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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4

        

       

       마법진이 대량으로 도열되며 상공을 메운다. 그로부터 섭리의 쇠사슬이 튀어나와 아이작에게로 뻗어나갔다.

        

       그리 명계의 섭리가 아이작을 구속하려 들었으나, 가까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얼어붙더니 유리처럼 깨지고 마법진마저 소멸했다.

        

        

       [불허를…!]

        

        

       명왕은 오른팔을 뻗고 아이작의 마법을 무력화하려 했으나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지배란 지배가 통하는 자에게나 유효한 것이니.

        

       이미 아이작은 초월의 격을 얻어 명왕의 지배 권역마저 무시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오즈마마저 집어삼키고 경지에 도달하고 말았구나…. 내 어리석음을 한탄한다.]

        

        

       명왕은 팔을 내리며 혀를 찼다.

        

        

       [소중한 부하를 희생했음에도, 규율을 어긴 인간이 신격자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난 몇 번이고 책망 받아야 마땅하다. 그 책임을 떠안고, 여기서 네놈을 막아내겠다.]

       “그래, 덤벼봐라.”

        

        

       냉담하게 대답하는 아이작.

       

       싸움은 불가피했다. 명계를 빠져나갈 때까지 명왕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그를 제압해야만 했으니.

       

       

       쿠우우우!!

       

        

       모든 [천수]가 명왕의 정제된 분노를 움켜쥐고 아이작을 향해 빠르게 뻗어나갔다.

       

       사방에서 모든 걸 쓸어 버리는 [규율의 벽] 또한 아이작을 덮쳐왔다.

        

       아이작은 가볍게 팔을 뻗었다.

        

        

       휘우우우우!!

        

       파가가가각!!!

        

        

       무량대수의 마력이 발산되고 냉기를 이루며 휘몰아친다.

        

       [규율의 벽]과 [천수]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이후, 허무하리만치 간단히 부서지고 풍비박산했다.

        

       명왕의 두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얼음달]의 힘. 아이작이 얼리지 못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명왕이 인지조차 못한 순간, 아이작은 순식간에 그의 코앞에 이르렀다. 시간을 빙결시켜 이동한 것이었다.

        

       후웁, 하고 아이작은 숨을 들이마시고서 명왕의 복부에 별빛 마력과 냉기 마력을 머금은 주먹을 내질렀다.

       

       

       [아…!]

       

       

       그 순간, 명왕은 죽음을 코앞에 둔 생물이 느끼는 아득한 공포를 느꼈다.

       

       기본적으로 아이작의 무력은 뛰어난 편이다.

       

       거기서 [얼음달]의 힘으로 시간을 조정하여, 아이작의 주먹이 가하는 충격량은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더하여 별빛 마법의 힘으로 물리력마저 다루어, 그 충격량은 무슨 상상을 하든 그 이상이 된다.

       

       즉, 아이작이 간단히 내지르는 주먹조차 이제는 강력한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퍼어어엉!!!!!

         

         

       어마어마한 충격파와 함께 폭음이 울려 퍼지고, 거센 폭풍이 휘몰아쳤다.

         

         

       [크헉!!]

         

         

       명왕은 무력하게 지옥 한복판을 매섭게 가로질렀다. 그의 신체는 멀리 있는 빙산을 뚫고 나서도 한참을 뒹굴어야만 했다.

         

         

       [커, 헉…!]

         

         

       구르길 멈추자 대량의 피를 흘리는 명왕. 금방이라도 의식이 멀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일어서야만 했다.

       

       어떠한 경우에서건 명계의 규율을, 질서를, 힘의 균형을 중시해야만 했다. 그것이 자신이 태어난 이유니까.

       

       창조주를 등에 업어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은 스텔라처럼, 명왕은 명계의 절대신으로부터 그러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그렇기에 명왕은 만신창이가 된 복부를 짚고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려 했다.

       

       

       [……!]

       

       

       고개를 들자 바로 앞에 서 있는 아이작이 보였다. 기척을 뒤늦게 알아차린 건 필시 [얼음달]의 효과 때문일 터.

         

       아이작은 명왕을 향해 얼음 마력이 응축된 오른손을 뻗었다. 그 앞에 5성급 [빙결 폭발]의 술식이 전개되었다. 그 주위로 차라랑, 하고 하얀 별 무리가 떠올랐다.

         

       명왕의 눈에 비치는 [빙제]의 광명은 한없이 눈부셨다.

       

       패배했다.

       

       이제 명왕이 무슨 짓을 하든 이미 싸움은 결판났다고, 두 존재는 판단했다.

       

       문득 명왕은 강한 의문을 느끼고서, 그 의문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인간…. 네놈은 어찌 그리할 수 있는 것이냐? 어찌하여 전능의 일각을 움켜쥐기까지, 그리할 수 있었느냔 말이다…!]

         

         

       인연의 도움을 받고, 문지기의 시련을 뛰어넘어, 얼음 호수의 주관자에게 인정받고, 오즈마마저 뛰어넘어, 기어이 전능의 일각을 제 것으로 삼은 남자.

         

       인간이 어찌 그리해야만 했으며, 어찌 그리할 수 있었는가.

       

       아이작에겐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그냥….”

         

         

       아이작은 전생에서 사법시험에 통과하기까지의 수험 생활을 떠올렸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사법연수원에 입소하는 아들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한을 떠올렸다.

         

       이제까지 헤쳐온 많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발버둥 쳤던 처절한 과거를 떠올렸다.

         

       인연을 만나고, 인연과 이별하고, 그런데도 쉬지 않고 나아가며 남긴 발자취를 떠올렸다.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서, 그 일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야. 운이 좋았던 거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너무도 단순한 이유였다.

         

       불가능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예상치 못했던 행운들이 아이작을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행운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나아가는 자에게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명왕은 눈을 지그시 깜박였다.

         

         

       [그렇군…. 내 패배다.]

       “…잘 있어라.”

         

         

       아이작은 오른손에 머금은 얼음 마력과 별빛 마력을 터뜨렸다.

         

         

       콰아아아아아!!!!

         

         

       차가운 충격파가 퍼져나가고, 명계의 자연 마나가 빙결하며 빙괴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명왕의 전신이 산산이 붕괴되었으나, 많은 [천수]가 명왕의 뒤를 따르던 금빛 고리에서 튀어나와 그를 감쌌다.

         

       한계를 맞이했기에 회복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었다.

         

         

       “…….”

         

         

       명왕을 무력화했으면 더는 그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애당초 그가 없으면 명계의 질서는 완전히 붕괴되고 말 터. 이젠 놔두는 편이 나았다.

       

       

       ‘어떻게 돌아가지?’

       

       

       전신에 별빛 마력을 휘감고 돌아가려는 의지를 품었을 때였다.

       

       목걸이에서 짙은 마력이 느껴졌다. 그것을 셔츠 밖으로 꺼냈다.

       

       도로시한테서 받은 펜던트 목걸이였다.

       

       펜던트는 발광하며 아이작을 감싸는 크기의 별빛 보호막을 전개했다.

       

       

       ‘여기다 넣어줬구나.’

       

       

       이 펜던트엔 건전지 대용으로 미량의 별빛 마력이 담겨 있었다.

       

       1회차 도로시가 그 점을 파악하고 여기에 이동 수단을 넣어둔 것인지, 이성을 잃었어도 추억 만큼은 알아봤기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별빛 보호막은 아이작을 품은 채 정해진 위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휙휙 바뀌는 경치를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아이작은 어느 하늘에 새겨진 균열 앞에 도달했다. 균열의 형태는 있었으나 사람이 지나가기엔 틈이 몹시 좁았다.

         

       별빛 보호막이 풀렸다. 아이작은 균열을 향해 오른팔을 뻗었고, 도로시가 남긴 별빛 마력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차라라라라랑!!

         

         

       맑은 소리와 함께 별빛 마력이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

         

       막강한 힘이었다. 서서히 균열이 벌려지고 도로시의 마력이 빠른 속도로 휘발되어 갔다.

       

       마침내 지나갈 만한 수준으로 균열이 넓어졌을 땐 도로시의 마력이 거의 고갈된 뒤였다. 이로써 아이작이 품었던 일시적인 초월자의 격은 사라졌다.

         

       아이작은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웜홀을 타고 이동하던 중, 서서히 익숙한 공기가 비공을 지나 폐부에 스며들었다.

         

         

       휘우우우우!!

         

         

       아이작은 균열을 빠져나가 헤겔 마탑의 비밀 연구실에 이르렀다.

       

       그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균열은 빠르게 좁아지더니 이윽고 아예 사그라졌다. 강제로 균열을 열었던 힘이 워낙 강력했던 탓에 반작용으로 닫혀 버린 것이었다.

         

       

       “후우….”

       

       

       정적으로 가득 찬 비밀 연구실.

         

       아이작이 바닥을 짚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왜소한 체격의 여성, 아리아 릴리아스가 다가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이작을 쳐다보았다.

         

         

       “어서오는 것.”

       “다녀왔어요….”

         

         

       아리아는 피투성이인 아이작에게 물통을 건넸다. 그가 피를 지나치게 많이 흘린 까닭이었다.

         

         

       “감사합니다.”

         

         

       초월자의 격이 사라지자마자 심각한 갈증에 시달리던 아이작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리아는 아이작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며 진중하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네가 이 꼴이 된 건지?”

         

         

       아이작은 별빛 마력을 일시적으로나마 과다하게 품었던 부작용으로 전신에 온갖 터진 상처가 가득했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작은 여유롭게 회복에 전념할 처지가 아니었다.

         

         

       “다음에 설명할게요. 그보다, 저 떠나고 얼마나 지났습니까?”

        “2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아이작의 심장이 철렁했다.

         

         

       “상황은요?”

       “천위 시계가 발동됐고, 블랙 스톤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다행히 안 늦었다.

         

       블랙 스톤에서 롱기누스의 창이 만들어지는 동안엔 전 세계에서 엄청난 마나가 감지될 것이다. 지금은 그만한 수준까진 가지 않은 것이다.

         

       아이작은 다시 한번 깊게 안도했다.

         

         

       “아, 선생님. 부탁이 있습니다.”

         

         

       아이작은 몸을 일으키고 선하게 미소 지었다.

         

         

       “저, 옷 좀 준비해주세요.”

         

         

         

       ……

         

         

         

       블랙 스톤에선 무기와 함성이 교차하고 있었다.

         

       돌연 연맹 대군은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는 섬뜩한 감각을 느꼈다. 그들은 모두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광명을 타고, 성스러운 창 한 자루를 쥔 은빛 갑주의 천족이 내려오고 있었다.

         

       천위 시계의 효과로 전 세계의 마력이든 신성력이든 뭐든 꼬여 버린 상황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마법사들조차도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때, 그 천족은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천위 시계의 효과마저 없었으면 얼마나 강력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수준이었다.

         

         

       [방해가 많군.]

         

         

       천의 날개 뷔엘.

         

       완전무장한 그가 연맹 대군을 향해 탄환처럼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앙!!!!

         

         

       뷔엘이 지나간 자리에선 신성력이 범람하며 연맹 대군을 휩쓸었다.

         

         

       “끄아아악!!”

        “아아악!”

         

         

       천족의 반역군을 상대하는 것만으로 벅찬 상황에 뷔엘까지 가세하니 승부조차 되지 않았다.

         

       필시 신성력이 심히 꼬였을 텐데도 이만한 공격이라니. 연맹 대군은 경악했다.

         

         

       “전부 요격해라!!”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연맹 대군은 뷔엘을 향해 원거리 공격을 쏟아내려 했다.

       

       그러자 방해하지 말라는 듯 천족 반역군들이 연맹 대군을 밀고 나갔다.

         

       뷔엘은 블랙 스톤의 분화구 위에 이르렀다. 천위 시계의 효과 탓에 블랙 스톤 내부를 떠돌던 대량의 자연 마나가 요동치고 있었다.

       

       

       [와라.]

       

         

       뷔엘이 한쪽 팔을 위로 뻗자, 분화구로부터 주황빛 자연 마나가 위로 우르르 솟구치며 길쭉한 창의 형상을 갖추어갔다.

         

       천신을 끌어내릴 롱기누스의 창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없어서자급자족 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클라우드링 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쿨라다이아몬드 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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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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