는데, 협조는커녕 쪽팔린다면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입을 꾹 닫고 있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남자는 위협적인 몸짓으로 어서 말하라고 재촉했다.

         

       “….”

         

       하지만 토키타카는 묵묵부답.

       표정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닫고만 있을 뿐.

         

       남자는 이러한 그의 모습에 점차 인내심의 한계가 오는 듯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리고 곧 폭발 직전까지 갔다.

         

       이러한 기색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남자가 폭발해서 온갖 욕설을 쏟아내기 바로 직전, 토키타카가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토키타카는 말했다.

         

       “부디 안에 있는 사람들을 구해주십시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안에 꽤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무서워서 저 혼자 나왔습니다.”

         

       토키타카의 입 역시 보이지 않았다.

         

       “부디 사람들을 구해주십시오.”

         

       다만 그는 분명히 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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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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