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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5

       솔직히 말해서, 작년에 우리가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했냐고 물어보는 이가 있다면 양심상 절대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변명할 거리야 많았다.

        

       우리는 아직 1학년이라 아는 것이 별로 없었고, 너무 높은 신분인 우리가 학생회에 너무 자주 드나들면 학생회 위원들이 엄청나게 불편해했을 것이고, 우리가 뭐라고 의견을 말하면 설령 우리 말이 틀렸다고 해도 어떻게 반박할 사람이 없었다.

        

       사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기는 했다.

        

       아니, 오히려 심해졌으면 더 심해졌지.

        

       황녀였던 앨리스는 이젠 그냥 황태녀였고, 황녀 중 한 명이었던 나는 그런 앨리스의 뒤를 잇는 황실의 이인자가 되었다.

        

       샤를로트는 벨부르에서 우리와 함께했던 이로서, 그때의 사건을 계기로 왕녀로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우리 시선으로는 그냥 똑같은 샤를로트였지만, 벨부르 왕실에서는 그곳에서의 사건을 철저하게 자기네 왕실 홍보용으로 쓸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클레어, 레오, 미아도 마찬가지다. 그날 우리와 함께 그곳에 있었고, 모두 목숨을 걸고 싸웠다.

        

       미아의 어머니는 생각이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미아 본인은 이미 철저하게 황실의 측근이었다. 이변이 없다면 다음 세대의 크로우필드는 황실파가 되리라.

        

       그러니 우리가 무슨 말을 하기 시작하면 학생회도 꼼짝할 수 없게 되는 것은 1학년 때와는 다름이 없었으나—

        

       “학생회 선거에 나가겠다고?”

        

       “왜요, 다른 나라의 학생은 학생회장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아니, 그런 법은 없는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소 달랐다.

        

       작년에 우리가 학생회에 참견하지 않은 것은 일이 복잡해지기를 바라지 않아서였다. 원래대로라면 이제 막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어 배워나가기 시작할 나이에 너무 많은 일에 발을 걸치면 괜히 주변으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될 거고, 그랬다가는 학교생활이 피곤해졌을 테니까.

        

       하지만, 작년에 학생회장으로 있던 선배는 올해 졸업했다.

        

       즉, 학생회장의 자리는 공석이라는 말이다.

        

       원래 학생회장의 임기는 1년이지만, 1년이라는 임기가 끝나고 나면 몇 번이고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보통 이전에 뽑힌 학생회장을 뽑아준다.

        

       내가 다니던 보통 고등학교처럼 학생회장의 이름이나 얼굴도 모르고 그냥 대충 1번만 뽑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 보통 학생회장 후보로 나오는 인물은 귀족이고, 그렇기에 가장 파벌이 큰 귀족 가문과 연관된 이가 학생회장이 된다.

        

       그 가문이 갑자기 몰락하거나 파벌 내의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은 졸업할 때까지 학생회장 자리를 쭉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학교 내의 권력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학생회장의 자리를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소리다.

        

       “설마, 학생회장도 나갔으니 선거에 출마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한 건 아니죠? 황태녀 자리에 올랐으니 거기 대항해서 나올 사람도 없을 거고, 그래서 쉽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

        

       대놓고 도발하는 샤를로트를 향해 앨리스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상대가 누가 나오더라도 이겨줄 자신이 있었을 뿐이거든.”

        

       “그럼 저와 겨뤄보면 되겠네요.”

        

       그런 앨리스에게 샤를로트는 호기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조금 전 말했다시피, 저는 학생회장 선거에 나갈 생각이니까요.”

        

       “……좋아. 론다리움 아카데미를 외부 학생한테 넘길 수는 없지. 그 도전, 받아주겠어.”

        

       “어머, 도전하는 쪽이 과연 어느 쪽일까요?”

        

       아니, 왜 그렇게까지 싸우는데. 서로 사이좋았잖아?

        

       차라리 음식가지고 싸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진짜로 싸우는 거라고 착각할 일은 없으니까.

        

       학생회실 한가운데서 그렇게 말다툼하고 있으니 다들 이쪽을 쳐다보잖아.

        

       “실비아.”

        

       “응?”

        

       그 누구에게도 끼어들지 않은 채 조용히 차만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앨리스가 내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너는 왜 그렇게 태평한 표정으로 있어?”

        

       “……그럼 어떤 표정으로 있어야 하는데?”

        

       “내가 회장 후보로 나가면, 부회장은 너인 게 당연하잖아?”

        

       “…………그게 왜 당연해?”

        

       나는 이렇게 보여도 권력욕이 없는 사람이다.

        

       굳이 따지자면 돈 욕심은 좀 있다. 일단 주머니가 풍족해야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법이니까. 굶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거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싶을 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거다.

        

       물론 그런 돈 욕심도 이쪽 세상에 와서는 굳이 겉으로 드러내 보일 필요가 없긴 했지만. 돈이라면 필요할 때 가져다 써도 될 만큼 많으니까.

        

       권력욕은…… 뭐 권력이야 있으면 좋긴 한데,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그만큼 따라오는 책임도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당연히 욕을 먹는 것도 알고 있고.

        

       무엇보다 나는 성가신 것을 싫어한다. ‘일’도 당연히 그 성가신 것 중 하나에 해당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분명히 해야 할 일도 많아질 거고, 나는 그래서 그 높은 자리에 올라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안 그래도 가끔 전 학생회장을 볼 때마다 굳이 저런 일을 왜 맡아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너는 제국의 이인자잖아. 당연히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제국을 지킬 의무가 있어.”

        

       “이게 왜 외부의 침략인데? 그냥 같은 학교 학생이 학생회 선거에 나왔을 뿐이잖아.”

        

       “…….”

        

       내 대답에 앨리스는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떡하니 벌렸다.

        

       “그걸 지금 진심이라고 하는 말이야?”

        

       “말이야 바른말이죠. 저는 이곳에선 그저 벨부르 출신인 학생일 뿐이랍니다. 그건 레나도 마찬가지고, 소피아도 마찬가지예요. 당연히 이 아카데미의 다른 학생들이 그렇듯 제게도 학생회장 선거에 나갈 권리가 있어요.”

        

       턱을 살짝 치켜들고 눈을 살포시 감은 채 그렇게 말하는 샤를로트는…… 솔직히 중립의 관점으로 봐도 좀 얄미워 보였다.

        

       “너는 내 자매잖아. 당연히 도와주는 거 아니었어?”

        

       “…….”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배신자 보는 눈으로 볼 필요는 없잖아.

        

       아무래도 앨리스는 자기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갈 거라는 것을 내가 예상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고 당연히 내가 그 학생회장 선거에 따라 나가 도와줄 거라고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솔직히 생각했다.

        

       이건 원작의 내용을 알기 때문이 아니었다. 원작에서는 지금쯤에도 계속 전쟁 중이어야 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지금까지 앨리스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앨리스는 스스로를 많이 되찾은 것 같았다. 자신감을 되찾고, 의지를 되찾고. 남들의 시선에 매달리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런 앨리스였으니, 이런 자리가 생겼을 때 한번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할 거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한테 도움을 청할 거라는 것도.

        

       “안 도와주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앨리스를 알고 있는 만큼 앨리스도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나도 지난 1년 동안 많이 바뀌었으니까. 사실, 앨리스보다도 내가 더 많이 바뀌기는 했다. 당장 말투부터가 이렇게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작년 이맘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아마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고 할 거다.

        

       그것도 내가 필사적으로 연기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보였던 것이긴 했지만, 비단 말투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여러모로 많이 바뀌었다.

        

       “그렇지? 그럼 됐어.”

        

       앨리스는 클레어와 레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나를 봐?”

        

       클레어는 얼른 그렇게 반응했다.

        

       “…….”

        

       레오는 굉장히 티 나게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래, 뭐, 너희들의 도움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샤를로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이렇게 부회장 후보까지 데리고 있는데, 너는 어때? 따라올 부회장 후보는 있어?”

        

       “왜 없을 거라고 생각하죠?”

        

       샤를로트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소피아라도 데리고 나가려고?”

        

       “아뇨. 그럴 생각 없어요. 애초에 하자고 해도 그쪽에서 거절할 게 뻔해서 굳이 말을 걸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저는 이미 부회장 후보를 정했거든요. 여기 있어요.”

        

       “여기에?”

        

       앨리스의 시선이 우리 테이블이 아닌 다른 학생들을 향해 돌아갔다.

        

       “거기 아니거든요.”

        

       그런 앨리스를 보고 샤를로트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미아의 뒤로 간 샤를로트는, 양손을 미아의 어깨에 올리면서 말했다.

        

       “제 부회장 후보는 여기 있어요.”

        

       “……엉?”

        

       샤를로트가 어깨 위에 손을 올리자 딱딱하게 굳어버린 미아를 보고, 앨리스가 다소 멍한 소리를 냈다.

        

       “……미아가?”

        

       “네.”

        

       “네 부회장을?”

        

       “그런데요?”

        

       “어…….”

        

       샤를로트의 당당한 선언에,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는 최대한 빨리 완성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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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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