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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3

   광견, 가르지온.

   그는 아주 평범한 집안의 사내였다.

     

   딱히 크게 바라는 것 없이 어린 시절 자기와 함께 커온 강아지를 키우며 웃던 그런 순박한 남자였다.

   그러나 어느 날 그에게 불행이 닥쳤다.

     

   가르지온의 세계에서 그의 종족은 노예의 신분이었다.

   가르지온이 살아가는 마을은 노예 마을이었고, 정기적으로 사람을 위대한 존재들에게 바쳐야 했다.

     

   가르지온은 순박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모자란 편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혼기가 지났음에도 결혼하지 못한 그는 결국 노예 마을에서 가치를 잃었다.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노예는 불필요한 노동 자원이다.

     

   결국 가르지온은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 위대한 존재들에게 바쳐졌다.

     

   그 이후는 악몽이었다.

   위대한 존재들은 가르지온의 머리를 뜯어 뇌를 주물렀고, 모든 신경을 이리저리 건드렸다.

     

   그러고는 끝내 그의 기억을 읽고는 그가 키우던 강아지를 데려와 가르지온과 합성시켰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전투용 키메라.

   광견이었다.

     

   자신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몰랐던 광견이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왜 갑자기 자신은 옛날 기억을 되새기고 있는 걸까.

     

   「바퀴벌레 같군.」

     

   투기장에서 패배한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하던 위대한 존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키메라가 되었던 제 동료를 차마 죽일 수 없었던 광견은 대신 그에게 죽도록 맞아야 했다.

     

   「뇌를 더 주물러야겠어. 그래, 환상술을 뇌에 강제로 심어보지. 그럼 전투를 향한 겁이 없어질 거다. 키메라는 살의만 있으면 돼.」

     

   두통을 느낀 광견이 자기 이마를 감쌌다.

     

   주르륵-

     

   자기 이마를 타고 핏물이 흘러내렸다.

   이 핏물은 어디서 흐른 핏물일까.

     

   광견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키메라 동료와 리벤지 전을 했을 때.

   광견은 그를 처참하게 찢어 놓았다.

     

   “멍!”

     

   그 순간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자신이 짖기라도 한 걸까.

     

   광견이 자기 입을 매만졌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상하게도 늘 만져지던 개의 주둥아리가 없었다.

     

   세상에 너 하나가 나를 좋아해 준다면 살아갈 수 있다고 다짐하게 해준 광견의 유일한 벗.

   이르의 주둥이였다.

     

   “멍!”

     

   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광견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개 한 마리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녀석은 광견을 보자마자 눈을 빛내더니 이내 자신의 네 다리를 이용해 광견에게 달려왔다.

     

   “아.”

     

   광견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 개는 분명 이르였다.

     

   “이르!”

   “멍!”

     

   이르가 광견에게 달려들었다.

   광견은 이르를 얼싸안은 채 기뻐하며 웃었다.

     

   늘 머릿속을 괴롭히던 살의는 어느새인가 없어진 상태이었다.

   광견은 그저 이르를 품에 안은 채 해맑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차오른 눈물이 그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곧 광견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주마등이라는 것이었다.

   죽기 직전에 보는 광경이다.

     

   ‘졌구나.’

     

   전력으로 휘둘렀던 도끼였다.

   그러나 그 도끼는 결국 크라슈의 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광견은 덤덤했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

     

   살의를 이기지 못하고, 누군가를 끝없이 해치면서도 차마 죽지 못했던 건.

   그가 자신에게 이식되어 버린 이르를 위해서라도 차마 죽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이르, 미안해. 내가 욕심을 부렸다.”

     

   나 때문에 죽은 너니까.

   조금은 더 이승에 오래 살아야 한다며 이승에 매달리고 말았다.

     

   “멍!”

     

   이르는 광견의 얼굴을 핥으며 웃었다.

   광견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길었다.

   이제는 쉬자.

     

   백염이 휘몰아친 공간.

   그 공간 안쪽에서 광견의 몸이 반토막 난 채로 구르고 있었다.

     

   “하아, 하.”

     

   그리고 반토막 나버린 광견의 앞에 크라슈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백룡의 기세를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섞고, 거기에 팔식까지 사용했으니.

   그 대가로 크라슈의 몸에 부하가 오고 있었다.

     

   광견과 연마의 합작술은 강했다.

   제 육감조차 망가트릴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삐끗했으면 당하는 건 내 쪽이었겠지.’

     

   역시 세계 침식자다.

   방심할 수 없는 족속들이었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크라슈는 자신을 향해 날아든 연기 거인의 주먹을 피해 고개를 젖혔다.

     

   그러자 어느새인가 바닥에서 나타난 연기 거인의 손이 크라슈의 다리를 후려쳤다.

   순간 균형이 무너진 크라슈가 공중에 떴다.

     

   연기 사이로 연마가 보였다.

   그의 지팡이에는 연기가 마치, 쇳덩어리처럼 응축되어 있었다.

     

   크라슈가 우뢰성을 비틀어 쥐었다.

     

   이윽고, 연마의 연기 덩어리가 발사되었다.

     

   연기조술(煙氣操術)

   연화추(煙火追)

     

   그의 지팡이 끝에서 발사된 연기의 탄환이 수백 발로 갈라지며 크라슈를 쫓아 들었다.

   크라슈는 공중에서 회전함과 동시에 그의 검이 연화추를 모조리 받아쳐 내었다.

     

   그러나 일부를 쳐내지 못한 크라슈는 타격을 허용하며 바닥을 굴렀다.

     

   주르륵-

     

   연화추에 닿은 부분의 피부색이 하얗게 변질하며 흰 핏물을 뚝뚝 흘러내렸다.

   보아하니 저주와 관련된 종류인 것 같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저주는 당장 백염으로 어쩔 수 없다.’

     

   크라슈는 숨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달려든 연기 거인을 피해 바닥을 굴렀다.

     

   연마는 강자다.

   그것도 광견과는 다른 강자였다.

     

   연기 사이로 연마의 모습이 또다시 사라져갔다.

   제 육감으로도 그의 기척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는 광견이 죽었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크라슈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아마 오히려 크라슈가 지친 지금을 기회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단순히 시간을 끌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크라슈는 연기 너머에서 성벽을 두드리고 있을 최후의 방주를 떠올렸다.

   세계 침식자 놈들이 폭주시켜놓은 금역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라그렌을 조여오고 있었다.

     

   저쪽은 시간적 여유가 넘치는 것에 반해.

   크라슈에게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

     

   크라슈는 조용히 숨을 몰아넣은 채 우뢰성에 몰래 힘을 불어넣었다.

     

   딱 한 번.

   한 번의 기회를 잡고, 연마를 쳐야 한다.

     

   ‘출력은.’

     

   광견을 일격에 쓰러트리고자 힘을 쓴 탓에 그리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마 앞으로 그리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다.

     

   크라슈가 자기 몸 주위를 휘감던 백룡의 기세가 또다시 백염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백염이 연기 속으로 끊임없이 퍼져 나갔다.

     

   동시에 그의 우뢰성에 서서히 백염이 압축되어 갔다.

     

   연마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크라슈가 연마를 끌어들일 작정임을 말이다.

     

   연기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연마도 백염을 어쩔 수 없다.

   백염의 아우라는 세계 침식자와 상극이니까.

     

   ‘네가 초조하지 않다면.’

     

   역으로 초조하게 만들어 주마.

     

   그리 판단한 크라슈가 정신을 집중한 그때.

     

   쩌적!

     

   크라슈가 서 있던 바닥이 금이 감과 함께.

     

   콰아아앙!

     

   박살이 났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라슈의 눈이 부릅떠진 그 순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지하 공간과 함께 그 안을 가득 메운 연기였다.

     

   연기는 크라슈를 향해 마치 손바닥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콰직!

     

   동시에 크라슈의 머리 위에 있던 천장 또한 무너져 내리며 또 다른 연기의 손바닥이 나타났다.

   거대하기 짝이 없는 두 연기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크라슈를 향해 뻗어왔다.

     

   설마 광견을 보내고 처음부터 이걸 준비하고 있었던 건가.

     

   크라슈는 자신이 당했음을 깨닫고는 입술을 즈려 물었다.

   그러고는 백염을 스스로 응축 시켜 듦과 함께 손바닥 사이에서 빠져나가려던 순간이었다.

     

   크라슈의 눈에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는 연마가 보였다.

     

   그가 지팡이를 바닥으로 내려친 그 순간.

   크라슈는 하얀색으로 변질하였던 자기 피부가 뜯겨 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아래쪽으로 중력이 쏠렸다.

     

   동시에 머리 위에 있던 손바닥 연기도 한층 더 빠른 속도로 크라슈를 향해 내려쳐 왔다.

   크라슈는 연마가 자기 몸에 남긴 하얀 흔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 표식은 연마가 정해둔 곳을 향해 강제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연기를 포함해서.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양 손바닥 연기에 순식간에 끌려 들어가는 크라슈를 보며 연마가 미소 지었다.

     

   잡았다.

   그가 확신을 담았다.

     

   푸걱!

     

   그의 가슴팍이 기다란 보라색 손톱이 돋아난 손에 꿰뚫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커흑?!”

     

   연마의 눈이 부릅떠지며 그가 새로 장만한 중절모가 하늘을 날았다.

   연마의 입에서 검은 피가 주르륵 터져 나왔다.

     

   몸 전신으로 뻗어 나간 독의 기운이 그의 몸을 한순간에 진탕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연마가 떨리는 눈으로 등 뒤를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하링과 같은 검은색 연보랏빛의 머리카락이 섞인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검보라빛의 독기와 함께 흉흉한 살기를 드러냈다.

     

   “이 썩을 것들 드디어 찾았다.”

     

   연마와 광견의 합동으로 인해 환상에 갇혀 있던 이.

   독왕, 하우란 라그렌이었다.

     

   광견이 죽고, 그에게 걸렸던 환상술이 풀린 뒤.

   하우란은 세라 베텔라에게 4황녀의 호위를 맡기고는 가장 소란스러운 곳으로 뛰었다.

     

   그리고 크라슈와 교전을 하는 연마를 보자마자 뒤를 급습한 것이었다.

     

   연마는 왜 자신이 그의 존재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는지를 깨달았다.

     

   연기 속에 스며들었던 아우라의 백염.

   그 백염이 연마의 인식을 방해한 탓에 크라슈에게만 집중하느라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그만큼 크라슈는 강한 상대였기 때문이다.

     

   연마가 다시금 크라슈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당한 탓에 부서져 가는 연기 사이로 크라슈는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설마 처음부터.’

     

   백염을 사용한 것은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곳으로 오고 있는 독왕을 숨기기 위함도 있었던 거였나.

     

   함정에 빠트렸다고 생각했더니 역으로 함정에 빠졌을 줄이야.

     

   “흑, 마, 녀…….”

     

   연마는 최악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힘이라도 쥐어 짜내 보려는 순간.

     

   푸걱, 푸걱, 푸걱!

     

   독왕, 하우란이 일말의 망설임 없이 손으로 연마의 몸을 수십 차례 관통시켰다.

     

   목과 어깨 두 번 가슴 여섯, 다리까지 전부 관통시켜 버린 하우란은 쓰러지는 연마를 짓밟았다.

   그의 손에 의해 처참하게 몸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연마는 몸을 간헐적으로 떨 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죽게 둘 생각 없다.”

     

   분명 구멍이 이렇게나 났음에도 연마는 죽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 스며든 독이 그의 죽음을 강제로 정시 시킨 탓이었다.

     

   “라그렌을 습격한 대가로서 들을 이야기가 잔뜩 있으니까.”

     

   하우란은 라그렌의 가주답게 흉흉한 눈빛으로 그리 고하였다.

     

   그것을 끝으로 하우란이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연마가 만들어낸 지하 공간 속에서 겨우 걸어 나오고 있는 크라슈가 보였다.

     

   4황녀가 비호하고, 자기 딸마저 좋아하는 사내.

     

   하우란은 저 멀리 두 동강 난 광견의 시체를 보았다.

   아마 저놈이 자신을 환상술에 가둔 놈이었을 것이다.

     

   하우란조차 당한 환상술이었다.

   그런 상대를 단신으로 쓰러트렸을 뿐만 아니라 하우란이 보기에도 강자인 연마를 이렇게나 몰아넣어 놓았다.

     

   ‘강해진 수준이 아니로군.’

     

   하우란은 확신했다.

   천하십강은 가까운 시일 내에 갈아치워질 것임을 말이다.

     

   그저 딸의 걱정만이 태산인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아직 쉴 때가 아니었다.

   관내에 숨어든 세계 침식자는 물론 폭주하고 있는 금역까지 해결해야 하니까.

   거기에 4황녀 시즐리 에파니아와 한 거래까지 해내야 했다.

     

   “제국이 바뀌겠어.”

     

   한 소녀와 한 소년으로 인해.

   바뀌어 버릴 미래의 제국을 떠올린 채 하우란은 연마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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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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