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24

       “낭인객잔이요?”

       “그래. 소속 없이 시작을 하면 처음엔 그 곳에서 의뢰를 받으며 성장하고 인맥을 넓혀야 한다더구나.”

       “왜 들은 듯이 말해요? 화령 씨도 무소속 시작이잖아요.”

       “그건 그렇다만…”

       

       본인은 결이 많이 다르지.

       

       보통의 사람들이 걷는 길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버린지라.

       

       내 엔리 그대에게 안내를 해주기 위하여 설아와 하린이에게 조언을 몇 가지 듣고 있다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단적으로 말해 그것은 이 세상을 무림이 아니라 하나의 게임으로 바라보는 방식이었으니까.

       

       과거 무림에 익숙해져 이 곳을 여전히 현실처럼 느끼고 있는 본인으로써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바였지.

       

       지금 엔리 그대에게 설명을 하는 것도 저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그대로 내뱉는 것을 뿐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듯 말 할 수밖에.

       

       그런 잡담을 나누며 낭인객잔의 문을 연 순간.

       

       “이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어찌 다시 발길을 주셨습니까. 실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도열해 있는 무인들과 그 가운데에 서서 절을 바치는 여주인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짓거리더냐.

       

       오는 길에 무인 몇 놈이 본인의 모습을 확인하고 다급히 뛰어가던 것은 보았다만 설마 이런 준비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화령 씨. 대체 여기서 뭘 하셨던 거에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낭인들의 모습에 엔리가 본인을 향하여 의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별 것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화령 씨를 무서워해요?”

       “나도 모른다.”

       

       억울한 일이었다.

       

       본인이 이 곳에서 무얼 했단 말이더냐.

       

       낭인 객잔에서 행패를 부린 것은 단 한 번이었다.

       

       그것도 저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기에 본보기를 보여 주었을 뿐. 따로 험악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단 말이다.

       

       자신의 힘을 믿고서 마구잡이로 나서는 이들에 비하면 본인은 무척이나 점잖은 움직임만을 보였을 터이거늘 어찌하여 인성이 더러운 놈팽이를 만난 듯 두려움을 호소한단 말인가!

       

       “따로 뭘 한 게 없는 건 사실이다.”

       

       본인의 억울함을 알아준 것일까. 목에 목도리마냥 머무르던 바루가 본인의 무고를 대신 호소해 주었다.

       

       역시 바루다. 믿고 있었으니라.

       

       본인에게는 그대밖에 없다!

       

       “허나 이 녀석 자체가 흉기인 것도 사실이지.”

       “허?”

       “생각해 보거라. 이 놈은 얼마 전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소림을 박살내고 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대문파고 나발이고 박살난다는 것을 세상 만천하에 공표하고 오는 길인데 평범한 이들이 어찌 민가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어… 그러니까 화령 씨가 화내는 게 무서워서 미리 바짝 엎드렸다는 거군요?”

       “뭐어. 그런 게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민가는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민폐가 되는 녀석이라는 거다. 무시무시하지 않으냐?”

       

       – 살아 움직이는 재앙.

       – 얼굴 들이미는 것만으로 민폐.

       – 마왕님이네.

       – 천마니까 비슷한 거 아냐?

       

       나를 변호해주는 줄 알았더니만 변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공격을 하고 있구나.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문 나는 연기를 내뿜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루야. 그대 때문에 엔리가 웃음을 참느라 고생하고 있지 않으냐.

       

       객잔의 낭인들도 그렇다. 바루가 하는 말이 공감되는 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있으면 한 번 문제를 일으켜줄까. 하는 나쁜 마음이 절로 차오르는구나.

       

       바루의 머리를 톡톡치는 것으로 무언의 협박을 해주었더니 녀석이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하아. 바루. 그대는 스스로가 귀엽다는 사실에 감사 하거라.

       

       그렇지 않았다면 내 아주 호되게 괴롭혀주었을 것이야.

       

       “여주인아.”

       “넵!”

       “내 옆에 있는 이 아해가 수행할만한 의뢰를 들고 오거라.”

       “…화령님의 지인분 이신가요?”

       “그래. 경지는 아무리 잘 쳐줘도 이류 수준이니 그를 감안하도록.”

       

       이류도 보정을 모두 다 활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엔리 본인이 지닌 능력만을 생각해 본다면 삼류라는 단어도 아깝지.

       

       여주인은 이류라는 단어가 의이한 듯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내 지인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겠지.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내 눈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다급히 객잔 안 쪽으로 뛰어 들어갔으니까.

       

       이윽고 여러 개의 종이를 들고 온 그녀는 내 앞에 그것들을 늘어놓고 자신이 가져 온 의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먼젓번에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함께 한다는 것을 상정한 게 분명한 의뢰들이 여럿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는 엔리를 도울 생각이 없노라 단언을 하고 나서야 그럴 듯한 것이 몇 개가 보였다.

       

       “이번에 화음에서 다른 곳으로 상행을 떠나는 이가 있습니다. 최근 길이 흉흉한 것이 걱정이 되어 호위를 구한다는 군요.”

       

       그 중에 본인의 눈에 든 것은 호위 임무였다.

       

       상행으로 떠나는 길이 먼 것도 아니고 설아에게 듣기로 길이 그리 위험하지도 않은 곳.

       

       만나더라도 시정잡배 무리나 만날 거라는 확언을 들은 나는 이 의뢰를 엔리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

       

       “두 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상행 의뢰를 맡긴 남자는 비쩍 말랐다는 느낌을 주는 이였다.

       

       보통 상인이라 하면 좀 더 욕심이 많아 보이는 배불뚝이가 보통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던 엔리였지만 이런 자그마한 행상의 주인이 그런 모습일 리가 있느냐는 시청자들의 반박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내가 뭐 이상한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보통 이런 데 NPC로 나오는 사람들은 클리셰를 따라야 하는 거 아냐?

       

       진짜 사람들 뭐 만 하면 호들갑이라니까. 진짜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네.

       

       그냥 아무 말도 안하든 가 해야지.

       

       그리 투덜거리던 엔리는 옆으로 시선을 돌려 여우 가면을 쓴 아라의 모습을 살폈다.

       

       자신이 존재감을 드러내면 그 누구도 행상을 습격하지 않을 테니 얼굴을 감추겠다며 아라는 저 가면을 착용했다.

       

       본래라면 너무 호들갑 떠시는 거 아니냐며 한 마디를 했을 엔리였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엔리의 두 배는 될법한 덩치를 지닌 남자들이 무릎을 꿇은 채 부들부들 떠는 꼴을 보았는데 어찌 그를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지금도 아라 씨가 가면을 벗으면 저 행상 분이 오들오들 떨면서 자신에게 너무 과분한 분이라며 돌아가 달라고 부탁하는 거 아닐까.

       

       아니지. 무서워서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하겠구나.

       

       그냥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말에 채찍질을 가하겠지.

       

       음. 아라 씨가 가면을 쓴 건 옳은 선택이었어.

       

       분명해.

       

       “움직일까요?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행상이 시작되고 나서 엔리는 잔뜩 긴장을 하고 주변을 살폈다.

       

       화룡무인의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수행하는 퀘스트다.

       

       아라에게 여러모로 배움을 얻고 나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생각해보라. 만약 이 일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인다면 아라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자신의 가르침이 부족했다면서 자신을 더 굴릴 것이 분명했다. 최소한 엔리가 아는 아라는 그럴 사람이었다.

       

       앞으로 찾아올 지옥 같은 수련이 두려웠던 엔리는 자연스레 날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 시청자들은 별 상관없었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엔리가 처참한 실패를 겪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면 엔리를 놀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일 엔리가 고통 받는 모습까지 구경할 수 있을 테니까.

       

       – 엔리의 노예 1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제발 강한 애들 나와라. 제발. 제바아아아알!]

       

       – 앜ㅋㅋ

       – 마이튜브에 미친 편집자.

       – 근데 엔리가 이기는 게 영상적으로 괜찮은 거 아님?

       – 그런가?

       – 걍 사장님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님. 혹시 월급 미루셨어요?]

       

       “저 다 잘 챙겨 줬거든요?! 심지어 지난 달에 보너스까지 줬다고요! 조회수가 잘 나와서!”

       

       우리 직장이 얼마나 화이트하고 밝은 곳인데!

       

       이런 음해는 곤란해!

       

       내가 식사 한 끼를 덜 먹을 지언정 편집자들 월급을 미루는 일은 없다고!

       

       줄 거 다 주고 악덕사장 취급 당하고 싶지 않아!

       

       이런 사소한 말다툼이 있긴 했지만 상행의 진행 자체는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습격은커녕 만나는 사람도 없고 말이 걷는 길은 말끔해서 장애물 하나 보이지 않는다.

       

       위기고 뭐고 아무것도 존재하는 것이 없으니 지금의 엔리는 말이 호위지 사실상 여행의 동행자일 뿐이었다.

       

       처음엔 억지로라도 날을 세우려 노력하던 엔리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도 가도 똑같은 풍경만 보이는 것에 하품을 내쉬기 시작하더니.

       

       “흐응. 요즘엔 여러 식량 쪽이 잘 팔리는 군요?”

       “예. 요즘 들어 수요가 많이 늘어서 말입니다.”

       

       중간에 이르러서는 아예 상인의 옆에 앉아서는 함께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하는 이야기는 별 대단치 않은 것들이었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지루해서 죽어버릴 것 같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도시에 가면 거리를 둘러보시죠. 호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인의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에요.”

       “그래요?”

       “네. 다른 것보다…”

       “잠깐.”

       

       별 말 하지 않고 뒤편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라가 목소리를 낸 순간 잘 걷고 있었던 말이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췄다.

       

       당황한 상인이 줄을 당겼지만 말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다리가 땅에 붙기라도 한 것처럼.

       

       “습격이다. 엔리. 준비해라.”

       “네? 습격이요?”

       

       엔리의 입장에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소리도. 냄새도. 뭣도. 아무것도.

       

       그래서 되물음을 던졌더니 아라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짐차에서 내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1분 가량 뒤 쯤에 습격이 올 테니 준비하란 소리다. 갑작스레 대비하라고 하면 당황할 터 아니더냐.”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단 거죠?”

       “그래.”

       “그게 감지가 되세요?”

       “본인이 못할 게 무어가 있느냐.”

       

       …

       

       하긴 아라 씨니까.

       

       상대방이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존재임을 떠올린 엔리는 아라의 말을 따라서 싸울 준비를 했다.

       

       그로부터 대충 1분 가량이 지났을 무렵.

       

       “무기 버려! 이 새끼들아!”

       

       진짜로 도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말을 타고서 모습을 드러낸 열 댓명의 남성 무리는 저마다의 무기를 들이민 채 세 사람을 협박했다.

       

       “화령 씨. 저 이거 혼자서 상대해야 해요?!”

       

       단순히 열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빡셀 것 같은데 말을 탄 열 사람은 너무하지 않아요?!

       

       진짜로 불가능할 것 같아서 소리친 엔리였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다.

       

       아라라면 여기서 일단 해보라며 던져 넣을 것이 분명했기에.

       

       “으음. 그것도 그렇군.”

       

       허나 아라의 답변은 엔리의 예상과 달랐다.

       

       그녀는 엔리의 불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움직였다.

       

       “무슨 짓거리를 하는!…”

       

       그러자 주변을 둘러 싸던 도적 무리 중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고는 말에서 떨어졌다.

       

       철퍼덕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림에 따라 그 소리에 놀란 말들이 자신의 울음소리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 광경을 엔리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려니 아라가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번은 처음이니까. 저 하나만 상대하거라.”

       

       당혹에 빠진 남자 하나를 가리키는 그녀의 목소린 수십의 사람을 제압한 것치고는 너무도 태연했다.

       

       – 무붕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러니까 재앙 취급을 당하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이 나빴네요.

    목은 붙어 있을 테니까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