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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3

    주제부터가 정령과 깊은 연관이 있는 정령소녀 메루루이기 때문일까?

    때마침 정말 운이 좋게도, ‘정령절’을 맞아, 이곳에서 한정판 인형이 팔리게 된다는 정보가 있었다.

    컴퓨터의 정보는 전부 믿을 게 못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확실히 해당 상점의 페이지까지 접속해 꼼꼼히 확인해본 결과 허위로 작성된 정보는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그 정보를 토대로 잠시 후 루크와 다이튼이 도착한 곳은 장난감 상점이 잔뜩 들어찬 상가.

    수많은 종류의 장난감과 캐릭터 상품이 형형색색 진열된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들을 현혹시키는 마경과도 같아 보였으며, 실제로도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루크는 다이튼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어느 커다란 장난감 가게 앞을 지나가는 순간 말했다.

     

    “다이튼, 여기일세.”

    “그래? 네가 말한 곳이 여기야?”

     

    다이튼이 루크의 안내에 따라 차를 멈추자, 루크는 곧장 차에서 내리며 말한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혼자 갈 테니, 그대는 일 보게.”

    “왜? 같이 가지. 사람도 많은데.”

     

    다이튼의 말에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그러면 내가 무슨 선물을 사는 지 다 알게 될 것 아닌가. 그리고 그건 내가 알려준 꼴이 되는 거고.”

     

    루크가 디아나와 한 약속의 내용은 정령을 제외한 누구한테도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해 알려주지 말 것 이었으므로, 루크가 다이튼을 데리고 장난감가게에 들어가는 것도 ‘다이튼에게 그 물건을 알려주는 일’에 속한다.

    단지 ‘말하지 말 것’이라는 조건이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원래 약속과 계약이라는 것이 그 사소한 단어의 차이만으로 가능한 행동의 범위가 크게 줄어들기도 하는 법이니까.

     

    “그거 복잡하네.”

     

    다이튼은 루크의 말을 들으며 그럭저럭 납득은 했지만 이해는 여전히 잘 되지 않았다.

    이미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디아나가 뭘 원하고 있는 것인지는 사실 뻔한 이야기 아닌가?

    보나마나 메루루관련 장난감일 것이 당연한데.

     

    뭐, 루크가 중요하다면 중요한 것이리라.

     

    “그럼 뭐, 돈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고. 잘 갔다 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다이튼은 순순히 루크에게 돈을 건네주며 차안에서 배웅했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아이들이라면 절대로 아이 혼자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게 두지는 않겠지만, 루크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저 꼬맹이는 저래 보여도 현역 숲지기인 자신보다 강하니 육체적인 위험은 있을 수 없고, 방향을 가늠할 어떤 정보도 없는 숲 속에서도 길을 잘 잃어버리지 않으니 어디 이상한 곳에서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 봤자 기껏해야 장난감 살 돈이 부족하다거나 몰래 소매치기를 당하는 정도겠지.

     

    “데려다줘서 고맙군. 구매하면 연락하지.”

    “아, 참. 루크.”

     

    건네주는 돈을 받고 몸을 돌리려는 루크를 불러세운 다이튼은, 루크의 손 위에 돈을 조금 더 얹어주며 말했다.

     

    “보다가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네것도 좀 사. 정령절이니까.”

     

    다이튼의 씨익 웃는 표정과, 건네준 돈을 멍하니 번갈아 바라보던 루크는 가만히 생각했다.

     

    어차피 줄 거였다면 처음부터 함께 주면 되었을 텐데.

    역시 다이튼은 효율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뿐만 아니라, 이렇게 또 따로 받는 건 다이튼에게 아이취급 당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부끄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다이튼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다이튼이 물었다.

     

    “……왜, 더 필요해?”

    “…….”

     

    루크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루크가 원하는 것들을 사기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인 것은 맞으니까.

     

    그래도 다이튼이 자신을 생각해서 돈을 준 것이니 나름대로 기쁘기는 하다.

    게다가, 이 정도 푼돈은 상금이 들어오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고.

    그러니 딱히 서운하다거나 그런 기분은 들지 않는 것이다.

     

    “아니, 괜찮다. 고맙게 잘 쓰도록 하지.”

     

    ——

     

    루크는 그렇게 한정판 메루루 인형을 사기 위해 걸었다.

    커다란 매장에는 그 크기에 걸맞게 다양한 장난감이 가득 놓여 있었기 때문에 그 인형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도대체 장난감이 얼마나 많은 건가.’

     

    모든 것들이 루크가 알던 시대의 상점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것이다.

    솔직히, 아이들 장난감은 기껏해야 팽이나 인형, 공이나 나무칼 정도가 고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장난감은 대체 누가 생각해서 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일까?

     

    공과 인형은 물론이고 각종 스티커, 자동차, 블록, 골렘 등 수많은 형태로 진화한 장난감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의 흥미를 한번이라도 끌어보기 위해서 수많은 상인들이 악착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물과도 같았다.

    실제로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그 가게에 서서 떼를 쓰거나, 두 장난감 사이에서 깊은 고뇌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루크가 옛날부터 백화점의 장난감코너에 익숙해질 정도로 자주 가 보았다면 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루크는 어린아이나 좋아할 법 한 장난감에는 별 흥미가 없었고, 요즘 시대의 장난감이라고 해 봤자 별 거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장난감 코너를 가본 적은 없었다.

    만약 그럴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더라도 루크가 향하는 방향은 장난감 코너가 아니라 마도물품 코너 쪽이었으니까.

     

    “…….”

     

    하지만, 이제 보니 장난감도 이제는 수준이 좀 다른 것 같다.

    휘두를 때 마다 다양한 소리가 나는 에고소드, 배를 누르면 ‘사랑해’라고 말하는 인형, 아이가 직접 타고 다닐 수도 있는 조그만 자동차, 그리고 차마 뭐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기기묘묘한 형태의 다양한 물건들.

    이 모든 것들이 정말로 아이들이 가지고 놀라고 투자된 기술이라는 것이 아주 놀랍다.

     

    그 뿐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자동차인 줄 알았더니 인간형 골렘으로 변신하거나, 합체하는 장난감까지 있었다!

     

    맙소사, 변신과 합체라니?

    저 형태는 가동해야 할 부품이 너무 많고 구조가 비효율적인데다 내구성을 챙기는 것도 어려워 실전적으로 사용하기엔 힘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발상 자체는 너무나도 멋졌다.

    일순간, 자신의 아린세이아에 채워 넣을 인형의 일부분은 변신형 골렘으로 만드는 게 어떤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실질적인 내구성을 챙기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때문에, 당장은 그 방법이 없다.

    만약 천과 솜으로 이뤄진 인형 골렘은 고장이 나도 덧대거나 대충 꿰메는 것으로 금방 고칠 수 있지만, 저 딱딱한 복합소재는 그렇지 않으니까.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은 딱히 아닌 것인지 이곳의 물건들이 지닌 마법적인 가치가 그리 높지 않아 아린세이아의 골렘코어에 맞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래도, 구조적인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아니, 지금은 이런 걸 구경할 때가 아니다!”

     

    -짝, 짝!

     

    루크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포장된 수많은 장난감들에게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제 양 볼을 치는 것으로 가까스로 억누르며 생각했다.

     

    ‘지금은 디아나의 선물이 먼저다. 구경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일단은 그 한정판이라는 것부터 구하는 것이 맞다.

    한정수량이라는 것은, 수량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구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니까.

     

    ‘그래도 200개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니까.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만.’

     

    어린아이 장난감에 한정판이라고 해 봤자 구매자가 많으면 얼마나 많을까 싶다.

     

    ———

     

    그리고 루크는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한 것이었는지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다.

    이미 한차례 줄을 무시하고 들어갔다가 앞서 기다리던 남성에게 혼나고 가장 뒷줄로 밀려난 루크가 외쳤다.

     

    “아니, 이게 정말 그 장난감을 사려고 선 줄이란 말이더냐?”

    “그래, 다들 차례대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니까 너도 사려면 거기에 서야 돼.”

     

    설마하니 이 긴 줄이 여아용 장난감 하나를 사려고 선 줄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분명 지금 시간상으로는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대충 세어보니 200명은 이미 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루크는 줄을 선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며 속으로 경악했다.

     

    ‘모두들 다 큰 어른들이 아닌가! 정령소녀 메루루는 어린 여자아이들이나 보는 거 아니었나?’

     

    혹시 모른다.

    정말로 다 큰 어른이 가지고 놀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루크는 그 장면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루크는 한가지 가설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혹시 그대들도 다들 딸에게 줄 선물로 구매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대부분은 실제로 딸이 있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네만…….”

    “뭐?”

     

    루크는 단순히 딸이 있기엔 그들의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분위기상 여인과 함께 사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으나, 루크의 질문을 받은 남성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닫았다.

    마치 세게 딱밤이라도 한대 때리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당연히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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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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