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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먹을 거로 꼬신 건가?

        

       나는 샤를로트가 미아의 어깨 위에 손을 얹어놓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먹을 거 때문인가?”

        

       그리고 앨리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앨리스와 같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말했다. 반 정도는 진심이었다. 처음에는 먹을 것으로 꼬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아가 정말로 먹을 것 때문에 샤를로트의 말에 따른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아는 굉장히 내향적인 성격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일이 생기면 일단 움직이고 봤다. 움직이지 않으면 상황이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아는 외부에서 자극이 오기 전에는 먼저 움직이지 않는 성격이다.

        

       그 성격도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려 학생회 부회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본인 스스로 떠올렸을 것 같지는 않았다.

        

       샤를로트가 먼저 말을 걸어 하자고 한 것은 확실하겠는데.

        

       “대체 샤를로트는 왜 미아한테 그런 제안을 했고, 미아는 왜 받아준 걸까?”

        

       그렇다. 그것도 의문이다.

        

       샤를로트와 미아의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관계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하하 호호 떠드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지만, 샤를로트는 언제나 미아에게 부드러운 태도로 말을 걸었고, 미아도 언제나 부드럽게…… 음, 부드럽다기보다는 소심하게 반응하곤 했다.

        

       하지만 가문 대 가문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샤를로트는 벨부르 왕실의 장녀. 미아는 크로우필드 백작가의 장녀.

        

       두 사람 다 별다른 사건 없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기 가문의 수장이 될 터였다.

        

       크로우필드는 원래는 벨부르의 땅이었다. 비옥진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 비옥한 토지 대부분을 밀이 아니라 양귀비를 키우는 데 쓰고 있다. 벨부르 귀족 중 일부에서는 이 사실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비록 모르핀이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약물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아편 계열 약물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벨부르 땅이었던 곳을 전쟁으로 빼앗은 곳이었으니 지금도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고.

        

       “…….”

        

       그래서, 나도 앨리스처럼 미아의 그 결정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향후 미래를 위한 가교가 되기 위한 것일까?

        

       다시 한번 말하자면, 미아는 나 이상으로 권력에 가까워지기를 꺼리는 성격이다. 될 수 있으면 그냥 방이나 집 안에 틀어박혀서 좋아하는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 성격이었다.

        

       그런 미아가 학생회 부회장이라니?

        

       “역시 직접 물어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지?”

        

       앨리스도 결국 그런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딱히 견제하려거나 그런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정말로 미아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

        

       *

        

       “제가 왕녀님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요?”

        

       다음날.

        

       주말이었으니 시간은 많았다.

        

       혹시 샤를로트가 주말에도 미아와 작전회의를 하느라 우리와 대화를 거부할까 걱정했는데,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하긴, 그래봐야 학생회장 자리다. 앨리스와 샤를로트는 나름대로 자존심을 세우고 있었지만, 사실 본인들도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아카데미 내부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고, 나름대로 아카데미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그 영향력이 절실한 사람들은 보통 황족이나 왕족은 아니다.

        

       황실이나 왕실이 다른 귀족들한테 눌려 살고 있다면 모를까, 절대권력을 완성한 황제가, 뒤로 밀려나긴 했어도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 제국 황실이나, 아예 외국 왕조의 왕녀인 샤를로트는 굳이 제국의 아카데미의 영향력을 장악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도 굳이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한 것은 아마 ‘하고 싶어서’라는 생각이 가장 크겠지만.

        

       “응. 그……”

        

       평소에 너는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라는 질문은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샤를로트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가 궁금해서.”

        

       “제가 크로우필드라서요?”

        

       정말 고맙게도 미아는 자기 성격의 결점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가문 이야기를 꺼내주었다. 앨리스는 눈에 보일 만큼 안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랄까, 가문 대 가문으로 보면 조금 곤란한 게 아닐까 싶어서.”

        

       물론 황녀인 앨리스 쪽에 붙는 것은 더 곤란할지 모른다. 벨부르와 크로우필드의 악연은 이제는 다시 바꿀 수 없는 아주 오래전의 악연이지만, 크로우필드와 황실의 악연은 고작 한 세대 전의 일이고, 현세대인 미아도 피해를 받은 관계였으니까.

        

       하지만, 우리와 미아가 친해지는 과정은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함께 겪었다. 이건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는 이유였다.

        

       그런 의미에서 미아가 샤를로트와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해볼 수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 이유가 과연 미아의 개인적인 성향을 뛰어넘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을지 궁금했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미아는 시선을 조금 위쪽으로 올리면서 말했다.

        

       잠깐 생각에 잠긴 듯 침묵했던 미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다니?”

        

       “샤를로트 왕녀님께서 제게 제안해주셨을 때, 저도 모르게 수락해버리고 말아서요.”

        

       “그러니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너도 모르게 대답했다는 말이야?”

        

       “그거랑은 조금 달라요 그러니까……”

        

       미아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듯 미간을 조금 찡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한테 그런 것을 제안해준 사람은 샤를로트 왕녀님이 처음이니까요.”

        

       “아…….”

        

       미아의 말에 앨리스의 입에서 뭔가 깨달았다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지금까지 제가 나서는 것을 싫어하긴 했어요. 뭔가 중요한 것을 맡으면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고,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으니까요.”

        

       나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던 때를 말하는 것이리라.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제 생각을 들킬 것 같았어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이야기이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요. 제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일은 그 일이었으니까.”

        

       미아는 잠깐 말을 쉬었다가 다시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 생각을 버리고, 여러분과 친구가 된 이후에는…… 음, 사실 그때도 딱히 나서서 뭔가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었네요. 그전까지 살아오던 방식이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서, 그냥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마법을 연구하는 편이 더 좋았으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그런 중요한 직책을 맡아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미아가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미아가 그걸 하고 싶지 않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앨리스에게 있어서 나를 부회장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그냥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을 생각이긴 했을 거다. 미아에게 제안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비단 학생회장에 대한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미아를 대표로 삼아서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샤를로트 왕녀님은 저를 찾아와서 설득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저도 그런 것은 해볼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거절했었는데, 끝까지 설득을 해주셔서, 그, 설득당했다, 라고 하면 좋을까요.”

        

       미아는 입가에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뭔가, 계속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더니, 정말로 할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져서…….”

        

       앨리스와 나는 그런 미아의 미소를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된 거구나.”

        

       뭐랄까,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이유가 아니었기에 다른 그 어떤 정치적인 이유보다 훨씬 이해가 갔다.

        

       자기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을,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너는 할 수 있을 거라면서 믿고 맡겨준다면, 그 일을 거절할 생각은 들지도 않을 것이다.

        

       나도 앨리스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부회장직을 거절할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좋아, 알았어.”

        

       앨리스는 시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한동안은 라이벌이네.”

        

       앨리스의 그 선언에 미아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음, 아마 호기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한 것 같은데, 잘은 안 되었다. 입술 끝이 파르르 떨리고 비뚤배뚤한 데다가 얼굴은 붉게 물들어있었고, 심지어 눈가도 감을락 말락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뭐 그럭저럭 호기롭다는 단어의 가장 아랫부분에 살짝 걸릴 수는 있을 법한 표정이었다.

        

       “아, 앞으로 한동안, 서로 잘해 봐요.”

        

       “그래, 꼭 이겨줄게.”

        

       “저희도 질 생각은 없으니까요.”

        

       샤를로트 앞에 있을 때랑은 또 다르네.

        

       하긴 샤를로트 앞에서처럼 그러면 미아가 기에 짓눌려버릴 테니까.

        

       ……어, 설마 샤를로트가 그걸 노리고 미아를 끌어들인 건 아니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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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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