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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3

       처음에 아라가 육합대창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했을 때 엔리는 속으로 기대감을 품었다.

       

       육합대창이라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라가 알려주는 무공이 허술할 리는 없잖은가.

       

       ‘기본적인 방향성 자체는 아피스에서 그대가 창을 다루는 것의 강화라 생각하거라.’

       

       아라는 그녀에게 무공을 알려주기 전에 자신이 왜 이것을 가르쳐주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대가 몸을 움직이는 데에 별 재능이 없음을 안다.’

       

       아피스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정을 버리지 못했던 엔리다.

       

       그녀가 몸을 다루는 데 능할 리가 있나.

       

       그렇기에 아라는 대창을 엔리의 손에 쥐어주었다.

       

       긴 거리에서 내지를 수 있는 창은 그 자체로 안전과 유리를 만들어내 주니까.

       

       ‘육합대창을 가르쳐주려는 이유도 저와 동일하다. 복잡한 것을 배울 바에 기본적인 것을 죽어라 파는 편이 낫지.’

       

       아라는 그리 이야기 하고서 육합대창을 시연해 보였다.

       

       그를 보고서 엔리가 느낀 감상은 실망스러움이었다.

       

       물론 아라가 펼치는 창술은 멋있었다.

       

       3M는 가볍게 넘길 듯한 대창을 자신의 수족마냥 가벼이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았으니까.

       

       느리면서도 물흐르듯 움직이는 창. 그 움직임을 따라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기다란 옷. 그 광경은 이미 하나의 예술이었다.

       

       허나 그 육합대창이라는 것 자체는 너무도 단순하고 허술해 보였다.

       

       대체 무슨 무공의 동작이 단 셋 뿐이란 말인가. 당장 그녀가 아피스에서 다루는 창술만 하더라도 움직임의 개수가 열 개는 가볍게 넘는데.

       

       그 실망감이 표정에서 드러난 것일까. 아라는 쓴웃음을 짓더니 엔리에게서 창을 빼앗아 다른 것을 펼쳐 보였다.

       

       이번에 그녀가 보여준 풍경은 방금 전 엔리에게 보여주었던 것과는 달랐다.

       

       다른 이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동작과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한 동작의 차이.

       

       특별히 무언가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발을 구르며 창을 내질렀을 뿐.

       

       허나 그것이 낳은 결과는 평범하지 않았다.

       

       3M에 달하는 거대하고 둔한 창이 소리를 꿰뚫으며 앞으로 내질러진다.

       

       무게와 속도가 담긴 창은 그 여파를 저만치 떨어진 땅에 남기기까지 했으니.

       

       저에 사람이 꿰뚫렸다면 단순히 구멍이 나는 게 아니라 당한 부위가 찢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단순하기에 강하다.

       

       엔리는 아라가 방금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전율했다.

       

       시연을 끝마치고 돌아온 아라는 엔리에게 창을 쥐어주었다.

       

       이제 저 창술을 배우는 건가?!

       

       의욕에 가득 차 있던 엔리였지만 아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몸으로 배워보자꾸나.’

       

       데자뷰가 느껴졌다.

       

       과거 아피스에서 다이아를 달성하기 위해 죽어라 구를 적에 시도 때도 없이 당했던 그 때의 기억이.

       

       이미 육합대창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엔리는 필사적으로 이야기했으나 아라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반 강제적인 대련이 시작됐고,

       

       엔리의 불길한 예감은 당연하다는 듯 현실이 되었다.

       

       “끄흡!”

       

       창의 대에 맞아 허공을 난 엔리는 바닥을 구르다가 그대로 흙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일어날 생각이 들지 않았다.

       

       VR이니 육체의 고됨이나 고통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정신이 힘들어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제 육합대창이 어떤 무공인지 알겠느냐?”

       “…”

       “대답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일으켜 세울 수밖에 없다만.”

       “알아요! 이해했어요!”

       

       아라가 경고하기 무섭게 벌떡 일어난 엔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지옥 같고 끔찍한 대련을 더 하긴 싫다는 마음에서 솟아난 초인적인 정신력.

       

       눈을 부릅뜬 엔리의 모습에 아라가 웃음을 흘린다.

       

       “그럼 어디 설명해 보거라.”

       “육합대창은 이기적이에요.”

       

       몇 번이나 창에 얻어맞으면서 느낀 바이지만 육합대창이라는 무공은 합을 나누고자 하는 창술이 아니다.

       

       한 번 주도권을 쥔 순간 그것을 놓지 않고 압박하고 압박하고 또 다시 압박한 끝에 상대를 무너트리는 기술.

       

       대처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의 압박에 방어만 거듭하다 숨통이 조여 쓰러지는 무공.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린 애가 떼를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공격할 거지만 너는 공격하지 마. 내가 공격하는 동안 방어만 하다가 쓰러져.

       

       이런 농담을 무술로 만들어 실체화 시킨 것이 육합대창이라는 창술이었다.

       

       엔리가 자신이 느낀 바를 아라에게 설명하자 아라가 한쪽 눈을 살짝 치떴다.

       

       놀라신 건가?

       

       “정확하다. 육합대창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 첫 번째 공격으로 제압, 그러지 못한다면 기세를 잡고 몰아붙여 승리하는 것. 그것이 육합대창이란 무공의 근간이다. 용케도 빠르게 알아차렸구나.”

       

       칭찬에 유하다 하긴 어려운 아라의 감탄에 엔리의 어깨가 펴졌다.

       

       흐흥. 아라 씨! 저도 언제까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지 않는다고요!

       

       제가 아라 씨 아래에서 구른 게 몇 달인데 이 정도는 파악한다 이거에요!

       

       방금 전까지 죽어라 굴렀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것일까. 금새 신이 나서 재잘거리는 엔리의 이야기를 아라는 얌전히 받아 주었다.

       

       처음에는 신이 나서 무작정 떠들어 대던 엔리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평소라면 적당히 이야기를 끊었을 아라가 가만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 그녀는 말을 멈추고 슬며시 아라의 눈치를 봤다.

       

       “저기. 화령 씨?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세요?”

       “내 눈이 뭐 어때서 그러느냐?”

       “재밌는 장난감을 보는 듯한 눈이 셔서…”

       “오. 이것도 정확하구나.”

       

       아라의 탄성에 엔리가 침을 꿀꺽 삼킨다.

       

       정확하다니. 아라 씨.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라가 다가오는 것을 본 엔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쎄한 느낌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어느새 그녀의 앞에 다가온 아라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것이다.

       

       “재잘재잘 떠드는 것을 보니 아직 의욕이 넘치는 것 같지 않으냐.”

       “아뇨! 아니에요! 저 힘 없어요! 지금 쓰러질 거 같아요! 진짜에요!”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힘없는 거치고 너무 목소리가 큰 거 아냐?]

       

       – 병약한 척이라도 해야지.

       – 이 정도면 밤샘도 가능할 듯?

       – 엔리. 너도 사실 구르고 싶었구나?

       

       “여러분은 닥치고 있어요! 저 지금 심각하다고요!”

       

       여기서 선택지를 잘못 고르는 순간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진다고요!

       

       신경 사납게 하지 말고 조용히 하고 있어요!

       

       자칫 잘못하는 순간 VR기기 안에서 기절할 때까지 굴러야 할 것이란 생각에 당황한 엔리가 목소리를 드높였지만 그건 실수였다.

       

       자기 바로 옆에 있는 악마에게 명분을 제공해준 셈이 되어버렸으니까.

       

       “자. 엔리. 괜히 소리 지르며 기운을 빼지 말고 수련을 하자꾸나. 그대도 빨리 창술을 배우고 싶을 터 아니냐.”

       “화령 씨?! 저 내일도 일정이 있다고요! 지금 자러 가지 않으면 않…”

       

       – 엔리의 노예 1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일정 없습니다. 죽어라 굴려 주세요.]

       

       “아니! 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월급이고 보너스고 다 잘챙겨줬잖아!”

       

       – 엔리의 노예 1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하지만 마이튜브각은 챙겨주지 않았지.]

       

       엔리는 편집자의 원한이 담긴 후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찔리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 그대의 편집자가 말하길 여유가 넘친다는구나. 잘 된 일이야.”

       

       변명거리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만 엔리는 아라의 웃음을 앞에 두고 헛웃음을 흘렸다.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이 지옥을 선택한 것이 엔리 본인이라는 것이다.

       

       무공을 배우고 싶다며 아라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게 그녀인데 어찌 하기 싫다는 말을 꺼내겠는가.

       

       – 엔리의 노예 1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하늘 씨. 두고 봐요. 저 엄청나게 치졸한 인간이니까.”

       

       자신의 상사에게 엿을 먹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겁니다! 당신!

       

       *

       

       “못 해! 못 해에에에에에! 차라리 죽여요!”

       

       엔리가 또 다시 바닥에 널부러졌다.

       

       이쯤 하면 오래 하긴 했지.

       

       앞전에 괴롭혔던 시간까지 합하면 과거에 굴렸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셈이니.

       

       정작 성과가 크냐고 물어보면…

       

       애매하군. 애매해.

       

       흐음. 확실히 보정 기능의 도움을 받지 않다 보니 무공을 가르치는 것이 어려워.

       

       문제가 되는 것이 하나는 아니지만 특히나 팔극권의 기본이 되는 발걸음을 익히게 하는 것이

       

       문제야. 팔극권이라는 무공이 지닌 힘은 진각에서 시작된다.

       

       그로부터 파생되는 강력한 위력이 있어야 상대가 받아내기에 급급한 맹렬한 연격이 완성되니 말이다.

       

       작금의 엔리는 그를 자연스럽게 잇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본래라면 오랜 기간을 수련하며 기본을 쌓아야 하는 일이니까.

       

       이를 바로 성공한다면 천재라는 이름을 새겨 마땅할 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뉴비 한 명이 접겠는데요.]

       

       “그 말이 옳구나.”

       

       엔리에게 이 세상은 어디까지나 유희이자 즐길거리다.

       

       지금하는 수련은 어디까지나 그를 위한 준비과정.

       

       무에 인생을 바치고자 하는 자라면 고행을 능히 받아들일 터이나 엔리는 그렇지 아니하니.

       

       “엔리.”

       “못 해요! 더 이상 못 움직여요! 저 진짜…”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면요?”

       “한 번 보정을 써서 육합대창을 펼쳐 보거라.”

       

       내가 보정을 활용하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엔리가 발버둥을 멈추고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설마 본인이 먼저 이런 이야기를 꺼낼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저 그렇게 재능이 없어요?”

       “그와는 상관 없다. 단순히 한 번 보고 싶을 뿐이야.”

       “재능이 없단 걸 부정하진 않으시네요?”

       “그 대답은 그대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야.”

       

       엔리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투덜 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자세를 취했다.

       

       보정을 킨 것일까. 엔리의 자세가 훨씬 정제된 것이 보였다.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최소한 사람답긴 하군.

       

       “시작해요?”

       “그래.”

       

       첫 수는 발구름에서 이어지는 강맹한 찌르기.

       

       그를 피하자마자 이어지는 휘두르기.

       

       공격.

       

       공격.

       

       그리고 또 공격.

       

       앞서 죽어라고 구른 탓인지 무공에 대한 이해도 자체는 괜찮다.

       

       이전 아피스에서 배운 것이 있어 그런가 자신의 유리함을 활용하는 법도 어느 정도 알아.

       

       무의 이치를 모르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탓에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생기지만 대육합창 자체가 단순한 탓인지 다른 무공에서 생기는 것보다 문제가 적어.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겠군.

       

       확인할 것은 다 확인하였기에 엔리의 창대를 붙잡아 멈췄다.

       

       “아예 보정 기능을 머릿 속에서 지우지는 말자꾸나. 수련 할 때는 그를 끈 후 무의 기본을 배우고, 실전을 경험할 때는 보정 기능을 키는 것으로 하면 되겠어.”

       

       점차 보정 기능의 영향을 줄이며 스스로의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면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고갤 끄덕이고 있으려니 엔리가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폈다.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지 알겠군.

       

       “수련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고생했다.”

       “끝! 끝이다! 그럼 이제 쉬러 가도 되는 거죠?!”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이 남아 있거늘.

       

       “엔리. 그대는 여태까지 죽어라 연습한 바를 실전에 적용시켜 보고 싶지 않은 것이냐?”

       

       배웠으면 한 번 써보고 가야할 것 아니더냐.

       

       자. 실전을 경험하러 가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을 위해 상사를 팔아넘기는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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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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