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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2

       무의 신은 공평하지 않다.

       

       놈은 평등이라는 단어를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작자다. 누군가를 편애하기를 즐기고 또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을 그만큼 즐기지.

       

       평생토록 이 길을 걸어오며 수많은 이들을 보아온 본인이 단언하는 것이다.

       

       노력의 끝에 보답이 있으리라 생각해선 안 된다.

       

       죽어라 내달린 끝에 무언가를 손에 쥔 사람이 하나가 있다면 그 무엇도 얻지 못하고 침전해버린 이들은 늪을 메울 정도로 넘쳐나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엔리 때문이다.

       

       그녀는 무의 신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이다.

       

       내 엔리를 어디 하루 이틀 가르쳐 보았더냐. 녀석은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가 극명한 녀석이다.

       

       모든 일에 자신 있다고 뻗대기를 즐긴다만 정작 대개의 일에서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지.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고점이 낮을 뿐 저점은 높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본인이 보기에 어느 쪽이건 나락 속이라는 건 똑같아 보이더구나.

       

       무에 있어서도 그렇다. 엔리가 지닌 무재는 처참하다. 너무도 처참하여서 애초에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될 정도로.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중간하게 재능이 있는 것이 최악의 경우거든.

       

       무의 신이 작정하고서 괴롭히고자 마음을 먹은 이들.

       

       어느 순간까지는 나아가게 내버려두다가 갑자기 그 앞에 벽을 들이밀더니 이 이상은 나아갈 수 없다는 선언을 듣게 된 놈들.

       

       녀석들은 평생토록 쌓아온 꿈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 온갖 발악을 한다만 대개는 그 벽을 넘지 못하고 폐인이 된다.

       

       내 그런 이들을 몇이나 보았지.

       

       만약 이 곳이 무림이었더라면 난 엔리를 가르치지 않았을 것이다.

       

       머잖아 벽 앞에서 좌절하고 절망할 것이 훤히 보이는데 무얼 하러 그녀를 가르친단 말인가.

       

       본인은 지인이 괴로워하며 우는 모습을 굳이 보고 싶지 않다.

       

       실패할 일에 인생을 바칠 바에 다른 길을 찾아보라 조언해주었겠지.

       

       허나 여기는 무림이 아니다. 또한 엔리는 무에 인생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취미의 영역으로 즐기려는 생각일 뿐이다.

       

       벽에 가로 막히면 슬퍼하겠지만 절망하여 일어설 수 없지는 않겠지.

       

       하아. 고민하고 있으려니 머리가 아프군.

       

       무재에 있어선 돌덩이나 다름없는 녀석에게 무공을 가르쳐야 한다니 말야.

       

       혹자는 이 또한 새로운 도전이라 이야기하겠지만 본인은 이런 도전을 즐기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의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 남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것이 아니니까.

       

       “저기. 화령 씨. 왜 남 얼굴 보고 한숨을 쉬어요?”

       

       자신을 향한 한숨이 거슬렸던 것인지 엔리가 눈가를 좁혔다.

       

       “그대가 문제의 근원이니까.”

       “제가 뭐 했었나요?! 그냥 앞담화 조금 한 것 말고는 없는 거 같은데…”

       “선을 넘은 게로구나. 엔리야. 그대도 나빴어.”

       “엑?! 바루님! 방금 전까지 저랑 같이 앞담화 했잖아요! 이제 와서 저한테 다 떠넘기시는 거에요?!”

       “어이쿠. 음식이 나왔구나.”

       “바루님?!”

       

       어디 보자. 일단 정석적인 방법을 쓰는 건 생각하지 말자꾸나.

       

       그래서야 일 이년이 아니라 십년에 달하는 세월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터이니.

       

       한 이십 년 정도 최선을 다하면 일류나 절정… 음.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애매하군.

       

       어쨌든 이런 고행은 엔리도, 엔리의 시청자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답답함이 과하니까.

       

       그러니 편법을 쓰자꾸나.

       

       이것이 게임이기에, 엔리가 외부인이기에 가능한 방식을 말이다.

       

       본래라면 다른 것을 가르치기 전에 심법부터 가르쳐야 할 터이나 뒤로 미룬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는 수많은 방식으로 내공을 쌓을 수 있을 테니까.

       

       적당한 심법 하나를 게임식으로 익히게 만든 다음 보정 기능을 활용하게하면 충분하고도 남겠지.

       

       그럼 이제 그녀가 사용할 무공인데.

       

       “엔리.”

       “네?”

       “물어볼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은. 그래. 보정을 활용할 것이냐?”

       

       게임의 도움을 받는다면 내 거기에 맞추어 가르침을 줄 것이다.

       

       “처음에는 일단 보정 없이 해보려고요. 그래야 제대로 된 무공을 다룰 수 있다고 가르치셨잖아요?”

       “그건 그렇다만.”

       

       뭐어. 그래. 그대가 그를 바란다면이야 내 의향에 맞춰주어야 겠지.

       

       “무기로는 창을 계속 사용할 것이냐?”

       

       개인적으로는 그를 추천하고 싶구나.

       

       이전부터 계속 다루어왔던 무기를 사용하는 편이 배움의 속도가 빠를 터이니.

       

       “네! 그러려고요. 한 번 화령 씨처럼 주먹으로 싸우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무리일 거 같아서 포기했어요.”

       “잘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그대가 권술을 다루는 건 무리다.”

       “…대놓고 무리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범주를 창술에 한정하고서 생각을 해보자꾸나.

       

       일단 복잡한 이치와 묘리가 담긴 것을 가르쳐선 안 된다.

       

       신공이니 상승 무공이니 하는 것들은 분명 그 이름에 걸맞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허나 그는 어디까지나 그 무공이 추구하는 바를 완벽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가정 하에서 옳은 일이다.

       

       보통 이름이 높은 무공은 그만큼이나 신묘하고 복잡한 뜻을 지니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그 무공서를 습득한다 한들 그 첫 문장조차 이해하지 못해 막혀버릴 터.

       

       “민가야.”

       

       팔짱을 낀 채 고민을 하다 바루의 목소리에 고갤 돌렸다.

       

       “일단 먹고서 고민을 하거라. 음식이 식겠구나.”

       

       먹을 것에 있어 탐욕스러운 바루에게 김이 모락모락나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기다리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음식에서 떼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흘린 난 어깨를 으쓱이곤 젓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래. 일단 먹고 나서 이야기를 하자꾸나.

       

       *

       

       “엔리. 본인이 그대에게 가르쳐 줄 것은 육합대창이니라.”

       

       식사를 하면서 계속 생각을 해보았다.

       

       무엇이 그대에게 가장 잘 어울릴지.

       

       그 결과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육합대창이다.

       

       “팔극권의 하나로 존재하는 이 창법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찌르는 것.

       

       시계방향으로 휘두르는 것.

       

       시계 반대방향으로 휘두르는 것.

       

       육합대창에 존재하는 동작은 이 세 가지뿐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 창술은 이 세 가지와 팔극의 보법만으로 하나의 무공을 성립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디 시골에서 가르치던 무공일 뿐이고, 화려하거나 대단한 녀석도 아니지만, 단순하면서도 무의 기본은 모두 지니고 있는 이것은 분명 엔리 그대에게 잘 어울리는 무공이리라.

       

       “보거라.”

       

       육합대창은 창술이지만 그 근간은 어디까지나 팔극권에 기원한다.

       

       팔극권이라는 그 무엇보다 주요하게 여기는 것은 진각.

       

       발구름에서 시작한 힘을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

       

       본인이 추구하는 진각과는 다른 부분이 많으나 엔리 그대에게는 이 쪽이 훨씬 더 낫겠지.

       

       상황마다 활용처를 달리 하는 것보다는 하나로 고정해두는 편이 편할 테니.

       

       차례차례 무공의 기본이 되는 세 동작을 선보였다.

       

       진각에서 힘을 받아 그대로 창대를 휘두르는 것. 그 반대. 그리고 마지막 창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찌르기.

       

       엔리가 보기에 좋도록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동작을 펼친 후 엔리에게 창을 되돌려 주었더니 그녀의 얼굴이 미묘해져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군.

       

       “실망스러우냐?”

       “…네? 아니. 저. 그러니까. 그게. 어.”

       

       이것저것 말을 많이 지껄이기는 하지만 차마 부정하지는 못하는 구나. 확실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야.

       

       – 무알못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킹치만. 검선하고 화령이랑 싸우는 모습을 보다가 이런 거 보면 멋이 없는 걸.]

       

       – 인정 또 인정이야

       – 고수들 싸움 때문에 너무 눈이 높아졌어.

       – 코레가 겐지츠!…

       – 그치. 우리 같은 양민들은 이런 거 써야 해.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태양을 떨어트리기 위해 검을 휘두르던 광인과 하늘을 부수고자 마음먹인 광인의 대결을 보다 무의 기본을 보면 실망스럽지.

       

       흐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엔리에게 가르침을 내리면 그녀가 흥미를 지니지 못할 터.

       

       무림이었다면 가르쳐주는 데 감사히 받기나 하라며 타박을 주었겠지만 이 곳은 무림이 아니니. 아이를 가르치는 마음으로 인내심을 지녀야하겠지.

       

       “엔리.”

       “네. 넵!”

       “다시금 창을 줘 보거라.”

       “여기요!”

       

       그녀에게서 창을 받아든 다음 다시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이 쉬이 착각을 하는 부분이다만 복잡하다고 하여 뛰어난 것이 아니고 단순하다 하여 천한 것이 아니다. 단순하지만 그 무엇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절기가 존재하는 반면 복잡하지만 복잡하기만 할 뿐인 쓰레기가 존재하지.”

       

       미사여구가 많이 달려있다는 것이 언제나 좋은 일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정작 그 속을 파고 들어보면 텅 비어있는 것들이 어디 한 둘이던가.

       

       “그리고 이 육합대창은 단순하기에 좋은 쪽이다.”

       

       이번에 본인이 펼치려 하는 것은 엔리에게 가르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단순한 것이 극에 달하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지를.

       

       그래야 엔리도 자신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창을 내지를 수 있지 않겠나.

       

       팔극권의 진각이 추구하는 바는 순간의 폭발력이다.

       

       발을 구르는 힘을 순식간에 그 끝으로 전해 강한 타격을 가하는 것.

       

       그러니 준비시간은 길 필요가 없다.

       

       호흡을 한다.

       

       그에 따라 몸 안을 맴도는 내기가 맹렬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진각을 밟는다.

       

       그에 따라 바닥에 작게 나마 금이 새겨진다.

       

       그 힘을 받아 그대로 창을 내지른다.

       

       그러자 창이 소리보다 먼저 나아가 공기를 꿰뚫고 소리가 그를 뒤따르며 충격파를 일으킨다.

       

       “하고자 한다면 이보다 더한 위력을 내는 거야 어렵지 않다만 그래서야 팔극권이 추구하는 바를 넘어버려서 말이다.”

       

       보여주기 위한 시연을 끝마친 내가 다시 창을 되돌려 주었을 때 엔리의 표정은 방금 전과 달랐다.

       

       그녀의 얼굴에는 놀람이 새겨져 있었다.

       

       하하. 솔직하구나. 솔직해.

       

       이로써 육합대창이 마냥 단순하기만한 무공이 아니라는 건 알았을 것이다.

       

       제대로만 다룬다면 저만한 위력을 낼 수 있다는 것도.

       

       허나 여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야 강한 위력만을 추구하게 될 테니까.

       

       “자. 엔리. 이전에 아피스에서 다루던 창술을 기억하느냐?”

       “네? 네. 기억하죠. 그거 얼마나 많이 썼는데요.”

       “좋다. 그럼 그것을 사용하거라. 본인은 육합대창을 사용할 터이니.”

       “네? 그게 무슨.”

       “원래 무언가의 대단함을 알려면 그를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이 제일 빠르거든.”

       

       많이 해봤으니 알잖느냐.

       

       굴러 보자꾸나.

       

       걱정마라.

       

       그대가 육지에서 아가미로 호흡하는 가자미가 된다 하더라도 기꺼이 그 비늘을 잡아 일으켜 줄 터이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 지옥을 택한 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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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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