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24

       *** ***

         

       와락 인상을 일그러뜨린 다저용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류 무사 호천안에게 깨달음을 주는 행위란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왜 도박이었는가.

         

       하수가 고수에게 무학의 이치를 깨닫게 해 주는 일은 역리(逆理)였기 때문이다.

         

       이류 무인이라는 존재는 그냥 낙엽 같은 존재였다. 누구라도 빗자루를 잡기만 하면 그냥 쓸려나갈 수밖에 없는 그런 낙엽.

         

       그런 낙엽이 빗자루를 든 사람에게 깨우침을 준다니 당연히 수상하게 볼 수밖에 없지.

         

       그러나 지금의 나는 어떤가.

         

       뇌검낭인이라는 번듯한 별호도 지니고 있으며 일격에 사파의 초절정 고수를 잡아내는 고수 중의 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다저용이 뇌검낭인과 술을 마시다가 경지가 상승했다!

         

       이런 소문이 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뭐? 뇌검낭인이 다저용에게 깨달음을 주었다고? 저자는 필시 깨달음 주머니다!

         

       이런 반응을 보일까?

         

       아니다.

         

       사람들은 그저 다저용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겠지.

         

       고수가 하수에게 무학의 이치를 깨닫게 해 주는 일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취했나? 뭔 헛소리를…”

         

       “파용운란(波涌雲亂) 수승화강(水升火降).”

         

       그렇기에 거침없이 다저용의 깨달음을 입에 담았다.

         

       다저용의 눈이 크게 떠지고 손에서 술잔이 떨어졌다.

         

       눈을 반개한 상태로 깨달음에 들어간 다저용을 보면서 내 술잔에 남은 술을 들이켰다.

         

       달군.

         

       술은 명주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맛이었다.

         

       쓰읍. 좀 마시고 나서 입을 열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쉬움을 떨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저용이 놓친 술잔에서 흘러내린 술을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까.

         

       *** ***

         

       파용운란(波涌雲亂).

         

       물결이 용솟음치고 구름이 어지럽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운 사람인가.’

         

       낙심했던 사제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문이 어려운 열양공의 특성상 오랜 기간 수련을 하고 있음에도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해 우울해하던 사제는 간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장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경양식당의 명예를 드높이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사제를 보며 다저용은 생각했다. 사제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후기지수의 자격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다저용의 사제는 128강에서 떨어졌다. 관중들 사이에 섞여 그 광경을 보던 다저용은 안타까움에 탄성을 내질렀다. 대진운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 근소하게 강한 상대만 만나는 바람에 접전에 접전을 벌이며 패배했고 결국에는 100명에 들지 못한 채 탈락하고 말았다.

         

       ‘사제는 충분히 이 사천성의 후기지수로 선발될 만한 실력이었다.’

         

       그러나 사제의 안부를 묻던 호천안에게 다저용은 이리 대답했다.

         

       “뭐 제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것을 어쩌겠나. 128명 안에 든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다저용은 생각했다.

         

       어째서 그런 말을 내뱉었을까. 사제의 실력을 인정하고 100위안에 들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어째서 그런 말을 입에 담았을까.

         

       그저 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사제의 패배가 안타깝고 화가 나서 그저 홧김에 그렇게 말을 내뱉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바깥으로 내뱉었기에.

         

       뇌검낭인에게 다저용의 사제는 128강에서 패배해야 마땅할 자로 인식되었다.

         

       그저 한순간 치밀어 오른 화를 제어하지 못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사제의 평판을 깎았다.

         

       다저용은 그제야 자신이 [혼란]함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이 나쁜가?’

         

       다저용은 반발심이 불쑥 치솟아 올랐다. 물론 홧김에 사제의 실력을 폄하한 것은 잘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만큼 사제의 패배가 안타깝기 때문에 성질이 난 것이 아닌가. 그 정도 투덜거림 정도는 홧김에 할 수도 있는 거지.

         

       그 전의 행동도 그래.

         

       맞수라고 할 수 있는 자소경을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고 말한 것 정도야 사내라면 당연한 배포를 부린 것 뿐이었다. 열양공을 익히는 양기 넘치는 사내치고 이 정도면 신사지.

         

       무림의 통례로 따져보면 제대로 예의를 갖춰야 할 뇌검낭인에게 이런저런 무례한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거야 뇌검낭인이 과거에 저지른 일이 있었으니까 흠 잡힐 일은 아니지.

         

       최근의 일부터 먼 과거의 일까지 되새기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다저용은 문득 깨달았다.

         

       ‘내 행동은 잘못되지 않았다.’

         

       다저용은 자신이 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화가 많고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정말로 악한 마음을 품거나 진심으로 상대가 잘못되기를 바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더 잘 하려고 노력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군.’

         

       화가 치밀어 오르면 치밀어 오르는 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할 만한 행동을 하고는 그땐 그런 상황이었다며 넘겼다. 일선을 넘기지 않았기에 반성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화를 다스리지 않았다.

         

       그건 정말로 올바른 행동이었는가.

         

       열양공 수련자. 사내다움. 무인으로서의 기질.

         

       이런 말들을 주워섬기며 변명했을 뿐 자신을 다스리려 노력해본 적이 있었는가.

         

       나는 날 때부터 이런 사람이었다.

         

       자잘한 사고와 말실수로 인해 자신의 단점을 직면할 때마다 다저용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자기자신의 단점을 가려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승화강(水升火降).

         

       찬 기운은 올리고 따듯한 기운은 내린다.

         

       찬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고 따뜻한 기운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임을 감안하면 이 말의 뜻은 간단했다.

         

       두 가지 기운이 고이지 않고 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미.

         

       ‘나는 머리까지 치솟은 화를 내려보려 한 적이 있었는가.’

         

       문득 다저용은 반발심이 들었다.

         

       다저용은 자신의 심상을 바라보았다.

         

       이곳도 불 저곳도 불. 온통 불꽃투성이일 뿐 물이나 얼음이라고는 있지도 않았다.

         

       몸속에 그저 뜨거운 불덩이만 가득하거늘 화기를 아래로 내려 봐야 결국 뜨겁기만 할 뿐이지 않는가.

         

       그러나…정말로 그런가.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말이 있다. 몸속에 뜨거운 불덩이들만 가득하다고?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덜 뜨거운 불덩이를 머리로 올렸어야 했다.’

         

       다저용은 생각했다.

         

       뇌검낭인이 사제의 안부를 물었을 때. 아무리 화를 다스리려 했어도 화를 참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 울화를 입 바깥으로 내뱉어서 사제의 실력을 폄하한 것보다는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술을 벌컥벌컥 마셨더라면.

         

       차라리 술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더라면.

         

       어느 것 하나 좋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아주 조금이라도 낫지 않았을까.

         

       화르르르르…

         

       불꽃이 움직였다.

         

       그저 중구난방으로 마음대로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 최소한의 질서가 잡혔다. 지극히 뜨거운 것은 멀리 그나마 덜 뜨거운 것은 가까이.

         

       ‘조금은 낫군.’

         

       그런 감상과 함께 다저용은 이 순환이 퍽 귀찮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순환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다저용이었으니까.

         

       이 순환을 이어나가는 의미가 있을까.

         

       덜 뜨거운 불꽃이나 더 뜨거운 불꽃이나 어차피 불꽃이라는 점은 같았으니까. 타인이 보기에는 똑같아 보일지 모르는데 계속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문에 다저용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이게 나아.’

         

       다저용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불꽃에 이치가 깃들었다. 뜨거운 불꽃은 덜 뜨거운 불꽃을 달구기 위해 움직였고 덜 뜨거운 더 뜨거운 불꽃의 열기를 빼앗기 위해 움직였다.

         

       ‘하.’

         

       하나의 이치에 의해 다스려지는 불꽃의 흐름을 바라보며 다저용은 피식 웃었다.

         

       다저용은 이후로도 자신이 쉽게 화를 내고, 불퉁한 언사를 보이고, 인상을 찡그리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야 이렇게 속에 화가 가득 차 있으니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그 분노가 쉽사리 도를 넘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 역시 확신했다.

         

       다저용은 눈을 떴다.

         

       눈 앞에 있던 뇌검낭인은 사라져 있었다.

         

       아니 뇌검낭인이 사라진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허.”

         

       무아지경에 빠지기 전만 해도 분명 저녁이었거늘 창문에 발라진 종이를 뚫고 밝은 태양빛이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단 말인가.

         

       주루의 배려를 받았음을 깨달은 다저용은 사람을 불렀다.

         

       “성취를 축하드립니다.”

         

       “주루 측의 배려, 고맙소.”

         

       다저용은 영상루주인 사채용의 축하를 받으며 인사했다.

         

       “뇌검낭인께서 상황을 알려 주셨습니다. 저희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았을 뿐이지요.”

         

       “뇌검낭인은…”

         

       “예. 뒤처리를 맡기시고는 떠나셨습니다.”

         

       “그렇소?”

         

       다저용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어느 사천낭인이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능력 때문에 황실에 불려갔다는 소문이 생각났다. 그 뒤로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이 들통나 낙양에서 곧바로 쫓겨났다던가.

         

       다저용은 뇌검낭인이 그 소문의 주인공임을 깨달았다.

         

       ‘그 소문은 사실을 숨기기 위한 연막이었는가.’

         

       “혹시 뇌검낭인이 남긴 전언이 있소?”

         

       “예. 있긴 있었지요.”

         

       다저용은 사채용의 오묘한 표정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렇게 대놓고 깨달음을 주고 갔으니 뭔가 중요한 전언을 남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성취를 축하한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또 사천성의 신성(新星)이 되었으니 앞으로 사천성의 평화를 위해 힘써 달라고 하시더군요.”

         

       다저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해서 사채용을 주목했다. 다음 내용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채용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설마 그게 끝이요?”

         

       “예.”

         

       아니 이렇게 대놓고 깨달음을 주고 갔으면 명목상의 입막음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저용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피식 웃었다.

         

       ‘관두자.’

         

       사천성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을 위협하고 곤란하게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뇌검낭인과 다저용은 고작해야 얇은 인연 몇 가닥으로 이어진 사이에 불과했다. 낭인객잔의 의뢰인과 의뢰대상, 태양회, 그리고 자소경.

         

       그 얇은 인연을 믿고 이렇게 존중해 준 상대의 뒤통수를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에는 깨달음을 준 은인이 아닌가.

         

       와아아아아아아아!

         

       멀리서부터 함성이 들려왔다. 함성을 들은 사채용이 입을 열었다.

         

       “후기지수 선발대회가 시작한 모양이군요.”

         

       “그렇구려.”

         

       다저용은 오늘이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 비무대가 있는 방향의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뇌검낭인은 지금 비무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

         

       뇌검낭인을 찾아갈까 생각했던 다저용은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뇌검낭인을 찾아가 봐야 제대로 된 답을 듣지는 못할 것 같았으니까.

         

       할 말이 있었다면 뭐라도 전언을 남기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미련을 다독이던 다저용은 문득 고개를 들어 사채용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뇌검낭인이 이 영상루를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들었소만.”

         

       “예. 그랬지요.”

         

       “그때도 뇌검낭인이 이리 낮도깨비같이 일을 벌였소?”

         

       사채용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랬지요.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사채용의 대답에 다저용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우리 둘 다 후기지수 선발대회 구경하기는 글렀으니…술이나 한 잔 하시겠소? 어제 먹다 남은 술이 아쉬워서 말이오.”

         

       “나쁘지 않은 제안이로군요.”

         

       와아아아아아아아!!

         

       사천성 전역에 울려퍼지는 함성과 함께 사채용과 다저용의 잔이 부딪쳤다.

         

       훈훈한 춘풍이 불어오는 사천성의 어느 한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오래간만에 깨달음 주는 장면을 쓰려니까…헉헉…숨이 달리네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