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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날 기다렸습니까?”

       

       말을 뱉는 장선연의 목소리에는.

       아주 작은 떨림이 스며 있었다.

       

       “오래는 아니고. 나도 금방 왔어.”

       

       씩 웃으며 뱉는 말.

       그 말에 장선연은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저 말인즉슨, 결국 자신을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니까.

       

       ‘어떻게 알고….’

       

       장선연이 의문을 품지만. 

       

       “왜 놀라?”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구양천의 물음에 장선연이 고개를 든다.

       

       “너도 어차피 같은 이유로 날 찾던 거 아니야?”

       “…!”

       “반응이 재밌네. 그래, 이맘때쯤엔 너도 아직 이랬구나.”

       

       장선연은 구양천의 알 수 없는 뒷말은 뒤로하고서. 앞에 있는 말에 집중한다.

       

       -같은 이유로.

       

       그 말을 떠올리니.

       예전 자신의 조에서 구양천이 했던 말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었다.

       

       -너는 여기서 죽을 거야.

       

       구양천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다. 그걸 떠올리며 주먹을 살짝 말아쥐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군요.”

       “누구보다 잘 이해하신 표정입니다만. 그게 아니면 뭐하러 날 찾아왔을까? 할 거 해. 마물 잡아야지.”

       “…”

       

       구양천이 뱉는 말을 듣고 있자니.

       

       절로 이가 갈린다.

       

       특유의 말투 때문인지. 

       그 안에 서린 비웃음 때문인지.

       

       혹은, 자신을 향해 숨김없이 내놓는 악의 탓인지.

       그도 아니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구양천의 재능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지.’

       

       알 수 없는 게 아니다.

       이건 모른척 하는 거다.

       

       장선연은 이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놈의 존재 자체가 문제였다.

       

       하늘의 뜻을 거스른 것 같은 재능과, 자신에게 내뿜는 악의.

       그건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향할 앞길을 막아설 것이다.

       

       장선연은 누구보다 앞서야 하며.

       누구보다 빛나야 하거늘.

       

       저 거슬리는 놈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보다 앞에 있었으며.

       하물며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자신의 정보책과 개방의 입을 빌린다고 한들.

       그조차 한계에 닿기 마련이다.

       

       하물며 개방에선 조금씩 발을 빼고 있는 추세이기까지 했으니.

       어찌 참을 수 있으랴.

       

       저놈은 자신에겐 거대한 방해물과 같았다.

       떨리는 주먹을 숨긴 장선연이 구양천에게 말한다.

       

       “그건 구 공자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 말입니다. 구 공자께서도 마물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장선연의 말에 구양천이 픽 웃는다.

       

       “맞아. 잡아야지 마물.”

       “그럼 지금….”

       “잡으려고 하고 있잖아. 지금.”

       

       구양천의 말에 장선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주변에 마물의 기척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틀을 쓰고 있다고. 모두 인간인 건 아니거든. 본능에 파묻혀 진의를 잊고 그저 날뛰기만 하면. 그게 마물이지 뭐겠어.”

       

       구양천이 자신을 향해 웃으며 내뱉는 말은.

       언제나 그렇듯 단전 아래 숨겨둔 본심을 파고든다.

       

       녀석의 눈에 담긴 감정이 너무나 확연하다.

       

       태도도 마찬가지다.

       남의 시선은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마음 내키는 대로 날뛰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은 어떻게든 가면을 쓰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바쁘거늘.

       저놈은 어찌 저리 행동할 수 있는 거지.

       

       그렇게 행동하고도. 주변에 어찌 다른 이들이 많이 모여드는 거지.

       

       자신이 잘못된 건가.

       

       이런 생각이 스칠수록.

       장선연은 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잘못되지 않았다.

       필히 그래야 했다.

       

       “날 죽이기라도 할 생각이란 겁니까?”

       

       장선연이 뱉은 말에.

       구양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한다.

       

       “왜 이제 와서 피해자처럼 구냐? 이거 웃긴 새끼네.”

       

       구양천의 말에 속으로 감정을 가라앉힌 장선연이 구양천의 눈을 보며 묻는다.

       

       “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뭐가.”

       “구 공자가 날 싫어하는 이유를 말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

       

       장선연은 억울했고.

       구양천 또한 그 억울함을 공감할 수는 있었다.

       

       혈마의 혈기를 받은 것도 맞고.

       여기저기 수를 쓰며 자신의 위치를 다소 더러운 방식으로 받아가는 건 맞았으나.

       

       최소한 비무제 당시까지는 구양천에게 피해를 준 건 크게 없다.

       

       방식이 탁해서 그렇지.

       본신의 재능은 뛰어난 편이며.

       

       수작질을 벌이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약관 전에 절정에 오를 수 있을지 모를 만큼.

       장선연은 천재가 맞다.

       

       대뜸 네가 너무나 싫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악의를 표하는 구양천이.

       

       장선연의 입장에선 이해치 못할 수 있으나.

       

       “설명하기 귀찮은데. 그냥 싫은 거로 하면 안 되냐?”

       

       하나하나 설명하긴 귀찮았다.

       당신이 싫은 이유에 대해 그걸 콕콕 짚어서 말해서 어디다 쓰겠어.

       

       ‘전생에 겪은 걸 말한다고 이해나 할까.’

       

       이걸 다르게 말하면.

       

       지금의 장선연은 아직 그런 죄를 짓지 않았다는 뜻이긴 했으며.

       

       실제로.

       이번 생에 들어 전생과 다른 모습을 보며 죽이지 않은 이들도 존재했다.

       

       물론.

       

       “너도 나 싫어하잖아. 그냥 같은 거로 해.”

       

       그 안에 장선연을 포함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면 어쩌시겠다는 말입니까.”

       “이제 나 싫어한다는 말은 부정도 안 하네?”

       “…이 자리에서 생사결이라도 펼치자. 이 말인지요.”

       “생사결 좋지. 근데 자신은 있고?”

       

       구양천이 큭큭 웃으며 내뱉으니.

       장선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웃을 때는 그리 선해 보이던 얼굴이.

       저토록 와락 망가지는 게 신선했다.

       

       “…그게 아니라면, 암살이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신룡관의 교관들이 사방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그게 조금 궁금했어. 너는 날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기척을 흘리고 따돌렸다고는 하나 교관이 사방에 깔린 상태인데 말이야.

       

       까딱.

       

       구양천이 시선을 옮겨 장선연의 뒤를 바라본다.

       그곳에 있었다.

       

       철지선이 말이다.

       주변에 펼쳐진 기막이 특이하다.

       

       철지선의 경지로는 자신의 기척을 다 숨길 수 없으니. 

       아무래도 다른 걸 덧씌워둔 모양인데.

       

       ‘뭐지.’

       

       기막이라 하기에는 애매하고. 미세하게 틀어놓은 것이.

       

       ‘음공?’

       

       우습게도 소리의 영역인 모양이다.

       집중해서 보니 웅웅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걸 보니 어찌 저찌 철지선을 끌고 교관의 시선을 피해 날 찾아온 모양인데.

       

       전생의 경험과 같다면.

       이번에도 같은 수법인 모양이다.

       

       그렇기에 의문이다.

       

       장선연의 말마따나 교관이 사방에 깔려있는데.

       느닷없이 이런 짓을 벌이면.

       

       장선연 스스로 대처할 방법이 있다는 건가.

       

       ‘놈은 언제나 수습하지 못할 일은 안 하는 편이었지.’

       

       도망칠 구멍을 항시 남겨놨다는 말이다.

       

       그런 놈이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진 않았을 거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한 구양천은.

       철지선에게서 시선을 뗀 다음. 장선연을 바라봤다.

       

       “내가 널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

       “…”

       “왜 싫어하는지 굳이 따지자면, 네가 앞으로 어찌할지 너무 잘 보여서야.”

       “뭐라고…?”

       “꼴에 감추고 있는듯싶지만, 더러운 욕망이 너무 커서 눈에 잘 보여.”

       

       걸터앉아있던 바위에서 내려온 구양천은 장선연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후기지수가 다 좆으로 보이지?”

       “…”

       “너는 스스로 엄청 대단한 사람이니, 다 꿇리고 위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할 거야..”

       

       전생에도 그랬으니 이번이라고 다를까.

       

       “수료 후에는 무림맹에 들어가겠지. 맹주의 자식이지만 가장 말단 검대원으로 시작하겠지. 그게 세간 인식에 좋을 테니까.”

       

       말을 뱉어낼 때마다 장선연의 표정이 달라진다.

       

       “어차피 금방 치고 올라갈 거니 말단이고 뭐고 상관없을 거고…. 소문이야 엮인 새끼들이 많으니 알아서 해주겠지.”

       “…그걸….”

       

       장선연이 입을 가린다.

       

       순간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느냐고 말할 뻔했다.

       

       구양천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 뒤엔 뭘 할까? 사람 좋은 척 마물들에게 고생하는 민간인들을 구하러 다니겠지. 여기까지 참 좋은데.”

       

       사람을 구하러 다닌다.

       듣기로는 좋은 의미였다.

       

       장선연이 아무리 쓰레기라지만.

       그런 의도라면 어느 정도 감안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장선연은 장선연이다.

       

       “그 마물들의 습격. 네가 계획할 거지?”

       “…!”

       “너라면 그럴 것 같은데.”

       

       장선연이 놀란 듯 눈을 키운다.

       이건 예상이 아니었다.

       

       전생에 장선연은 뛰어난 무인이 맞았지만.

       

       최연소 대주직에 올랐던 위설아와 비교하자면 부족한 게 많다.

       

       그런 장선연이 유성검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협객이라 불리며 대주에 오른 이유는.

       

       정말 위기에 유성처럼 나타나 다른 마물 들을 척살하고 마경문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한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새로운 협객이자 영웅이라며.

       심지어 맹주의 아들인 장선연을 높게 평하지만.

       

       구양천은 알고 있었다.

       

       결국, 그들이 겪은 마물의 습격과 장선연의 구조는.

       

       다 장선연 손에서 이루어진 연극임을 말이다.

       

       아, 정확히는 조금 다를 것이다.

       

       마물에게 잡아먹혀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진짜였고.

       

       이를 이용해 영웅행세를 하던 장선연만 연극이었으니까.

       

       그걸 증명하듯.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구양천의 말을 들은 장선연의 얼굴이 바들바들 떨린다.

       

       “망상이 지나치십니다. 구 공자. 사람이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야 모르지 어떻게 할지. 그냥 예상이니까.”

       

       장선연의 말대로 인간이 마경문을 어찌 이용하냐 묻는다면.

       

       정답은 이미 가까이에 있었다.

       저 뒤에 있잖아.

       

       마경을 열고닫을 수 있는 놈이.

       

       ‘제갈지희.’

       

       철지선인지 제갈지희인지.

       

       남장을 한 건지 여장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지만.

       

       저놈이 있었기에 장선연은 빠르게 높은 위치를 파고들 수 있었다.

       

       세상은 언제나 영웅을 원한다.

       잘나게 생겼고 무위도 강하며.

       

       뒷배도 든든한 장선연이.

       마경문에서 사람들을 구하며 젊은 영웅으로 등극하는 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속에는 마물과 마경문을 통해.

       사람들의 목숨을 먹이로 던져주고.

       

       자신의 위상을 위해 이용한 것과 다름이 없다.

       

       물론, 구양천이 장선연을 싫어하는 이유는 저게 아니긴 했다.

       

       찌질한 행동임은 맞으나, 애당초 정파 새끼들에 대한 믿음이 없는 입장으로선.

       저런 걸 듣는다고 충격에 빠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생각한다.

       

       장선연이 정녕 그때에는 그랬고.

       

       지금이라고 다를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구양천은 떠올렸다.

       

       -내가 당신에게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

       

       동시에 생각한다.

       

       시작부터 죽이고 시작했어야 할.

       

       마교의 두뇌이자 천유랑아 제갈혁을 살려둔 이유를.

       

       그놈은 살리고.

       지금의 장선연은 죽여야 할 이유가 뭘까.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표하는 장선연을 보며.

       구양천이 문득 입을 열었다.

       

       “좋아. 기회를 줄게.”

       “…”

       

       구양천의 말에 장선연이 흠칫한다.

       

       “지금 네가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간다면. 널 좋게 한 번 봐보려고 해볼까 해.”

       

       장선연을 살려야 할 명분을 찾는다?

       아니다.

       

       그저 모순을 벗어내고 싶어서다.

       

       제갈혁은 살리고 장선연은 죽인다는 것.

       그때는 단순한 이유였다.

       

       내가 알던 천유랑아가 아니라.

       

       그저 어린 소년이었기에.

       

       그리고.

       마검후가 아닌 남궁비아로서 바라보게 된 계기 또한.

       

       그녀가 마검후가 아닌.

       그저 평범함을 찾아 고민하는 여인이었기 때문에.

       

       구양천은 선인이 아니다.

       그걸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죽일 놈은 죽일 것이다.

       저놈은 그중에 가장 앞에 있는 놈이지만.

       

       그럼에도 확인하고 싶었다.

       

       “어때.”

       

       장선연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어떤 선택을 내놓을까.

       

       조금 흥미로운 표정으로 장선연을 기다리다.

       구양천이 참다못해 입을 연다.

       

       “뭔 말이라도….”

       “이제 상관없습니다.”

       

       그때서야 장선연이 고개를 들었다.

       

       “…!”

       

       고개를 든 장선연을 확인한 구양천이 순간 입을 다물어야 했다.

       

       무표정하다.

       아까처럼 일그러진 얼굴도 아니며.

       

       가면을 쓰고 있듯 웃고 있던 얼굴도 아니다.

       

       오로지 무표정.

       

       장선연의 얼굴에는 감정하나 실려있지 않았다.

       

       그때.

       

       쩌적-!

       

       “이건…!”

       

       구양천이 서 있던 바닥에 이변이 생긴다.

       금이 가듯 바닥이 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우우우우!

       

       바닥에 이변에 풍압이 주변을 휩쓴다.

       무언가가 열린다.

       

       그걸 바라보며 장선연이 구양천에게 말한다.

       

       “보는 건 처음인데. 역시 신기한 모습입니다.”

       “너…!”

       

       구양천이 애써 움직이려 하지만. 

       바닥에 등장한 이변이 문제인지.

       

       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쉽게 못 움직일 겁니다.”

       

       바닥에 열리는 저것은

       절정고수조차 속박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다.

       

       구양천이 굳은 듯 못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한 장선연이.

       숨을 살짝 뱉어내며 말한다.

       

       “역시, 당신을 치우는 게 맞습니다. 처음부터 거슬렸지요.”

       

       예상치 못한 속박인지, 구양천의 눈이 놀란 듯 커진다.

       

       “날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었나?”

       “예. 눈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지쳤다는 듯 장선연이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보잘것없는 잡가문의 후기지수 따위가. 날 그렇게 보는 게. 정말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

       “게다가 인정하기 싫지만. 당신은 괴물같이 강하더군요.”

       

       그리 말하며 장선연이 살짝 웃었다.

       

       “짜증나게 말이야….”

       

       가면을 벗어던진 모습은.

       신룡관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전혀 딴판이었다.

       

       “아까 교관들이 많은데. 어찌할 생각이냐 물었습니까?”

       “너….”

       “저도 그러긴 쉽지가 않길래. 그냥 편하게 한바탕 뒤집어엎기로 했습니다. 마침 마음이 맞는 이도 있어서 말이지요. 이건 어차피 사라질 당신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닙니다.”

       

       점점 벌어지는 균열은.

       어느덧 형태가 갖추어진다.

       

       바닥에 형성됐다는 게 이상하지만. 

       그 모습은 분명 마경문이 맞았다.

       

       타인에 의해 생성된 마경문.

       그 모습에 절로 장선연이 감탄을 내놓는다.

       

       “역시…. 찾아 내길 잘했네요. 앞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

       

       만족스럽다.

       예상보다 훨씬 말이다.

       

       장선연은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기운과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 구양천이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지 않은가.

       

       ‘말했잖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저 놈을 기필코 무릎꿇리고 싶었다.

       

       끝내 무릎까진 꿇게 하지 못했지만.

       이정도면 만족한다.

       

       적어도 자신의 눈 앞에서 영영 치울 수 있었으니.

       

       그리되면 위설아도. 세상의 평판도 결국….

       

       “이정도면 됐나?”

       “…뭐라?”

       

       마경문이 전부 열렸을 즈음.

       아까와 달리 태평한 목소리가 장선연의 귀를 침범한다.

       

       “방금 뭐라고….”

       “야, 이제 닫아도 된다.”

       

       구양천의 말이 들리더니.

       

       훅!

       

       마경문 위에 서 있던 구양천이 순식간에 장선연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분명 못 움직일 텐…!

       

       “컥!”

       

       장선연의 시야가 흔들리며 육체가 난폭하게 흔들린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목이 잡혀 마경문 위로 끌려온 상태였다.

       

       “이…익…이게…!”

       “다행이야.”

       

       장선연의 목을 붙잡고 있는 구양천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네가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간다고 했으면. 조금 귀찮을 뻔했거든.”

       “어…어떻게.”

       

       콰드드득-!

       

       장선연이 지금 상황에 경악하는 사이.

       바닥에 깔린 마경문이 움직인다.

       

       진득한 늪 같기도 하고.

       한입에 삼키려는 거대한 입과 같기도 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놀라워?”

       “이, 이거 놓으…!”

       “그러게 나도 신기하더라. 나는 움직일 수 있더라고. 아,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당장 놓으란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신도!”

       

       장선연의 외침에도.

       구양천은 그저 웃을 뿐이다.

       

       “나는 애초에 가려고 한 건데. 너는 잘 모르겠네?”

       “그게 무슨…!”

       “우리 사이 좋게 여행이나 한 번 가볼까.”

       

       웃음기를 내보이며 구양천이 말함과 동시에.

       

       코아아악-!

       

       바닥에 깔린 마경문이.

       거칠게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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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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