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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5

       원더스타인은 니카의 차림새를 보고 실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는 그렇게 자신이 남자라고 바락바락 우기던 그가 오늘은 완벽하게 여자아이처럼 차려입고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나요?”

       “그, 그게…….”

         

       원더스타인은 자신의 옷자락을 쥐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보고 웃음을 삼켰다. 약속 시간이 되기 전에 객실 방향으로 향하던 것으로 보면, 아마 자신을 만나기 전에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던 것 같았다.

         

       “워, 원더스타인 씨가 여긴 어떻게…….”

       “저희 숙소도 마침 이 건물이거든요. 니카 군도 그런가 봐요? 음, 아니다. ‘니카 양’이라고 해야 하나?”

         

       그의 장난기 섞인 질문에 니카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 아닙니다! 오, 오해하지 마십시오! 이, 이 옷은 처음이라서 이, 입는 방법을 헤, 헷갈렸을 뿐입니다!”

       “아, 그래요? 확실히 외지인들은 실수가 잦다고 하더군요. 여자들이 남자 식으로 입기도 하고, 남자들이 여자 식으로 입기도 하고.”

         

       원더스타인이 복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숙박객 중에서 자신의 성별에 맞게 완벽하게 가운을 입은 사람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다들 조금씩 실수가 있었다.

         

       “그, 그렇죠.”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니카가 안도하는 순간 바로 정곡을 찔러 들어왔다.

         

       “물론 완벽하게 여자 식으로 차려입는 ‘실수’는 보기 드물지만요.”

       “윽…….”

         

       니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저 복도 뒤편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호위 기사를 한 번 흘겨보고는 이를 꽉 악물었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자신을 완전히 여자로 확신하는 듯했다. 물론 이런 오해는 간단히 풀 수 있었다. 그냥 그를 데리고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데려가서 아랫도리를 보여주면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하면 자신은 또 여장하고 밖을 돌아다니는 걸 즐기는 변태가 되어버렸다. 그건 더 굴욕적인 일이었다.

         

       니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앞으로 3일밖에 안 볼 사이였다. 자신을 여자로 생각한다면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멋대로 착각하라지.

         

       니카는 애써 인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아하하, 드, 들켜버렸네요. 네. 저, 저는 사실 여자가 맞아요…….”

       “역시 그랬군요.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다니는 건가요?”

       “아, 아뇨. 그냥……. 여행 중에는 그게 편해서…….”

         

       이 시대에는 흔히 있는 일이었기에 원더스타인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만난 김에 같이 주루로 들어갈까요, 니카 양?”

         

       원더스타인은 정중한 자세로 그에게 손을 내밀어 보였다. 니카는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에 저 느끼한 시선과 느글거리는 목소리!

       같은 남자에게 이런 취급을 받다니……. 기분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15살짜리 여자애였다.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상대의 손을 받아들였다.

         

       “아, 안내를 부탁하겠어요. 다, 당신이 초대한 거니…….”

       “좋습니다. 따라오시죠. 다짜고짜 사정을 털어놓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죠. 차라도 한잔하면서 용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함께 걷기 시작했다. 남자와 손을 잡고 걷다니. 평소였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 소름 돋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보다는 부러움에 더 가까웠다.

         

       ‘크다.’

         

       원더스타인과 나란히 걸으면서 니카는 그가 생각보다 남자다운 몸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욕 가운 한 장만 걸치고 있을 뿐인데도 그의 몸에서는 단단한 중량감이 느껴졌다.

         

       어제는 그저 단순히 겨울옷이 두꺼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실제로 본 그의 체격은 길쭉하면서도 군데군데 근육이 튼튼하게 박혀 있었다.

         

       ‘이 정도면 기사를 하고도 남을 몸인데…….’

         

       니카는 가운 아래로 얼핏 드러나는 윤곽을 통해 그의 몸을 가늠할 수 있었다. 황궁에서 기사들이 웃통을 벗고 연병장을 도는 모습을 많이 관찰한 덕분에 그는 남자의 몸을 보는 눈이 누구보다 뛰어났다.

         

       ‘하, 진짜 부럽다. 저 얼굴에 저런 몸이라니…….’

         

       그는 남자의 몸을 보며 군침을 삼키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계집애처럼 빈약한 자기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남자다운 몸에 관심을 가지는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라 여겼다.

         

       니카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갈수록 점점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모두 그의 옆에 있는 원더스타인을 향한 것이었다. 다들 그의 잘생긴 얼굴과 잘 빠진 몸을 넋 놓고 바라봤다.

         

       “저긴 어디 귀공자분이래?”

       “프런트에서 들려온 소식 없어?”

       “몰라. 오늘 오전에 황실 사람이 보안이라고 숙박 명단 전부 가져가 버렸대. 알잖아. 전하 일행이 이곳에 놀러 오신 거.”

       “흠, 생긴 것만 보면 저분이 황태자인데 말이야.”

         

       사람들의 쑥덕거림에 니카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생긴 걸로 보면 누가 황태자라고?

         

       “저기 죄송한데…….”

       “혹시 원더스타인 단장님 아니신가요?”

       “이번 달 잡지 기사를 읽었어요. 저……한 번만 악수해 봐도 될까요?”

         

       개중에는 원더스타인의 얼굴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간단한 눈인사를 주고받던 원더스타인은 그런 사람을 만나면 통성명을 나누고 대화를 하기까지 했다.

         

       서커스단의 명성을 관리해야 하는 단장인 그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그것은 니카의 질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인간, 사람을 불러놓고 뭐 하는 짓이지.

         

       “이봐요, 원더스타인 씨, 그거 무지 예의 없는 거예요. 초대한 손님을 내버려 두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거.”

       “아, 죄송합니다. 제 일이 또 명성 관리가 중요해서 말이죠. 불쾌하셨다면 니카 양과 있을 때는 안 하기로 하지요.”

         

       그가 고개까지 숙이자 니카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이런 자신에게 의문을 품었다. 뭐야, 방금 나는 누구를 질투했던 거지?

         

       그는 원더스타인의 정중한 축객령에 물러나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다, 당연히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이 인간을 질투한 거지.’

         

       니카는 자신이 참 엉뚱한 상상을 한다고 생각하며 순간적으로 했던 고민을 재빨리 날려버렸다.

         

       천하 주루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간단한 음료를 시켜서 자리에 앉았다. 여성용 목욕 가운은 허리띠의 폭이 2배나 되었기 때문에 코르셋처럼 허리를 조여 골반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그래서 니카는 자연스럽게 여자처럼 두 다리를 모으고 다소곳하게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랑 이곳에서 게임을 하자고 한 이유가 뭐죠? 굳이 제가 없어도 같이 할 사람은 많아 보이는데요?”

         

       니카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주루 내부를 둘러봤다. 테이블마다 왁자지껄한 것이 다들 갖가지 종류의 테이블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를 따라 시선을 잠시 돌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런데 그것 아십니까? 원래 이곳에서 게임 하는 사람은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몇 주 전부터 무패의 종업원이 나타난 덕분에, 이곳에 그녀에게 도전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하네요.”

       “무패의 종업원이요?”

         

       원더스타인은 어제오늘 그가 조사한 아나이스에 대한 정보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한 번도 게임에서 진 적이 없는 여자라?

       니카는 그녀에 대한 흥미가 일었다.

         

       “그녀가 하루에 받을 수 있는 게임은 몇 판 안 되기 때문에 손님들끼리 선발전을 치른다고요?”

       “네. 저도 그녀와 한번 붙어보고 싶어서 나서보려고요. 하지만 게임 중에는 두셋이 팀을 이루면 거의 이기기 불가능한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니카 양의 힘이 필요한 겁니다.”

       “……어제 보니까 단장님의 서커스단에도 사람은 많던데요.”

       “하하, 그녀와 붙고 싶은 건 제 개인적인 욕심입니다. 그런 일에 단원을 쓸 순 없죠.”

         

       적당한 말로 둘러댔지만, 사실 그가 굳이 단원 외의 사람을 끌어들인 것은 상황의 자연스러움을 위해서였다.

         

       아나이스와 그가 만나는 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어야 했다. 2번째 시험을 치르고 열차를 타고 지나가는 와중에 그냥 들러본 것으로 해야 했다. 자신과 부두교의 관계에 대해서 그녀가 의심하면 안 됐다.

         

       아나이스를 구할 때, 부두교와의 마찰도 각오한 그였지만, 그래도 지금은 되도록 원만하게 지나가고 싶었다. 부두교는 부두교대로 베르그송 상회를 굴리고, 자신은 자신대로 아나이스를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고 싶었다. 언젠가는 그녀의 자리를 되찾아준다고 해도 적어도 지금 당장은 무리였다.

         

       이번 휴가는 그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해 단원들을 끌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아나이스를 마주하게 된다면, 단원들은 당연히 자신이 처음부터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알고 온 것은 아닐까 의심할 게 뻔했다.

         

       일단 아나이스와 먼저 접촉한 뒤, 그녀와 말을 맞춘 다음에 단원들과 만나게 해야 엉뚱한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커스단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전력이 될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했고, 마침 만나게 된 니카를 끌어들인 것이었다.

         

       니카는 아나이스의 이야기를 꺼낼 때, 원더스타인의 혼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세 가지 파장이 혼합되어 읽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몇 번 마주치다 보니 이제 그 정도는 쉽게 걸러낼 수 있었다.

         

       ‘뭐야, 여자 관심 끌려는데 옆에 들러리로 서는 거였나.’

         

       그가 자신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일까 기대했는데, 그가 요구하는 것은 귀족들이 사교계에서 끼기 위해 실력 있는 예술가나 기사를 파티에 대동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었다.

         

       약간의 실망스러움과 함께 안도감을 느낀 그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협력하기로 하죠.”

       “감사합니다. 그 종업원분은 현재 휴가를 받아서, 앞으로 3일 뒤에 다시 홀에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때까지 저희는 다른 고객들을 꺾어 선발권을 획득하면 됩니다. 아, 혹시 가리는 게임 있나요?”

         

       그의 질문에 니카는 픽 코웃음을 쳤다. 상대가 그만 아니라면 자신에겐 적수가 없었다. 몇 번 질 수는 있어도 ‘흐름’만 읽어낸다면 무조건 이길 수 있었다.

         

       “문제없어요. 원더스타인 씨는요?”

       “이런 종류의 게임은 뭐 많이 해봤으니까요.”

         

       그는 과거 했던 전략, 퍼즐, 보드게임들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여러 테이블을 전전하며 참가자들을 격파해나갔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황금의 콤비였다. 원더스타인은 게임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처음 보는 게임도 그 전략이나 개요를 빠르게 분석해냈다. 그리고 니카는 그가 분석한 전략, 전술을 바탕으로 상대의 호흡을 즉석에서 읽어냈다.

         

       “대단하군.”

       “뭐야, 저 두 사람.”

       “게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테이블을 쓸고 다니고 있어.”

         

       두 사람의 주변에는 순식간에 구경꾼들로 가득 찼다.

         

       니카는 새삼 감탄한 눈으로 원더스타인을 바라봤다. 단순히 그의 분석력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손에 잡힐 듯 그 속내를 읽기 쉬웠다. 지혜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도 그것과 비슷하게 그러나 그것보다 열 배, 스무 배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에게 사람을 대하는 일은 이미 답안지가 공개된 문제의 풀이를 적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지루하고 뻔했다. 그나마 정치를 업으로 삼은 인간들은 자신의 파장을 숨기는 데 뛰어났다. 그런 자들과 생사를 겨루는 대결만이 니카에게 승부다운 승부를 느끼게 해줬다.

         

       원더스타인과 그가 하는 것은 단순한 게임이었다. 인간보다 덜 복잡한 존재였다. 그가 10살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통달했다고 자신한 시시한 것이었다.

         

       그런데 게임판에 원더스타인이라는 존재가 끼어듦으로써 처음으로 게임의 흐름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그라는 변수가 생김으로써 흐름을 예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때문일까? 게임이 흥미로워졌다.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는 그것에 흥분을 느끼는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라는 존재가 다른 때에도 함께하면 나는 세상을 더 즐겁게 바라볼 수 있을까? 보다시피 그의 전략 전술은 범인의 수준이 아니었다. 충분히 측근으로 삼을 만한 능력은 갖췄다. 그를 전속 광대로 삼으면 어떨까? 그를 자신의 옆에 두면? 좀 더 세상 사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겼던 니카는 곧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세상은 게임이 아니었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은 재앙이고 혼란이었다.

       그나마 휴양지에서 만났으니 이런 생각이 들지. 만약, 황실에서 이런 인간이랑 마주쳤으면 자신은 어떻게든 그를 제거하려 했을 것이다.

       

       

         

       “원더스타인과 니카! 도전권을 획득했습니다!”

         

       십여 번의 연승 끝에 그들은 도전권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들은 놀랍게도 도전권을 따내고도 승부를 계속해 나갔다. 바로 다른 도전권을 가진 상대를 대상으로 말이다.

         

       “이, 이럴 것까지는 없잖아! 너, 너희들은 이미 도전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저는 욕심쟁이라서 말이죠. 그녀와의 시간은 혼자 독점하고 싶거든요.”

         

       도전권을 지닌 사람은 상대가 일정한 승수를 갖추고 있다면, 걸어오는 승부를 회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들 울며 겨자 먹기로 두 사람과 게임을 해야 했다.

         

       이런 일은 주루 입장에서도 처음이었다. 겨우 따낸 도전권을 잃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의 도전권을 탐내다니?

         

       도전권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본인이 자신 있어 하는 게임을 제안했다. 그러나 어떤 게임을 가져와도 원더스타인과 니카 콤비를 꺾을 수 없었다.

         

       “이, 이로써 다른 도전자는 모두 탈락했습니다. 내일 아냐 씨와 있을 도전권은 모두 원더스타인 씨와 니카 양이 가져갔습니다.”

         

       관리인의 선언에 원더스타인과 니카는 서로 손바닥을 짝 소리를 내며 마주쳤다.

         

       “대단하시네요. 정말로 도전권을 독점할 줄이야.”

       “모두 니카 양의 도움 덕분이죠.”

       “아닙니다. 원더스타인 씨의 분석이 없었다면…….”

         

       니카는 신나서 그에게 말을 걸다가 그의 시선이 홀 중앙의 테이블에 고정된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그제야 떠오른 것이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지난 이틀간이 너무 재밌어서 원래 이것이 계약이었다는 것마저 잠시 잊어 버렸다.

         

       ‘그래. 나는 들러리였지…….’

         

       니카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부터 계속 마음 한구석에 떠오르는 욕심을 억누를 수 있었으니까.

         

       ‘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황제가 황실 극단을 가까이했던 것도 어쩌면 지금 자신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었을지도 몰랐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외로운 궁중에서 그나마 황제라는 자리를 내려두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반가웠을 것이다.

         

       원더스타인이 자신을 이렇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도 ‘여행자 소녀 니카’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자신이 황태자라는 것을 아는 순간, 그는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딱딱한 파장을 내뿜는 가면을 쓸지도 몰랐다.

         

       그가 그렇게 변하는 모습은 보기 싫었다. 그런 꼴을 볼 바에 그냥 그를 포기하고 그와의 기억은 그냥 이대로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나았다.

         

       “그럼 내일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니카 양.”

       “……네.”

         

       원더스타인이 그의 손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래도 이틀이라는 시간 사이에 조금 친해져서 그럴까? 니카는 어제와 달리 그와 살을 맞대는 것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엘라

       

       

       

       마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 팬아트는 잠새벽님이 AI를 돌려서 뽑아주신 겁니다! 엘라와 마야 둘 다 이쁘게 잘 나왔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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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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