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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5

        쾅! 쾅!

       

        “으아악!”

       

        “후퇴! 후퇴해!”

       

        인간보다 육중한 몸이 대지를 짓밟을 때마다 무언가가 파괴되어 간다.

        그것이 인간이든, 혹은 기계든, 혹은 대지든 말이다.

       

        “붙잡아!”

       

        “와이어 발사!”

       

        퍼어엉!!

       

        물론 인간들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도 갈고리가 달린 금속 와이어를 쏘아 나를 묶거나, 혹은 그물을 쏘는 등의 행동했다.

        총알이나 폭탄으로는 나에게 유의미한 충격을 줄 수 없으니, 저런 것으로 나를 묶어보려는 속셈이리라.

       

        콰직!

       

        “소, 소용없어!”

       

        “미친?!”

       

        “드래곤이 잡아당겨도 안 끊어진다더니!!”

       

        = 음?

       

        한 인간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내가 완력으로 끊어 버린 그물을 바라보았다.

        ……질기긴 했지만, 드래곤이 못 끊을 정도는 아니던데?

       

        ‘어린 개체라면 못 끊을 수도 있겠군.’

       

        그렇게 납득한 후 몸을 돌려 꼬리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으아악!”

       

        “피해!”

       

        인간들이 총과 폭탄을 쏘면서 나를 공격하지만, 그들의 그 어떤 공격도 내 몸에 둘러진 용금을 뚫지는 못했다.

        설사 뚫어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용금에 가로막혀 있던 내 멸천의 독이 흘러나오며 주변을 오염시켰을 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인간들 처지에서는 오히려 내 용금을 뚫어낼 수 없는 쪽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두두두두두두-!!

       

        = 음? 저것은?

       

        그 순간 내 시야에 하늘을 날아오는 비행체가 보였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전투용 비행체’다.

       

        “브로큰 애로우!”

       

        “피해!”

       

        피피피피피이잉~!

       

        비행체에서 나를 향해 미사일과 총알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총알은 인간들이 쏘아대던 것보다 더 큰 것들이었고, 미사일 역시 인간들이 쏘아대던 폭탄보다 더 강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내 주변엔 여러 가지 ‘독’도 뿌려진다.

       

        = 하! 감히 나에게 독을 쓴다고?

       

        독룡(毒龍)인 나에게 감히 독을 쓴다고?

        비록 모르고 한 일일 테지만, 나에게 거리낌 없이 독을 쓰는 행위는 나의 신경을 건드렸다.

        심지어 이렇게 어설픈 독을 사용할 줄이야…….

       

        = 장난은 끝이다.

       

        “어어어?!”

       

        “무기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지 않았던 금속 지배력을 발동한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들 중 금속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녹아 바닥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간만에 본체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쪽 차원의 인간들이 내 본체를 상대로 어느 정도의 싸움을 보여 줄지 궁금했기에 일부러 내 힘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싸워주었다.

        하지만 인간들이 어설픈 독을 사용하는 것에 기분이 팍 상해 버렸다.

        그랬기에, 놀이는 이쯤에서 끝내기로 결심했다.

       

        촤아아악!

       

        “으아악!!”

       

        “모, 몸이!!”

       

        나의 의지에 따라, 녹아든 금속이 모든 인간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인간을 내 앞으로 데려왔다.

       

        = 인간.

       

        “마, 말을 했어?!”

       

        =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마.

       

        나의 눈동자가, 나에 비해 한참 작은 인간의 전신을 향한다.

        동시에 나의 기세를 느낀 인간의 몸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 너희의 둥지가 어디더냐.

       

        “?!”

       

        내 말에 인간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            *            *

       

       

        “그렇게 나의 행성 일주가 시작되었지.”

       

        – ㅋㅋㅋㅋㅋ

        – 행성 일줔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닠ㅋㅋㅋ 미치겠넼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렇게 라나님은 세계를 정복하셨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힐링하러 가셨다면서욬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올리는 채팅 중 한 글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정하마. 내가 일을 너무 키운 것은 맞다.”

       

        이전의 차원에서 너무 오랫동안 인간들에게 숭배 당했던 나는, 그 차원에서 유유자적하게 쉬려고 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다시금 인간들에게 숭배받고 있었고, 몇몇 인간들은 나를 적대하기까지 했다.

        변명하자면…….

       

        “스트레스가 좀 쌓였었지.”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그런데 그럴 만함.

        – 저 같아도 스트레스 쌓이긴 하겠네요

        – 그런데 인간에게 숭배받는 게 힘드신가요?

        – 숭배가 좀 그럼?

        – 생각해 보면, 라나님 처지에서는 수십만 마리 이상의 개미들이 나를 숭배하는 거잖음? 나 같으면 피곤하긴 할듯

        – 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숭배 받는 것도 아무나 못함.

        – 연예인들 정신병 치료받는거 생각해 보면 이해될지도?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과격하게 나갔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행성을 일주하며 컴퍼니라는 조직을 붕괴시킨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결국, 나를 귀찮게 했을 테니까.

       

        “필멸자를 상대로 본체를 꺼낸 것은 반성할 일이지만, 결국 컴퍼니라는 조직들은 처리해야 했단다.”

       

        – 아, 그러니까 인간들 죽인걸 반성하는 게 아니라 본체 꺼낸 게 반성할 일이라는 건가요?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

        – 이런 거 볼 때마다 종족이 다르다는 게 확 느껴지네

        – 나는 강아지나 생쥐 같은 거 학살 못할 것 같은데

        – 바퀴벌레 수십만 마리가 상대라면?

        – 바퀴벌레는 씹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바선생은 학살 쌉가능이짘ㅋㅋㅋ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하나하나 컴퍼니라는 조직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결국, 모든 컴퍼니들의 세력이 모인 ‘커다란 섬’에 다다랐다.

        인간들이 ‘루테니아’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섬이자, 내가 파괴한 모든 컴퍼니의 자원과 기술, 시설이 집약된…… 컴퍼니 세력의 최후 기지.

        그 섬 하나만으로도 인간들이 낼 수 있는 저력의 70%를 담당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축약한 곳.

       

        – 아닠ㅋㅋㅋ 무슨 인류 최후의 도시냐곸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저런 걸 언제 만들었대냨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생각해 보면 라나님이 재앙이긴 하넼ㅋㅋㅋ

        – 드래곤 아포칼립스냨ㅋㅋㅋ

       

        “모든 컴퍼니 세력을 파괴하고 다닌 지 3개월 정도가 흐른 시점이었던가? 대략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단다.”

       

        이제 그 ‘루테니아’라는 섬만 파괴한다면, 나는 모든 컴퍼니 세력을 일소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들도 나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했더구나.”

       

        내가 금속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섬에 존재하는 모든 ‘금속’을 플라스틱이나 다른 물질로 대체했다.

        게다가 그들의 과학 기술로 만들어낸 이 능력자를 앞세우고, 그들의 기술력을 합쳐 섬 전체를 요새화한 상태였다.

        심지어 그들은 내가 ‘강척력 엔진’을 사용해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는지, 내 주변의 ‘척력’을 약화시키는 특이한 에너지 파장을 쏘는 무기까지 개발한 상황이었다.

       

        “날아서 접근하려다간 더 이상 날아가지 못하고 추락하는 데다, 주변에 금속이 없으니 내 금속 지배력을 활용하기도 힘들었지.”

       

        – 오

        – 진짜 철저하게 대비했네?

        – 그래서 어케 되었나요?

        – 라나님의 위기? 는 아니고, 그냥 좀 귀찮게 됐네요?

        – 이래도 라나님 좀 귀찮은 게 진짜 레전드넼ㅋㅋㅋ

        – ㅋㅋㅋㅋㅋ

       

        물론 그들이 아무리 나를 저격한들, 필멸자들이 초월자인 나를 이길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내 처지에서는 조금 귀찮게 되었을 뿐이지, 내가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그 섬 따위는 손쉽게 파괴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다.

       

        “초월자의 힘을 함부로 드러내었다간, 자칫 내 초월이 행성을 오염시킬 수도 있었단다.”

       

        이를테면…… 내 용금에 의해 주변이 점점 ‘황금’으로 변이 되는 현상 같은 것 말이다.

        나에 의한 중간계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싶은 나에겐 참으로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꺼내기로 했단다.”

       

        – ??

        – 뭘요?

        – ?

        – ?

        – 뭔데요?

        – ?

       

        “브레스 말이다.”

       

       

        *            *            *

       

       

        슈우우우웅!!

       

        나는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 사이로 날아올랐다.

        고요함, 그리고 소란스러움이 함께하는 우주의 공간에서 행성을 내려다보았다.

        나의 천룡안이 작은 점처럼 보이는 ‘루테니아’를 확인했다.

       

        = 약한 브레스라면 충분하겠지.

       

        철컥! 철컥! 철컥!

       

        활짝 펼쳐진 내 3쌍의 날개가 활짝 펼쳐진다.

        동시에 접혀져 있던 ‘에너지 판넬’이 열리고, 이어서 내 등에 존재하는 ‘에너지 집적 판넬’이 펼쳐지며 에너지를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그렇게 끌어모으는 에너지는, 바로 내 등 뒤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보내오는 ‘태양의 에너지’다.

       

        우우우우우웅-!!

       

        이전 차원에서 ‘창조체’와 싸울 때는 우주에 퍼진 ‘코즈믹 에너지’를 끌어모아 브레스로 발사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초월자와 싸우기 위해서였다.

        지금 코즈믹 브레스를 쏘았다가는 섬 하나를 파괴하기는커녕, 인간들이 살아가는 행성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코즈믹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것이 아닌, 기계의 힘을 빌려 태양 에너지만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에너지는 나의 날개를 통해 내 몸 안으로 흡수되고, 이어서 내 ‘드래곤 코어’, ‘브레스 기관’으로 들어간다.

       

        ‘코즈믹 에너지를 받아들였을 때에 비하면 버틸 만하군.’

       

        거칠게 날뛰는 항성의 에너지가 나의 브레스 기관에서 압축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목표를 조준하고, 입을 벌려 브레스 기관을 꺼냈다.

        그리고 적당히…… 살살…… 조그마한 섬 하나만 파괴할 정도로…….

       

        = 약한 브레스, 발사!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나의 입 안쪽에 존재하는 브레스 기관에서부터 태양 에너지가 브레스의 형태로 발사되었다.

        그리고 내 브레스에 직격당한 곳을 중심으로, 행성의 바다에 커다란 파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저 주변은 커다란 지진이 일어났을 것이고, 그 주변에는 커다란 쓰나미가 일어날 것이다.

        ……이런.

       

        = 내 생각보다 너무 강하게 쏘았나?

       

        황급히 브레스를 중지한 후 행성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내 브레스에 증발된 바닷물에 의해, 두터운 먹구름과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폭풍우를 뚫고 아래로 내려온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탄식했다.

        나는 그저 섬 위에 자리 잡은 컴퍼니 세력만 일소하려 했건만…….

       

        = 이런. 역시 너무 강하게 쏘았구나.

       

        철썩! 철썩!

       

        쏴아아아아-!!

       

        콰르르릉!

       

        우르르 쾅쾅!!

       

        거칠게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

        어두워진 하늘을 밝히는 번갯불.

        모든 것을 삼킬 듯 회오리치는 바다.

       

        그사이에 존재했어야 했던 ‘루테니아 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왜냐하면 내 브레스에 섬 자체가 소멸했기 때문이었다.

       

       

        *            *            *

       

       

        – 섬 소멸…

        – 어우

        – 나 라나님이 브레스 사용하시는 거 딱 두 번 이야기 들어 본 것 같은데, 실제로 보고 싶지는 않음

        – 라나님의 브레스는 대기권 외 사격이구나

        – ㅋㅋㅋㅋㅋㅋ

        – 대기권에서 브레스로 섬 소멸? 미쳤나 봐….

       

        “뭐, 약간의(?) 실수가 있긴 했다만, 그렇게 내 휴식을 방해하는 것들은 치워 버릴 수 있었단다.”

       

        나는 마지막 간식을 입에 넣으며 말을 끝맺었다.

        옴뇸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라나님은 약간 ‘독’에 자존심이 있으신 편.

    아직 내용이 더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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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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