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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3

       황립 론다리움 아카데미는 일본 서브컬쳐 게임답게 일본식 고등학교 문화에서 많은 것을 따왔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고등학교 같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나이나 수업방식은 고등학교 같아도, 4년제라는 점이나 그만두는 것이 자유롭다는 점, 그리고 졸업 이후에는 곧장 사회로 간다는 점에서는 대학교와 비슷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버무려둔 곳이었으니, 학생과 선생의 관계도 마냥 수직적이지는 않았다. 학생들은 물어볼 것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선생들을 찾아갔고, 선생들도 전해야 할 말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학생을 찾았다.

        

       선생들의 위치에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공작가 사람들을 배치해놓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상담하는 학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이 있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아카데미이니, 당연히 학생복지 쪽에서도 최고여야 했다.

        

       사실 내가 교무실에 오게 된 것은 담임인 캐롤린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학생에게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되듯, 아카데미의 교사들에게도 상당히 많은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라, 학생 상담 같은 것도 선생들이 원한다면, 그리고 학생과 협의가 되었다면 얼마든 할 수 있다.

        

       캐롤린은 올해부터 학생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파악할 생각인 것 같았다. ……작년에, 주로 나 때문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서 뭔가 느낀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캐롤린과 짧은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나를 제니퍼가 붙잡았고, 이렇게 나는 내 담임도 아닌 선생과 면담하게 된 것이다.

        

       “요즘 얼굴이 좋아 보이는데.”

        

       나와 마주 앉은 제니퍼가 제일 먼저 꺼낸 말은 그런 말이었다.

        

       교무실은 제니퍼 혼자 쓰는 곳도 아니었다. 제니퍼가 나에게 앉으라고 한 곳도 사실 다른 선생의 자리였다. 책상에는 이런저런 교재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었다.

        

       선생이 돌아오면 어쩌려는 거지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금방은 돌아오지 않으리라 판단했기에 굳이 나를 이곳에 앉힌 것이리라.

        

       “여러모로 생각을 바꿨으니까요.”

        

       “그런가? 확실히, 가끔 지나가다가 말소리를 들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군.”

        

       나의 대답에 제니퍼가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사람의 이미지 중 가장 많은 곳을 차지하는 곳은 외모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쪽 세상으로 오고 나서는 그걸 굉장히 잘 느끼고 있었다.

        

       실비아 팬그리폰은 예쁘다.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호감을 느낄 만큼.

        

       내가 직접 거울을 볼 때도 그렇게 느끼는데, 나를 직접 보는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어떻겠는가.

        

       그리고 이 이미지는 내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 내가 말을 걸거나 반말할 때마다 화들짝 놀라던 학생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했다. 불과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마치 내가 처음부터 말을 놓았다는 것처럼 쉽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말을 놓았다는 점 때문인지, 나에 대한 공포심도 조금은 사그라든 모양이다.

        

       예전에는 나한테 말을 거는 학생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에는 차츰차츰 늘어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요즘 미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예전부터 돌던 나의 소문이 가짜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아버지를 죽인 자와 그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었던 거겠지.

        

       ……거기에는 꽤 깊은 사연이 있었지만, 미아도 나도 굳이 그걸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뭐, 거기 대해서는 내가 너무 깊게 파고들지는 않겠다. 설령 파고든다고 해도 담임인 캐롤린이 할 일이지.”

        

       그런 것치고는 지금까지 너무 이것저것 많이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내 스승, 그러니까 검성 프레데릭은 결국 교관으로서 받게 되었다. 뭐,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겠지. 수업도 들었으니까.”

        

       검성은 이번 학기부터 합류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검성이 아카데미에 지원하게 된 이유를 끝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교장이나 다른 선생들은 검성을 놓치는 것이 훨씬 아까운 짓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게다가 검성도 지난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 중 하나였고, 황제를 이송할 때 돕기까지 했다.

        

       그 점이, 검성이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근거였던 모양이다.

        

       “지금 와서는 스승께서 이 아카데미 교사 자리에 지원하게 된 이유를 물어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궁금해서 말이지. 혹시 나한테만 살짝 알려줄 생각은 없나?”

        

       “…….”

        

       나는 제니퍼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니퍼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말 그대로 미소였다. 그 뒤에 뭔가 숨겨둔 것은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제니퍼가 그럴 성격은 아니지. 뭐랄까,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솔직히 피가 섞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았는데…… 하긴 생각해보면 같은 지방 사람이니 그 기질이 비슷한 건지도 모르겠다.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제자로서, 나한테 말해주는 건 안 되는 건가?”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조금 질릴 것 같은 심정으로 그렇게 물어보니, 제니퍼는 내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그래, 궁금하다. 이렇게 보여도 나는 너를 그저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제자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스승님 아래에서 바로 배우기 시작한 너는 잘 모르겠지만, 스승님은 생각보다 제자 보는 눈이 까다로우시니까.”

        

       그건 나도 어느 정도 겪어보긴 했다.

        

       물론, 그렇게 배울 수 있었던 것도 검성이 나에게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몇 번이고 시도해도 끝까지 거절당했겠지.

        

       그리고 그 흥미는, 내 재능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보는 눈이 까다로워서, 여기 교사로 오시게 된 것이 궁금한 거다. 너의 어떤 면을 보았기에, 지금까지 신경도 쓰지 않던 다른 평범한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을 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

        

       그런 제니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생들은 각자 할 일이 산더미인지 이쪽을 굳이 바라보지 않았다. 아카데미의 교사들이라 그런가, 다들 직업정신이 투철했다.

        

       “선생으로서의 부탁은 아니다. 같은 스승에게 배운 동문으로서 하는 부탁이다. 선생으로서 들은 것이 아니니 내가 다른 교사들에게 네게 들은 이야기를 퍼뜨리지는 않겠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선생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제자로서인가.

        

       나는 잠시 더 입을 다문 채 고민하다가, 제니퍼를 향해 몸을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님께서 여기 교사로 오게 된 것은, 저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 네가 아니라면 굳이 올 이유가 없지.”

        

       확실히, 그랬으니 나더러 물어보라고 했던 거겠지.

        

       “재능 없는 제가,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들여서 노력하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고 하시더군요.”

        

       제니퍼는 나를 놀리는 표정을 지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는 검술에는 재능이 없습니다. 그러니 남들 흉내라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을 몇 배로 들여야 합니다. 문자 그대로 ‘몇 배’로.”

        

       제니퍼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들었겠지.

        

       “제게는 기회가 많았죠. 그래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시도했습니다. 제가 어설프게나마 따라 할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승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자신에게 몇 배의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온전히 노력에만 쏟아붓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제가 그랬으니, 그걸 보고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그런가.”

        

       “이곳에서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면서 저 같은 이를 몇 명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남는 장사라고도 하셨습니다.”

        

       막상 말하고 나니 좀 쪽팔렸다. 아무래도 그냥 내 자랑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리고 사실상 내 자랑이나 다름없는 나의 말을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군.”

        

       제니퍼는 눈을 감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입가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나도 기억한다. 아마 다른 이들은 그 기억이 희미해진 것 같지만, 너도 나의 수업을 처음 받던 때 시간을 되돌리면서 몇 번이고 시도해 결국 성공했었지. 그 수업은 사실 전장에서는 귀족이고 뭐고 없다는 걸 알려주려고 준비했던 건데.”

        

       “……그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니다. 나도 중요한 걸 잊고 있었던 거지.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건 일어날 수 있다. 설령 상식을 벗어나는 것 같은 일이라도. 너는 나에게 그걸 알려준 거고.”

        

       제니퍼는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스승께서 옳으신 말씀을 하셨군.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교사 인생에서 너 같은 제자를 몇 명 정도만 구할 수 있어도 남는 장사지. 그리고 작년에는 그런 제자를 무더기로 얻었고. 아카데미에 오길 잘했군.”

        

       “…….”

        

       제니퍼의 그 말에는 나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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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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