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23

       *** ***

         

       돈가수 다저용이 소속된 문파 경양식당.

         

       천하에서도 드문 편인 열양공을 전문적으로 수련하는 문파였다.

         

       열양공을 익히는 자들은 매우 드문 편인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는 수련의 어려움이다.

         

       열양기공이나 음한기공은 본디 익히기 까다로우나 사실 난이도로만 따지면 열양기공쪽이 훨씬 높다.

         

       정확히는 입문이 훨씬 까다롭다.

         

       양기를 축적하고 받아들이는 기본 과정에서 장시간 운기를 해야 하는데 화기에 대한 내성이 없는 단계에서는 수시로 탈수 증상을 겪게 된다. 물을 마신다는 것은 결국 몸에 수기를 들인다는 것인데, 열양공이라는 씨앗을 심는 단계에서는 씨앗 위에 독을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사람이 물을 안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열양공의 토대를 쌓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독 먹은 새싹을 키우는 과정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입문이 어려운 만큼 경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열양공은 강력한 위력을 뽐낸다.

         

       “형님은 저 안쪽에 계실 거요.”

         

       머리가 번쩍이는 문지기 겸 안내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멀리서 사범 노릇을 하는 다저용과 제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권!”

         

       “일권!”

         

       음. 역시 열양공의 문제는 입문이 아니야.

         

       흑립이 아니었다면 무수한 반짝임에 눈 앞을 가리고 말았을 풍경에 무심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발견한 다저용이 자율 수련을 명령하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뇌검낭인. 자네가 뇌검낭인이었나?”

         

       “평안하셨소?”

         

       “정말 놀랍군. 작년에 여낭인과 함께 사과하러 왔을 때만 해도 일류였거늘.”

         

       대머리, 아니 열양공을 익힌 고수답게 다혈질인 다저용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곳까진 어쩐 일인가?”

         

       “그냥 그때의 사과도 할 겸 내 술 한잔 사고 싶어 들렀소. 지금은 바쁘신 듯 하고 시간이 비는 날이 있으시오?”

         

       다저용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천의 영웅인 뇌검낭인과의 술자리를 거절할 수는 없겠지. 이틀 뒤가 어떤가?”

         

       “오. 그렇군. 그럼 이틀 뒤에 영상루에서 뵙도록 하겠소.”

         

       “미리 말하지만 도박은 안 하겠다. 돈을 잃는 취미는 없으니까.”

         

       “마음대로 하시구려.”

         

       영상루에서 있었던 일들이 소문으로 퍼진 모양이다.

         

       음, 이제 다른 사람이랑 도박은 못 하겠군.

         

       건전 도박 캠페인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니 살짝 아쉬움이 몰려왔지만 팔자 좋게 도박의 위험성이나 알리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불명 어르신에게 받은 숙제가 산더미니까.

         

       진법도 대성해야 하고 요리 솜씨를 보니까 요리도 대성한 것 같은데 이걸 언제 다 배워야 할지 그저 한숨만 나왔다.

         

       사천성에 와서 쉴 만큼 쉬었다.

         

       …아니 솔직히 전혀 쉰 것 같지 않았지만. 밀린 집안일을 해치우느라고 하루 종일 개고생을 했지만 결국 뭐 어디 나간 것도 아니고 집 안에만 있었던지라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쉬었다고 말해야 하는 느낌이랄까.

         

       내 흑립과 참암검을 알아본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사천성 거리를 눈에 담았다.

         

       내가 초절정에 오르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냥 3년이라 치자.

         

       초절정이라는 경지를 개척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화경의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또 몇 년이 걸릴까.

         

       5년? 10년? 어쩌면 그 이상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사천성에 이런 저런 일을 벌였다. 내가 정말 5년이나 10년 뒤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파 무인들의 손에 사천성이 떨어지는 것은 막아야지.

         

       사천낭인의 전력보충은 시간문제다.

         

       이미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가 시작된 지 한참. 소문이 퍼지고 사천낭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는지 전 무림에서 지원서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낭인 뽑는 일이야 유사연이 알아서 잘 하겠지.

         

       사천성의 문파들 역시 든든한 방벽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

         

       사천성 정파의 인식을 회복시켰고 키워야 할 후기지수들도 던져 주었다.

         

       마지막 일만 마무리 하면 사천성의 방비는 끝난다.

         

       5년이고…10년이고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사천성의 문파들과 사천낭인들은 사파 세력에 잡아먹히지 않고 사천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예상외의 일이지만 7번이랑 501번이라는 인재도 건졌으니 괜찮겠지.

         

       나는 사천성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 ***

       

       다음 날.

         

       패자조 64강전이 시작되고 65위부터 100위까지의 순위가 정해졌다.

         

       “555번 응시생. 원하신다면 흑립을 벗어도 좋습니다.”

         

       탈락한 28명 중 대부분은 아쉬움을 삼키며 흑립을 벗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림청과상의 셋째 우삼입니다. 평소에 호신 목적으로 무공을 익히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상동파의 제자 한각서입니다. 문파의 이름을 좀더 알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패자에게도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28명의 탈락자들은 박수갈채를 받고서 조금은 미련이 가신 얼굴로 사라졌다.

         

       관객들은 만족한 얼굴로 비무장을 빠져나왔다.

         

       “이야, 내일은 64강전이로군.”

         

       “16위까지 순위를 가린다지? 상당히 장기전이 되겠어.”

         

       “확실히 오늘은 애매한 시간에 경기가 끝나서 아쉬워.”

         

       날이 저물고.

         

       또 다음날의 해가 떠올랐다.

         

       유사연은 7번과 501번에게 흑립을 내밀었다.

         

       “쓰고 가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괜찮아요. 괜찮아.”

         

       유사연은 별 게 다 걱정이라는 듯이 흑립을 떠밀었고 두 사람은 흑립을 착용하고 비무장으로 향했다.

         

       “…과연.”

         

       501번과 7번은 쓴웃음을 지었다. 비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흑립을 쓰는 것은 좀 어떤가 싶었는데…딱히 적을 둔 문파들이 없어 보이던 참가자들 대부분이 문파복을 입고 나타났다.

       

       “내일 겨루어 봤으면 좋겠구려.”

         

       501번은 7번에게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이 계속해서 승리한다면 대진표 상 8강에서 맞붙게 된다. 즉 8강까지 올라오라는 격려인 셈이었다.

         

       7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지요.”

         

       501번은 어렵지 않게 16강에 진출했다. 한 번의 비무를 겪을 때마다 성장하는 501번의 기세를 감당해 낼 참가자는 몇 없었으니까.

         

       “캬! 501번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은 503번이나 789번 정도겠군!”

         

       반면 7번은 연신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었다.

         

       높은 경지라면 성별의 차이는 별 의미가 없으나 낮은 경지에서는 영향이 심했다. 체격 차이에서 오는 근력, 체중의 격차는 쉬이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니까. 7번은 수비를 견고히 하며 상대가 지친 뒤에 마무리 하거나 아니면 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서 허점을 찌르는 수밖에 없었다.

         

       “7번도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구만.”

         

       “몸이 작아도 역시 지금까지 살아남은 자답군! 만만치가 않아!”

         

       무사히 16강에 안착한 두 사람은 낭인객잔으로 돌아와 낭인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호천안 역시 501번과 7번에게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다 정말 대단하군. 어디서 이런 인재들이 나왔는지. 어디 출신이고,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궁금해 질 지경이야.”

         

       “과찬이십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음. 내일 결과 기대하겠네.”

         

       호천안은 두 사람에게 푹 쉬라고 말하며 낭인객잔을 나섰다. 이제는 호천안의 상징이나 다름없어진 참암검 대신 평범한 검을 허리춤에 맨 호천안은 영상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천안을 알아본 문지기가 소란이 일지 않도록 호천안을 상층부의 특실로 안내했다.

         

       특실에는 이미 도착한 다저용이 호천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군.”

         

       “미안하오. 축하 인사를 하느라 늦었소. 사제분께서는 좀 괜찮으시오?”

         

       “뭐 제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것을 어쩌겠나. 128명 안에 든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다저용은 호천안을 보면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이렇게 불러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그래, 떠나 있는 동안 자소경과 많이 겨루었다고 들었소만.”

         

       “흥. 그 녀석이야 언제든지 눌러 줄 수 있으나,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는 자를 붙잡고 승리해 봐야 뒷맛만 찝찝할 뿐이지.”

         

       “내 전적까지는 모르오만…상대전적이 어찌 되시오.”

         

       “16전 8승 8패다.”

         

       많이도 싸웠네.

         

       호천안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대전 횟수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상대전적이나 묻자고 부른 게냐?”

         

       “그것은 아니오만.”

         

       호천안은 술을 물처럼 들이키는 다저용의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현 사천성의 정세를 어찌 생각하시오?”

         

       “….글쎄.”

         

       다저용은 잠시 호천안의 의도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순수하게 사천성의 구도를 생각해 보았다.

         

       “급한 불은 껐다 해야겠지.”

         

       “급한 불이라.”

         

       다저용은 술을 쭉 들이킨 뒤에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가 등장하며 이 암흑가에 자리잡은 사파세력을 일소한 것은 높게 평가하네. 그 덕에 위축되었던 사천성 문파들도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그런데 어찌 그리 평가가 박하시오?”

         

       “흥. 대체 내 입으로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거지?”

         

       호천안은 그저 말없이 술을 따라주었다. 다저용은 호천안이 쉬이 대답해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술을 꿀꺽 들이켰다. 쓸데없이 술맛은 기가 막혔다.

         

       호천안의 의뭉스러운 태도로 일었던 짜증이 싹 씻겨내려갈 정도였다.

         

       “지금 이 사천성에는 억제력이 부족해. 자네까지 합쳐봐야 이 사천성에는 초절정이 고작해야 셋이지. 외부에서 유입될 사파들도 연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그리 안전한 상황은 아니야.”

         

       “바로 그러하오. 초절정 두 사람이 지키기에는 사천성은 너무 부유하고 또한 넓지.”

         

       …둘이라고?

         

       다저용은 눈을 가늘게 떴다. 떠날 생각인가?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철이 중독되었다고 성명을 발표하긴 했으나 정말로 중독되어 쓰러졌다고 믿는 무림인이 있을까.

       

       “사천성에 초절정이 적어도 네 명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오.”

         

       “…흐음.”

         

       다저용은 자신도 모르게 턱을 쓰다듬었다.

         

       넷. 넷이라.

         

       “확실히 넷이라면…”

         

       둘이면 몰라도 네 명 정도라면 연합하여 들어올 사파 무인들도 저지할 수 있을 만한 숫자였다. 혹시나 안면몰수하고 밀고 들어올 화경 고수도 충분히 합공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숫자기도 했다.

         

       “그래. 자네 생각은 잘 알겠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초절정의 낭인을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다른 초절정 낭인이 이 사천성에 들어오기에는 너무 재미없는 상황이 아닌가.”

         

       사천성의 주민들 머릿속에는 뇌검낭인이라는 존재가 각인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낭인이 사천성에 자리잡아봐야 만년 2인자밖에 되지 않을 텐데. 누가 오려고나 할까.

         

       “나는 외부인 고수를 초청할 생각이 아니오.”

         

       “음?”

         

       호천안은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초절정이 되어 줘야겠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가해라 초절정.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