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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3

       

       

       입관한 지 두 달이 흘렀다.

       

       조금 있으면, 차갑던 겨울이 지나 화사한 봄을 맞이할 직전.

       얼어붙은 땅이 녹아 꽃이 만개하려고 준비할 무렵이다.

       

       빌어먹게도.

       

       나는 한 것도 없는데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좆같구만.’

       

       과거에는 딱히 나이에 대해 연연하지 않았으나.

       지금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은 곧.

       

       바쁜 시간이 하루씩 점점 지나고 있음의 증명이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내게 남은 시간은 남들과 다름을 알고 있으니.

       하루가 아깝다는 말이지.

       

       게다가, 신룡관 아래에 박힌 비고를 다녀온 지도 한 달.

       그 틈에 많은 일이 있었다.

       

       첫 번째는 무림맹 쪽으로 비고에 관한 일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당장은 신룡관의 수련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직접 조사에 나설 수는 없으나.

       

       비고가 있던 주변에 강력한 진법이 설치됐다.

       심지어 나랑 잠룡이 밖을 나돌았던 탓에.

       

       야밤에 순찰을 하는 교관들의 수와 반경이 늘었다.

       

       쓸데없는 불침번과 같으니.

       상황을 이 꼴로 만든 우리를 교관들이 좀 원망하고 있지 않을까?

       

       ‘그건 좀 미안하네.’

       

       전생에도 불침번을 유독 싫어했던 터라.

       상당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뭐 어쩌겠어. 내 코가 석 잔데.

       다른 사람 생각하면서 지낼 수는 없다고.

       

       ‘쯧.’

       

       아무튼, 무림맹 쪽에서 조사가 예정됨과 동시에.

       비고를 발견 했던 것에 대하여.

       

       추가적인 협조가 요청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협조’다.

       

       추궁이나 조사가 아니라, 비고를 어떻게 발견했는지에 대해 협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건 아마.

       

       내 뒷배경이 구가라는 점과.

       진룡이라는 별호를 가진 것을 동시에.

       

       ‘일걸패가 도움이 되긴 했나 보네.’

       

       내 정보에 대한 출처가 정파 소속인 개방이라는 점이 도움이 되었을 터.

       다행히 먹히긴 했나 보다.

       

       물론 야밤에 규칙을 어기고 싸돌아다닌 것이나.

       여타 다른 점은 감점 요인이겠지만.

       

       우선은 신경 쓰지 않고 넘기기로 했다.

       

       ‘다음은, 검후에 대한 문젠데.’

       

       검후가 내 부탁을 들어주며, 청해일검의 시선을 잠깐 끌어준 이유는.

       다름 아닌, 매화석이라는 귀물 때문이었다.

       

       검후의 말로는 내가 찾는 비고에 있을 거라고 하던데.

       

       만약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라진 건 어쩌지.’

       

       검후는 못 찾았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긴 했다만.

       표정을 보니 그렇지 않더라.

       

       ‘정확히는, 그보다 더 큰 문제 같지만.’

       

       매화석보다 뭔가 충격을 받았는지.

       한참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지? 청해일검에게 뭐라도 들었나?’

       

       둘의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저 여기서 문제라고 한다면.

       

       ‘이 팔뚝에 있는 걸 어떻게 해야 하냐는 건데.’

       

       내 왼팔을 싸고 있는 물건에 대한 문제였다.

       

       연분홍색 빛의 천은 붕대라도 되는 듯 내 팔을 감싸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게 평범한 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팔 쪽에 착 달라붙어서 벗겨 지지가 않았다.

       어떻게든 벗겨보려고 별짓을 다 해봤지만.

       

       진짜 가죽이라도 된 듯 무슨 수를 써도 벗을 수가 없더라.

       

       게다가.

       

       ‘일반적인 천이면 몰라.’

       

       묶인 팔쪽에서 은은하게….

       

       아니, 은은하다고 하는 게 맞나?

       흐릿하지만 분명히 진하다.

       

       그때, 신 노야가 날 비고에서 구해줄 무렵에 느꼈던 거대하고 짙은 도기가.

       왼팔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화산의 도기다.

       

       덕분에 내 단전 속에 자리 잡은 화산의 도기가.

       

       기운에 공명하듯 종일 웅웅거리기 일쑤였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 천의 정체가 뭐냐는 건데.’

       

       신 노야가 내 몸을 움직이면서까지 움켜잡았다는 말은.

       

       곧, 신 노야 또한 알고 있는 귀물이라는 것이고.

       높은 확률로 그가 사용하던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

       

       연일천의 사념이 말하길.

       그 비고는 애당초 신 노야를 위해 준비해둔 기연이라고 했으니까.

       

       ‘그래서 뭐냐고.’

       

       이 귀물은 무엇일까.

       

       안 그래도 몸에 달달 두르고 있는 귀물이 한두 개가 아닌지라.

       더 추가하는 것도 웃긴 상황인데.

       

       눈에 띄게시리 이렇게 대놓고 보이는 귀물은 또 뭔데.

       

       ‘특별한 능력은 없어 보이는데.’

       

       그냥 도기를 내뿜는 천이라고 생각하면 편할까?

       아니면 다른 용도가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까.

       

       ‘그걸 알려줄 수 있는 인간은, 다시 잠에 빠졌으니 문제지.’

       

       가장 필요할 때 구해주고는.

       신 노야는 다시 잠에 들었다.

       

       거기에.

       

       ‘짐승 놈까지 조용해졌어.’

       

       매일같이 밥 달라며 울어대던 녀석이.

       그때를 기점으로 존재감을 감추었다.

       

       사라졌을까? 그건 아니다.

       내 몸속에 있음은 알 수 있었다.

       

       흘러가는 건 분명 시간뿐이거늘.

       

       그 틈 속에서 알 수 없는 일들이 헤엄쳐 지나간다.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어지럽게 말이야.

       

       지들이 진짜 물고긴 줄 아나.

       

       툭툭.

       

       손끝으로 계속 탁상을 쳤다.

       복잡할 때면 하게 되는 오래된 습관이다.

       

       ‘…비고는 끝났고.’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은 뒤로 넘기는 습관도 있다.

       

       이건 최근에 생긴 습관이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답을 알 수 없는 일에 휩싸여 시간을 버릴 수는 없으니.

       

       우선 미뤄두고 지금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

       이건 일종의 강박이었다.

       

       툭툭.

       

       끊임없이 손끝으로 탁상을 두드리며.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그 놈은 개방 출신이니, 당장은 찾기 어렵고. 한 명은 어디 출신이지.’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적어 내려가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생각보다 많네, 다 치울 수 있을까?’

       

       죽여야 할 놈들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의와 협은 죽은지 오래란 걸 잘 알고 있으며.

       그걸 확실히 알게 되는 게 혈겁이 발생한 직후다.

       

       속은 썩어있으나.

       겉만 번지르르하게 씌워놓고 정파라 칭하는 놈들이 다수.

       

       오히려 사파라며 꼴리는 대로 행동하는 놈들이 좆같다고 마교랑 척을 지는 부분이 더 많았던 걸 생각하면.

       

       사파가 더 깨끗한 게 아닐까 싶을 지경이다.

       

       내가 신룡관을 나선 직후가 기점이라 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죽일 놈은 다 죽인다.

       

       무위의 경지를 악착같이 올리고자 하는 이유 또한.

       이 과정을 순조롭게 취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우웅.

       

       ‘또야.’

       

       느껴지는 감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근래 들어 가끔 이렇게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가 있다.

       참고 있으면 금방 사그라들지만.

       

       울렁거리는 감각이 썩 좋지는 않아. 

       기분이 나빠지고는 했다.

       

       “후.”

       

       토라도 하면 개운해지려나? 그런 생각까지 할 정도다.

       

       “…도생.”

       ‘수련 부족인가. 조금 더 시간을 늘려야….’

       “구양천 관도생.”

       “…!”

       

       멍하니 있던 탓에 날 부르는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보니.

       

       철환오가 한껏 찌푸린 인상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맞다. 지금은 교육 중이었지.

       

       “예.”

       “교관이 세 번이나 불렀는데도 답이 없었다는 건.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한가?”

       “대답했습니다. 너무 작아서 못 들으셨나 봅니다.”

       “…오호.”

       

       당연히 거짓말이다.

       아마 철환오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표정이 저렇게 망가지는 것이겠지.

       

       사람의 얼굴이 저렇게도 구겨질 수 있구나.

       색다른 정보네.

       

       “집중하고 있었다고 하니, 교관이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지?”

       “예. 경청하겠습니다.”

       “청의천조가 밤에만 유독 활동이 적은 이유에 대해….”

       “그거 새끼 치려고 그러는 겁니다. 좀 변태적인 놈들이라 밤에만 하더라구요.”

       “…”

       “아, 약점은 부리만 조심하면 되긴 하는데…. 애초 못 나는 놈들이라 도망을 못 쳐서 그냥 잡아서 태워버리면….”

       “됐네.”

       “네.”

       

       이거 되게 좋은 정본데 안 듣네.

       

       청의천조는 청색 마물의 일종으로.

       날개가 있음에도 날지 못하는 새다.

       

       닭이라고 하기엔 목이 좀 긴데.

       아무튼.

       

       마물 중에 짝짓기를 하는 몇 없는 종으로.

       신기하게 밤에만 하고는 했다. 그 덕인지 오후를 넘을 무렵엔 놈들에게 습격당하는 일이 적은 편이다.

       

       사냥도 그때 하면 편하고.

       

       내 대답이 정답이었는지 철환오는 아쉽다는 듯한 한숨을 뱉고서.

       다시 교육을 이어간다.

       

       ‘집중하긴 해야겠네.’

       

       물론 집중한다는 건 교육에 집중한다기 보단.

       집중하는 척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인가.’

       

       기다리던 때가 올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교육이 끝날 즈음.

       

       철환오는 떠나기 전에 말을 남긴다.

       

       “조금 있으면, 실습 기간이니. 잊지 말고 준비하도록.”

       

       그 말을 듣고 속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며칠 내내 기다리던 정보였다.

       

       

       

       ******************

       

       

       

       일과를 끝내고 밥을 먹은 후에는, 보통 일행들과 조금 잡담을 하고는 했다.

       내가 그나마 정신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그것마저 줄이고 수련 시간을 상당히 많이 늘렸다.

       

       두 달에 들어서 다른 일행들이 바빠진 것도 그렇고.

       나 스스로가 촉박하게 몸을 굴리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팔을 조금 더 앞으로.’

       

       훅! 팡!

       

       각도를 조절하며 내기를 터트린다.

       허공에 작게 내기의 흔적이 남는다.

       

       아쉽다. 터트리는 게 조금 늦었다.

       

       ‘…조금 더 빠른 건 무리고. 그럼 허초를 더 섞어야 하나?’

       

       심상 수련을 위주로 하면서도.

       이렇듯 몸을 움직이는 것은.

       

       지난날 펼쳤던 비무에 대한 복기였다.

       

       ‘빠르기만 하면, 잡혀서 말릴 거야.’

       

       투룡, 혹은 패존과 붙었던 날의 싸움.

       

       그때의 아쉬움이 가득 남아 가끔 이렇게 복기를 하고는 했다.

       

       ‘뭐가 문제지.’

       

       속도는 내가 더 빠르다.

       내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근데 파고들지도 못했고.

       어떻게든 영역에 들어서도. 한 번을 맞질 않더라.

       

       나보다 느리지만, 나보다 빨랐다.

       보는 시선의 차이인가.

       

       부족한 부분을 여실히 느꼈기에. 더 채우고자 애를 쓰지만.

       그게 마냥 쉽지는 않다.

       

       패배를 겪게 만든 이가 무투계열의 정점인 패존이라 하더라도.

       변명은 없다. 진 건 진 것이다.

       

       패배가 아쉽고 분하냐 하면. 그럴 리가.

       

       이미 수두룩하게 패배를 겪었고.

       내가 천재를 따라가기는 무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찾아야 한다.

       

       ‘좀 더 머리가 잘 돌아간다면 나았을 텐데.’

       

       그럼 앞으로 있을 일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내 몸을 더 좋게 써먹을 수도 있겠지.

       

       천유랑아의 반만큼만 머릴 굴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갑갑해서 그런가 부질없는 생각을 떠올린다.

       

       화륵.

       

       몸에 두르고 있던 불꽃을 회수하고.

       열기를 단전으로 보낸 다음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평야 주변은 내가 뿜어내던 열기로 가득하다.

       

       “어떤 것 같아?”

       

       기운을 다 회수한 다음. 이걸 구경하던 이에게 물었다.

       

       “…응?”

       

       맹한 대답이다. 

       저런 대답이 나올 거란 건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경꾼은 바로 남궁비아였으니 말이야.

       

       “보기에 어때.”

       “…멋있었어…?”

       “아니, 그런 거 말고….”

       

       순간 기분 좋아질 뻔했네.

       

       갑자기 남궁비아와 이러고 있는 이유는.

       

       다들 바쁜 와중에. 일정 없는 건 남궁비아 뿐이라 오랜만에 같이 수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남궁비아는 내가 평소에 하는 수련의 반쯤 하다가 사라지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같이 있어 달라고 했다.

       

       당소열은 근래 안 보이고.

       

       위설아는 이제 당연하다는 듯 오고는 했지만. 

       오늘은 일정이 있는지 시무룩한 눈빛으로 사라지더라.

       

       모용희아는 원래 바쁘고.

       

       마침 구연서가 제 동기들과 다른 걸 한다기에.

       한가해 보이는 남궁비아를 끌고왔다.

       

       “부족해 보이는 건 없어?”

       

       남궁비아에게 묻는다고 뭐 좋은 대답이 나올까 싶지만.

       그녀도 엄연히 절정을 넘은 무인이며.

       

       훗날 고수가 될 것이 확실시되어있는 천재이니.

       뭐라도 들을까 싶어서였다.

       

       그걸 들은 남궁비아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 눈을 보며 답을 내놓는다.

       

       “너무 빨라….”

       “그럼 좀 느리게 할….”

       “몸이 조급해 보여.”

       

       동작을 잘 못 봤나 싶어서 느리게 해볼까 하지만.

       남궁비아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조급해?”

       “응…. 조급해 보여.”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말을 되뇌인다.

       조급하다라.

       

       내가 스스로 조급해하고 있음은 알고 있지만.

       그게 움직임까지 섞인 건가.

       

       ‘고쳐야겠네.’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비아의 눈에까지 비췄다면, 조금 위험한 일이니까.

       

       그런 날 보며 남궁비아는 잠깐 가만히 바라보다.

       다른 말을 꺼내든다.

       

       “…할래?”

       

       남궁비아의 말에 순간 흠칫해야 했다.

       

       “주어 붙여서 말하랬잖아.”

       

       한숨을 푹 내쉬며 주의를 주니.

        

       그제야 남궁비아가 손뼉을 치며 깜빡했다는 모습을 보인다.

       

       식겁했네.

       

       “비무…할래?”

       

       역시나 비무인가. 

       

       근데 남궁비아의 물음에 묘한 표정을 짓게 된다.

       

       생각해보니 남궁비아와는 비무를 한 적이 없구나.

       

       이번 생에 들어, 나와 비무를 하고 싶다며 들러붙던 남궁비아였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남궁비아는 내게 비무를 하자고 권하는 걸 멈추기도 했다.

       

       “맞네, 언제부터인지 나한테 비무하자고 안 했었지.”

       

       내가 하도 안 하니 질려서 그만 말하나 싶었는데.

       지금 와서 묻는 거면 좀 다르려나.

       

       그런 의도를 품으며 말하니.

       남궁비아는 제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입을 연다.

       

       “…무서…우니까….”

       

       무섭다고?

       

       “나랑 비무하는 게?”

       “아니….”

       

       남궁비아의 푸른 눈이 날 향한다.

       

       “나랑 비무하는 거…. 당신이 무서워 했으니까.”

       “…”

       

       그녀의 말을 들어서일까.

       숨이 잠깐 멈춘 느낌이다.

       

       “무서워해? 내가?”

       “응.”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나는 이미 의미를 알고 있었다.

       

       나는 남궁비아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게 설령 비무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부탁하지 않아. 괜찮아.”

       “지금은 했잖아.”

       “그러면…. 당신이 편할까 싶어서.”

       “아니, 많이 불편할걸.”

       “그럼 됐어.”

       

       남궁비아는 미련 하나 안 남았다는 듯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간다.

       여전히 전환이 빠른 사람이었다.

       

       “언젠간 해줄…거야?”

       “…비무 하는 게 뭐 대단한 것처럼 말하네.”

       “아니야?”

       “아니, 맞아.”

       

       모든 혈겁이 끝나고. 상황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때.

       아무런 위협이 없고.

       

       끝내 평화를 찾을 수 있을 때쯤.

       고작 비무를 하고 말고에 그런 거창한 의미를 둬야 하나 싶다만.

       

       “설아도?”

       “…!”

       

       남궁비아의 말에 내 눈이 커진다.

       뜬금없이 위설아에 대한 얘기라니.

       

       무슨 의미로 꺼낸 말이지.

       

       ‘뭐지?’

       

       위설아가 내게 했던 말에 대해.

       남궁비아가 알고 있는 건가.

       

       “뭔….”

       “…농담….”

       

       내가 한껏 흔들리는 목소리로 뱉으니.

       남궁비아는 살짝 웃으며 말을 내뱉는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손끝을 살랑인다.

       이리로 오라는 뜻이었다.

       

       뭔 개 부르듯이 부르네.

       

       툴툴거리면서도 다가갔다.

       

       “왜 그러는….”

       

       슥슥.

       

       가까이 다가가니, 남궁비아가 특유의 흐느적거리는 손길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괜찮아.”

       “…이게 뭐 하는 건데?”

       

       갑작스러운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물으니.

       남궁비아는 살짝 웃으며 내게 말한다.

       

       “당신이… .이렇게 해주면…기분이 좋아.”

       “그래서?”

       “그래서…. 나도 해주고 있어….”

       

       나 기분 좋아지라고 해준다는 말이었다.

       딱히 기분 나쁘진 않았는데.

       

       와중에 우습게도 조금 기분이 좋다는 게 참 뭐라 할 수가 없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날 쓰다듬는 남궁비아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덕분에 수련은 이만하면 될 것 같다.

       

       

       

       

       ******************

       

       

       

       

       밤이 됐을 무렵.

       

       달은 보름달이 떠있었고.

       

       신룡관을 감싸고 있는 벽 위로. 

       성별을 알 수 없는 인물이 서 있다.

       

       청해일검의 기운이 가득 펼쳐진 신룡관 안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미묘한 위치.

       

       인물은 그곳에 서서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지만.

       

       인물의 눈은 오로지 한 명만을 보고 있었다.

       

       푸드득.

       

       가만히 시선을 주고 있으니, 인물 주변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든다.

       인물은 익숙하다는 듯 어깨에 앉은 새의 다리에 묶인 서찰을 꺼내 펼쳤다.

       

       -나흘 뒤. 진행.

       

       “…”

       

       목표 일이 다가왔다는 말.

       

       이를 확인한 인물이 서찰을 구겼고.

       

       그 순간 어깨에 타고 있는 새가 안개처럼 흩어진다.

       

       새가 사라진 직후.

       

       인물도 곧바로 그와 같이 허공에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애초에 그곳에 있던 인물이 아니라는 듯 흔적도 없이 말이다.

       

       인물의 별호는 암왕(暗王).

       

       밤의 주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죄송합니다.

    친구가 깨워주지 않았다면 업로드를 못 할 뻔 했네요.

    진통제를 먹고 잔게 문제인 모양입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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