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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2

    <322 – 생명의 저울>

     

    싱은 오싹함을 느꼈다.

    당했다.

    당해도 아주 제대로 당했다.

    오크노디가 지닌 불합리한 지식.

    그 지식을 역이용해서 아카데미에 복귀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만들었다.

    이사장의 제안.

    그의 사악한 지혜.

    그 방식이 심지어 오크노디의 마음에 들었다.

    싱에게는 보였다.

    앞으로 일어날 미래가.

    이런 타협이 일주일에서 이주로, 이주에서 한 달로, 한 달에서 한 학기로, 한 학기에서 일 년, 그리고 이년으로 끝없이 늘어나겠지.

    그 끝에는 아카데미 복귀 자체가 무산되고 퇴학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오크노디의 모든 근심걱정을 재단이 해결한다면.

    그 아이가 아카데미를 다닐 이유가 해소된다면.

    친구들과의 유대가 재단의 편리함으로 대체된다면.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어둠으로 물들 것이다.

    세상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둠에 눈을 뜬 사악한 아이가 탄생하게 된다.

     

    “저런. 오크노디의 미래가 걱정되나보군요. 교우관계를 등한시하고 학업을 게을리 하는 학생이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나 번듯한 미래를 살아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하십니까?”

    “알면서도 묻는 저의가 뭐지? 당신과 재단에게 신세를 지기는 했지만 오크노디를 이대로 내어줄 수는 없다. 그 아이를 조종하려 들지 마라.”

    “조종이라. 그건 스스로를 향해서도 해야 할 말이 아닙니까? 동방제국의 권세가에서 도망친 검문의 후계자 싱. 당신의 복수를 위해서는 제 아이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

    “무얼 그리 놀라시는 겁니까? 이곳은 재단의 시설입니다. 저는 재단의 창립자이자 이사장이죠. 세계에 재단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은 없으며 제가 모르는 일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 정도 비밀을 파헤치는 건 일도 아니죠.”

     

    자신의 과거의 신분이 발각되었다.

    본국의 검문에, 비열한 가문의 어르신들에게, 찢어죽일 원수들에게 정보가 새어나갈지도 모른다.

    뜻을 완수하기도 전에 먼저 강자가 파견되어서 그의 목을 거두어갈 수도 있다.

    그 사실보다 더한 두려움이 일어났다.

    두려움의 정체는 ‘나 또한 이사장과 다르지 않다.’라는 양심의 가책이었다.

     

    오크노디를 이용해서 위험에 빠뜨린다.

    재단은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친구들에게서 오크노디를 떼어놓으려고도 한다.

    그러나 졸업 후의 미래에 자신의 복수에 오크노디를 동참하게 만드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자신의 사정에 멋대로 휘둘리게 만드는 것은 피차 마찬가지가 아닌가.

    동방제국으로의 살수행에 오크노디가 동참하는 동안, 다른 친구들의 곁에서 오크노디를 떼어놓게 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싱과 이사장은 다르지 않았다.

    그 모순을 이사장은 뼈저리게 파헤친 것이다.

     

    “이해합니다. 누구나 원수를 갚기 위해서는 진심이 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죠. 어떤 복수는 자신의 존재를 건 약속이기도 합니다. 지키지 않는다면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리고 인간으로서의 강함을, 심지어는 자신의 수명마저 상실한 채 앓다가 죽죠.”

     

    그것을 마냥 탓하는 대신, 이사장은 더욱 달콤한 제안을 해왔다.

     

    “그러니 함께 합시다.”

    “함께…?”

    “당신도 제 아이와 함께 재단에 머무르는 겁니다. 부당한 일을 시킨다 싶으면 도중에 말릴 수도 있고,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니 안심이 되기도 할 겁니다.”

    “오크노디와 함께 재단의 일을…”

    “결국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복수. 아카데미란 복수를 완수하기 위해 힘을 얻을 장소. 사명도, 그것을 이룰 힘도 도와줄 사람과 조직이 있다면 굳이 아카데미라는 장소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확실히 그렇군.”

     

    일리가 있다.

    재단에 대한 거부감만 제외한다면 이사장의 제안은 구구절절 옳았다.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곁에서 지켜보고 아니다 싶으면 오크노디를 데리고 빠져나올 수 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이사장은 이런 제안을 자신에게 하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내게 유리한 제안을 하지?”

    “자녀의 교우관계에 신경을 쓰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젊은 나이에 제대로 장래를 고민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기특한 소년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 그리 나쁜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런 식이었나? 재단에서 장학생을 얻고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이사장은 그저 웃었다.

    호의를 베푼다.

    딸의 친구에게.

    듣기에만 좋은 말임을 알아도.

    노골적인 유혹임을 알아도.

    이 유혹은 너무 달콤했다.

    알아도 뿌리칠 수 없는 혈관에 해로울 디저트의 유혹처럼, 한 번 발이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것처럼.

     

    “…언제라도. 언제라도 선을 넘는다 싶으면 오크노디를 설득해서 아카데미로 데려가겠다.”

    “다행이군요. 친구가 함께 한다고 해서.”

    “으음~”

     

    오크노디는 그다지 기쁜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입술마저 비죽거렸다.

     

    “쳇. 경험치 나눠가지기는 싫은데. 그래도 싱은 호감도도 높고 종반컨텐츠까지 딜도 높으니까 특별히 허락할게요!”

     

    대단한 선심을 썼다는 것처럼 구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 싱.

    관계가 달라졌다.

    그 사실을 실감하자마자 싱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 *

     

     

    재단에 체류하기로 결정되자마자 이사장은 카탈로그를 내밀었다.

     

    “모처럼 아카데미 대신 재단에 체류하기로 했으니 딸아이와 친구를 위해 도움이 될 일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수집하기 힘든 물건을 모으거나 성장에 도움이 될 특별한 칭호작을 얻을 기회들을 고를 수 있도록 리스트를 짜보았으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이사장의 커리큘럼은 재단의 강의처럼 이론시간이 길고 체계적인 강의를 진행하는 대신, 분명한 성과와 그것을 얻기 위해 수행해야 할 목표를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재단도 이득을 취하기는 하겠지만 도움을 얻은 입장에서 따질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납득하게 되는 자신이 무섭군.’

     

    리스트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상부상조를 논할 만큼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

    칭호작 리스트

    01. 천인베기

    추정효과 – 대인공격력 상승, 인간족 대상 공포부여

    달성조건 – 인간 천 명을 벤다.

    재단의 제안 – 대륙서부 인류경계선 너머의 수인들을 <전쟁포로>로 취득하여 우회적인 노예거래를 시행하려는 도이치왕국의 군단을 습격한다.

     

    02. 악연의시작

    추정효과 – 자신을 ‘원수’로 지정한 대상이 있을 시, 1명당 생명력 +0.1%

    달성조건 – 누군가가 자신을 원수로 지정한다.

    재단의 제안 – 도이치왕국의 군단병 사이에서 각기 다른 부대 소속 병사를 한 명씩 살린다.

     

    03. 은밀한후원자

    ━━━

    수집품 리스트

    01. 천룡등갑(레어 3급)

    추정효과 – 원거리공격을 철벽(200이상)으로 방어. 근접공격을 전격(200이상)으로 반사.

    현 소유자 – 도이치왕국 제 4 군단장 슈바이저 프레첼(프레첼 대공가 현 대공의 형제)

    재단의 제안 – 천인베기 및 악연의시작의 달성과 함께 습득한다.

     

    02. 묘지기의 램프(레어 5급)

    추정효과 – 시야확장(100이상) 및 암흑저항(100이상)으로 음에너지로부터 자신을 보호.

    현 소유자 – 도이치왕국 국립영웅묘 묘지기.

    재단의 제안 – 슈바이저 프레첼을 죽인 뒤, 시신을 운송하는 행렬에 섞여서 국립영웅묘에 침투한 후 묘지기를 살해한다.

     

    03. 적묘의 발바닥(레어 4급)

    ━━━

     

    재단의 제안에는 명백한 흐름이 있었다.

     

    ‘전쟁을 원하는 건가?’

     

    서부삼국.

    도이치 왕국, 피렌체 왕국, 탈란드 왕국.

    평원의 도이치, 해상의 피렌체, 산악의 탈란드.

    그중 최서부에 자리한 도이치 왕국의 너머에는 수인들의 대수림이 있다.

    인류경계선.

    인류가 장악한 영토의 한계 그 너머에서 살아가는 수인들의 땅이.

    전쟁은 경계선 인근에 주둔한 군단과의 전쟁과 그로 인해 얻을 이득을 논하고 있다.

     

    “오크노디. 너는 이 카탈로그를 어떻게 생각하지?”

    “보상이 짭짤하다?”

    “…질문을 바꾸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도이치 왕국의 군단을 전멸시킬 흉계에 동참해야 한다. 그런 대규모 전쟁에 한칼을 보탤 만큼의 원한이 있나?”

    “몰?루”

    “네 일이다. 진지하게 대답해라. 이쪽도 진지하게 묻고 있으니.”

     

    조금은 진심이 전해진 걸까.

    한없이 가볍던 태도에 성의가 담기기 시작했다.

     

    “으으음. 수인들의 영역은 제냐 이벤트와 연결되어 있는데, 냐냐 우는 고양이동급생 기억하죠?”

    “기억한다.”

    “수인영토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제냐가 아카데미를 휴학해요! 가서 도우면 아카데미로 다시 복귀하는데 무시하거나 조력에 실패하면 그대로 퇴학하고요.”

     

    그렇다고 그 내용마저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미래를 말하지만 이미 일어난 과거를 보듯이 논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칠 여파를 손쉽게 예측한다.

    통찰력.

    추리력.

    그런 수준을 넘어서 예지라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전망이 뚜렷하다.

     

    “근데 이걸 막으면 안데르센 대공자가 반대로 도이치 왕국에 돌아가는 이벤트가 열려요!”

    “…그래서?”

    “제냐와 안데르센 중에 누가 더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면 당연히 안데르센이잖아요? 저희 메이드 에이프릴하고도 사이가 좋은 것 같고.”

     

    그 뚜렷함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켰을 때, 싱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럼 제냐가 죽어야죠!”

     

    오크노디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망가져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서운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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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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