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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5

    <325 – 거물의 낚시2>

     

    훈련의 탑 안에 생긴 낚시터를 보며 싱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대체 하룻밤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자원이 동원되었던 거지?’

     

    크루즈선이 한 차례 밀어버리고 초토화된 섬의 구역이 도로 복원되었으며, 그중 일부에 물고기들이 살아갈 수 있는 담수가 가득 담겼다.

    그런 낚시터가 층의 1층과 연동되어 멀쩡한 바닥의 일부를 파낸 땅에 물이 고였다.

    찰팍

    손가락을 담가 느껴지는 수온도, 혀로 가볍게 핥아 느껴지는 물의 맛도 모두 달랐다.

    자세히 보니 연못 크기부터 호수 크기까지 각기 다른 낚시터의 바닥에는 발열을 일으키는 돌부터 수온을 낮추는 빙한석까지 온갖 석재가 동원되었다.

    상당량의 금속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에서는 조나가 피곤에 찌든 얼굴로 물에서 나와 메이드에게 받은 수건으로 다리를 닦고 있었다.

    걷어 올렸던 정장바지를 내리는 그에게 싱이 어렵사리 말을 건넸다.

     

    “이게 다 뭐지?”

    “보다시피 낚시터입니다. 이사장님과 아가씨가 새로운 취미를 즐기겠다는군요.”

    “몰라서 물은 게 아니다. 어떻게 하루 만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낚시터가 생길 수 있지? 그것도 대충 아무 물이나 풀어버린 것도 아니고.”

     

    때마침 물속에서 나 불러쪔? 이라고 묻듯이 첨벙 튀어나온 물고기와 싱이 눈을 마주쳤다.

    비늘 위로 강철가시를 생성해서 슈슈슉 쏘아내는 것을 검집으로 받아내었다.

    평범한 낚시꾼이라면 방금 기습으로 순식간에 쓰러지고도 남을 흉악한 물고기였다.

     

    “쓰론피쉬. 가시물고기라 불리는 철목호에서 자라나는 물고기입니다. 수집가 활동에 진심인 이사장님의 요구로 밤새 잡아온 녀석이죠.”

     

    조나뿐만 아니라 다른 집사들도 각기 다른 호수에서 전기를 뿜어내는 물고기를 고무부츠를 신고 덜덜 떨면서 잡아다가 호수에 던져주거나 손에서 치익 달아오르는 연기를 뿜으며 화염물고기를 끓어오르는 열탕에 풀어놓고 있었다.

    전 세계 각지의 레어물고기들을 다 잡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광경은 섬뜩함만을 안겨주었다.

    재단은 원한다면 세계각지 어느 곳이든 하룻밤 사이에 다녀갈 수 있다.

    그곳의 자원을 수집하고 환경을 구축하는 것마저도 가능하다.

    이것이 <진지구축>에 동원된다면 어떻게 될까.

    각국의 요직에 위치한 주요인사의 <암살>이라면.

     

    “모처럼의 기회입니다. 함께 즐기시는 건 어떻습니까.”

    “내게 그럴 여유는…”

     

    거부의사를 드러내려던 싱은 조나의 손이 따악 소리를 내는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뇌리를 향해 직격으로 꽂히는 소음은 순간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렬했다.

     

    “여유가 없다. 그 발언이야말로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닙니까?”

    “당신이 뭘 안다고 참견이지?”

    “아가씨의 도움이 되고 싶다. 당신이 재단을 두려워하면서도 남은 이유 아닙니까? 그런 주제에 정작 강해질 기회에 조건을 따져가며 마다하다니. 당신이 그 정도로 강합니까?”

    “…!”

    “마음이 불편해서. 생명을 해치는 것이 꺼림칙해서. 자연을 보호하고 싶어서. 변명은 얼마든지 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놓치는 것은 성장의 기회입니다.”

     

    조나는 알고 있다.

     

    “아가씨의 수집은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사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 재단의 집사들이 밤새도록 준비한 낚시터를 이용할 기회가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 생각하십시오.”

     

    이런 기회는 천금을 주더라도 만들 수 없다.

    인력과 물자, 공간이동설비와 시설이용기회.

    이 모든 서비스를 탑 내부에서 하루 만에 누린다.

    금화 일천 매를 넘어서 금화 일만 개가 있더라도 부족하다.

    각각의 물고기가 ‘낚시’에 성공하여 수집판정을 받을 때까지 살아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구성할 생태학과 생포에 필요한 지식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이 순간에도 탑의 설비가 꿈틀거리며 지형지물을 복구하고 본래의 형태를 되찾으려는 시도를 거듭 보이고 있다.

    집사들이 낚시터의 유지보수에 힘을 쓰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모두 사라질 수 있는 여름날의 눈처럼 허망한 시설이었다.

     

    “…생각이 짧았군. 내게 그런 오만을 부릴 자격은 없겠지. 가르침에 감사를 표한다.”

     

     

    * *

     

     

    오크노디는 낚시에 꽤나 소질이 있었다.

     

    “이얍!”

     

    힘이 좋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물고기와의 힘 싸움에 유리하다.

    낚싯대가 튼튼하고 내구력이 버텨준다면 힘 싸움으로 단숨에 물고기의 힘을 압도할 수 있다.

     

    드르륵!

     

    전후좌우 사방으로 쏘다니는 물고기의 움직임을 역방향으로 조작하며 릴을 풀고 당기는 속도도 아주 예사롭지 않았다.

    배에 올라 바다에서 몇 년은 낚시만 해본 사람처럼 레어물고기들의 거센 저항도 능숙하게 꺾는다.

    낚시터에 앉아서 쉽고 만만한 물고기만 낚아 올린 민물낚시 전문가들과는 급이 다른 <관록>의 영역에 달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어디서 낚시를 해본 경험이라도 있습니까?”

     

    같은 의문을 느낀 이사장의 물음에 오크노디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이사장의 중얼거림은 오크노디에게 낚시경험이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어디서든 수상쩍고 의뭉스럽기 짝이 없는 태도는 재단에서도, 심지어 그녀를 먹이고 키운 이사장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단 말인가?

    모든 수상함의 원천을 재단의 이사장이라고 생각했던 싱의 입장에서는 더욱 수상하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싱, 찌가 움직이고 있어요!”

    “…이번에야말로 낚아보지.”

     

    화살에 꿰인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휙 딸려나가는 낚싯줄을 역방향으로 우악스레 당기는 대신, 원형을 그리며 공격을 흘려내듯이 부드럽게 당긴다.

    세 번의 낚싯줄을 잃어버린 교훈을 담아 첫 대쉬를 막아내자 릴을 감는 동작을 따라 공중으로 세차게 날아오른 물고기가 가시를 쏘았다.

     

    ━팅팅팅.

     

    검집을 들어 가시를 막아내느라 낚싯대를 쥔 손이 하나로 줄어든 틈을 노리고 급가속을 하는 가시물고기의 변칙적인 움직임.

    한 명의 검사를 상대하듯이 타이밍을 읽어낸 싱은 손 대신에 발로 낚싯대를 밟고 부족한 힘을 충원하였다.

     

    ‘팔과 다리의 힘만 동원해서는 안정감을 잃고 순식간에 낚싯대를 놓치겠지.’

     

    물고기 녀석에게 빼앗긴 다섯 개의 낚싯대를 떠올리며 몸 전체를 지면에 꽂힌 하나의 검처럼 마나를 일으켜 고정시켰다.

    흔들림 없는 강인한 저지력에 낚싯대를 잃지 않고 기습을 막아내었다.

    가시물고기의 힘이 빠진 지금이 기회였다.

     

    휘리릭!

     

    이번에는 물고기의 의지가 아닌 싱의 의지대로 수면 위로 딸려 나온 가시물고기.

    녀석의 가시가 펼쳐지기도 전에 낚싯대를 놓고 <발도>를 펼친 싱의 검격이 가시물고기의 가시사출구를 잘라내었다.

     

    땅 땅 데구르르.

     

    물고기가 아니라 강철장식물을 건졌나 싶은 소리를 내며 발버둥을 치던 가시물고기는 저항수단을 잃고 펄떡거리다가 아가미에 검이 박혀 절명했다.

     

    “우와. 12트 만에 잡으셨구나! 축하해요.”

     

    짝짝짝.

    오크노디의 박수가 수치스러웠다.

     

    “놀리는 거냐?”

    “설마요.”

    “너는 한 번에 잡았었지.”

    “저야 요령이 있으니까요!”

    “낚시를 하는 건 너도 처음이라지 않았나?”

    “거, 검술의 요령 말이에요!”

    “…”

     

    얼버무리고 있다.

    변명임을 느끼지만 마냥 거짓인 것도 아니다.

    실제로 발도술의 속도와 위력, 정밀도가 부족했다면 방금 전의 끌어냄으로 가시물고기를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서 힘을 쌓고 저항하고 가시를 쏘아댔겠지.

    장기전이 되면 낚시꾼의 체력이 먼저 지치거나 물고기의 가시사출에 당해 쓰러질지도 모른다.

     

    “낚시는 꽤 힘들군. 솔직히 얕봤다.”

    “헤헤. 그래도 재밌죠? 수집효과도 좋고요.”

    “방금 걸로 뭐가 달라지지?”

    “음~ 투사체 차단확률 5% 상승? 날아드는 암기나 화살을 잘 쳐낼 거예요!”

     

    확실히 이런 경험을 했다면 같은 수에 당하지는 않을 테니 잘 쳐낼 수 있기는 하겠지.

    결과로서 얻은 강함을 마치 누군가가 하사하는 보상처럼 말하는 태도에는 반감이 들지만.

    그가 가시물고기에 고전하는 와중에도 척척 온갖 물고기를 낚아내었던 오크노디.

    그녀의 채집통에는 벌써 백의 자리에 달하는 물고기들이 가득 쌓였다.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숫자다.

    하지만 시작할 때의 밝았던 표정에 비하면 오크노디의 표정에는 점점 들뜬 감정이나 신남, 재미 따위가 명백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이사장은 오크노디의 얼굴을 흘끗 보고는 그녀의 심리를 꿰뚫어보았다.

     

    “쉬운 사냥이라 그런 겁니다.”

    “넹?”

    “누군가가 몰이해온 사냥감의 숨통을 끊는 것만을 사냥이라고 부른다면 게으른 귀족은 편리하고 즐거운 기억만을 떠올리고 수긍하겠죠. 하지만 진정한 사냥꾼들은 부정할 겁니다. 접대와 사냥은 다르다고. 사실 이것도 평범한 낚시는 아니죠.”

    “죄송해요. 좀 더 즐겼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이 파파의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즐기려고 노력해준 딸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신선한 낚시를 원하는 마음을 헤아렸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죠. 지금은 탑을 나갈 수 없는 걸요. 이렇게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죠!”

     

    그렇기는 하지.

    싱도 이사장의 권력이 일으킨 경험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이었는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사장의 낚시에는 같은 첫 경험일 텐데도 보다 깊은 철학이 들어있었다.

     

    “낚시를 즐긴 것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그 묘리에 대해서는 충분히 깨달았습니다. 수중에 숨은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고 자신의 뜻대로 속여 낚아 올리는 것.”

    “!!”

    “꽤나 좋은 취미를 두었군요. 파파는 이 취미를 제법 훌륭하다고 생각한답니다.”

     

    낚시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행위였나?

    곰의 발목에 채워진 족갑에 열쇠를 넣고 돌린 것처럼 아찔한 짓을 해버렸다는 생각이 든 싱.

    놀란 오크노디의 눈을 보며 그는 무심코 깨달았다.

    무서운 아이.

    섬뜩한 아이.

    마냥 그런 눈으로만 바라보았다면 읽어내지 못했을 오크노디의 놀람의 감정 속, 마음이라는 수면 아래에 감추어진 오크노디의 진의.

    그것은 ‘곤란함’의 색을 띠고 있었다.

    오크노디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이 이사장과 같다면 결코 떠오르지 않았을, 오크노디와 이사장이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사실을 적어도 그녀 자신은 명백히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가 보였다.

    두 사람은 낚시를 하고 있었다.

    물고기가 아닌 서로의 심중을 향해 미끼를 뿌리고 낚싯줄을 던지면서.

    싱은 이제야 자신이 어떤 낚시터에 참여했는지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물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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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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