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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3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도움을 요청하는 토키타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보았을까?

         

       남자의 얼굴에 짜증과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

         

       “하, 이런 빌어먹을.”

         

       그는 나지막하게 욕설을 중얼거리고는 토키타카에게 몇 발자국 더 다가갔다.

         

       퍼억!

         

       그러더니 몸을 슬쩍 비틀더니 토키타카를 그대로 발로 뻥 차버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거세게 얻어맞은 토키타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고, 그렇게 드러난 그의 눈은 뒤집혀 있었다. 마치 방금 발에 얻어맞아서 이렇게 된 것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토키타카의 표정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눈알 뒤룩뒤룩 굴리는 꼬락서니 하고는.”

         

       맥락이 없는 말.

       폭언에 가까운 말.

         

       보통 사람이라면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나 억울해하거나, 폭언에 겁을 먹으리라.

         

       그렇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다.

         

       또르르륵.

         

       토키타카의 눈이 돌아갔다.

       말 그대로 돌았다.

       마치 공을 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꺼풀이 열린 상태에서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돌았고, 초점 없는 눈이 지진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저렇게 돈다면 어지럼이라도 느껴야 하련만.

       토키타카의 몸은 미동도 없이, 오직 눈동자만이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장난삼아 토키타카의 눈알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는 눈알은 이윽고 멈추게 되었다.

         

       “어떻게 알았지?”

         

       토키타카는 입을 움직이지 않고 소리를 내었다.

       복화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입술 대신에 눈꺼풀을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말을 할 때마다 눈을 깜빡거렸고, 혀를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그렇게 굴려진 눈알은 제자리를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움직였다가 한 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는데, 그렇게 자리 잡은 눈알의 위치가 딱 남자를 노려보는 형상이었다.

         

       그야말로 ‘기괴하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모습이었다.

         

       “음양청에서 일하면 말이다. 너 같은 인간 한 트럭은 본다고.”

         

       하지만 남자는 그런 기괴한 모습이 익숙한 듯 보였다.

       두려움에 빠지기는커녕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으며, 태연하게 토키타카와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흉가에 기어들어 갔다가 빙의되어서 나오는 놈들이 꼭 나오더라고. 그런 놈들 보면 딱 너 같은 느낌이지.”

         

       사람이라기엔 뭔가 어색한 그 느낌 말이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곤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몇 번 빨아들이는 시늉을 하더니, 그대로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그렇게 몇 번 씹자 독한 담배의 향이 그의 입 안을 가득 메웠고, 진액이 나오며 그의 침과 뒤섞였다.

         

       남자는 그 침을 그대로 모아 토키타카에게 뱉었다.

         

       퉤!

         

       단순한 침 뱉기로 보이는 행동.

       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치이이익-!

         

       침이 토키타카의 몸에 닿자마자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게다가 무언가를 녹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으며,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던 토키타카의 입이 탁하고 열리게 했다.

         

       “끄아아악!”

         

       남자는 토키타카가 입을 열고 비명을 지르자 서류 가방에서 하얀 종이로 감싸놓은 소금을 꺼냈다.

         

       “그리고 하는 짓 보면 어떻게 빙의되었는지도 감이 오지. 입을 열지 않는 걸 보니 입으로 기어들어 가서 빙의를 했나 본데, 그거 꺼내는 방법이야 매뉴얼에 잘 나와 있다고!”

         

       남자는 소금을 쥐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토키타카의 입에 털어 넣었다.

       아니, 어쩌면 ‘털어 넣었다’라는 표현보다는 ‘쑤셔 넣었다’라는 표현이 걸맞을지도 모르리라.

         

       그만큼 남자의 행동은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보였으니까.

       남자가 쑤셔 넣은 소금은 토키타카의 입을 가득 메우고, 토키타카의 목구멍까지 꽉꽉 들어찼다.

         

       사람을 소금에 산 채로 절여버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끅, 끄웨에엑!”

         

       토키타카는 입에 들어온 소금을 뱉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하지만 소금은 점성이라도 있는 것인지 그의 입 안에 딱 달라붙어 있었고, 몸을 뒤틀 때마다 도리어 목구멍 안쪽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목구멍 안쪽으로 소금이 들어갈 때마다 토키타카는 몸을 더 거세게 비틀었고, 그렇게 몸을 더 비틀면 소금이 더 들어갔다.

         

       악순환이었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을까?

         

       토키타카는 무언가를 토해내려는 듯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그는 위장과 식도를 꿀렁꿀렁 움직이며 구역질했는데, 이상하게도 보통의 구토와는 다르게 연기같이 희끄무레한 것이 그의 입에서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압! 멸(滅)!”

         

       남자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부적을 꺼내서 강하게 휘둘렀다.

         

       [ 끄아아아아-! ]

         

       토키타카가 토해낸 것이 그에게 깃든 영혼의 본체였던 것일까.

       부적을 얻어맞은 연기는 푸른 불꽃에 휩싸여 순식간에 타올랐다.

         

       영혼은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타버렸고, 이윽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후우.”

         

       남자는 귀신이 모습을 감추자 손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수인을 맺었다.

         

       죽음을 가장하고 어디 숨은 게 아닌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수인을 맺어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귀신을 물리쳤다고 확신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쯧.”

         

       남자는 귀신이 떠나간 뒤 기절하듯 바닥에 쓰러진 토키타카를 바라보고는 혀를 찼다. 그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경찰에 연락해 현재 위치와 쓰러져 있는 사람에 대해 대강 설명하고는 서류 가방을 챙겨서 움직였다.

         

       뭣도 모르고 귀신에게 홀려버린 멍청이가 온 장소.

         

       액살의 집을 조사하기 위해서.

         

         

         

        * * *

         

         

       “예? 안된다고요?”

         

       [ 그래. 그 집에 들어가면 안 돼. ]

         

       남자는 액살의 집을 조사하고자 했다.

       음양청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 언제나 그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단호한 거부의 말이었다.

         

       “위험도가…그렇게 높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혹시 위험 등급이 올랐습니까?”

         

       [ 아니, 그런 게 아니야. ]

         

       그리고 그 거부라는 것은 귀신이 증가했다느니, 악령이 있는 것 같다느니, 그의 실력이 부족할 것 같다느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 들어가면 불법이야. ]

         

       들어가면 법을 어기게 된다는, 아주 평범한 이유였다.

         

       “예?”

         

       남자는 선배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불법.

       불법이라니?

         

       액살의 집은 분명 흉가였고, 음양청은 흉가를 재량껏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건 법적으로 ‘흉가’로 지정된 곳뿐이야. 흉가에 대한 정의는 알지? ]

         

       “예, 알고 있습니다.”

         

       음양청에서는 흉가(凶家)에 영장 없이 마음대로 들어가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 흉가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사람의 거주가 일정 기간 이상 없어야 하고, 집이 관리 없이 방치되어 있어야만 했다. 거기에 자기장의 수치가 주변 지역에 비해서 높아야 하며, 음양사나 법적으로 ‘영능력자’로 분류된 사람 여럿이 흉가라는 판정을 내려야만 했다.

         

       게다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여기에 여러 가지 자잘하고 복잡한 조건까지 더해진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법적으로 ‘흉가’로 지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난관이 법적인 것뿐인가?

         

       그렇지 않았다.

         

       흉가로 지정되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있다.

         

       땅값의 하락.

         

       흉가라는 것은 정부에서 ‘이곳은 위험하다.’, ‘이 집은 흉물(凶物)이다.’라고 딱 못 박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당연히 그 집 주변의 주민이나,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흉가로 지정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자신의 근처에, 자기가 사는 지역에 저런 것이 있다고 알려지면 좋을 것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 때문에 흉가로 지정하는 것은 어지간히 확실하지 않은 이상은 힘들 정도였다.

       조금만 트집 잡을 것이 있다면 주민들이 나서서 그것을 물고 늘어졌으니까 말이다.

         

       액살의 집은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가뿐히 통과해서 흉가로 지정된 곳이다.

         

       그런데 갑자기 흉가가 아니니 들어갈 수 없다니.

         

       이해를 할 수 없는 말이었다.

         

       [ 그곳, 흉가 지정이 취소되었다. ]

         

       “아니, 그 무슨…?”

         

       남자는 선배의 말을 듣고 눈을 끔뻑였다.

         

       그가 이 지역에 파견을 온 건 최근이었다.

       파견을 올 당시만 하더라도 이 지역의 흉가가 어디고, 위치가 어디고, 위험도가 어떻고 하는 것을 달달 외웠었는데….

         

       그런데 그 길지 않은 시간 만에 흉가가 취소되었다고?

         

       “흉가는 지정도 어렵지만, 지정 해제도 어렵지 않습니까?”

         

       흉가라는 것은 집 자체가 위험물, 혹은 잠재적 위험물로 지정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것을 해제하기 위해서도 복잡한 과정이 들어간다.

         

       자기장 수치의 조사, 영적 존재 탐사, 주술적 조치, 정부에서 인정하는 전문가의 확인, 물리적인 토지와 집의 정화 등….

       해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 그래. 그렇긴 한데, 여기는…. 흐음. 좀 특이한 경우긴 하지. ]

         

       “특이한 경우면…?”

         

       [ 얼마 전에 액살의 집, 여기를 누가 구매를 했는데 말이야. 그거 구매자가 신사 쪽이더라고? ]

         

       “신사, 말씀이십니까?”

         

       신사(神社).

         

       신을 모시고, 신력(神力)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 곳.

         

       일본에서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집단이자, 영능력의 프로들이 잔뜩 모여있기도 한 집단.

         

       다만 음양사와 차이가 있다면, 음양사는 정부에 소속되어 있고 신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일까.

         

       [ 액살의 집의 전(前) 소유주에게 별장을 건네받을 때, 신사에서 정화 작업과 지속적인 관리를 약속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실제로 별장을 구매한 후 자기장이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온 것까지 지역 공무원들이 확인했어. ]

         

       “확인, 이요?”

         

       [ 흐음. 서류를 보니까…. 팩스를 잘못 보냈는지 글씨가 조금 뭉개져서 읽기가 힘드네. 하지만 대충 읽어보니 만족스럽고, 자기장 수치가 어떻고, 지역의 안전이 어떻고 하는 내용이야. 잘 해결이 되었다는 이야기지 뭐. ]

         

       “아니 그러면.”

         

       남자는 선배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잘 해결된 거면 액살의 집에서 귀신 들려서 튀어나온 멍청이는 뭡니까?”

         

       선배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상했다.

         

       잘 정리가 되었고, 자기장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면….

       자신을 야사키 토키타카라고 소개한 남자는 대체 왜 빙의가 되어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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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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